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3화
나는 고경윤의 약점을 뜯으러 온 거지 장점을 들으러 온 게 아니었기에 능력만 칭찬하는 리프틴 멤버들의 말들에 실망했다.
‘하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가.’
나라도 누가 우리 멤버들에 관해 물어봤을 때 반요한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견성하는 틈만 나면 삐져서 보컬 연습실 문 잠그고 운다는 둥 나쁜 소리를 대놓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마도.
그러다가 고경윤처럼 비 픽하트 출신 멤버로 나와는 이렇다 할 친분이 없는 바인이 우리가 종알종알 떠드는 것을 탐탁잖게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오요? 꼰대 새끼죠.”
“네?”
날것의 비방에 나는 당황하고 깜짝 놀란 윤명수가 혹시 누가 또 듣지는 않았나 주위를 둘러보고 바인을 혼냈다.
“바인!”
“왜요. 팩트잖아요.”
윤명수는 그 말을 아예 부정하지는 못했지만, 리더답게 같은 멤버를 나쁘게 말하는 바인의 태도를 지적했다.
“멤버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면 안 되지. 미안, 라온아. 이건 못 들은 말로 해줘.”
내게 사과한 윤명수는 바인을 따로 혼내려는 모양인지 우리와 조금 떨어진 쪽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바인은 리더인 윤명수에게까지 개차반으로 굴지는 않았다.
고경윤이 전에 내게 바인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경고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둘이 사이 더럽게 안 좋나 보다.’
내 눈치를 보던 옥도윤이 머쓱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놀랐지. 경윤이가 그런 면이 없지 않은 건 아니라 솔직히 아예 틀린 말은 아닌데. 꼰대 새끼라는 말은 좀 심하기는 해.”
“저 형이 원래 입이 좀 거칠어서.”
“아니야. 그래도 지오한테는 씨름보다는 꼰대가 훨씬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칭찬이지?”
“당연히 아니지.”
“와, 너희 진짜 친하구나.”
[옥도윤이 고경윤과 친해진 당신의 친화력에 감탄합니다! 옥도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1]이게 뭔?
“안 친하다니까.”
혹시 리프틴에서는 따뜻한 말이 아니라 욕 비스름한 말이 친화의 증거인가?
“괜찮아. 나도 어디 가서 샤오랑 친하단 말 절대 안 해.”
“도윤 형?!”
그건 아닌지 방금 징샤오와 옥도윤의 우정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아무튼.
“빠르고 명쾌한 설명 고맙다. 바인 형에게도 같은 말 전해 줘.”
“어? 그래.”
아까 말했던 나윤재나 반요한이나 둘 다 재미있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오는 가벼운 스릴을 즐기고 그렇지 않으면 그런 지루한 일은 너희가 알아서 하라는 양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는 사람들이라.
“고… 지오가 전형적인 사람이라는 거지?”
“맞아.”
[역시 샤오가 라이벌로 찍은 사람……. 옥도윤이 미묘한 뉘앙스를 놓치지 않는 당신의 한국어 실력에 감탄합니다. 옥도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2]아니, 대체 누가 누구 라이벌인데?
“도윤 형, 전형적이 뭐야?”
쟤랑?
“경윤이 같은 사람.”
“아하.”
내가?
깊이 생각해 봤자 내 기분만 떨떠름해질 것 같아 화제를 돌렸다.
“근데 너 윤재 형이랑 아직 연락해?”
“응. 며칠 전에도 톡했어.”
“윤재 형, 올해 안으로 웹드라마 배우로 데뷔할 거래.”
“의외다. 난 그 형 아이돌 계속 할 줄 알았는데.”
“나도.”
“가수 활동을 하고 싶어하기는 했는데, 회사 안에서 일이 잘 안 풀렸나 봐.”
옥도윤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아아…….”
“그래도 나중에 솔로로라도 가수 활동 할 것 같기는 해.”
“음방에서 만나면 좋겠네.”
별 뜻 없이 던진 말에 옛 지인의 근황이 생각 이상으로 자세히 툭 튀어나왔다.
이래서 연예계에서 소문이 빨리 번지나 보다.
“샤오야, 노잼이라니…….”
그룹 막내에게 재미없는 사람이라는 혹평을 받은 윤명수가 어느샌가 돌아와 대화가 잠시 멈춘 틈을 타 다시금 소심하게 항의해 봤지만,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명수 형, 노잼이세요?”
“오해야 라온아.”
“괜찮아요. 저희가 가수지 개그맨은 아니잖아요.”
“그런 말을 네가 하면 안 되지.”
아니, 왜?
내 시선에 헛기침을 “흠흠.” 한 윤명수가 말했다.
“그리고 경윤이 말이야, 그렇게 나쁘고 무정하고 시건방진 놈은 아니야.”
바인이 꼰대 새끼라고 했을 뿐 아무도 고경윤에 대해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나는 잠자코 윤명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경윤이가 이미지 때문에 좀 냉정해 보이기는 해도, 같이 지내다 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거든.”
윤명수가 생활 속에서 고경윤의 따뜻함을 느꼈던 일화 몇 가지를 얘기해 주자 옆에서 나가세 리츠를 비롯한 다른 리프틴 멤버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얘기를 듣는 내 표정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윤명수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물론 경윤이의 절친한 친구인 너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 어련히 알아서 잘할 텐데 괜히 참견해서 미안하다.”
“아니…….”
팍팍한 녀석의 낯선 따뜻함 따위 전혀 모르겠는데요.
