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5화
출발선에 일렬로 늘어서 신호만 들리면 달릴 준비를 하는 청팀과 흑팀, 양 팀 선수들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
“…….”
긴장된 분위기 속 누군가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뭐라고.’
비교적 과몰입을 덜한 선수 한 명이 실없이 웃을 때.
– 삐이익!
예고 없이 신호총이 울렸다.
신경을 한껏 곤두세우고 있던 양 팀 선수들이 곧장 빠르게 달려 나갔다.
파란 옷을 입은 청팀 선수들이 크게 두 갈래로 갈라졌다.
순간 줄 한 개는 아예 버리는 건가, 생각하던 흑팀 선수들은 잠시 뒤 자신들의 기준으로 왼쪽에서 혼자 튀어나오듯이 달려오는 온라온을 발견했다.
“!”
단거리 달리기 결선에서도 보여주었던 인상적인 달리기로 다른 누구보다 먼저 줄에 도달한 온라온은 그대로 줄 끄트머리를 잡아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줄 하나를 어처구니없이 빼앗길 위기 앞에서 흑팀 선수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저기 왼쪽 혼자 가져간다!”
“막아요!”
청팀이 저런 식으로 줄 하나를 날로 먹게 되면 흑팀 입장에서는 대단히 큰 손해였다.
하지만 큰 손해라는 걸 알아도 흑팀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줄을 가진 온라온은 이미 저만치 도망치고 있었고, 애초에 둘로 나뉘었던 청팀 선수들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가 이제야 남은 줄에 합류하기 시작한 흑팀 선수들보다 한층 우위에 있었다.
접전이 펼쳐지는 중앙 쪽을 흘긋 돌아본 온라온이 뒤쪽에서 질질 끌려오는 줄도 마저 자기 쪽으로 거두고자 있는 힘껏 휙 당겼다.
그랬더니 줄은 그대로 호선을 그리며 휙 날아오다가 한쪽에서 힘 씨름을 하던 청팀 선수들을 철썩, 후려쳤다.
줄을 잡고 있는 사람이 사람이라 큰 힘이 실려 있지 않아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움찔하며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한 일이었다.
물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은 마냥 웃기기만 했다.
특히 잡은 줄을 당기느라 반쯤 누워 있다가 날아오는 줄에 허벅지를 정통으로 맞은 견성하가 깜짝 놀라 성을 냈다.
“악! 아프잖아 바보야!”
“미안!”
– 아, 팀킬인가요?
– 사실 본심인 거죠.
“그러게 누가 저한테 이런 거 시키랬어요!”
– 저번부터 느낀 건데 저 선수 참 뻔뻔해요.
그렇게 첫 번째 경기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청팀이 얻어냈다.
– 첫 번째 경기, 라온 선수가 활약하며 저희 중계진의 예상을 뒤엎고 청팀이 승리합니다!
이어진 두 번째 판에도 청팀은 온라온이 단독으로 채가는 줄을 오른쪽에서 왼쪽에 있는 것으로만 바꾸고 기존 작전을 유지했다.
“내가 봤을 때 흑팀에 라온이보다 빠른 분 안 계셔.”
“청팀 이기자!”
“이기자!”
하지만 힘만 좋은 게 아니라 머리 쓰는 사람도 여럿 있는 흑팀은 같은 수에 똑같이 당해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두 번째 판에서는 특별 차출된 흑팀 선수 몇이 줄을 들고 저 멀리 도망치는 온라온을 그가 지칠 때까지 추적해 끝내 줄째로 끌고 갔던 것이다.
“한 명을 상대로 다섯 명이 그렇게 달려오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끌려갈 때 끌려가더라도 마지막까지 손에서 줄을 놓지 않고 흑팀 선수들 발목을 조금이라도 더 잡으려는 온라온의 처절한 항의에 흑팀 특별조 중 한 명인 옥도윤이 발랄하게 웃으며 답했다.
“고작 다섯 명으로 줄 하나 먹을 수 있으면 이득이라고 주안 형이 전해달래!”
주안 개자식!
아까는 아끼는 동생 어쩌고 하더니 이런 식으로 엿을 먹여?
결국 전략을 완벽하게 파훼 당한 청팀은 우왕좌왕하다가 기회를 놓치지 않은 흑팀에게 줄 3개를 모두 내주며 패하고 말았다.
“죄송함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낡은 줄 하나 붙잡고 누운 건지 앉은 건지 모를 자세로 끌려다녀야 했던 온라온이 조금 전보다 낡고 지친 기색이 역력한 낯으로 팀을 향해 사과했다.
누가 봐도 청팀 선수 중에 가장 고생했던 온라온을 보며 선배들이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 할 만큼 했어.”
“맞아. 라온이 네 덕분에 첫 경기 이긴 건데.”
“근데 이번에는 어떡하지.”
“쟤네 이번에도 무조건 라온 씨 위치부터 볼 듯.”
“나도 봤는데 엄청 무섭게 쫓아가더라.”
“하필 옷도 저승사자라…….”
게다가 온라온은 머리 색도 연한 청색으로 독특해서 멀리서도 눈에 확 띄었다.
자신을 잡으러 온 옥도윤이 머리 부분을 가리키며 “저기 라온이다!”라고 외친 직후 흑팀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모습을 똑똑한 기억한 온라온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제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흑발로 염색하고 올걸.’
곽상현이 알았다면 누가 이런 일로 기껏 탈색한 머리를 다시 검은색으로 물들일 생각을 하냐며 어이없어했을 것이다.
