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6화
“서문결…!”
뼈가 단단한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진 서문결과 인상을 찡그리며 몸을 수그리고 밟힌 발을 부여잡은 리프틴 바인이 보였다.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던 나와 멤버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시합에서 눈을 뗀 채 감독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던 반요한도 이상을 느끼고 한 박자 늦게 경기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 지금 청팀 결 선수가 흑팀 바인 선수의 발을 밟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 결 선수가 착지 과정에서 밑에 있는 걸 못 보고 그대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 두 선수 모두 부상 없이 괜찮아야 할 텐데 말이죠…….
하필이면 우리는 오르카고 상대는 리프틴이라 언제 들떴냐는 듯 삽시간에 싸늘하게 내리식은 경기장이 불안하게 술렁였다.
서문결이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가 받은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원래 저런 건 밟힌 사람보다 밟는 사람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고.
그 비슷한 말을 예전에 본 올림픽 중계 방송에서 언뜻 들었던 기억이 났다.
‘괜찮은 거 맞나?’
코트 위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나 양 팀 감독, 심판까지 두 사람을 에워싸듯 서 있어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내가 있는 곳에서는 잘 안 보였다.
그런데 방금 내가 잘못 본 건가?
내 눈에는 바인이 일부러…….
‘에이. 설마.’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추측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때.
옆에 서 있던 견성하가 나를 툭 건드렸다.
“야.”
낮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 녀석은 서늘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너도 봤지.”
“뭐?”
“저 자식이 좀 전에 고의로 발 밀어 넣은 거.”
주위에 듣는 귀가 한가득했다.
그런 위험한 추측은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잠시 망설이던 나는 수많은 사람이 혼란스럽게 웅성거리는 소리에 간신히 묻히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해?”
“……어.”
표정이 유지되는 내 얼굴을 보고 뒤늦게 카메라와 사람들 시선을 의식했는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던 미간을 약간 느슨하게 한 견성하가 말을 이었다.
“내 눈에는 그럴 필요 없는데 굳이 거기 자기 발 가져다 댄 걸로밖에 안 보였어.”
견성하는 확신에 차서 말했지만, 사실 바인의 행동에 눈에 띄게 어색하거나 이상한 점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강지우나 다른 아이돌들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걸로 보아 우리가 괜히 예민해서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문결의 활약으로 청팀이 소폭 앞서가는 점수 상황 속에서 점점 격해지던 바인의 플레이와 외부인인 내 앞에서 자기 멤버를 꼰대 새끼라 말하던 그의 목소리는 내 안에서 어렵지 않게 겹쳐졌다.
“……일단 지금은 가만히 있자.”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바인이 일부러 그랬다고 섣부른 의혹을 제기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겉으로 보기에 밟은 사람은 서문결이고 그에게 밟힌 사람은 바인이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 사고가 서문결 잘못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뭐, 당사자인 서문결이나 바인을 평소에 아니꼽게 보며 내게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까지 얘기한 적 있는 고경윤 쪽을 나중에 파보면 답이 나오겠지.
과연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닌지.
바보는 아닌 견성하도 왜 가만히 이어야 하냐는 식의 어리석은 소리는 하지 않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방금 결이 형한테 서문결이라고 하지 않았냐?”
“내가?”
“네가.”
“아니? 잘못 들은 거겠지.”
“그래?”
“그래.”
견성하는 미심쩍은 듯 나를 흘긋거렸지만, 나는 뻔뻔하게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다행히 서문결은 곧 멀쩡한 낯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신에게 발을 밟힌 바인에게 괜찮냐는 듯 손을 내밀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닌가?’
……아니다.
잊으면 안 되는 건데, 서문결은 둔하고 눈치가 없다.
만약 바인이 일부러 발을 들이밀었다 하더라도 대놓고 그런 게 아닌 이상에는 좀처럼 못 알아챌 정도로 말이다.
함부로 단정 지으면 안 되지만, 내 눈에는 이미 천하의 쌍놈 정도로 보이는 바인 또한 괜찮다는 듯 서문결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 아, 두 선수 다행히 무사히 일어납니다.
– 어우…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에요.
장외에서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나나 멤버들도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 자, 우리 선수분들 열심히 뛰면서 멋있는 모습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럼 이런 위험한 프로그램을 안 하면 될 거 아니야.
부를 거면 스피드 퀴즈 같은 거나 시키라고. 어?
그때, 정해진 라인을 따라 일렬로 쪼르륵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한 서문결이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살짝 웃는 얼굴로 입 모양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게 보였다.
“괜찮대. 다행이다.”
“결이 교체 안 하나? 지금은 괜찮아도 나중에는 어떨지 모르는데…….”
서문결은 교체 없이 계속 뛸 것으로 보였다.
“그건 그런데 결이 형이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요. 지금 흑팀에 리프틴 샤오 들어오는데 결이 형 빼면 역전당할 가능성 높아서 그런가, 계속 뛰려는 것 같아요.”
견성하의 말대로 아무래도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서문결이 빠져버리면 시합 상황이 어려워질 게 뻔했다.
