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8화
온라온이 합법적으로 외박을 나가 있는 동안 회사에서도 여러 일이 벌어졌다.
반가을 대표는 최근 온라온의 상태와 그 주변을 주시하던 강지우에게 요사이 있던 일을 대강 전해 들었다.
서문결 왕따 사건을 해결한 이후로 강지우는 용건이 있으면 바로 대표실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권한을 하사받았다.
물론 오르카 멤버는 반가을 대표의 조카인 반요한은 물론이고, 막내인 온라온까지 같은 권한을 가졌으므로 리더에게만 허락된 특권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반가을 대표는 소속 직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오르카 런칭 이후 몇몇이 충원되었다고는 하나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여전히 밀려드는 업무를 원활히 처리하기에는 상당히 조촐한 인원이었다.
반가을 대표는 초췌한 직원들 낯을 보며 얼마 전에 우연히 본 자사 취업사이트 후기를 떠올렸다.
장점: 대표한테 확실한 비전이 있다.
같이 일하는 직원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배울 점 많음. 퇴사율도 엔터사치고 상당히 낮은 편.
소속 연예인을 자주 볼 수 있다. 잘생기고 예쁘고 웃김
단점: 회사는 구멍가겐데 대표 비전은 백화점 명품관이다.
대표랑 이사 눈이 하늘에 달려있어 서류 보면 10명 중 8명 떨어지고 면접 봐서 2명 떨어진다.
일하다 보면 가끔은 오랑우탄이라도 앉혀놓고 싶었다. 근데 사무실 좁아서 자리가 없음
총평: 과중한 업무로 틈만 나면 야근시키고 보너스로 때운다. 휴가는 사람 빠지면 일 안 돌아가서 거의 못 쓰지만 돈은 그만큼 꼬박꼬박 잘 줌. 보너스 후해서 사내 분위기는 좋다. 일이 나쁠 뿐.
잠은 죽어서 자자는 마인드 가진 사람한테 강력 추천.
애써 잡념을 정리한 반가을 대표가 간단하고 의례적인 인사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진 본론.
“올해 들어서 우리 회사 막내들한테 일이 좀 많지?”
회사 막내란 물론, 과중 업무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싹싹한 태도로 직원들에게 귀염받는 오르카를 말했다.
“일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속 아티스트들한테 관심 가지는 거. 음, 오케이. 좋아.”
한 손에 들고 있던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반가을 대표가 느슨하면서도 뼈 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런데 내가 겨울 씨가 처음 우리 회사 왔을 때도 그랬잖아.”
반가을 대표가 온라온과 비슷하게 풍파를 겪고 시드로 온 소속 연예인의 이름을 언급하자 직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어렸다.
“안 그래도 수많은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한테 피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오는 과한 관심은 맹독이라고.”
지금에 이르러 알트로 인한 구설수와 외압에 시달리던 과거 일을 어느 정도 딛고 일어나 명실상부 시드 엔터를 책임지는 대표 가수 한 명이 된 권겨울 역시, 시드 입사 초기 비슷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기에 권겨울은 시드 엔터에게 있어 자랑스러우면서도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이런 일 처음 겪는 일도 아니잖아. 이왕 신경 쓰는 거 우리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 써봅시다. 알겠지?”
“넵.”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딱 와닿는 설명은 아니라, 비교적 최근 들어온 직원들은 약간은 감이 안 왔지만, 눈치껏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들에게는 옆자리에서 슬쩍슬쩍 눈짓하는 기존 직원들이 친절히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세일 씨 콜라보 건 말인데…….”
오르카를 제외한 시드 엔터 소속 아티스트들과 관련한 사항들도 빠짐없이 확인하며 빠르게 흘러간 회의 막바지.
반가을 대표가 오르카 컴백을 준비하는 사이 살이 쪽 빠진 주열음 이사에게 과장된 태도로 손가락을 걸어가며 하루라도 빠른 인력 충원을 약속하면서 약간은 무거웠던 분위기를 환기했다.
회의를 파한 반가을 대표는 자기 일로 돌아가기 전, 직원 한 명에게 따로 지시했다.
“그리고 요한이 오면 나한테 좀 오라고 얘기해 줘.”
반가을 대표는 늘상 그랬듯 차분한 표정에 평온한 어조였지만, 어쩐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직원은 느낀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 * *
그날 저녁.
대표실 문 앞에 선 반요한이 얼마 전에도 두드렸던 문을 빤히 바라봤다.
한창 사생들이 숙소에 침입한 문제로 혼란하던 밤에 이루어진 첫 번째 방문은 자신이 먼저 고모를 찾아갔었다.
반가을 대표가 곳곳에서 수시로 오는 연락을 받느라 정신이 없어 막상 가서도 특별한 얘기는 못 하고 시간만 보내다 나왔지만.
그래서인지 두 번째 방문인 이번에는 반가을 대표 쪽에서 먼저 자신을 불렀다.
말을 전해주던 직원의 눈치를 보아 그리 좋은 일은 아닐 듯했다.
똑똑.
“고모, 나 들어가.”
안에서 그러라는 반가을 대표의 허락이 떨어지고, 반요한은 이내 문을 열고 들어갔다.