* * *
치열한 여자 피구 대회 결승전이 펼쳐지는 동안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던 고경윤이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고경윤은 흑팀 주안을 비롯한 여러 팀의 아이돌들과 한데 모여있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참고로 나는 내 자리에서 에어리들이랑 적당히 수다나 떨면서 있고 싶었는데, 친목왕 주안이 자기 지인들 소개해 주겠다고 나를 끌고 가서 어쩔 수 없었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같이 고통받을 우리 멤버라도 한 명 데려갈까 싶었지만.
녀석들도 기본적으로 이런 인위적인 만남은 즐기지 않는 성격들이고 안 그래도 활동기라 피곤해하는 게 눈에 보여 그냥 앉아서 좀 쉬게 두기로 했다.
이 형님의 눈물겨운 희생을 녀석들도 알아야 할 텐데…….
“안녕하세요.”
“지오야, 잘 쉬다 왔어?”
“네. 덕분에요.”
고경윤은 같은 흑팀인 주안을 비롯한 몇몇 아이돌들과 이미 친분을 터놓았는지 무리에 섞여드는 태도가 무척 자연스러웠다.
얼마간 화목하게 떠들다 보니.
다른 선배들은 하나둘씩 각자 경기 준비를 하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사라지고 자리에는 나와 고경윤만 남아 있었다.
“넌 긁힌 거 치료한다면서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
“피곤해서 사람 없는 곳에서 좀 쉬다 왔는데요.”
얍삽한 자식. 혼자만 쉬다니.
내 표정을 본 고경윤이 물었다.
“어딘지 알려드릴까요?”
“넌 참 생각이 자유로운 꼰대구나.”
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칭찬했다.
어쩐지 아까부터 다른 팀 선배 몇도 잘 안 보이더라.
이 넓은 경기장 어딘가에 아이돌들이 남의 시선을 피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
대답 없이 진하게 웃는 고경윤 눈치를 보니 만약 내가 징샤오였으면 지금 한 대 맞았을 것 같다.
[훌륭한 추리입니다. 직감 +1]다행히 고경윤은 견성하를 잠시나마 버틴 힘으로 나를 한 대 치는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갑자기 꼰대 어쩌고 하는 거 보니 바인이 또 뭐라고 했나 보죠.”
“맞아.”
“귀담아듣지 말아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니까.”
“아냐. 너무 상심하지 마. 내 생각에도 넌 씨름꾼보다는 꼰대가 잘 어울려.”
참고로 나는 당사자 앞에서 못 할 말이면 남 앞에서도 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한숨을 내쉰 고경윤이 물었다.
“애들이랑 무슨 얘기 했어요?”
“너는 모르는 얘기.”
“말하면 알 수도 있죠.”
“너는 말해도 모를 얘기.”
“선…….”
“너랑 하느니 차라리 샤오랑 홍콩 가서 버블티 쭈왑쭈왑 빨면서 일본어 랩으로 할 얘기.”
[환상적인 도발!] [하……. 고경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40]“무슨 얘기 했는지 알 만하군요.”
“그래?”
“저와 친해지고 싶었던 거죠? 잘됐네요.”
방금 호감도 떨어트린 주제에 아무렇지 않게 잘됐다고 말하는 이 자식도 범상한 멘탈은 아니었다.
나는 자기 좋을 대로 지껄이는 녀석을 물끄러미 보다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왜 그런 걸 물어봐요?”
나는 태연히 반문하는 고경윤을 응시했다.
지금인가?
“…….”
머릿속에서 계산을 마친 나는 입을 열었다.
“네가 회사 나갔을 때.”
“…….”
내가 처음으로 트루 엔터 얘기를 먼저 꺼내자, 그동안 내가 어떤 헛소리를 지껄여도 대체로 차분하던 고경윤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나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동안 도와준 너한테는 고마움만 느껴도 부족하겠지만,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네가 조금 원망스러웠거든. 네가 그대로 가버리면 남은 나는 어떤 신세가 될지 뻔하니까.”
거짓말이다.
그 녀석은 숨통을 트이게 해줬을 고경윤에게 순수하게 고마워했을지언정 그렇게 가 버린 걸 원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도 딱히 원망 같은 건 하고 있지 않고.
하지만 윤명수가 들려줬던 일화들에서 알 수 있었던 사실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고경윤 또한 측은지심이나 죄책감, 안쓰러워하는 마음 등을 충분히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 말대로 이 녀석이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온라온’의 일에도 어느 정도의 미안함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요?”
고경윤은 아무렇지 않은 척 되물었다.
이제껏 찾아볼 수 없던 미미한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흠잡을 곳 없는 연기였다.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하는 것도 미안한데, 그때 일 잊고 계속 너랑 이렇게 지내는 거 솔직히 불편해. 네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
“눈 피하지 마.”
나는 조용히 경고했다.
“이건 네가 내 눈을 피하면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고.”
투명한 안경 너머에서 비스듬히 떨어지려는 고경윤의 눈동자가 다시 내게로 완전히 초점을 두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았어요.”
“그래. 다음에 나 보러 올 때는 제대로 각오하고 와. 전에 네가 했던 나랑 진짜 친해지고 싶단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너랑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죠.”
고경윤에게 악감정은 없다.
괘씸했을 뿐이다.
내가 너무 멀쩡해 보이니(실제로도 그렇지만) 마땅히 가지고 다녀야 할 마음의 짐 들고 가는 걸 잊은 것 같은데, 오늘 일로 잘 챙겨 다녔으면 좋겠다.
예전에 잠깐 도와줬던 걸 빌미로 나를 쭉 이용할 거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녀석이 내게 마음의 짐을 가진다면 앞으로 기브 앤 테이크 식의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내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를 더 베풀 수도 있겠지.
잠시 뒤 리프틴 멤버들에게 돌아간 고경윤이 내 연기에 완벽히 넘어갔다는 설명과 함께 연기력이 큰 폭으로 올랐고, 나는 고개 숙인 채 조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