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0화
“…….”
강지우는 오래도록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보며 고민한 끝에 내가 아크로바틱 안무 대타로 뛰는 것을 허락했다.
“알았어. 네가 그렇게 말하면 믿어야지.”
[강지우가 당신의 뜻을 존중합니다. 강지우 호감도 +5 현재 호감도 +100]강지우의 목소리에서 그가 내 뜻을 꺾지 못해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인 게 아니라, 정말 나를 믿기로 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고마워, 형.”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러자 강지우가 미안하다는 듯 멋쩍게 웃었다.
“미안하다. 아크로바틱 안무를 못 하는 내 눈에는 그런 게 더 위험해 보여서 과하게 걱정됐나 봐. 내가 못 한다고 너도 못 하는 건 아닌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걱정해 준 게 왜 미안할 일이야.”
“막내야……!”
찡한 얼굴로 내 두 손을 꽉 붙잡은 강지우가 또 한 번 호감도를 큰 폭으로 올렸다.
강지우 호감도를 체력 스텟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나는 지금쯤 풀코스 마라톤도 뛸 수 있는 몸이 되었을 것이다.
잠시 뒤.
장외에 있다가 우리 얘기를 전해 들은 곽상현이 정말 괜찮은지를 나에게 다섯 번, 전에 내 연습을 봐준 아크로바틱 쌤과 서문결에게 세 번 확인한 끝에 응원전 안무가에게 말을 전하러 갔다.
잠시 뒤 응원전 안무가가 나를 찾아왔다.
“솔직히 뒤에 더 중요한 게 남았는데 씨름이나 하면서 괜히 무리하다 다치는 안희섭 씨보다는 라온 씨가 내 눈에 더 재능 있어 보였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잘해보자고요.”
안무가는 저번에 온리보이즈 매니저와 싸웠던 앙금이 아직 남은 것 같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저번에 애꿎은 날 노려보던 안희섭보다도 이 안무가가 더 싫었다.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내년부터는 안 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로 적당히 웃으면서 상대해 주자.
나는 프로니까.
“자신 있으면 난도를 조금 더 높여보는 건 어때요? 전에 했던 그거 말이야.”
나는… 프로니까.
“죄송해요. 저희 매니저 형이 아시면 절대 못 하게 하실 것 같은데요.”
“아, 못하겠어? 그럼 그대로 가는데 혹시 그것도 자신 없어서 실수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얘기해요. 실력 없는데 만용 부리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괜히 나만 또 빠순이들한테 욕먹으니까.”
나는 프로…….
집어치우자.
“그럼 그냥 그만두겠습니다.”
웃음기 없이 말하자 내가 진짜 그만둘 줄 알았는지 안무가도 금세 꼬리를 내렸다.
“젊은 친구가 딱딱하긴…. 농담이에요, 농담.”
안무가가 변경된 동선을 다른 아이돌들에게도 전달하러 바쁘게 사라졌다.
한숨이 나왔다.
‘끝나면 저 인간 진짜로 그만두게 할 방법 없나 찾아봐야지.’
그때, 청팀 주장 라이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라온아.”
“라이 형.”
“얘기 들었어. 희섭이 형 대신 네가 하기로 했다며.”
“응. 그렇게 됐어.”
“괜찮겠어?”
“괜히 나서서 팀에 민폐 끼치는 거 아닌가 걱정은 되는데, 그래도 최대한 잘해봐야지.”
“민폐라니. 다들 희섭 씨 대신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하고 있으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고마워. 근데 형, 혹시 응원전 끝나고 인터뷰할 때….”
“인터뷰?”
“원래 아크로바틱 파트 나 아니었는데 즉석에서 안무 수정 들어가서 내가 하게 된 거라고 말해줄 수 있어? 희섭이 형 다친 건 안 말해도 되니까.”
이번 일로 얻어낼 수 있는 건 최대한 얻어낼 생각이었다.
아이돌 체육대회 단체 응원전은 바쁜 아이돌들이 여러 번 모여 연습하는 공을 들일 만큼 화제성 있는 무대였다.
이 큰 무대에서 내가 예전 춤 실력을 일부나마 되찾았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인다면 이미지에 분명히 플러스가 된다.
라이가 거절하면 회사에서 위험한 거 허락해 준 조건이라는 말까지 꺼내 볼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그는 순순히 승낙했다.
“물론이지. 네가 말 안 해도 내가 얘기할 생각이었어. 정말 고맙다. 너 없었으면 진짜…….”
“고맙기는. 같은 팀이잖아.”
나는 가식 떠는 반요한이 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형이 전에 말해준 것처럼 오늘 팀원들이랑 몇 시간 동안 같이 응원하다 보니까 나도 청팀에 소속감 같은 게 생기더라고.”
“라온아….”
[청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라이가 당신의 말에 찡 감동합니다. 라이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38] [다른 사람이 당신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완전히 믿게 했습니다. 연기력 +1]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웠다.
어쩐지 이 사람 아이돌 체육대회 나가려고 아이돌 한다는 말 나올 만큼 엄청 열심히 하더라.
