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6화
“잘했어, 라온아.”
“엄청 잘 뛰던데?”
인터뷰를 마치고 우리 팀석으로 돌아오자 다른 팀원들이 잘했다면서 나를 반겼다.
“올해 응원가 어게인이네. 잘됐다.”
“아, 감사합니다.”
나처럼 내심 자기들 곡이 나오길 기대했을 다른 선배들 앞에서 크게 좋아하는 티는 안 냈다.
그래도 내가 청팀 응원가를 처음으로 듣게 했고, 그 응원가가 어게인이기까지 하다는 사실이 꽤나 기분 좋았다.
“야, 안 친하다며?”
얼마 뒤 우리끼리 있을 시간이 나자, 견성하가 뚱한 얼굴로 물었다.
강지우는 주위에 다른 사람도 많으니 너무 크게 말하지 말라는 주의를 주면서도 견성하가 제기한 의문에는 이견이 없는 듯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안 친하지.”
“근데 아까 그건 뭐였어?”
“누가 보면 너 완전히 흑팀인 줄 알겠던데.”
“나는 안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쟤는 그렇게 생각 안 하나 봐.”
나는 고경윤의 이상 행동을 모두 녀석 탓으로 돌렸다.
이상한 놈이나 돼버려라.
어차피 얘네가 인터넷으로 달려가 사실 온라온이랑 고경윤 친한 거 아니라는 글을 올릴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말해 둬도 문제는 안 되겠지.
그러자 멤버들이 착잡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넌…….”
“뭐.”
견성하가 대표로 말했다.
“호구냐?”
“뭐?”
호구라니?
호구라니….
호구라니!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욕을 들은 나는 곧바로 정색했다.
“그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거든?”
다른 사람이 그런 소리 했으면 얄짤없었는데, 멤버니까 한 번은 봐준다.
“그냥 나 힘들 때 도와줬던 사람이라 나도 한 번 도와주는 거야. 전에 활동기라 바빴을 때 걔가 가이드도 따줬고.”
추가로 지금 고경윤이 처한 상황을 말해주자 다들 어느 정도 사정을 이해한 것 같기는 했다.
“그럼 진짜 친한 건 아니겠네.”
“저얼대 아니야.”
“아까 기분 나쁘지는 않았어?”
서문결의 물음에 괜찮다는 답을 돌려주고, 기분 나빴으면 솔직히 말해달라는 말에도 또 한 번 괜찮다고 할 때.
“막내야.”
강지우가 나를 비장히 불렀다.
“내가 전에 뭐랬어. 사람 사귈 때는 조심하라고 했잖아. 이 바닥은 특히 이미지 좋고 안 그래 보여도 나쁜 사람 많으니까.”
강지우가 주위에 들릴 걸 우려하는지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로 예전에 그가 했던 당부를 내게 상기시켜 주었다.
“걔가 짜증 나기는 해도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나쁜 사람이 아니라니…!”
강지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럼 자기 팀 내버려 두고 남의 팀 막내한테 와서 이상한 수작 부리는 그게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지. 내가 봤을 때 알고 지내면 좋은 사람 절대 아니야. 막내야 형 믿지?”
강지우는 근래 들어본 것 중 가장 빠른 말과 좋은 사람이 아니면 나쁜 사람이라는 기가 막힌 이분법으로 고경윤이 무척 나쁜 사람임을 주장했다.
그런 강지우를 가만히 바라보던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형은 그런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아까 그 사람한테 자기 차례 뺏겨서 사적인…….”
무덤덤한 촌철살인에 강지우가 짓고 있던 사람 좋은 미소에 금이 갔다.
“결아.”
“왜?”
“쉿.”
“응.”
강지우가 서문결의 어깨를 토닥이며 “우리 결이가 눈치가 많이 늘기는 늘었는데…….” 하고 푸념하는 소리를 실없이 웃으면서 듣던 나는 오늘따라 반요한이 말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눈치챘다.
