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4화
고경윤은 자신의 사람 보는 눈이 꽤 정확하다고 자신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타고난 안목은 첫눈에 보이는 인상만으로도 그 사람의 성정을 사뭇 예리하게 짚어낼 수 있었으며 상대의 모습을 심층 관찰하며 얻어낸 정보는 여태까지 틀린 적이 거의 없었다.
고경윤의 할아버지가 자주 이르던 사람을 제 잣대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타당한 말은 고경윤의 앞에서 무색해지기 일쑤였다.
– 쯧쯧쯧…. 어린놈이 건방 떨기는. 경윤아 니 그러다 큰코다친다.
– 괜찮아요. 그것도 경험이겠죠.
– 뗴잉…. 어디서 저렇게 되바라진 애가 나왔나 몰러.
– 칭찬 감사합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감이 좋을 뿐이지 사람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라 간혹 틀릴 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경고대로 고경윤이 큰코다치는 일은 없었다.
이제까지는.
* * *
온라온은 고경윤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오판 사례였다.
마음이 순백하되 그다지 영민하게 행동하지는 못했던 과거 모습보다는 다소 다루기 까다롭게 가시가 돋쳐 있더라도 제 몫 챙길 만큼 챙겨가는 지금 모습이 훨씬 더 낫다는 게 고경윤의 평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당차고 예민한 외면을 걷어내 다시 보니 속은 전과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진정한 오인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했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라 네가 조금 원망스러웠거든.”
‘원망?’
잠시 당황했던 고경윤은 투명한 갈색 눈을 지그시 마주 보는 동안, 자신에게 물 비슷한 걸 먹은 온라온이 곧바로 반격하러 왔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하기야.
그동안 해볼 테면 어디 한번 해보라는 듯한 온라온의 날카로우면서도 느슨한 태도에 힘입어 제가 은근슬쩍 저지른 짓이 거슬린 적이 한두 번은 아닐 텐데.
트루 엔터 하나 조지겠다고 상상 초월의 미친 짓을 벌인 그 성깔에 온라온이 계속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
하지만 단순히 ‘당했다’는 감상을 넘어 두려운 점은.
십중팔구로 훌륭한 연기일 온라온의 상처 받은 눈이며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와 같은 것들이.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다.
‘아니……. 꽤 높은 확률로.’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온라온의 안에 낫지 않은 상처로든, 희미한 흉터로든 남아있겠지.
자신이 트루 엔터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용히 말하던 온라온이 흘린 눈물 한두 방울까지 오랜만에 떠올린 고경윤은 마음이 못내 소란해졌다.
적어도 그 순간의 그것만큼은 꾸며낸 눈물 따위가 아니었을 테니까.
그러자 오늘 온라온이 보인 말들이 온전히 연기라고 확신하지도 못하게 되었다.
연기여도 그럴 빌미를 준 고경윤의 잘못이었고, 연기가 아니라면 더더욱 문제였다.
‘실수했다.’
그간의 정확도 높은 판단에 근거하여 고경윤은 온라온이 괜찮을 줄 알았고, 괜찮은 줄 알았다.
판단이고 뭐고 고경윤은 그래서는 안 됐다.
‘사람이 변했다고 해서 알맹이까지 바뀌는 건 아닌데.’
사람은 본디 제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어떤 사실이든 금세 잊어버리기 마련이었다.
그게 제 일이 아니라면 더더욱.
실은 사람 자체가 바뀐 것이 맞지만 고경윤이 그 사실을 무슨 수로 알겠는가.
다음에는 제대로 각오하고 오라는 온라온의 말에 짐짓 태연히 그러겠다 답하기는 했으나.
한번 의식하고 다니 손톱 밑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속마음이 따끔따끔하고 얼얼하게 아려왔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큰코다칠 거라던 할아버지 말씀 또한 귓가에 어른거렸다.
근처에 앉아 진행되는 시합을 멍하니 구경하던 나가세 리츠는 안경알 너머의 매서운 눈초리가 바닥의 한 지점에 무서운 기세로 박히는 모양을 우연히 보았다.
이어 길쭉한 손이 핏기 가신 얼굴의 반을 스스로를 질식시킬 것처럼 힘주어 덮어 누르는 것도.
아무리 잘나봤자 고작 스무 살에 불과한 남자애가 난생처음으로 자의식과잉이 만들어 낸 불온한 결과에 소리 없이 괴로워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나가세 리츠는 생각했다.
‘으응, 한동안 다시 힘들어지겠네…….’
성실하기 짝이 없는 고경윤이 자기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그에 리프틴 전체가 멱살 잡혀 끌려갈 미래가 나가세 리츠는 훤히 보이는 듯했다.
* * *
“야, 온라온.”
“……어?”
“너 지금 한 얘기 제대로 들었어?”
불시에 정신이 든 나는 견성하의 퉁명스러운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흑팀과의 전략 줄다리기 결선을 앞둔 상황이었다.
조금 더 정리해 보면, 기존에는 오전 일정으로 잡혀 있었다가 연이은 딜레이로 미뤄졌던 전략 줄다리기 예선과 결선은 오후에 한꺼번에 치르기로 결정되었다.
예선이 끝나자마자 바로 결선까지 진행하는 식이다.
우리 예선 상대는 홍팀이었다.
아이돌 체육대회의 긴 역사 속에서도 역대급 최약체라 일컬어지는 올해 홍팀을 이기는 것은 식후 운동이라 해도 좋을 만큼 간단하고 수월했다.
하지만 백팀을 쓰러뜨리고 온 흑팀을 상대할 때는 전략이 좀 필요했다.