“아하하, 너무 그렇게 고마워하면 민망해지는데.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 보고 싶었던 거라서.”
하나도 안 민망하니까 더 치켜세우고 더 고마워해라.
“매니저 형은 말리기도 했고, 나도 솔직히 활동기에 갑자기 하려니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선배님들이 바쁜 시간 쪼개서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하신 거 나도 너무 다 아니까.”
기껏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호구처럼 보지 마라!
그렇게 나는 쉬운 남자 라이의 호감도를 한가득 산 뒤 팀원들 틈으로 돌아갔다.
다들 문제를 빠르게 수습해 간 내게 고마워하면서도 혹시 더 큰 사고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안무가의 경우와 달리 불쾌하지는 않았다.
“라온아, 괜찮겠어? 할 수 있으면 좋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 안 해도 되는데.”
“지난번에 그렇게 부끄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나서 혼자 엄청 연습했거든요. 저 한 번만 믿어주세요. 오늘은 진짜 멋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가겠습니다!”
“!”
[청팀 다수가 당신의 뜨거운 열정과 열의에 감동합니다. 청팀 전체 호감도 +5]내친김에 파이팅까지 했다.
“청팀 파이팅!”
“파이팅!”
“여러분! 봄은 져도 청춘은 지지 않습니다! 청춘불패애액!!”
“오오오!”
“청춘불패!!”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혜성 반 출신 반요한이 유쾌히 웃습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66]친목의 장 아이돌 체육대회라는 말답게 정신없는 틈을 타서 한 여자 아이돌이 “라온 씨는 저번에도 멋있었어요.” 같은 은근한 호감을 담은 말을 건넸지만 나는 내 지능을 위해 필사적으로 못 들은 척했다.
제작진이 안희섭의 부상이라는 돌발상황을 고려해 원래 2번째 순서로 안내받았던 청팀은 가장 마지막 순서로 조정되었다.
추가로 주어진 시간 동안 안무 수정할 거 있으면 하고 동선 고칠 거 있으면 고치라는 소리였다.
뭐가 제일 많이 바뀐 건 아무래도 나였다.
따라서 청팀 사람들이 가장 걱정했던 사람도 나였는데.
“라온아! 동선이랑 안무 수정된 거 다 외웠어?”
“네. 다 외웠어요.”
“벌써?”
“네.”
단체 연습할 때 단순히 내 안무만 외운 게 아니라 응원전 안무 자체를 ‘숙지’해 전체 흐름을 진작에 다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선 몇 가지가 조금 바뀐다고 문제 될 건 다행히 없었다.
“청팀 이쪽으로 대기해 주세요!”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 이동했다.
* * *
– 지금부터 아이돌 체육대회 단체 응원전을 시작하겠습니다.
“…….”
경기장 중앙에 설치했던 씨름판 회수가 끝나고 흘러나온 안내방송에 아무것도 안 하고 막연히 대기하는 사이 소란스러워졌던 장내가 한결 조용해졌다.
아이돌 체육대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이벤트는 단연 한 가락씩 하는 아이돌들 수십 명이 한 팀에 모여 1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단체 응원전이었다.
물론 규모나 완성도로만 따지면 연말 무대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진풍경은 전적으로 방송국 갑질의 산물이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팬들은 자기 아이돌이 빈틈없는 스케줄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가 득득 갈렸다.
유감스럽게도 단체 응원전은 대중들이 아이돌 체육대회를 보게 하는 중요 요인 중 하나라, 방송 자체가 폐지되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을 성싶었다.
– 올해 단체 응원전의 문을 여는 것은, 썸머송 메들리를 준비한 백팀입니다! 큰 박수와 함성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흰색 축구복이라는 지극히 무난한 단체복을 맞춰 입은 백팀이 경기장 중앙에 대형을 맞추어 섰다.
참고로 아이돌 체육대회는 단체 응원전을 위해 별도의 의상을 준비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했다.
몇 년 전 한 팀이 휘황찬란한 코스튬을 차려입고 소위 말하는 ‘의상빨’로 1위를 차지하자, 다른 세 팀의 팬들이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냐고 방송국에 거세게 항의했던 것이 계기였다.
그 이후로는 단체 응원전 때도 무조건 경기를 뛸 때와 같은 의상을 입어야 했다.
정 필요하다면 작은 액세서리나 소품 정도만 사전에 제작진 허가를 받는다는 조건으로 추가로 착용하는 것이 허용됐다.
응원전 하나를 위해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각종 경기를 뛸 수는 없으니 단체복은 (개그에 일 년을 건 홍팀을 제외하면) 자연히 일반 학생들 운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됐다.
대중적인 썸머송 메들리에 맞춰 귀엽고 깜찍한 무대를 선보인 백팀에 이어 흑팀이 저승차사 복장에 어울리는 멋스러운 무대를 보였다.
세 번째로는 홍팀이 익살맞은 요소가 가득한 무대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제 남은 건 아까 안희섭이 사라진 이후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하던 청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