“형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아직도 영 불만인 것 같은 견성하의 재촉에 반요한이 단조로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되지 않나. 얘가 진짜 주는 대로 다 받고 달라는 대로 냉큼 주는 호구였으면 나랑 싸울 일도 없었겠지.”
저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반요한이 나를 호구로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만큼은 달가웠다.
그래도 만약에 누가 너 괴롭히면 얘기하라며 그다지 진지하게 들리지는 않는 느슨한 어조로 자기 할 말을 마친 반요한은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흔히 말하는 조울증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어도.
반요한 이 녀석도 은근히 자기 좋을 때와 아닐 때가 크게 왔다 갔다 하는 성격이다.
‘그러고 보니 얘 이렇게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거 싫어하지 않았나.’
반요한은 지금도 그럭저럭 부드러운 낯을 유지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녀석이 사방에 있는 카메라나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표정을 관리하고 있을 뿐.
사실은 무척 저기압이라는 사실은 금세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작진이 조용히 시킬 때를 제외하고는 함성과 응원 소리로 인해 정신없는 시장통 같은 현장 분위기가 자기 나름의 질서를 추구하는 반요한과는 잘 안 맞는 모양이었다.
친해져야 하는 상대나 자리가 지정되어 있던 지난 아이돌 예능 대전 촬영 때와 달리,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팀별 공간에서 적어도 수십 명의 팀원과 계속 개인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혼잡한 현장 상황도 그렇고.
내 시선을 눈치챈 반요한이 짤막하게 말했다.
“별거 아냐. 시끄러워서 그래.”
저 봐.
웅성거리는 수준의 적당한 소음이면 몰라도.
지금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는 분위기와는 별개로 사방이 지나치게 시끄럽고 번잡해서 과연 촬영은 잘되고 있는 건지 걱정될 정도이기는 했다.
사람들 다 보고 있는데 자기 혼자 귀를 틀어막을 수도 없겠지.
퇴근할 때까지 괴롭겠구만.
스륵스륵.
“……뭐 하니?”
이러면 좀 덜 들리지 않나?
동그란 머리에 후드를 팍 씌워주고, 삐져나온 앞머리를 후드 안쪽으로 비집어 넣어준 다음 마무리로 후드 끈까지 꽉, 조여주니.
소음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처음의 선량한 의도와는 달리 꽤 웃긴 꼴이 된 반요한이었다.
“푸흡.”
“…야.”
“푸하하하! 사진! 사진 찍자.”
아무래도 지금이 견성하에게 열심히 배운 셀카 기술을 써먹을 때 같았다.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켜고 이리저리 각도를 재며 셔터를 누르는 나를 바라보던 반요한이 떨떠름하게 말했다.
“너 그렇게 찍을 거면 폰 이리 줘.”
“괜찮지 않…….”
한편에서는 셀카 장인 견성하가 나를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않나 보네. 응.”
아직은 내 기술이 빛을 볼 때가 아닌가 보다.
반요한이 어디 흘리고 온 자기 휴대폰을 찾으러 간 사이.
좀 전에 찍은 사진을 확인한 나는 옆에 있던 견성하를 치며 정신없이 웃었다.
“아하하학! 반요한 진짜 웃겨!”
견성하도 같이 배를 잡고 웃어댔다.
“으하하하학!”
금방 돌아와 나와 견성하가 뒤집어지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반요한은 이내 진하게 웃으며 나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버렸다.
내가 당하는 동안 견성하는 응원전 연습하면서 새로 사귄 자기 친구들에게로 잽싸게 튀었다.
나쁜 놈.
나 처음 왔을 때는 그렇게 까칠하게 대했으면서 다른 아이돌 친구는 잘도 사귀는군.
물론 나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으니 혹여나 섭섭해하거나 서운해한다고 오해 말길 바란다.
“…아, 진짜.”
반요한은 휴대폰 화면 속에 나오는 자기 얼굴을 보며 흐트러진 앞머리를 후드 밖으로 꺼내 슥슥 다듬다가 돌연 어이가 없어졌는지 느슨하게 웃었다.
나는 그런 반요한의 몸을 에어리들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줬다.
