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0화
침묵하는 반요한을 향해 반가을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너도 알 거 아니야. 다 떼어놓고 공적으로만 봤을 때, 그룹이 문제없이 오래 굴러가려면 멤버들끼리 잘 맞아야 한다는 거. 아니, 잘 맞지 않더라도 적어도 부딪히지는 말아야 한다는 거.”
멤버 사이 불화로 계약 기간 도중에 와해하거나 재계약에 실패한 그룹들은 많았다.
“안 맞는 거, 그럴 수 있어. 내가 봐도 넌 세상에 맞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고모, 나도 상처라는 걸 받는 사람인데…….”
반가을 대표가 기도 안 차는 소리를 흘려넘겼다.
“그런데 너는 그 간극을 어떻게 잘 조절하려는 게 아니라, 아예 무시해서 빈 곳으로 둬버리거나 가끔은 다른 사람 귀퉁이를 부숴서라도 억지로 너한테 맞춰버리려는 성격이잖니.”
여태까지는 후자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 문제로 한 번 크게 낭패한 이후로 반요한도 어떤 사람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웬만해서는 번거롭게 충돌하려 들지 않았다.
‘너는 그래라, 나는 간다’같이 느슨하고 방관적인 태도로 무시해 버리는 편이었지.
반가을 대표가 보기에 어느 쪽도 썩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다.
“계속 그러면 네가 되고 싶은 거든, 하고 싶은 거든, 뭐든 이루기도 전에 정말 너 하나 때문에 팀 파탄 날 수도 있어.”
물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벌어질 기미라도 보일 경우 주위 사람들이 나서서 어떻게든 중재하겠지만, 반가을 대표는 부러 강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너희 사이에 있던 일을 모두 아는 건 아니지만, 네가 이제까지 어떤 식으로 그 애를 대해왔는지는 대강 알 것 같은데.”
“…….”
“그때 일 하나만이 문제는 아닐 거야. 무언가가 계속 쌓이고, 쌓였겠지.”
그 말을 들으며 말없이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반요한이 자리에서 곧 일어날 사람처럼 앞에 있던 물잔을 완전히 비웠다.
“알았어. 조언 고마워.”
“이거면 됐니?”
“응.”
그럴 리가 없는데…….
“그리고 나 하나 궁금한 거 있는데.”
조카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던 반가을 대표가 이어지는 말에 그럼 그렇지 하고 답했다.
“어떤 거.”
“고모도 사실 성격 별로 안 좋고 생각 안 거치고 말 막 하잖아. 그러니까, 일할 때 말고 사적으로 아는 사람들한테 말이야.”
“오냐오냐해 줬더니, 죽을래?”
자신의 평을 들은 반가을 대표가 퍽 억울해 보여 반요한은 자기 휴대폰을 꺼냈다.
그러고는 얼마 전에 반가을 대표를 졸라 싹수 있는 편곡자 자격으로 들어가게 된, ‘이왕이면 모르는 게 좋았을 인연’이라는 제목의 작곡가 단톡방에 들어가 최근 올라온 채팅을 쭉 보여주었다.
자신과 단톡방 멤버들이 주르륵 보낸 썩 어른스럽지 못한 채팅들을 확인한 반가을 대표가 반요한을 단톡방에 불러들인 것을 후회하며 물었다.
“……하려는 말이 뭐니?”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고모를 계속 받아주는 거야?”
단순히 업계에서 권위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다기에는 넌지시 알게 된 다른 단톡방 멤버들도 꽤 쟁쟁한 커리어를 보유했다.
“일단 나는 너 정도로는 성격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반요한이 보기에 제멋대로 구는 정도의 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은 그 이후로 밥 한 숟갈 뜨는 작은 행동까지도 미워 보이게 되어 있다.
반가을 대표 역시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어서 그다지 조심성 있고 신중한 성격은 아니라 알고 지내며 사람 기분 제법 상할 만한 언행 한두 번쯤은 했을 게 분명하다.
반요한은 그렇게 짐작했고 이는 정답이었다.
“왜 받아주냐고?”
“응.”
“너한테는 너무 어려운 개념일 수도 있고, 반대로 날로 먹을 만큼 쉬운 소리일 수도 있어서 대놓고 말해주기가 좀 그런데…….”
반가을 대표는 자칫하면 쓸데없이 자존감 높은 조카가 모처럼 가지게 된 자아 성찰의 기회를 날려 버리고 도로 기고만장해질까 봐 심사숙고하며 말을 골랐다.
“뭔데 그래?”
잠시 뒤, 반가을 대표가 입을 열었다.
“아까 라온이가 했다는 가장 큰 잘못 있잖아.”
“응.”
“너는 그 일 때문에 라온이가 이제는 꼴도 보기 싫어졌는데도 어쨌든 같은 팀이니까, 억지로 참고 지내는 거니?”
“그건 아니야.”
“그거랑 똑같은 거야.”
이번에는 반요한의 잘난 두뇌도 새로 알게 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얼마쯤 시간이 걸렸다.
