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7화
다들 지쳐서 낮에 비하면 착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아이돌 체육대회의 끝을 알리는 폐막식이 진행됐다.
– 자, 이렇게 해서 단거리 달리기, 남자 농구와 여자 피구, 퀴즈 대회, 단체 응원전, 씨름, 전략 줄다리기, 그리고 이어달리기까지! 모든 경기가 마무리되었는데요.
마찬가지로 행사 내내 떠드느라 지친 중계진도 마지막 기력을 끌어올리며 애써 목소리를 짜내는 게 느껴졌다.
폐막식이라고는 하지만 MBS 간판 예능 단체 출전권이 우승 부상으로 걸린 시상식을 제외하면 별다른 게 없었다.
올해 전체 우승팀은 작년 우승팀이기도 한 흑팀이었다.
– 흑팀! 축하드립니다!
크게 기뻐하는 흑팀 선수들 사이에서 빠져나온 흑팀 주장 주안과 부주장 서희가 앞으로 나가 지역 인사가 수여하는 트로피와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두 사람이 의례적으로 소감 발표를 마친 뒤, 나머지 팀들의 점수와 순위도 공개되었다.
– 2위는 청팀, 3위는 백팀, 4위는 홍팀이군요.
청팀 점수를 자세한 보니 흑팀과는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였다.
청팀이 응원전이나 전략 줄다리기 등 큰 점수가 걸린 굵직한 경기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예선 탈락한 종목도 몇 가지 있는 우리와 달리 흑팀은 대부분 2위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도 챔피언 자리를 지켰다.
이렇게 우승팀을 발표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 이어서 MVP 그룹 시상이 있겠습니다.
아이돌 체육대회에서는 전체 우승팀과는 별도로 MVP 그룹이라는 걸 뽑았다.
4개의 팀이나 개인 단위가 아니라, 그룹 단위였기에 그 그룹의 멤버들이 전반적으로 얼마나 활약했는지가 수상 기준이었다.
사실 개인이면 몰라도 그룹 전체가 한정된 기회 안에서 고루 활약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런 탓에 제작진이 적당히 아무 그룹이나 뽑아 상을 준 적도 없지 않았다.
게다가 모호한 기준에 비해 우승팀이 받은 것과 똑같이 MBS 간판 예능 단체 출연권이라는 큼직한 부상까지 걸려 있었으니…….
그런 식으로 뽑을 바에는 차라리 프로그램과 함께 폐지하라는 날카로운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는 미묘한 상이었다.
별 기대 없이 손뼉이나 열심히 쳐줄 생각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을 때.
시상자가 MVP 그룹을 발표했다.
– 여자부 세렌디피티, 남자부 오르카!
“……와.”
누군지 모를 MVP 그룹을 향해 박수를 보낼 준비를 하던 내 두 손이 예상치 못한 말에 어정쩡하게 거리를 두고 멈췄다.
벌써 기세 좋게 첫 번째 박수를 ‘짝’하고 친 강지우도 ‘어라?’ 하는 표정으로 정지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다들 반응이 조금씩 굼떴다.
주위에 있는 청팀 선배들이 정신 못 차리는 우리에게 활발하게 축하 인사를 건넨 덕분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축하해.”
“축하한다!”
내가 급하게 온리보이즈 대신 아크로바틱을 뛰거나 서문결이 농구 하다가 다치는 사건이 있기도 했고, 온종일 여러모로 고생해서 그런지 대부분 신인인 우리가 상을 받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목숨 걸고 튀어야 하는 신인으로서 뭐라도 받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당장 서문결이 다친 상황이라 마음 놓고 기뻐하기는 어려웠다.
‘병 주고 약 주냐?’
아니. 이건 제대로 된 약도 아니었다.
그냥 아픈 사람 입에 설탕 쪼가리나 마찬가지인 사탕 하나 넣어주는 거지.
여기 메인 PD가 나를 좋아하는 편이라 나름 챙겨줄 수 있는 걸 챙겨준 것 같기는 한데…….
‘우리가 이 정도로 성의 표시까지 해줬는데 쟤들도 별소리 더 안 하겠지.’
