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7화
올해 아이돌 체육대회 농구 경기는 넓은 경기장 한편에 설치한 농구 코트에서 치러진다.
오직 이곳에서만 촬영을 끝마치겠다는 제작진의 의지를 드러내듯 다소 생뚱맞은 곳에 임시로 설치되어 나중에 철거될 농구 코트에 출전 선수들이 모였다.
다행히 대충 골대만 세워두고 끝낸 게 아니라 전문 업체의 힘을 빌려 바닥재를 하나하나 깔고 코트를 조립해 낸 덕분에 조잡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 예선 상대는 백팀이었다.
얼마 전에 훈련하면서 했던 연습 경기에서는 우리가 약간의 점수 차이로 졌다고 서문결에게 전해 들었다.
방송 여건상 아이돌 체육대회 농구 예선 경기는 정식 규칙을 크게 바꾸어 전반전 10분과 후반전 10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결선 경기는 전후반에 각각 5분이 더해지긴 하지만.
예선에서 지면 고작 20분, 중간에 교체되면 그보다 더 못 뛸 경기 때문에 그동안 그렇게 빡빡하게 훈련을 해댔다니…….
방송국 갑 노릇 한번 대단했다.
참고로 먼저 진행된 흑팀과 홍팀의 경기는 강한 조직력과 피지컬로 팀 게임 최강자라고 불리는 흑팀이 그야말로 압승하며 끝났다.
홍팀이 최약체인 이유도 있지만.
원래도 강팀이었던 흑팀 사이에서 밥 먹고 농구만 한 건지 바인이라는 멤버와 함께 리프틴 대표로 출전한 징샤오가 아주 시합 내내 지치지도 않고 훨훨 날아다니더라.
‘체력 스탯 몇일까…….’
처참한 내 체력을 확인하고 난 이후라 그런지 아이돌들 뛰어다니는 거 보면 체력 스탯이 몇일지부터 궁금해졌다.
아무튼 경기가 끝나고 흑팀 농구 감독이 한 인터뷰를 들어보면 징샤오가 자기 아들이라도 된 양 엄청 예뻐하던데.
그러고 보니 쟤는 닭싸움에서도 날아다녔다.
전생에 닭이었나.
아니, 기럭지가 기니까 학이었을지도.
때아닌 추억에 잠기려는 찰나에 양 팀 선수들이 서로 마주 보고 인사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후 상황을 보니 반요한은 선발 출전이었고, 서문결은 일단은 안 나가는 건지 다른 선수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벤치 신세를 지는 것이 대부분의 운동은 웬만큼 하는 서문결의 실력이 뒤떨어져서라기보다는.
아마도 달랑 5명이 하는 경기에 한 그룹에서만 두 명을 동시에 내보내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인 듯했다.
애초에 자기들이 두 명이나 뽑아가 놓고 저렇게 대우하는 게 어이없기는 한데.
‘그래도 다행이다.’
서문결 표정을 보니 본인은 기껏 활동기에 시간 내가며 열심히 훈련했는데, 정작 본경기에서 벤치나 지키고 있는 상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그의 무릎 상태가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적어도 안전하기는 한 장외에 저렇게 앉아 있는 게 더 나아 보였다.
-2018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 농구 예선 두 번째 경기. 청팀 대 백팀, 백팀 대 청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캐스터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타이머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와아아아아아!”
“청팀! 청팀!”
“백팀 이겨라!”
청팀과 백팀의 시합이 시작된 지 어느덧 8분이 지나 10분짜리 전반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을 때.
‘이건…….’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이길 줄 알고 꽤나 여유로운 태도로 시합을 관망하던 백팀 감독은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저번 연습 시합 때와는 너무 다르지 않나.’
시합은 15점 차이로 청팀이 훌쩍 앞서가고 있었다.
탁. 백팀 선수가 자기 팀원에게 보낸 패스를 기다렸다는 듯 가로채는 청팀 선수가 보였다.
– 청팀, 이번에도 깔끔한 스틸에 성공합니다! 재빠른 공수 교대!
