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1화
‘괜찮을까…….’
매년 청팀 단체 응원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희섭이 씨름 경기가 끝나고 절뚝이며 사라졌다는 소식이 진작 전해진 데다가 그 뒤 온라온이 스태프에게 따로 불려가는 것도 목격해 더 걱정하는 마음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던 에어리는.
‘헉….’
심플해도 너무 심플했던 의상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흰색 혹은 파란색 헤어밴드를 착용한 오르카를 발견했다.
조금 전까지 머릿속에 가득하던 온갖 근심과 걱정을 싹 잊은 그녀가 입을 틀어막고 내적으로 비명을 질렀다.
‘얘들아 누가 그렇게 멋있고 귀엽고 예쁘래…….’
아무래도 얼굴로는 우리가 이긴 것 같았다.
물론 치사하게 청팀에서 오르카 혼자만 헤어밴드를 준비해 와서 착용한 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똑같은 걸 쓰고 있었지만.
흥분한 에어리의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잠시 뒤, 중계진의 소개를 받은 청팀이 경기장 중앙에 모두 자리 잡았다.
관중석에서도 “오오~” 하고 앞서 무대를 마친 팀들에게 보냈던 것과 같이 기대 섞인 목소리를 보냈다.
‘이제 하나 보다.’
“청팀!”
중앙에 선 주장과 부주장이 목청 높여 팀을 부르자.
“어이!”
나머지 팀원들이 휴대폰을 보거나 졸던 이가 깜짝 놀라 움찔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응답했다.
그것을 점점 더 커지는 목소리로 세 번 반복한 뒤.
라이가 대표로 목에 건 파란색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이이익!
그러자 준비한 곡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청팀이 단체 응원전 곡으로 선택한 것은 약 10년 전에 발매된 애니메이션 OST ‘꿈의 바람’으로, 청팀 OB라 할 수 있는 크로니클과 로제타가 함께 부른 곡이었다.
‘이게 애니메이션 OST였어?’
……라는 말과.
‘이걸 부른 게 크로니클이랑 로제타였어?’
……라는 말이 아이돌 팬과 애니메이션 팬 양측에서 심심찮게 나올 만큼 대중적으로도 상당히 유명한 곡이었다.
어렸을 때 만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이삼십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의 후렴을 따라부를 수 있었다.
상상해 본 적 있니
하루하루가 이토록 특별해질
네 미래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가볍고 살랑이는 몸놀림으로 본격적인 안무가 시작되었다.
‘잘한다!’
단체 응원전 연습량이 특히 많기로 소문난 청팀이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였는지 앞선 세 팀보다 확연히 정돈된 움직임이었다.
요 몇 년 사이 달리기나 농구, 피구 등 다른 시합 실적은 다소 부진했어도 단체 응원전만은 항상 1~2위를 다투는 청팀다웠다.
아이돌들에게 매번 무리한 요구를 하는 청팀 안무가가 아직 잘리지 않은 이유였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군무를 홀린 듯이 보던 관중이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샌가 대열에는 부주장 소네티 마르를 중심으로 한 여자 아이돌들만 남아 있었다.
후방으로 빠진 남자 아이돌들은 뒤돌아서서 발로 박자를 맞추며 대기했다.
네 용기가 지키는 세상 속
나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소녀
힘 있는 군무를 보이다가 머리를 휙 젖혀 길고 짧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것을 끝으로 자기 할 일을 마친 여자 아이돌들이 빠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대기하던 남자 아이돌들이 라이를 중심으로 하여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오며 신나게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가자 관중석에서 높은 환호성이 터졌다.
네 사랑이 지키는 세상 속
나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소년
센터 바로 옆에 선 서문결은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묵직한 춤선으로 시선을 끌었다.
그동안 팬들은 사활을 걸고 스태프들의 눈을 피해 레전드로 남을 직캠을 찍었다.
상도덕 없는 MBS가 개별 직캠을 찍어줄 리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여자 아이돌들이 좌우로 나뉘어 대열에 복귀했다.
한차례의 단체 군무 뒤.
편곡이 들어간 곡이 느릿해지며 분위기가 전환됨에 따라 대형이 크게 바뀌었다.
사이의 혼란스러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시에 공백을 절묘하게 이용하기 위해.
온리보이즈 건과 오르카 온라온이 양옆에 마련된 공간으로 성큼성큼 나오며 관객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그리고.
“!”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세운 두 사람이 그대로 다리를 유연하게 한 바퀴 휘두른다.
강렬한 기예에 객석이 들썩였다.
“와아아악!”
“와하, 미쳤다……!”
아이돌 체육대회에서 몇 년이나 아크로바틱을 해왔던 건도 물론 괜찮은 솜씨였지만.
마치 산들바람처럼, 온리보이즈 건보다 몇 배는 더 가볍고 단절 없는 몸놀림을 보인 온라온 쪽이 훨씬 보기 좋다는 사실 정도는 아크로바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이 곧바로 몸을 거두어 공중으로 도약하는 동작을 보일 때는, 찰나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관객의 시선 대부분이 온라온을 향해 있었다.
찰칵찰칵찰칵.
윤선우의 값비싼 카메라가 한순간 모습을 드러내 새처럼 표홀히 비상했던 온라온의 한순간을 연사로 정확히 포착해 낸 뒤 담요 사이로 다시 사라졌다.
“우와아아아아!”
단체 응원전 무대 중에는 특정인의 이름을 부르는 등의 응원이 금지되어 있어 관중들은 모음으로 이루어진 환호로 열띠게 호응했다.