남녀 씨름 우승팀인 흑팀과 순수한 힘 대 힘으로 부딪치면 높은 확률로 우리가 질 테고 어쨌든 게임 이름부터가 ‘전략’ 줄다리기니까.
전략 줄다리기 시합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팀의 모든 선수가 출전하는데, 이처럼 팀원 모두가 출전하는 단체 경기의 경우 몇십 명이나 되는 팀원들이 한데 모여 작전을 짜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 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따라서 제작진은 각 팀의 주장과 부주장, 그리고 소속 그룹의 리더끼리만 머리를 맞대게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끼리 잘 짰을 작전을 우리 리더 강지우에게 전달받는 참이었는데…….
“미안. 못 들었어.”
고경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뒤 단거리 달리기 결선에 나가 2등과 간발의 차로 1등을 거머쥐고, 청팀 막내답게 내내 활발하게 움직이며 응원하느라 체력을 적지 않게 소모했더니.
촬영 막바지로 갈수록 아차 하면 넋을 놓는 일이 더 빈번히 반복되고 있었다.
지금도 눈 뜨고 반쯤 자다가 대화 흐름을 놓쳐버리고 말았고.
마찬가지로 피곤할 강지우는 이해한다는 듯 사람 좋게 웃으며 내 사과를 받았다.
“괜찮아. 별 얘기도 아니었어.”
“아니, 별 얘기였는데요.”
견성하가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 녀석은 왜 시비냐.
“자, 다시 설명할게.”
“응.”
강지우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팀은 이번에 경기장에 놓여 있을 줄 3개 중 2개만을 주목표로 하고 전체 인원을 반씩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밧줄 하나는…….
“라온이 네가 혼자 맨 오른쪽으로 무조건 빠르게 달려서 가져오는 거야.”
이건 완전.
“별 얘기였잖아!”
“하하, 그런가?”
좀 전에 견성하가 괜히 딴지 걸었던 게 아니었다.
강지우나 다른 사람에게라면 몰라도 나한테는 어딜 보나 별 얘기가 맞았다.
“그런 허무맹랑한 얘기가 나오는데 형은 가만히 있었어?”
“그럴 리가.”
그래. 강지우가 그래도 리더답게 뭔가 말을 해보기는 했구…….
“올해 단거리 달리기 우승자인 우리 자랑스러운 막내는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선배님들한테 적극적으로 어필했지.”
“…….”
잘했냐는 듯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강지우였다.
……말을 말자.
이대로 전략 줄다리기 경기까지 뛰면 과장 안 하고 선 채로 기절할 것 같던 나는 아껴두었던 은총을 써서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뒤에야 이상하기 짝이 없는 작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게 이기고 싶나.’
강지우 얘기를 들어 보면 리더들끼리 한 작전 회의에서 우리도 흑팀에게 응원전 외 종목으로도 한 번쯤 이겨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겨난 듯했다.
아까부터 열심히 흑팀과 청팀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제작진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근데 왜 나야?”
답은 옆에서 시합하다가 손 다치지 말라고 제작진이 나눠준 투박한 목장갑을 주섬주섬 끼던 견성하가 이야기했다.
“왜 너냐니. 너는 누가 봐도 민첩 빼면 시체잖아. 어디로 보내도 그다지 영향 없으니까 차라리 도박한다는 생각으로…… 악!”
이 자식 내 정보창 눈으로 봤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정확한 판단이었고, 그만큼 얄미웠다.
사람 보고 시체라고 하지 말라는 핑계로 견성하를 주먹으로 마구 쳤는데 징샤오처럼 물리 공격 무효화가 떠서 오히려 녀석의 말을 증명해 주는 꼴이 되었다.
하……. 이 망할 개스템.
괜히 기껏 은총 써서 충전한 체력 허비하지 말고 견성하를 따라 장갑을 낀 나는 제작진의 안내를 따라 이동했다.
“뛰다가 안 넘어지게 조심해라. 안 다치는 게 제일 중요해.”
반요한의 걱정은 타당했다.
양 팀이 합쳐 100명도 더 되는 대인원이 참여했기에 잘못 얽히면 우르르 밀리고 넘어져 크게 다칠 위험이 있었다.
“형도 조심.”
“오냐.”
– 그럼 이제부터 전략 줄다리기 결선을 시작하겠습니다!
– 왼쪽이 홍팀을 여유롭게 이기고 올라온 청팀이고요, 오른쪽이 치열한 접전 끝에 올라온 흑팀입니다.
– 경기는 예선과 마찬가지로 3판 2선승제로 진행됩니다.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을 때 자기 팀 쪽으로 더 가까이 가져온 줄이 많은 팀이 승리합니다!
나머지 팀원들은 다 왼쪽 줄과 가운데 있는 줄을 향해 뛰기로 정한 상황이라 나는 슬쩍 오른쪽으로 빠졌다.
아무리 달리기가 빨라도 내가 과연 통편집 당하지 않게 잘할 수 있을까 싶어 한숨이 푹푹 나왔다.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아는 근처의 다른 팀원들이 내가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했는지 부러 인자하게 웃으며 나를 설득했다.
“라온아. 혼자만의 길을 걷는다는 게 물론 외롭겠지만 이건 중요한 임무란다.”
“그래. 이건 우리 팀에서 너만 할 수 있는 일이야.”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는 게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지.”
“…….”
이 인간들이 나를 바보 호구로 아나.
하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생각보다 재밌어 보였다.
못해봤자 통편집밖에 더 당하겠냐.
단거리 달리기 우승 한 번 했다고 단독 분량 뽑아먹을 귀중한 건덕지가 생긴 거니 오히려 좋았다.
까짓거 그 바보 호구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