– 실제 농구 경기에서 이런 깨끗한 스틸이 자주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백팀 선수들은 패스를 주고받을 때 지금보다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팀이 비슷한 수준의 선수들한테 스틸을 여러 번 허용할 만큼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백팀 감독이 생각했다.
흑팀과 연습 경기를 했을 때도 선방했던 백팀이었다.
그런데…….
홍팀 다음으로 약팀으로 평가받는 청팀에게 아침부터 예선 탈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 청팀 재빈 선수, 회심의 2점 슛 아깝게 놓칩니다.
청팀도 백팀만큼이나 슛이나 패스워크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걸 보니 그 짧은 사이 청팀 선수들의 기량이 크게 상승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 지난번과 달라진 것은.
“이쪽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움직이는군…….”
“예?”
벤치에 앉아 있던 백팀 선수가 감독의 혼잣말을 듣고 물었다.
감독은 별다른 대답 없이 방금 골을 넣은 동료 선수와 두 손으로 하이 파이브를 하고는 저 멀리 달려가는 선수, 반요한을 보았다.
아무리 아이돌 체육대회에서 농구 훈련을 빡빡하게 시킨다고는 해도 어디까지나 본업이 따로 있는 아이돌의 기준에서였다.
실제 프로와는 기술이나 시합 이해도의 수준이 비할 바가 안 돼 막말로 공격하는 사람, 수비하는 사람 정도로만 포지션이 나뉘는 아이돌 농구에서.
‘저렇게 1번 가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아이돌을 볼 줄이야.’
복잡한 전술을 구사하는 건 아니었지만 엄연히 한 명의 포인트가드로서 감독의 지시와 본인의 즉각적인 판단에 따라 경기를 지휘하며 흐름을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요한이었다.
백팀 쪽으로 흐름이 넘어오려다가도 반요한이 바로 끊어버리니 역전의 수가 없다.
– 아~ 백팀, 청팀 코트로 진입하자마자 요한 선수에게 막혔습니다! 이러면 바로 돌아와야죠!
– 네. 바로 수비해야 합니다!
바로 이렇게.
다시, 청팀 선수 손을 떠난 농구공이 백팀 골대 안으로 부드럽게 빨려 들어갔다.
– 아치 선수! 레이업 슛 성공하며 점수 차를 더더욱 벌립니다. 이번에도 요한 선수의 기가 막힌 어시스트입니다!
– 작년까지는 저희가 청팀 서병철 감독님이 웃는 모습 한 번을 못 봤는데, 올해는 아주 행복해 보이십니다.
– 그와 반대로 백팀 유재혁 감독님 안색은 살짝 굳어 있네요.
– 백팀은 전반에서 어떻게든 점수 차를 좁혀야 후반에서 선수들 분위기가 살아나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이네요.
반요한이 벌써 몇 번째로 어시스트를 한 건지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었다.
게다가 반요한에게 자체 득점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없이 연습해야 나오는 매끄러운 폼으로 슛을 성공시켜서 카메라가 원샷을 잡으면 반요한은 보란 듯이 선명한 미소를 머금었다.
– 하하, 누가 보면 2점 슛을 넣은 게 아니라 20점짜리 슛을 넣은 것처럼 기뻐하네요.
[요한이 형 미소는 백만 불짜리 미소 ๑◠‿◠๑] [반요한 골인, 내 마음에 골인] [반요한의 반은 반하겠다의 반]휴대폰 전광판 앱으로 주접 문구를 띄우고 옹기종기 모여 청팀을 응원하는 오르카 멤버들이 카메라에 비치자 응원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평소에 재수 없다며 야박하게 대해도 일단 다른 아이돌들 사이로 내보내면 그 속내를 감추고 ‘우리 멤버가 제일 잘나가’ 모드가 켜지는 오르카였다.
한편으로, 그 모습을 본 백팀 선수들은 어쩐지 혈압이 오르는 것 같았다.