이 멋진 꼴을 팬들도 보라는 친절한 배려였다.
우리가 뭘 하나 보다가 반요한의 모양새를 확인한 에어리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 * *
아이돌 체육대회 방청은 지루하고 지루할 만큼 긴 시간 동안 이날, 이 장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사소한 순간들을 때때로 직관하는 묘미가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반요한과 온라온의 모습에 응원석에 있던 에어리들이 곧바로 뒤집어졌다.
‘아악…! 귀여워!’
‘엄마…… 나 마음으로 낳은 애들이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아요.’
‘다 큰 남자들이 저렇게 귀여운 건 유죄. 무조건 유죄.’
그런데 실컷 웃고 나서 잠시 뒤에 보니.
‘늘어났어…?’
자기들끼리 뭐라 얘기하던 강지우와 서문결까지 후드를 뒤집어쓰고 끈을 꽉 조이더니 저 멀리 도망쳤던 견성하까지 붙잡혀 같은 모습을 하게 했다.
견성하는 돗자리에서 구르기까지 하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다른 세 사람에게 붙잡힌 채로 온라온의 간지럼 공격을 이기지는 못했다.
침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증식했다….’
‘증식했어…….’
‘우글우글하다…….’
언제부터인가 다른 청팀 소속 아이돌들까지 오르카를 따라 했다.
몇 분 뒤에는 거의 모든 청팀 아이돌들이 파란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오르카끼리만 그러고 놀았다면 에어리들 정도만 귀엽게 논다며 웃기고 말았을 테지만.
팀 전체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꽉 졸라맨 모습으로,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어깨동무하며 여자 피구 예선 경기를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멀리 있는 중계진이 주목하고 제일 웃기는 게 대회 출전 목표인 홍팀이 경계할 만큼 말이다.
– 청팀 지금 응원 열기가 아주 뜨겁습니다!
– 청팀 선수분들이 제가 보는 웹툰에 나오는 캐릭터들 같아서, 푸흡, 개인적으로는 웃음을 참기가 너무너무 힘드네요.
– 아, 홍팀 경계하나요. 홍팀 주장 우선과 부주장 지화, 청팀이 있는 방향을 열심히 째려보고 있습니다.
– 지금 피구 경기는 청팀 대 흑팀인데 말이죠.
– 아~ 홍팀! 질 수 없다! 꽃게 퍼포먼스로 응합니다! 정말 저런 거 하나는 열심히 준비했네요!
– 청팀! 세포들이 꾸물꾸물 모이더니 퍼즐게임 뿌×뿌×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똑같은 게 네 개 이상 모이면 터진다는 바로 그 게임!
– 얼굴이 하나… 둘… 셋… 터졌습니다.
– 어, 저기는 넷인데 왜 안 터지죠?
– 끝에 있는 라온 선수가 지금 너무 잘생겨 버리는 바람에 똑같은 얼굴로 인정이 안 돼서 터지지 않는 거라고 열심히 설명하는 청팀 주장 라비릭 라이.
– 그런데 설명해야 이해할 수 있는 개그는 실패 아니겠습니까.
– 하지만 전 사실 좀 예상해서요. 웃겼습니다.
– 사실 저도요.
– 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경기는 청팀 대 흑팀입니다. 청팀 대 홍팀이 아니고요.
그 과정에 오르카 멤버들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음을 놓치지 않은 에어리들은 멤버들이 청팀에 잘 적응한 것 같아 괜히 뿌듯했다.
물론 주장과 부주장이 속해 있는 라비릭이나 소네티 등 청팀 안에서도 인기있는 아이돌들이 먼저 나서서 우리도 해보자고 다른 팀원들을 독려한 것도 있지만.
오르카가 계기가 되어 다른 팀을 부추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었다.
자리에 있는 청팀 아이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응원했지만, 여자 피구 예선전은 아깝게 흑팀이 승리하며 끝났다.
– 올해도 흑팀은 기세가 예사롭지 않아요. 정말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반요한과 서문결이 몸 갈아가며 연습했던 농구 예선 경기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