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6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69화
반가을 대표가 아끼는 마음에 비례해 속 썩이게 하는 조카를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네 아빠랑 올케 설득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나 있니?”
물론 모르지 않았다.
아무리 반요한이 자기 권리를 가질 만큼 가진 성인이라지만.
반가을 대표 입장에서는 그의 말처럼 그냥 모른 척 자기가 도장 찍었다면서 데려올 수는 없었다.
반가을 대표가 우리 집안에서 딴따라는 절대 안 된다는 옛날 사람들 모셔 놓은 자리에 반요한도 동석했었다.
귀한 아드님을 멀쩡히 다니던 좋은 학교 그만두게 하고 조촐한 회사에 보내주십사 청하는 그 숨 막히는 자리에.
몇 시간 동안 논리적인 설득과 사람 하나 해치고도 남을 협박을 포함해 온갖 말이 오갔지만.
안 받아주면 당장 대학 자퇴서부터 내겠다고 말도 안 되는 강짜를 부리는 자식새끼 고집을 끝내 못 꺾어 마지못해 허락해 주기는 했다.
‘설에도 빨리 대학 졸업이나 하라고 성화였던 걸 보면 아직도 포기 못 하고 하루빨리 우리 그룹 망하라는 천일기도나 지내고 있을지도…….’
어쨌거나 본인 조카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이성과 술책으로 똘똘 뭉친 애라는 걸 잊고.
반요한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감정적으로 나오던 설파를 최근까지도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사실에 반가을 대표는 멀쩡했던 뒷골이 다 땅기는 듯했다.
‘내가 믿을 사람이 없어서 머리도 클 대로 다 큰 쟤를…….’
아니다.
이제 와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차피 반요한을 오르카에 넣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런 생각으로 반가을 대표가 약간 진정한 기색이자.
강지우와는 그가 아이돌 할 거라고 자기 부모님 설득할 때부터 알고 지냈음을 반요한이 조심스럽게 어필했다.
“오히려 사이에 어중간하게 간격이 있어서 걔랑 내가 아직 친구로 남아 있는 거지.”
반요한과 강지우가 절친한 것은 사실이었고.
두 사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각 없이 가볍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일에 있어서는 마치 영혼의 쌍둥이처럼 죽이 잘 맞았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지지리도 안 맞는 성향이라, 지금처럼 그룹으로 묶인 게 아니라 계속 둘이서만 알고 지냈다면.
진작에 무슨 일로든 중재할 사람 없이 거하게 싸워 불구대천의 원수로 관계를 최종 갱신하고 각자 인생 살았을 유감스러운 미래가 반요한은 훤히 보였다.
“아니었으면 우리 회사에는 오르카는 당연히 없었을 테고 애들은 결이 따돌리던 놈들이랑 같이 데뷔했다가…….”
“알겠으니까, 입.”
두 손으로 자기 입을 막은 반요한을 보며 “이 화상아” 하고 중얼거린 반가을 대표가 한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했던 말이 순전히 다 개뻥은 아니다, 이 말이지?”
그 내용은 전혀 차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서 긴장이 풀어진 반요한이 도로 웃었다.
“개뻥은 아니고 조미료 정도.”
“……내가 너 때문에 진짜! 너 그렇게 쓸데없는 거짓말이나 할 정도로 고모가 안 미더웠어? 내가 평소에 네 말 같지도 않은 얘기를 얼마나 잘 들어줬는데 이러기니?”
반가을 대표는 아무래도 좋은 조잡한 거짓말 그 자체보다는 반요한이 어렸을 때부터 쭉 봐온 자신을 완전히 믿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배신감 쪽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 감정을 느낀 반요한이 얌전히 말했다.
“미안해. 그럴 필요 없는 일이었는데. 그때는 아이돌 하는 거 허락 안 해줄 거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나 봐.”
흥분한 사람 김빠질 만큼 순순히 흘러나오는 사과에 사감을 뒤로 미룬 반가을 대표가 심사를 완전히 가라앉히고는 물었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올 시간이었다.
“그럼 그때 했던, 앞으로 아이돌에 대해 더 알고 싶고, 이 일 진지하게 하고 싶다던 얘기는 어떻게 된 거야.”
가만히 반가을 대표의 다음 말을 기다리던 반요한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그건.”
“그것도 조미료야?”
반요한은 조금 전보다는 확연히 차분해진 태도로 답했다.
“설마 설득하는 근거 하나 틀어졌다고 그때 했던 말을 전부 헛된 거라고 받아들인 건 아니지?”
역시나 일종의 롤
모델로 보고 자란 사람을 닮아 내용은 영 부드럽지 못했다.
“물론 아니야.”
그런 사소한 오해를 하기에는 서로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눠 온 시간이 길었다.
“그런데 나는 어찌 됐든 네 부모님이 나를 믿고 맡겨 주신 이상, 네 생각을 명확히 확인해 둘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네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해해.”
“그럼 이제 말해봐.”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반요한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모,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한테 있어서는 재미있어 보이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게 가장 크고 결정적인 동기야.”
그 점은 반가을 대표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이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
“그러니?”
“어. 솔직히 순수하게 아이돌로 성공하고 싶다는 목적으로만 데뷔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이 일에 크게 간절하지는 못해서 다른 사람들이 백만큼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치면 나는 기껏해야 삼십 정도밖에 안 되겠지만.”