‘아니, 요한 님은 그냥 웃으시는 걸 텐데 나는 왜 열 받지?’
백팀 선수의 생각은 틀렸다.
반요한은 다분히 상대편 열받으라는 의도를 담고 웃었다.
오르카 멤버들이 자기들끼리 있을 때 대놓고 재수 없다고 평하던 미소에는 과연 상대 팀을 도발하는 효과도 있었다.
– 청팀이 19점 앞서나가며 전반전 끝납니다!
결국 반요한의 대단한 활약에 힘입어 전반전은 청팀의 리드로 종료되었다.
– 이야, 전혀 예상 못 한 결과인데요.
– 과연 백팀은 후반에서 역전에 성공할지!
– 5분 휴식 후 후반 이어가겠습니다.
“요한아, 잘했고 후반에는 빠져 있어라. 결선에서도 힘써야지.”
“네. 감사합니다.”
예선전 분량은 톡톡히 뽑았으니 반요한은 불만 없이 교체를 받아들였다.
포지션 상 운동량도 많아 10분 내내 뛰어다녔더니 솔직히 쉬고 싶었다.
“그리고 몇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반요한은 쉬는 시간 동안 감독과 선수들에게 백팀에 대한 정보를 부지런히 풀었다.
특정한 공격 패턴이나, 상대 선수가 가진 눈에 띄는 습관 같은 것들 말이다.
“마지막으로… 예준 님은 압박 들어가면 왼쪽부터 보고, 패스도 일단 그쪽으로 던지고 보더라고요.”
“아, 그래서 아까도…….”
청팀 감독의 지시대로 전반전 동안 반요한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던 청팀 선수들이 이제야 반요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오늘 하면서 다 알아낸 거예요?”
“아니요. 저번에 연습 시합 때부터 생각했어요.”
청팀이 짧은 시간 내에 달라질 수 있던 비결은 지난 연습 경기를 바탕으로 작전을 짠 반요한이었다.
아무래도 서로 특출난 에이스가 없고 시합 이해도가 낮은 아마추어들이다 보니 알아낸 약점을 조금만 조직적으로 파고들면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그 모습을 휴식 시간에도 쉬지 않고 돌아가는 카메라가 빠짐없이 담고 있었다.
* * *
반요한이 빠진 청팀은 전반전에 벌어두었던 점수 차를 거의 유지하며 백팀을 누르고 손쉽게 결선에 진출했다.
백팀은 전반전에도 수차례 막혔던 패스 대신 드리블로 공을 직접 운반하는 작전을 새로 시도하는 등 분전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후반 3분에 투입된 서문결에 의해 대부분 가로막혔다.
온라온과 곽상현은 조마조마하게 서문결이 뛰는 것을 지켜봤지만, 다행히 시합 중 다치는 선수는 없었다.
예상치 못한 승리의 주역인 반요한을 비롯한 청팀 농구 선수들은 팀원들의 환대를 받았다.
“뭐야, 왜 이렇게 잘해?”
“내가 잘한다고 했잖아.”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승리 팀 선수 인터뷰가 이어졌다.
– 이번 시합 MVP라고 감히 불러도 괜찮을 것 같은 청팀 오르카 요한 선수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 요한입니다.”
– 비록 후반전에는 안 나오셨지만, 전반전에 너무,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같은 남자지만 정말 반할 뻔했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 혹시 오늘 활약할 수 있었던 비결을 다섯 글자로 들어볼 수 있을까요?
“다섯 글자요.”
– 네. 다섯 글자입니다.
‘팀원들덕분’이나 ‘팬들의응원’ 정도의 답변을 예상한 무난하고 진부한 질문이었다.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생긋 웃은 반요한은 이내 입을 열었다.
“공…….”
손가락을 하나 접은 반요한이 잠시 뜸을 들였다.
‘공?’
마땅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어 귀를 기울이던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반요한이 남은 손가락을 마저 접어가며 천연덕스럽게 말을 이었다.
“교육의 힘.”
‘!’
[금발 수트 요한이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