“거기 앉아.”
“응.”
부른 쪽에서 먼저 말하려니 싶어 반요한이 잠시 기다리니 안경을 벗어 놓은 반가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정원이 기억나지?”
하루아침에 언질도 없이 바다 건너로 유학을 가버린 또래 친척을 떠올린 반요한이 자기도 모르게 찡그린 미간을 반듯하게 펴며 부드럽게 답했다.
“기억하지. 걔는 갑자기 왜?”
“요새 고모는 네 행실이 그때랑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그 말에 반요한은 자기가 반가을 대표를 찾아가 이야기하고 필요하다면 상담이라도 받으려던 걸, 그사이 누군가 선수 쳐서 전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내가 먼저 얘기하려 했는데. 그새 그걸 다 얘기했어? 강지우 안 되겠네.”
반요한이 대수롭잖은 투로 상대를 떠보듯 대꾸한 것에 반해.
반가을 대표의 눈빛은 틈 없이 날카로웠다.
“요한아, 내가 지금 너랑 농담이나 하려고 이렇게 바쁠 때 따로 부른 거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반가을 대표는 무척 바빠 대표급이 할 필요 없는 일까지 직접 손대고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약속했던 대로 인력 충원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아이돌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대뜸 업계 최고 주열음 이사를 데려온 그녀 눈에 차는 수준의 인재를 고용하는 게 또 쉽지 않다는 게 또 다른 고민이었다.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회사 사정을 헤아리던 반가을 대표의 상념을 깬 것은 막혔던 걸 툭 뱉어내는 듯 튀어나온 반요한의 한마디였다.
“……알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
본인이 직접 말한 저 한마디로 요약 가능한 반요한의 성향을 잘 아는 반가을 대표는 저 고집불통을 어떻게 타이르면 좋을지 벌써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러나 그녀 또한 반요한을 보고 상대해 온 세월이 길었다.
“네가 잘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고…….”
“안 그만뒀어. 내년에 복학할 건데.”
“뭐?”
묘하게 반발적인 어조 때문에 입대 시기 유예하는 목적으로 학적 유지한다는 소리를 순간 아이돌 그만둔다는 줄 알고 깜짝 놀란 반가을 대표가 관련 사항을 중얼거렸다.
“아니, 해야지. 너희 대학은 휴학 기간도 올해로 끝이니까 아예 자퇴하고 편한 데로 편입할 거 아니면 내년에는 해야 하기는 하는데…. 맞아. 하기로 했다. 너희 아버지도 대학은 무조건 차질없이 졸업시키라 했고……. 내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잠시 뒤 말뜻을 깨닫고 정신을 차린 반가을 대표가 뺀질거리는 반요한의 잘못에 괘씸죄를 더하며 반격을 개시했다.
“네가 아이돌을 정말 많이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지우 들먹이면서 거짓말한 것도 내가 모른 척하고 너희 가족도 설득했어.”
와,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내가 강지우 들먹이면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일단 뻔뻔히 오리발을 내밀어 봤지만.
“지우가 8년 동안 고생하는 걸 네가 보기는 언제 봐.”
“내가 봤…을걸?”
반가을 대표가 보인 예상외의 정확한 정보력에 조금 놀란 반요한이 말을 모호하게 늘렸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 것이 있는 반가을 대표가 코웃음을 쳤다.
“요새는 8년 중에서 4년 넘게 연락 끊겼다가 3년 좀 더 겨우 알고 지낸 것도, 8년 동안 봤다고 치니?”
반요한은 꽉 막힌 부모님을 자신의 편에서 설득해 줄 반가을 대표를 앞서 설득할 때 벌였던.
감정에 호소하는 작전이 완전히 들통났음을 깨닫고 한 번만 봐달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미소 작전은 누가 봐도 한 번쯤 말을 걸어볼 만큼 귀여운 아이였던 어렸을 때나 통했지.
몸이 클 대로 커버린 요새는, 적어도 반가을 대표를 상대로는 타율이 영 아니었다.
오히려 역효과였다.
“야……. 너 진짜.”
넌지시 들었던 소식이 진실임을 확인한 반가을 대표가 배신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연락이 뚝 끊겨 버리는 바람에 반요한과 강지우가 한동안 서로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살던 것과는 별개로.
두 사람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인 것은 주위에 알려진 대로 진실이지만.
강지우 쪽도 하나하나 따지기 귀찮아하는 성격이라 자신을 그럭저럭 반올림해서 십년지기 취급하고 있는 것 역시 대충 맞는 말이지만.
적어도 데뷔조에서 탈락하고 SS 엔터를 나온 강지우에게 했던 권유와 조언이 가수로서의 진로와 미래에 만날 귀여운 동생들을 모두 잃을 뻔했던 강지우에게 큰 도움이 됐을 거라는 것 또한 거짓 없는 사실이지만!
“…….”
앞서 괜히 혀를 놀렸다가 반가을 대표 화만 돋운 이 상황에는 무슨 말을 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
반요한은 그냥 얄미워 보이기만 할 미소를 지우고 입을 다무는 쪽을 택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