그사이 완성된 대형으로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며 안무를 이어가려던 온라온은 한순간 근처에 있던 강지우와 눈이 마주쳤다.
‘잘했어.’
자랑스러움으로 빛나는 강지우의 눈이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머릿속에 있는 소년의 이미지와 자신이 행한 것이 완벽히 겹치도록 아크로바틱을 실수 없이 성공한 온라온도 상기된 얼굴로 마주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뒤로 건과 온라온은 한차례 더 곡예처럼 놀라운 움직임을 관객에게 보였다.
한껏 달아오른 공기 속에서 청팀의 무대가 점차 클라이맥스로 향하고 있었다.
이 푸른 바람
누가 멈출 수 있을까
“다 같이!”
청팀 아이돌들이 머리 위로 크게 박수를 치며 관객들의 떼창을 유도했다.
포기하지 마
꿈의 끝까지 가 보는 거야
관객들이 흥겹게 응함으로써 안희섭의 부상으로 시작 전까지만 해도 다수의 걱정을 적잖이 샀던 청팀 단체 응원전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 지금까지 청팀의 ‘꿈의 바람’ 무대였습니다.
– 멋진 무대 보여준 청팀에게 큰 박수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청팀! 청팀!”
“라이야 잘했어!!”
“마르 예쁘다아아아악!”
“라온아!! 네가 최고다!!!”
엔딩 대형 그대로 서서 숨을 몰아쉬는 청팀에게 박수와 환성이 쏟아졌다.
선수들이 자리로 돌아가고 심판들이 청팀 무대의 점수를 매기는 사이 주장 라이와 부주장 마르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주장, 부주장으로서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이돌 체육대회 응원전 하면 청팀, 청팀 하면 응원전이잖아요. 저희 스스로도 그 사실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올해도 명성과 기대에 걸맞게 멋있는 모습 보여드린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홍팀처럼 예능을 선택한 게 아닌 한 온종일 아무 활약도 못 하고 다른 팀 들러리만 서다가 집에 가는 게 달갑지 않아 단체 응원전 하나만큼은 짜증 나는 안무가를 견디면서까지 열의 있게 참여해왔던 청팀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온리보이즈 건 씨와 함께 오르카 라온 씨가 특히 멋진 모습 보여주셨는데요.”
온라온을 언급하는 라이의 말에 에어리들이 모인 곳에서 “꺄아악!”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원래는 그게 라온 씨가 하는 파트가 아니었어요.”
– 아, 진짜요? 돌고 뛰고 날고,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네.”
원래 온라온이 하는 파트가 아니었다니?
온라온의 잔상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경기장이 놀라움에 술렁거렸다.
“오늘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라온 씨가 돌발적으로 하게 된 건데,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너무 잘해주셔서 주장으로서 감사합니다. 라온아 고맙다!”
라이의 말에 살며시 웃는 온라온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
‘미쳤어, 온라온. 진짜 미쳤어.’
‘어떡해. 울 것 같아…. 나 왜 주책이냐…….’
온라온의 슬럼프에 대해 잘 아는 에어리들이 벅찬 가슴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고 함께 고생한 청팀 사랑합니다!”
– 그럼 어때요. 1등, 할 수 있을 것 같나요?
“…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저희 1등 시켜주세요~!”
– 좋습니다.
– 지금 막 응원전 점수 집계가 모두 끝났다고 하는데요. 바로 응원전 순위 발표하겠습니다.
촬영 일정이 상당히 지연되었기에 순위는 빠르게 발표되었다.
4위는 눈에 띄는 실수가 한 차례 있었던 백팀이었다.
다소 임팩트가 부족했던 홍팀이 3위를 차지함에 따라.
이제 1위와 2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 2018 아이돌 체육대회 단체 응원전 우승자는……!
– 청팀! 축하합니다!
“!”
결과가 발표되자 벌떡 일어난 청팀 선수들이 얼싸안으며 우승을 기뻐했다.
라이가 대표로 우승 꽃다발을 받아 왔다.
– 열심히 연습한 게 느껴지는 실력과 모두가 어울려 놀 수 있는 축제 같은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는 심사평이네요.
2위를 차지한 흑팀은 아쉬워하면서도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점심시간이었다.
해가 중천까지 솟은 지도 한참 지나 여기저기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던 참이었다.
협찬으로 들어온 치킨이 아이돌과 관객들에게 나누어지며 경기장에 맛있는 냄새가 훅 퍼졌다.
“잘 먹겠습니다.”
“와, 1인 1닭이라니, 엠브스가 웬일이냐.”
주어진 시간이 짧은 대신 별다른 경기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제작진은 소소한 미니게임을 진행하며 위튜브 채널에 올라갈 분량을 채우고 있었다.
지금 진행되는 미니게임은 눈싸움이었다.
– 라온 선수 승리!
– 이로써 라온 선수가 5연승을 합니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온라온과 눈만 마주쳤다 하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눈을 5초 이상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는 통에 온라온이 뜻밖의 눈싸움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이었다.
‘배고파 죽겠는데 그냥 감아버릴까. 그래도 일부러 지는 건 싫단 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나왔다가 치킨도 못 먹고 이러고 있는 제 신세가 왠지 처량한 온라온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눈싸움 최강자를 가려라!’에서 ‘온라온을 이겨라!’로 변질한 분위기 속에서.
작년에 픽하트 촬영 중 온라온과의 눈싸움에서 눈물이 나올 때까지 버텼던 김준우가 새삼 재평가되고 있었다.
– 준우 선수가 지금 저희의 희망이에요.
자기 자리에서 닭 다리 야무지게 뜯다가 불려 나온 김준우가 눈을 끔뻑거렸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