요컨대, 문제는 누가 어디로 가는지 너무 빨리 들키고 만다는 거잖아.
중요한 임무를 맡은 덕분에 리더가 아님에도 작전 회의에 자연스럽게 끼어 있던 온라온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희 그러면 이번에는 이렇게 할까요?”
* * *
길지 않은 작전 타임 뒤.
무슨 일을 꾸미는 것처럼 다 같이 관중석을 향해 뒤돌아섰던 청팀 선수들이 다시 흑팀 선수들을 마주 보았다.
“푸핫!”
“왜 저래!”
오십 명이 넘는 청팀 선수들은 마치 단체로 파란색 후드에 잡아먹힌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 아까 보여줬던 분신술인가요.
– 아까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거 같네요.
– 이야 청팀, 상대의 정신을 교란시키고 있습니다!
거기에 자기들끼리 이리 섞고 저리 섞으며 위치를 바꾸어 상대가 정체를 쉽게 파악하지 못하게 열심히 혼선을 주고 있었다.
시야가 확보되도록 눈언저리만 내놓고 후드 끈을 조인 청팀 선수들은 홍팀처럼 웃기려 한다기보다는 어디까지나 진지하게 이길 생각만 가득해 보여 오히려 더 웃겼다.
– 청팀이 작년까지는 이렇게 망가지지 않았던 것 같은데…….
–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지네요.
– 자! 과연, 얼굴을 포기한 청팀은 흑팀을 이길 수 있을까요.
“…….”
대망의 마지막 판을 앞두고.
역대급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 삐이이익!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총이 울렸다.
그 직후 흑팀 선수들은 청팀이 후드를 뒤집어썼을 뿐, 작전 자체는 직전 경기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장 앞에서 오른쪽 줄을 향해 빠릿하게 달려 나가는 사람이 온라온이라는 사실은 얼굴을 가려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라온 님이 줄 하나 가져가고 남은 청팀 선수들은 줄 2개로 나뉘어서 먹는 작전…….’
오른쪽 줄로 뛰어가던 흑팀 선수들은 조금 전 경기 때처럼 재빨리 목표를 전환해 나머지 줄을 도우러 가고, 아까 온라온을 끌고 갔던 이들만 정해진 것처럼 온라온 쪽으로 달려왔다.
그때, 청팀에서 나선 것은 라이, 서문결, 견성하를 비롯한 최정예 선수들이었다.
“!”
“뭐예요?!”
다른 생각 없이 가운뎃줄을 당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그들은 온라온을 뒤쫓는 흑팀 선수들이 가까이 오자마자 재빨리 온라온을 지원하러 이동했다.
“청팀 이도오오옹!”
그와 동시에 가운뎃줄을 붙잡고 있던 나머지 청팀 선수들은 라이의 우렁찬 신호에 맞추어 왼쪽 줄을 지원하러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미리 상의했던 대로라 전환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청팀은 강력한 소수로 그저그런 소수를 상대하고, 다수로 소수를 상대하는 형세가 되었다.
한 명만 있어도 잡아가기 그리 어렵지 않은 온라온을 잡기 위해 흑팀이 보낸 선수들은 힘이 아주 센 편은 아니었기 때문에, 청팀 최정예 선수들은 어렵지 않게 흑팀 선수들을 역으로 끌고 오며 오른쪽 줄을 지켜냈다.
“오른쪽 지켜요!”
“흑팀 오른쪽!!”
가운뎃줄에 붙어 있던 흑팀 선수들이 아차 해서 왼쪽 줄로 옮겨갔지만, 이미 승기는 청팀 쪽으로 기울어진 뒤였다.
– 청팀! 청팀…!
– 흑팀 끝까지 버텨야죠!
– 삑! 삐이이익!
– 경기~ 종료~!!
그렇게 게릴라전을 펼치는 작전이 먹혀들어 왼쪽 줄도 성공적으로 가져옴에 따라 올해 전략 줄다리기 우승팀은.
– 청팀! 축하드립니다!!
– 이야, 이변이네요.
* * *
“나 몸이 다섯 조각으로 쪼개진 것 같아.”
오늘 했던 다른 그 어떤 경기나 행사를 합친 것보다도 전략 줄다리기 세 판이 다섯 배는 힘들었다.
“이거 오체분시라고 하나…….”
“엄살 부리기는.”
“반요한 조용히 하고 막내 고생했어.”
어쨌거나 기나긴 하루도 이제 농구 결선과 이어달리기만 하면 끝이 난다.
올해 청팀은 우승을 차지한 응원전과 전략 줄다리기 같은 단체전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상당히 괜찮은 성과를 냈다.
특히 유독 흑팀과 거세게 겨룬 경기가 많았다.
제작진도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 아까부터 중계진은 흑팀과 청팀 사이의 경쟁의식을 열띠게 부추기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전략 줄다리기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를 맞은 흑팀은 농구에서 설욕하겠다며 칼을 갈고 있는 모양이었다.
오르카에서도 반요한과 서문결이 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잘하고 와.”
“그래.”
“다치지 말고.”
“걱정 마.”
이번에는 서문결이 선발 출전이었고 반요한이 벤치에 남았다.
시합 보는 눈이 좋은 반요한이 일단 상황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거라고 해설위원이 청팀 감독의 의도를 추측했다.
전략 줄다리기 도중에 손목을 삐끗한 징샤오가 치료받느라 잠시 빠진 덕분인지, 농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긴박한 경기가 펼쳐졌다.
그러다 한순간.
“!”
훌쩍 점프했다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오던 서문결이 누군가의 발을 밟고 비틀, 균형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