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2화
– 준우 씨,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꼭 앞서가신 선배님들의 복수를 하겠습니다.”
먼저 패한 아이돌들을 아무렇지 않게 죽은 사람 취급해 버리는 김준우였다.
“아니, 제가 무슨 악당인가요?”
–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중계진의 호응에 눈빛이 변한 김준우가 대체 왜 여기까지 들고나왔는지 모를 닭다리로 나를 척 가리켰다.
“정의의 이름으로 온라온 널 용서하지 않겠다!”
– 준우 선수는 그런 말을 왜 닭다리를 들고 하죠?
– 저 닭다리는 왜 들고나온 거예요?
– 멤버들은 준우 선수를 아무도 안 말렸나요…?
내 말이.
이 녀석도 그럭저럭 평범한 이미지인 것치고 정상은 아니야.
그나저나 치킨 냄새 맡으니까 배가 고팠다.
한쪽 다리 다 해치우고 이제 막 남은 한쪽까지 뜯으려다 불려 나왔는지 김준우는 지저분하지 않고 먹음직스럽게만 보이는 새 닭다리를 들고 있었다.
– 라온 선수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나는 제작진이 따로 건넨 마이크를 받았다.
“좋은 말로 할 때 그 닭다리를 두고 간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내가 닭다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김준우가 닭다리를 뒤로 숨겼다.
뭐라는 건지.
– 이야, 자기가 악당이냐고 물은 지 1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완벽하게 악당 같은 대사!
– 사실 지금 라온 선수가 굉장히 굶주렸거든요…….
– 과연 굶주린 라온 선수가 6연승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준우 선수가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낼 것인가! 이제 그 결과를 지켜보시면 되겠습니다.
– 준비…….
나와 김준우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치킨이 보였는데.
– 시작!
눈을 뜨니 김준우 얼굴이 보여서 슬펐다.
“어후….”
김준우는 나와 눈싸움을 벌였던 다른 아이돌들처럼 처음 눈을 마주친 순간 이상한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선을 어디론가 멀리 보내버렸지만, 용케 눈을 감지는 않은 덕분에 경기는 속행됐다.
역시 경력자라고 중계진이 호들갑을 떨었다.
안 되겠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습니다.”
먹느라 바쁘던 관중석에서 환호가 들려왔다.
– 오르카 라온 선수, 갑자기 연기를 하는군요.
– 지금 준우 선수가 생각보다 잘 버텨서, 위기거든요.
정곡이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연기를 이어갔다.
“세상 사람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금단의 사랑이라 해도 상관없어. 너를 가질 수만 있다면.”
꺄아아아악!
내가 생각해도 가관인 멘트에 조금 전보다 더 큰 환성이 터졌다.
– 여러분, 다음 차례는 제가 나가겠습니다.
– 준우 선수가 부러운 건 알겠는데 일단 진정하세요. 미리 씨.
– 아, 준우 선수 위기입니다. 웃음 참아야 해요. 여기서 저런 말에 지면 안 돼요.
중계진이 멘트를 주고받는 사이 눈가를 움찔거리며 겨우 웃음기를 억누른 김준우가 입을 열었다.
“너…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데…….”
“그야… 사랑하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어질 수 없다고!”
“하, 사랑했다…….”
웃음을 참느라 부르르 떨던 김준우가 한순간 자기도 모르게 눈을 깜빡인 걸 본 나는 말을 마저 이었다.
“미스 치킨….”
“!!”
[당신의 고백에 홀딱 빠졌던 김준우가 배신감을 느낍니다. 연기력 +1]“푸하하하!”
“우씨…….”
– 아, 미인계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준우 선수.
– 이렇게 라온 선수가 6연승을 달성합니다!
머리를 부여잡고 절망하던 김준우가 한순간에 웃음기를 싹 지워낸 내 표정을 보더니 흠칫,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렇게 봐.”
나는 김준우의 팔을 붙잡고 말했다.