반요한은 단조롭게만 들리던 어조에 약간의 힘을 실어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나한테 진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잖아. 나한테는 그 삼십이 전부고 제일 큰 거란 말이야.”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지?” 하고 묻는 반요한에게 반가을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고모는 내가 이렇게 뭘 열심히 하는 거 본 적 있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열정이 과포화된 사회에서 반요한의 한량 같은 태도는 열심 축에도 못 들겠지만, 반가을 대표는 너그러이 고개를 끄덕였다.
“없지. 뭘 하든 건성건성. 학생 때야 시키는 공부나 설렁설렁하면 되지만, 커서는 대체 뭐가 되려나 싶었는데.”
“뭐든 될 거야.”
‘무엇이 되겠다’ 혹은 ‘무엇을 이루겠다’와 같은 비전을 중요하게 여겨 세상에서 유일하게 반요한의 인생을 걱정해왔던 사람인 반가을 대표는 그 대답에 흡족해했다.
그녀의 조카는 여태까지 흥미 본위로 굴러가는 인생에 목표를 세웠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반요한의 의사를 확인하고 대화의 주도권을 잡아 오는 것에 어느 정도는 성공한 반가을 대표가 약간은 안도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다던 애가, 정작 그룹 활동하니까 한참 어린 동생한테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 해서 상처 주고 그래?”
“강지우가 고모한테 대체 뭐라고 했는데?”
말해주지도 않은 정보원을 강지우라고 단정하는 것을 지적할까 하던 반가을 대표는 괜히 피곤하게 언쟁을 벌이는 대신 질문에 순순히 답했다.
“가장 강렬했던 것만 말해주자면, 네가 사고당했다가 막 눈 뜬 애한테 최악의 모습이었다고 몰아붙였다는 거.”
“…….”
“알고 싶은 걸 어떻게 참냐고 했지.”
반가을 대표가 손깍지를 낀 두 손을 두 사람 사이를 나누는 책상 위에 턱 올렸다.
“되고 싶다는 게 기자였니?”
오늘따라 고모의 말에 뼈가 더 잘 느껴지는 걸 보면 이번 일로 자신도 무언가 느끼기는 한 모양이라고, 반요한이 생각했다.
“…….”
하지만 혼나다 보니 억울한 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
“걔도 나한테…….”
온라온이 반쯤은 본인 의지로 계단 아래로 몸을 던졌고, 그 과정에 반요한 자신을 일종의 보험으로 썼다는 사실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반가을 대표에게 말할까 싶던 반요한은 말을 멈췄다.
그 끔찍한 사고에 온라온 본인의 뜻이 어느 정도 개입되었다는 것은 멤버 중에서도 강지우와 견성하 정도만 조심스럽게 짐작하는 사실이었다.
믿고 싶지 않아서, 아주 조금은 미지의 영역으로 영영 남겨두려는 까닭도 있었다.
만약 지금은 단순히 사고라고 반가을도 자신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시점부터 온라온이 새롭게 감당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사실을 자각한 반요한은 그 일을 계속 함구하기로 했다.
온라온에 대한 반가을 대표의 신뢰 하락이라든가, 과정에서 크게 다친 이영민의 처우라든가.
‘그러고 보니 그 형도 되게 이상했는데.’
물론 이영민을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그를 수상하게 여겼으니 반요한이 그를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너한테 뭐?”
반가을 대표가 말을 하다만 반요한을 이상하게 여겨 재촉했다.
“걔도 나한테 잘못한 일 있어.”
“그게 뭔데?”
예상 못 한 것은 아니지만, 답하지 못할 질문이 바로 돌아오자 상당히 난감해진 반요한이 입을 꾹 다물었다.
“내가 지금 일곱 살짜리랑 얘기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현타가 온다.”
“나 고모한테만 어리광부리는 거 알잖아.”
“위튜브에 네 이름 치면 수능 만점 아이돌 썰 다음으로 나잇값 못하고 땡깡 부리는 거 모아둔 동영상이 제일 위에 나오는 거 나도 다 알거든?”
그녀 입장에서는 징그러워서 차마 영상을 재생할 생각까지는 못 해봤지만…….
“그래서 라온이가 잘못했다는 게 진짜 뭔데?”
“뭔지는 말 못 해. 그런데 나는 웃고 넘어가고 싶지 않고 그럴 수도 없는 정도의 잘못이야.”
“그 잘못이 라온이 사고와 관련 있는 일이니?”
“그런 질문에는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 안 할 거야.”
이마에 주름이 잡힌 반가을 대표가 연이어 물었다.
“그럼 바로 그 잘못 때문에 네가 그때 최악이라는 둥, 사람 기만했다는 둥 말한 거고?”
“응.”
“왜 그랬어?”
“분명히 내가 잘못한 일이라고는 생각해.”
“그런데.”
“그래도 고모, 나라도 항상 대인 관계에 있어 이성적인 건 아니야.”
“…….”
“나는 그때 대단히 화가 났고, 온라온이 내게 저지른 행동을 내 나름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어.”
매끄럽게 흘러나오는 문장 곳곳에 채 녹지 않은 서늘함이 배어 있었다.
“그렇게까지 한 마당에 내가 추가적인 가책을 느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돼서 전에 고모 보러 왔던 건데.”
“음.”
“혹시 몰라 말하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그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사과했고, 사과도 받았어.”
“그렇게까지 정리했는데도 네 마음에 아직 걸리는 게 있다면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거겠지.”
“예를 들면…….” 하고 뜸 들이던 반가을 대표가 신중히 물었다.
“요한이 너, 네가 혼자 생각해서 정해 버린 게 무조건 맞다고 밀어붙이지는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