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8화
공교육의 힘이라니.
이런 데서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단어의 조합이라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반요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능만점자로 각성했는지 아는 입장에서 납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니라 웃음만 나왔다.
그렇게 아이돌로서는 방송 역사상 최초로 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한 반요한은 중계진과 몇 마디를 더 떠들다가 인터뷰를 마쳤다.
다른 곳에서 경기를 관람한 흑팀 농구 감독은 자리로 돌아가는 반요한을 바라보며 “끙.” 하고 아쉬운 소리를 냈다.
흑팀 농구 감독의 본업은 반요한이 졸업한 고등학교 농구부 감독이었다.
몇 년 전.
흑팀 농구 감독의 후배로서 쓸 만한 인재를 호시탐탐 노리는 같은 학교 체육 전담 교사가 2학년에 농구 잘하는 애가 있다길래 누군가 해서 봤더니.
시험만 봤다 하면 1등급으로 도배된 성적표를 자연스럽게 받아 가는 우등생이어서 어이없어했던 기억이 났다.
– 너는 저런 애가 운동부를 할 것 같냐?
– 저도 웬만해선 공부에 뜻이 있는 애 두고 이런 말 안 하는데, 저 녀석이 진짜 잘한다니까요? 체육 시간에 하는 거 보면 이게 참 좋아요, 이게.
체육 교사는 머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 아직 키가 좀 작은 게 흠이긴 안데 골격 보면 앞으로 더 클 가능성도 있고 운동신경도 나쁘지 않아서 딱 반 년, 아니 석 달만 제대로 시켜 보면 경기 운영으로는 쟤 이길 수 있는 놈 없을 걸요. 1번 가드감이에요.
– 머리는 당연히 좋겠지. 전교 1등이라며? 그럴 리는 없겠지만 쟤가 진짜 농구 시작하기라도 하면 너 교장, 교감한테 뒤지게 작살난다, 인마.
후배에게는 그렇게 말해두기는 했지만 이름 석 자부터 범상치 않은 놈이 대관절 농구를 얼마나 잘하길래 저렇게까지 말하나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학교 정규 체육 시간에 뛰는 걸 슬쩍 봤는데 스킬은 같이 뛰는 농구부원에 크게 뒤지지 않았고, 특히 패스 돌리는 능력만큼은 비슷하거나 더 나았다.
솔직히 진짜 소질 있어 보였다.
‘전교 1등 밥 먹듯이 하던 자식이 대학까지 가놓고 갑자기 아이돌 같은 걸 할 줄 알았으면 그때 더 강력히 권해보는 건데…….’
한국 농구계에 신드롬을 불러올 수 있는 인재를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한편 오후에 있을 결선이 생각보다 골치 아파지겠다고 생각하는 흑팀 감독이었다.
* * *
반요한은 잠깐 돗자리에 누워서 팀원들의 극진한 부채질을 받으며 쉬다가 곧바로 다시 퀴즈 대회를 하러 나가야 했다.
“갔다 올게.”
우리는 퀴즈대회에 출전하는 팀원들을 배웅했다.
각 팀에서 25명씩, 총 100명이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퀴즈 대회 공간에 마음대로 흩어져 앉았다.
– 그럼 2018 아이돌 퀴즈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 첫 번째 문제입니다. 어떤 노래의 도입부를 듣고, 해당되는 곡 명과 가수 명을 적으세요. 노래는 총 3번 들려드립니다.
– ……♪
거의 노래를 틀자마자 끈 수준으로 도입부가 짧게 흘러나왔다.
강지우는 처음 듣자마자 주어진 화이트보드에 여유롭게 답을 썼고, 반요한은 마지막까지 다 들어본 뒤 신중하게 답을 적었다.
물론 3번을 모두 다 듣고 나서도 답을 모르겠는지 이게 뭐냐며 아우성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그래도 발매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고, 짧은 순간에도 어느 정도 특색 있는 요소가 들어간 곡이라 웬만큼 듣는 귀가 있다면 구별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이 와중에도 어떤 가상 악기를 써야 저 소리가 나오는지 생각하는 내가 싫다…….’