“이 닭다리는 이제 제겁니다. 제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겁니다.”
나는 맛있어 보이는 닭다리를 서서히 내 입 쪽으로 끌어왔다.
“다리야아아악!”
그 뒤.
내게 닭다리를 탈취당한 김준우는 슬픈 얼굴로 자리로 돌아갔다.
나 역시 눈싸움은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MC와 협상해 카메라 앞에서 (김준우의 것이었던) 닭다리 먹방까지 한 끝에 자리로 돌아가 내 몫의 치킨을 먹을 수 있었다.
하, 돈 벌기 힘들다.
* * *
점심시간부터는 팀원들이랑 같이 있어야 했던 오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얘들아, 저쪽 통로 보이지? 저기로 올라가서 팬들이랑 얘기 좀 하다 와.”
청팀 선배들의 배려로 아침부터 열심히 응원해 준 에어리들과 한참 놀다 오기도 했다.
“라온아, 우리 집 오면 닭다리 매일매일 10개씩 먹을 수 있어.”
“닭만 먹으면 좀 그런데…. 누나 지우 형보다 요리 잘해요?”
“맞아요. 여러분 저보다 요리 잘해요? 청소 잘해요? 빨래 잘…….”
“이 형은 뭘 또 진심으로 경쟁하고 있어?”
다행히 오늘 온 에어리 중에 요리를 비롯한 가사노동을 강지우보다 잘하는 사람은 없어서 나는 온갖 동거 권유를 깔끔히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팀에 가서 놀아도 괜찮았다.
흑팀 쪽으로 간 나는 이쪽으로 오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윤명수를 금세 발견했다.
마침 고경윤은 어디로 갔나 자리에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본 척 당당하고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리프틴 쪽으로 향했다.
“하이!”
“라온 형!”
앉아서 과자를 집어 먹던 샤오가 반색했다.
나는 김준우에게 따로 용기에 포장해 둔 내 닭다리를 건넸다.
“형 이거 먹어.”
“에이.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상자에서 손부터 떼고 말하지 그래…….”
김준우는 돌아온 닭다리를 반가워하면서도 걱정된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매니저 형들이 너네랑 붙어있지 말라고 했는데.”
“나 오는 거 싫어?”
“누가 싫다고 했냐.”
“형이 싫은 거 아니면 됐지, 뭐.”
“그래도…….”
“괜찮아. 난 돼.”
내가 자기 애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는 게 싫으면 어디 한번 와서 쫓아내 보시지.
“지오는 어디 갔어?”
“살짝 긁혀서 치료받으러.”
옥도윤이 답했다.
“우리 보러 온 게 아니라 지오 형 보러 온 거야?”
“아니?”
일부러 그 자식 없을 때 노려서 온 건데.
“근데 지오는 어떤 사람이야? 성격이나 평소 하는 행동이나…… 뭐 그런 거.”
“너희 친한 거 아니었어?”
그럴 왜 자기한테 와서 묻냐는 듯 김준우가 어리둥절했다.
“안 친한데 걔가 친한 척하는 거야.”
“친해 보이던데.”
“안 친하다고.”
“치인해 보이던….”
나를 놀리려는 한 살 어린 징샤오를 주먹으로 한 대 쳤는데.
“?”
내가 진심으로 친 게 아니라 장난으로 치는 시늉만 했다고 생각했는지 징샤오가 방금 뭐한 거냐고 해맑게 웃었다.
“뭔…….”
험한 말이 나올 뻔했지만 지금도 어디선가 내 입 모양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는 카메라 때문에 참았다.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걸 지켜보던 윤명수가 입을 열었다.
“지오가 어떤 사람이냐고?”
“응. 대충은 아는데. 계속 친해지자고 오니까 좀 궁금해져서.”
뒤통수 좀 쳐 보려고.
“으음…….”
잠시 고민하던 리프틴 리더 윤명수가 생각보다 훨씬 후한 평을 내놓았다.
