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7화
자기도 다 겪어봤다고.
‘그야 그렇겠지.’
20년 넘는 세월 동안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쌓인 경험치가 어마어마할 텐데.
따지고 보면 묵혜성 아이돌 경험이 ‘온라온’ 인생 경험보다도 더 많은 거잖아.
하지만 막상 뭘 물어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사생 문제?
관련 법이 허술해 사생을 뭘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다고 시체와의 깜짝 조우 사건 때문에 잠을 편히 못 자겠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내가 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입만 달싹거리는 모습이 답답했는지 묵혜성이 다시 말했다.
“네가 겪고 있는 문제가 여러 개라면, 적어도 그중 하나는 네가 내 집 앞에서 그러고 있던 것과 관련 있을 것 같은데.”
와, 인생 경험 무시 못 한다.
“내가 틀렸나?”
“아뇨….”
“왜 그러고 있었어?”
말이 여기까지 나온 이상 계속 입 다물고 있을 수도 없었다.
“사실…….”
나는 스케줄을 하며 만난, 나를 걱정하고 배려해 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유 모를 짜증과 거북함을 느꼈다는 것.
아무도 없는 길을 걸으면서도 자꾸만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같이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는 점.
나도 이런 내가 너무나 싫은데 다른 사람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나를 얼마나 한심하고 막돼먹고 사리 분별 못 하는 놈으로 여길지 모르겠다는 것.
그래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쉬고 싶었다는 것.
그때 마침 비어 있는 당신 집 생각이 났다는 것.
막상 왔는데 바뀐 비밀번호를 몰라 힘이 쭉 빠졌다는 것.
묻지도 않은 것들을 언제 주저했냐는 듯, 부끄러움이 내 입을 도로 다물게 할 새도 없이 빠르게 고백했다.
“…….”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속에 내내 쌓여만 있던 것들을 눈 딱 감고 말해버리고 나니 가슴은 조금이나마 후련해졌다.
이런 얘기를 다른 사람이 아닌 묵혜성에게 처음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이 사람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친인척으로서 나를 잘 챙겨주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동종업계 대선배인 그를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가지고,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내가 말하는 내내 흔한 추임새나 맞장구도 없이 침묵하고 있는 묵혜성이,
‘이 싹수없는 놈 정신머리를 어떻게 고쳐놓지.’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새로운 걱정도 들었다.
‘까짓거 이번 일로 혼나면 전에 춤 지적받았을 때처럼 잘 새겨듣고 고치면 되지. 아직 인성 논란 기사는 안 났으니까 괜찮다.’
그렇게 혼자 마음을 다잡을 때.
마침내 묵혜성이 입을 열었다.
“그거 이상한 거 아니야.”
“네. 제가 잘못……. 방금 뭐라고요?”
“네가 이상하거나 잘못한 일 아니라고.”
내가 지금 뭘 들었나 싶어 바보처럼 눈만 깜빡거리고 있자니, 묵혜성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섣부르게 참견하면 기분이 안 나쁜 게 이상한 거지. 그게 아무리 선의고 호의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일은 아니야.”
“그런…… 거예요?”
“그래. 너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데, 네가 이름이나 나이도 모르는 상대는 너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잖아.”
뒷조사 같은 걸 당했을 때랑 느낌 자체는 비슷할 거라고, 묵혜성이 다소 신랄한 투로 말했다.
“사람들이 너를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어. 진단서, 문제 때문에 요즘 갑자기 더 심해졌다고 느낀 걸 수도 있지만.”
“…….”
“네가 점점 더 유명해지고 연예인으로서 오래 지내다 보면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눈앞에 있는 네 모습이 아니라 상상 속 네 모습을 향해 말을 걸 거야.”
일례로는 드라마에서 악역으로 활약한 배우가 식당에 가서 찬밥 취급을 당하는 것이 있다고, 묵혜성이 덧붙였다.
“과장된 예시이기는 하지만, 그게 타당해 보이지는 않지?”
“네. 이상해요.”
“그러니까 너무 휘둘릴 필요는 없어.”
말할 때는 듣기 좋은 저음인 묵혜성의 설명이 차분히 이어졌다.
“아무리 너를 잘 안다는 것처럼 말해도, 사실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은 까맣게 모르는 사람들이잖아. 그 사람들이 직접 얘기해 본 적도 없는 너에 대해 아는 건 인터넷에 나온 몇 줄짜리 글, 방송에 나온 몇 분짜리 모습이 다야.”
묵혜성은 엄지와 검지만을 편 두 손을 붙여 휴대폰 액정만 한 직사각형을 만들어 보이더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듯 그 손을 한쪽 눈에 가져다 댔다.
이 사람이 얘기하다 말고 왜 갑자기 답지 않게 귀여운 짓을 하나, 쓸데없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하기 전에 묵혜성이 도로 말을 이었다.
“전체 중에서는 이 정도지.”
다행히 진중한 어조 덕분에 더는 잡생각이 들지 않고, 내 시선은 묵혜성이 보란 듯이 포커싱한 눈가에 온전히 쏠렸다.
“얼마나 작아.”
그렇게 자조하듯 말하며 묵혜성이 도로 손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아이돌은, 연예인은 이 정도로 보여지는 직업이야.”