“몸이 진짜 괜찮은 거면 상관없지만…….”
예전에 운동해 봐서 부상의 위험성을 잘 아는 견성하는 영 불안한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아 서문결의 무릎과 발목 등의 관절에 눈길이 계속 갔다.
“아니, 사람이 넘어졌는데 계속한다는 게 말이 돼?”
우리 중에 안전 문제에 누구보다 민감한 강지우가 분개했다.
사람이 다쳤다니까 하는 말인데.
전략 줄다리기를 하다가 손목을 다친 징샤오도 상태가 심각하지는 않은지 테이핑을 하고 곧 경기에 투입될 태세로 저편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트루 망한 이후로 끊었던 염불을 다시 외울 때가 되었군.
‘아이돌 체육대회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프로 운동선수들이야 시합 중에 서로 부딪히고 넘어져도 당장 플레이에 지장이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으면 시합을 속행한다지만.
우린 가수잖아!
* * *
전반까지 쉬지 않고 움직인 서문결은 다행히 후반에는 빠졌다.
그 대신 반요한이 후반에 투입됐지만, 숱하게 우승해 온 흑팀은 우리 팀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았고 무엇보다도 전반 끄트머리에 들어와 신나게 날뛰는 징샤오를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우리 측에는 없었다.
결국 흑팀에게 역전패.
하지만 패배는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를 뛸 때까지는 괜찮아 보였던 서문결이 결국 다리 어딘가에 통증을 느꼈는지 후반전 도중에 벤치에 앉아 있다 말고 곽상현과 함께 내부에 마련된 의무실로 향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막내야, 꼴찌여도 괜찮으니까 달리면서 안 넘어지게 조심해. 특히 코너 돌 때.”
서문결의 부상 소식에 한층 예민해진 강지우가 드디어 오늘의 마지막 경기인 이어달리기에 나갈 준비를 하는 내 손을 붙잡고 단단히 당부했다.
“알았어.”
“여기 서 봐. 신발 끈 다시 묶어줄게. 아까 보니까 잘 풀어지게 묶더라.”
“응.”
강지우가 몸 쓰는 경기들에 자기가 나갔어야 한다며 굉장히 이상한 후회를 하면서 내 운동화 끈을 다시 묶어줬다.
끈이 잘 묶였는지 발을 툭툭 굴러 본 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다른 멤버들의 배웅을 받으며 같이 주자로 나서는 아이돌들과 함께 대기 장소로 향했다.
이어달리기는 여자-남자 순으로 번갈아서 뛰고, 연차 순으로 순서를 정했다.
따라서 나는 첫 번째로 달리는 여자 아이돌에 이은 두 번째 주자였다.
발목을 돌리며 몸을 푸는 나를 향해 함께 서 있던 청팀 선배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며 강지우와 같은 조언을 건넸다.
안 그래도 나는 이미 빨리 뛰는 것보다는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뛰는 걸로 목표를 정한 상태였다.
만에 하나 다치더라도 부상은 은총으로 치료하면 되지만, 그와 별개로 서문결이 다친 마당에 나까지 눈앞에서 대차게 구르면 에어리들이나 멤버들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뻔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뛴 경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우리 팀은 3등이었다.
내가 극 초반에 2명을 제쳐 1위를 확보하면서 중반까지는 청팀이 1위였는데 후반에 바통을 한 번 놓치는 사고가 생기면서 순위가 쭉 뒤로 밀렸다.
나는 할 만큼 한 경기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와 보니 서문결이 돌아와 있었다.
반사적으로 다리에 시선이 갔다.
“수고했어. 잘 뛰더라.”
이 인간은 뭘 태연히 ‘잘 뛰더라’ 같은 소리나 하는 거야?
“결이 형 다리는 괜찮대? 아직 아파? 병원은?”
내 물음에 서문결은 오늘따라 사람 속 터지게 하는 평온한 얼굴로 하나하나 답했다.
“조금 느낌이 이상하기는 한데 잘 모르겠어. 혹시 모르니까 끝나고 상현 형이랑 끝나고 병원 가기로 했는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어차피 시상식밖에 안 남았으니 끝까지 자리에 남아있으려는 모양이었다.
“잘 모르긴 뭘 몰라. 형 몸이잖아. 아픈지 안 아픈지는 알아야지. 그리고 무…….”
무릎 얘기를 무심코 꺼내려던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을 바꿨다.
“안 아파도 그렇지. 실제로 그게 심각한 건지 아닌지 형이 어떻게 아는데. 아까 감독님한테 교체해달라고는 왜 안 한 건데?”
빠르게 쏘아붙이는데, 누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강지우였다.
“막내야, 그 얘기 내가 벌써 다 했다.”
“…….”
해탈한 표정의 강지우 옆에서 서문결이 속 뒤집어 놓는 소리를 했다.
“형 괜찮아.”
괜찮긴 개뿔!
무릎 안 좋은 쪽 다리에 신경 쓰는 게 다 보이는데.
아무래도 조만간 다른 사람한테 은총을 쓰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아봐야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