“일단 같은 편 되면 든든해. 경윤이, 아니, 지오가 나보다 한참 동생이기는 해도 내가 리더로서 지고 있는 무게나 책임을 반은 가져가고 있는 것 같거든. 고맙지.”
이어서 김준우도 말했다.
“지오가 엄청 성실한 타입인 건 너도 알지?”
“응.”
“걔가 앞으로 뭘 할 거고, 그걸 어떻게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깊이 생각 안 해도 다 이해가 가는데 나는 알아도 딱히 그렇게까지는 하기 싫은 느낌? 솔직히 대단하고 난 보기만 해도 지쳐.”
나가세 리츠랑 과자를 오독오독 부숴 먹던 징샤오도 자기 나름대로 답을 내놓았다.
“어디 가져다 버려도 평타 쳐서 윤재 형이나 요한 형이 제일 관심 없어 할 노잼 타입. 마치 우리 명수 형처럼. 자연하게 스쳐 지나가게 된달까~”
“오…….”
나는 감탄했다.
징샤오의 한국어는 이제 자연스럽게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단어와 영어와 한국어가 합성된 고급 어휘를 매끄럽게 구사하는 경지에 이르렀군…….
아까 보니까 나가세 리츠도 처음과 비교해서 깜짝 놀랄 만큼 말이 늘었고,
저 회사 한국어 강사한테 보너스 두둑이 줘야겠다.
“샤오야…….”
“앗, 미안 명수 형! 거기 있었어?”
“있었어, 는 무슨! 처음부터 있었다! 너 경윤이한테는 이러지 못할 거면서…….”
여기도 리더의 권위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봐도 안 보였다.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 몰라 하는 사람들은 잘 모르겠는? 무시하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관심 없는? 으,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
섬세한 단어 선택에 난항을 겪는 징샤오에게 이해했다는 신호를 주자 녀석이 안도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픽하트 때도 엄청 열심히 연습하던 형 있었는데, 요한 형 무슨 길에 있는 수수한 나무 보듯 슉 지나가던 거 기억나지? 딱 그럴 느낌. 누구였는지 기억 안 나지만.”
“와, 그거 기억나지, 기억나지.”
“그치?”
“참고로 그거 준우 형이었어.”
“앗….”
자기 얘기인 줄 모르고 듣던 김준우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준우 형 미안.”
“그 사과 받아준…….”
“사실 준우 형이랑 지오 형은 비교 하나도 못 되지만.”
“야!”
김준우에게 사과와 모욕감을 동시에 준 징샤오는 데뷔하고 오히려 고삐가 풀린 것처럼 기운이 전보다 세 배는 높아진 것 같았다.
“근데 징샤오야.”
“응?”
“왜 너는 아닌 것처럼 말하냐?”
내 기억으로는 얘도 처음에 반요한이랑 같이 열심히 연습하던 애들 옆에서 놀다가 나한테 끌려갔던 것 같은데.
춤을 그래도 볼 만하게 출 줄 알게 된 반요한과 달리 여전히 심오한 춤 세계에서 구제되지 못한 뚝딱이로서 징샤오의 죄가 반요한보다 더 중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징샤오가 내가 그런 것까지 기억할 줄은 몰랐던 사람처럼 “하핫.” 웃었다.
“웃지 마. 정든다.”
“라온 형 진짜 웃겨.”
“그리고 샤오야, 그럴 때는 어디 가져다 ‘버려도’가 아니라 ‘놓아도’야.”
옥도윤이 징샤오의 말을 교정해 주었다.
“응. 알아.”
“안다고?”
“응.”
뻔뻔한 “응.”의 연속에 윤명수가 침착하게 물었다.
“……혹시 너 나랑 경윤이 어디 버리고 싶은 건 아니지?”
“…….”
“아니…지?”
“히~”
“샤오야악!”
여기는 리더랑 매니저들이 고생이 많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