한때 완벽에 가깝게 지난 세계의 음악들을 복원하느라 하도 가상 악기들을 찾아댔더니 평소에 음악을 들을 때도 저건 어떤 걸 써야 하나 생각하는 이상한 버릇이 생겨 버렸다.
이처럼 퀴즈대회에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시사나 상식 등을 묻지 않았다.
‘괜히 잘못했다가 요즘 아이돌은 상식도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논란이라도 나면 모두가 곤란해지겠지…….’
대신 예능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연예계, 특히 가요계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가 나왔다.
– 정답은, 체리스틴의 헤이 두였습니다!
정답을 맞힌 사람은 자리에 계속 남아 있고, 틀린 사람은 아쉬워하며 팀원들에게로 돌아갔다.
나름 가요에 빠삭한 아이돌들이 출전했는지 첫 문제부터 자리로 돌아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나는 그 뒤로도 계속 자리에서 문제를 풀어봤다.
이쪽 세계의 대중 문화에 뒤쳐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한 덕분인지 모르는 문제가 거의 없었다.
급하니까 일단 외국 쪽은 건너뛰고 한국 대중문화만 집중해서 판 부작용도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멤버들을 비롯한 팀원들과 정답을 맞춰보는 내내.
“네가 이걸 어떻게 다 알아?”
“너는 왜 너네 나라 노래도 몰라?”
……같은 질문을 번갈아서 받아야 했다.
– 요한 선수, 아쉽게 14번째 문제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 개인적으로 우승후보로 점찍었었는데, 이변이네요!
14번째 문제에서 20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곡의 가사를 맞히지 못하고 탈락한 반요한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문제 유형이 뭔지 정도는 작년 방송만 봐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니 결과도 처음 나갈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했는지 본인은 탈락에 크게 미련이 없어 보였다.
“나라고 다 아는 건 아니야. 관심 없는 건 모른다고.”
그럼 평소에 뽐내던 잡학다식함은 대체 뭐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강지우는 백팀의 체이서 지현, 홍팀의 체리스틴 비나와 함께 마지막까지 남았다.
– 남은 인원의 과반이 탈락하며 17번 문제에서 최후의 3인이 가려졌습니다.
– 백팀, 체이서 주현! 청팀, 오르카 지우! 마지막으로 홍팀, 체리스틴 비나!
‘싹 다 고였군.’
앉아서 구경하는 입장에서 이걸 어떻게 아나 싶은 문제들까지 막힘없이 풀어내며 지금까지 남은 세 사람이었다.
– 올해의 케이팝 옥황상제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대체 왜 하고 많은 걸 두고 옥황상젠데……?’
같은 팀원들 중 저 기묘하게 거창한 옥황상제라는 칭호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아서 나는 우리 팀과 조금 서먹해졌다.
생존자들에게 각각 마이크가 주어지고 첫 번째로 강지우가 포부를 밝혔다.
“일단 주현 씨만큼은 이기겠습니다.”
강지우의 싸구려 도발에 체이서 주현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그럼 저도 지우 씨만큼은 이기겠습니다.”
마지막에 강지우가 혼자 체이서 데뷔조에서 떨어졌다고는 해도,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한 정이 꽤 깊어 보였다.
“그럼 옥황상제는 제가 할게요.”
그 사이에서 체리스틴 비나가 냉큼 자신의 집게 발… 아니, 손을 들며 날로 먹기를 시도해 웃음을 유발했다.
– 자, 다음 문제는 먼저 정답을 말한 두 분이 생존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집중해 주세요.
남은 세 사람이 워낙 박식해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 않자 제작진이 즉석에서 규칙을 바꾼 듯했다.
“형 파이팅!”
“파이팅!!”
“이건 무조건 쟁취해야 하는 마트 할인이라고 생각하고 손 들어요!”
견성하의 시시콜콜한 응원에 사람들이 웃었다.