“그런데 보여진다는 건, 싫어도 어떻게 보면 저희 직업 본질이기도 하죠?”
“그래. 과한 관심이 싫고 거북하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더는 너를 보지 않게 되면 연예인으로서 수명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인 거지.”
말뜻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다행히도 우리는 대중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도는 선택할 수 있어. 스마트폰에 나오는 모습 정도를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이미지 관리라는 개념이 있는 거지.”
그렇게 확언하는 묵혜성의 모습이야말로, 자신이 지금 상대에게 어떤 면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대단히 잘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잠자코 묵혜성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네가 보여주는 그건 진짜 모습일 수도 있고, 가짜 모습일 수도 있어.”
“그럼…… 쌤이 대중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어느 쪽인데요?”
묵혜성이 고민하지도 않고 담백하게 답했다.
“지금은 진짜.”
하긴.
놀랍지도 않았다.
묵혜성 씨 온·오프가 워낙 똑같으셔서.
“그럼 저도 쌤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제 진짜 모습을 보이라는 말씀이세요?”
하지만 묵혜성의 말하는 투를 보면 어쩐지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단호한 어조였다.
“적당히 삼사 년 활동하면서 돈이나 벌다가 재계약 안 하고 그대로 은퇴할 계획이 아니라면 하나 잘 알아 둬야 할 게 있는데.”
“그게 뭔데요?”
“사람은 변해.”
“오, 사랑은 변한다는 줄.”
“…….”
“혹시 쌤도 연애하다 차이신 경험 있으세요? 있으면 어떻게 쌤을 차지? 아니면 쌤이 차신 거예요? 너 변했다고? 어우,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나쁜 남자…….”
“온라온.”
“농담입니다.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넌 지금 헛소리할 여유가 있냐고 말하는 듯한 빡빡한 시선을 온몸으로 받은 내가 싱거운 웃음기를 얼굴에서 도로 빼고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럼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데요?”
묵혜성이 한숨을 참은 것 같은 얼굴로 물었다.
“너는 스무 살 때 네 모습이 스물다섯, 서른 살 때도 똑같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어?”
서른 살의 나?
아무래도 지금 얼굴에 남아 있는 앳되고 풋풋한 면이 많이 사라지고 그 대신 성숙미와 원숙미가 차올라 진정한 ‘30 Sexy’를 실현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은 안 봐도 넷×릭스였다.
물론 묵혜성이 지금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기에 이번만큼은 헛소리하지 않고 제대로 답했다.
“똑같지 않겠죠. 당장 일 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봐도 한참 다른데요.”
그 말에 묵혜성이 어쩐지 떨떠름하게 긍정했다.
“정말 많이 달라졌지.”
이렇게까지 말하니 또 궁금하다.
“어디가 얼마나 달라졌어요?”
“맨 처음 봤을 때는 희멀거니 해서 순하고 멕아리도 패기도 없는 인상이었는데 요즘은…….”
외견으로만 봤을 때의 이야기라고 덧붙인 묵혜성이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요즘은요?”
“……잔망스럽다.”
한참 동안 단어를 고르고 고르다 내 재촉에 마지못해 튀어나온 듯한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 면전에서는 잘 쓰지 않는 ‘잔망스럽다’는 표현으로 그나마 포장된 내용물을 풀면.
말 안 듣고, 헛소리 잘하고, 정신 사납고, 버릇없고, 가볍고, 철없고, 아무튼 썩 바람직하지 않은 수식어들이 우르르 튀어나올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겠지.
……그렇겠지.
괜히 찜찜해진 나는 본래 대화 주제로 돌아와 물었다.
“저는 어느 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묵혜성이 조금 뒤 입을 열었다.
“그건, 네가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알고 계시면 그냥 알려줘요!”
“안 돼. 네 일이잖아.”
하, 묵혜성이 답만 나와 있는 간편 답지가 아니라 자세한 해설까지 포함된 해설지 같은 남자였으면 좋겠다…….
내 표정을 본 묵혜성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조언과 힌트를 하나 주자면.”
“네!”
저 조언이랑 힌트 정말 좋아합니다.
“살면서 한때는 진짜 네 모습이었던 게 더는 네 것이 아니게 될 수도 있고, 꾸며내던 것이 어느 날에는 네 일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점.”
어렵지만 의미를 알 것 같은 조언이었다.
“그리고 힌트.”
나는 자세를 바로했다.
“너는 네가 보여주는 걸 사람들이 한 치의 의심 없이 믿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네?”
이…… 답 다 떠먹여 줬는데 내가 못 알아먹어서 퉤 뱉어 버린 것 같은 느낌은 뭐지.
찝찝함에 오묘한 표정을 지을 때.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 더.”
“뭐예요?”
“멀리 있는 대중에게 보일 모습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네가 믿을 수 있는 주변 사람이 네 진짜 모습을 알고 네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도 중요해.”
그에 나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묵혜성의 말을 약하게 반박했다.
“사랑, 이 아니라 사람은 변한다면서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러지 못한 사람이었던 거면 어떡해요?”
“그렇더라도 그건 네가 잘못한 게 아니야.”
“…….”
“사람을 믿어서, 네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떻게 잘못이 되는지 나는 모르겠다.”
그런 말로 어디 가서 돈 주고도 못 듣는 묵 교수님 연예학개론 강의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