대체 뭐가 똑같단 말인가?
“네 수준으로도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한테는 그만큼 너그러워진다는 거지.”
이때의 가치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가 정해주는 급 따위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무엇보다도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자기 자신만의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거라고 반가을 대표가 상냥히 덧붙였다.
“걔들은 그래서 내 고집이나 성질을 그렇게 받아주고 있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고.”
그녀의 말은 알 듯 말 듯 하게 들렸다.
“앞에 실컷 했던 말들이랑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은.”
“…….”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다른 사람이 가진 부족함도 적당히 이해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세상에 나랑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맞는 짝꿍 같은 건 좀처럼 없으니까. 반가을 대표가 덧붙였다.
“살기 힘드네.”
그럴 바에는 그냥 혼자 사는 게 훨씬 남는 장사 아니냐며 반요한이 회의적으로 말했다.
“그렇게 치면 넌 이미 힘들게 사는 거지.”
“왜?”
“라온이가 저지른 게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잘못이었는데도, 너는 이미 그 정도는 네가 감당할 수 있고 받아들이겠다고 여기고 있잖아.”
“…….”
“그러니까 어쩌면 너랑 그 애도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안 맞는 건 아닐지도 몰라.”
“그런가?”
“글쎄. 난 라온이가 아니니까 확답은 못 주겠고, 결론.”
다시 울리기 시작한 휴대폰을 흘긋 본 반가을 대표가 빠르게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너 하고 싶은 대로 살면서 지낼 거라면 그 애도 너한테 그만큼 가치를 두고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이제 가서 열심히 반성이나 하라며 반가을 대표가 조카를 매몰차게 내쫓았다.
쫓겨난 반요한은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긴 고찰의 결과는 이러했다.
‘대법원도 인간관계 문제는 판결 못 내준다.’
두 사람 중 누구의 잘잘못이 더 크고 심각하며 이후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백날 따져봐야 열 명에게 물어봤을 때 열 명 모두가 동의할 만큼 완벽한 답이 나오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꼴사납고 밉살스럽게밖에 안 보이는 투정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듯이.
결국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다.
그리고 그 답 없는 난제 속에서 그나마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가능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고의성이다.
자신의 언행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분명히 알았느냐, 몰랐느냐.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하여 잘못이 아니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나, 면책 사유 정도는 충분히 될 수 있었다.
반요한의 경우에는 당시에는 일의 결과를 자신할 수 있을 정도로 제 행동이 불러올 여파에 대한 계산을 끝마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그 당시의 온라온은?
“…….”
반요한은 비로소 명확히 가려내야 할 지점을 잡아낸 기분이 들었다.
* * *
한편, 간만에 한숨 푹 자고 느지막이 일어난 온라온은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 아침 겸 점심을 대강 먹은 뒤 묵혜성의 차를 얻어 타고 숙소로 출발했다.
“숙소는 지금 안 쓰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네. 근데 깜빡하고 못 가져온 물건이 있어서요. 숙소에서 내려주시면 혼자 갈 수 있어요.”
스케줄이 없어 더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어제와는 달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제법 강하게 들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 됐나.’
고민하는 사이에 숙소 근처에 도착했다.
일 보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는 온라온의 설득에 묵혜성은 이 길로 본인 스케줄을 위해 갈 예정이었다.
“진짜 폐 많이 끼쳐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폐 아니었고, 또 와.”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요.”
미미하게 웃은 묵혜성이 얼른 들어가라는 듯 눈짓했다.
그러나 40분 뒤.
“…….”
숙소 건물에서 혼자 짐을 챙겨 나오는 온라온의 표정은 들어갈 때와 사뭇 달라, 마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건물 안에서 알게 된 어떤 진실 때문이었다.
“…….”
피가 돌아 조금 붉어져 있던 양 뺨은 택시를 잡아타고 회사로 가는 내내 느리게, 그리고 조금씩 가라앉았다.
회사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그는 로비에서 휴대폰을 들고 얼쩡거리던 반요한을 마주쳤다. 반요한은 마치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보였다.
다만 공교롭게도 반요한은 온라온이 지금 느끼는 분한 감정의 원인이었다.
얼굴을 마주하니 겨우 진정시켰던 속이 다시 뒤집어지는 것 같았다.
“…….”
그러나 팀 분위기를 생각해서라도 녀석과 이 이상 마찰을 빚고 싶지는 않았다.
온라온은 촉발된 감정을 내색하지 않고 일단은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
“안녕. 우리 얘기 좀 할래?”
반요한이 말을 걸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응, 안녕. 미안해.”
가다듬을 새도 없이, 삐딱한 말이 욱하고 튀어 나갔다.
“뭐가?”
얘기 좀 하자는 말에 자판기 버튼을 삑 누른 것처럼 대뜸 사과가 튀어나오자 반요한은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온라온이 왼손을 들어 올렸다.
검지에서 탈 없이 반짝이는 은빛 팀 반지.
자신의 손가락에도 걸린 그것을 보며 반요한은 무언가 일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