– 그럼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한 첫 번째 문제 들려 드리겠습니다. 정답을 알 것 같으면 손을 들면서 자기 이름을 외쳐 주세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문제가 끝나자마자, 강지우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지우! 지우지우지우쥬쥬쥬쥬!”
과하게 흥분한 강지우의 부끄러운 모습에 나와 견성하는 응원하다 말고 고개를 숙였다.
– 네, 지우 선수. 한 번만 말해도 됩니다. 그래서 정답은요?
“정답. 백송 선배님의 나의 히아신스입니다.”
– 백송, 나의 히아신스…… 정답입니다!
거의 30년 전 노래를 저 형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 표정을 본 견성하가 말했다.
“지우 형 올드해서 차에서 맨날 옛날 노래 듣잖아.”
이 자식…….
“너 말이 좀 심하다.”
“저번에 지우 형 보고 할아버지 같다고 했던 게 누군데!”
“이거 비밀인데 사실 걘 하제고, 난 라온이야.”
“뭐라는 거야!”
시답잖은 농담따먹기를 하다가 문득 어디선가 서글픈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
[얘들아……? 하지만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강지우가 당신들을 귀여워합니다. 강지우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100]미안하다…….
혼자 남아서 분전하고 있는데 욕이나 하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견성하와 같이 여러가지 모양의 하트를 보내주자 강지우는 활짝 웃는 얼굴로 호감도를 통 크게 올려주었다.
그사이 두 번째로 정답을 맞힌 사람이 나왔다.
그래서 다음 문제에서도 승리를 거둔 최후의 승자, 올해의 옥황상제는 누구냐면.
– 최후의 1인! 2018 케이팝 옥황상제!
– 청팀, 오르카 강-지-우!
– 지우 선수 축하합니다!
– 동생들의 귀여운 응원을 받아서 그런지 기운이 펄펄 넘치네요~!
면류관을 쓴 강지우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이로서 청팀은 200점을 획득합니다!
2등을 한 홍팀에게도 100점, 3등을 차지한 백팀에게도 50점이 주어지며 퀴즈대회가 마무리되었다.
* * *
촬영이 지연되어 오전에 할 예정이었던 전략 줄다리기 예선이 오후로 밀려 이제 점심 먹기 전에 남은 일정은 씨름 예선과 단체 응원전뿐이었다.
우리 씨름 예선 상대는 흑팀이었다.
견성하를 포함한 우리 쪽 선수 5명이 퀴즈대회를 하는 사이 반대쪽에 부지런히 설치된 씨름판으로 향했다.
출전하지 않는 청팀과 흑팀 사람들은 구경을 위해 씨름판 주위에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흑팀 씨름 선수에는 고경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의외다.
고경윤과 씨름이라니.
강지우와 패션만큼 안 어울렸다.
‘일단 척 봐도 힘 못 쓰는 샌님 같지 않나.’
고경윤이 키가 크고 기본 체격이 있기는 해도 근육질이라는 느낌은 전혀 아니라 씨름 선수로 뽑힐 만큼 힘이 세 보이지는 않는데.
벗은 안경을 케이스에 넣어 윤명수에게 건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친 고경윤이 마치 내 속마음을 읽은 사람처럼 조용히 입매를 끌어올려 웃었다.
견성하든 누구든 저 비실비실한 새끼 모래판에 한번만 속 시원하게 처박아줬으면 좋겠다.
씨름은 5판 3선승제였다.
그리고 첫 판부터…….
“와, 오르카랑 리프틴이야?”
견성하와 고경윤이 맞붙었다.
다들 오르카와 리프틴이 데뷔 동기나 마찬가지이고, 올해 신인상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어 그런지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게다가 팬들 사이의 신경전이라고 해야 하나.
응원이 일종이 기싸움이 된 것처럼 따끔따끔하고 묘한 자극이 여느 때보다 더 생생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리프틴이랑 어떤 식으로든 직접 맞붙은 게 처음인가?’
결과는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 애가 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