방송국이 이딴 생각이나 하고 있을 게 뻔히 보여서 은근히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어느샌가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우리는 기분 나쁜 티 하나 없이 웃는 얼굴로 주위에 있던 청팀 선배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저희 내년에는 꼭 우승해요!”
“그래, 그러자.”
– 두 팀 모두 축하합니다. 그럼 세렌디피티와 오르카 리더는 단상 앞으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부름을 받은 강지우와 세렌디피티 리더가 앞으로 나갔다.
– 백팀 세렌디피티는 올해도 체육돌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세렌디피티 리더가 상을 받고 시상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중계진이 픽하트 멘토였던 석수영을 포함한 세렌디피티 멤버들의 활약을 쭉 읊었다.
그다음 강지우도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 청팀 오르카는 세포 분열이라는 독특한 응원법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아니, 그것도 활약으로 쳐주는 거냐고.
– 아이돌 퀴즈 대회 우승자 지우 선수, 농구대회에서 뛰어난 활약 보여준 요한 선수와 결 선수, 씨름에서 멋있는 승부를 보여준 성하 선수.
– 그리고 남자부 단거리 달리기 우승자이자 단체 응원전과 이어달리기 및 눈싸움에서 멋진 모습을 여러 차례 보이며 팀의 승리에 크게 기여한 라온 선수까지.
저렇게 들으니 우리가 그래도 뭔가 많이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서문결이 다친 사건에 대해서는 입을 그냥 싹 닫아버리는 게 참으로 방송국 놈들다웠다.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므로 고작 이 정도로 열심히 한 보람이 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 이야, 쟁쟁하네요.
– 이 정도면 역대 MVP 그룹 중에서도 손꼽히는 활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제작진 측 문제로 뭔가 또 지연되어 중계진은 잠시 세렌디피티 이야기를 했다가 다시 우리 얘기로 돌아오며 시간을 끌었다.
– 올해 첫 출전을 한 신인 오르카는 혈기가 넘쳐서 그야말로 청팀의 원조 리더, 크로니클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1회 아이돌 체육대회부터 꾸준히 진행을 맡아온 MC의 말이었다.
– 그분들은 진짜 전설이죠. 크로니클의 조카 그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우리 오르카 친구들에게는 최고의 칭찬이겠네요.
오후 경기부터 MC를 맡았던 크로니클 김성영이 모른 척 하하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무튼, 두 그룹은 흑팀과 함께 자사 예능 아이돌 체육대회 특집편에 출연할 수 있다는 말과 함꼐 MVP 그룹 시상까지 얼추 끝났다.
– 벌써 끝인사를 드릴 시간이네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아름답고 값진 청춘의 땀을 흘려주신 우리 후배 아이돌 여러분들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 끝까지 자리 지켜주시며 뜨거운 응원 보내주신 사천이백여 명의 팬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 그리고 방송을 마지막까지 봐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저희 그러면 마지막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추석 인사 한번 드리고 다 같이 박수 한 번 치면서 마무리할까요?
– 좋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2018 아이돌 체육대회처럼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짝짝짝짝…….
수천 명이 보내는 박수 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 아이돌 체육대회가 진짜 끝나기는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설 특집이었던 지난겨울의 아이돌 예능 대전과는 비교도 안 되는 피로감이었다.
그래도 체육대회인데, 나름 재미있는 스케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처음의 섣부른 기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필참인 경기만 나가고 알아서 빠져 있었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진짜 재미있는 체육대회 같은 걸 기대했단 말이지…….’
하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는 표정 및 자세 관리와 뛰고 구르는 차력 쇼였다.
‘아이돌 체육대회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망하라고 저주하다 보니 방송국으로부터 해산해도 좋다는 공식적인 허가가 떨어졌다.
우리는 경기장 근처에 대기시킨 푸드트럭 앞에서 고생한 에어리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서문결도 함께였다.
“형도 간다고?”
“앉아만 있는 거잖아.”
전부터 느꼈는데 이 인간 똥고집 장난 아니다.
“무슨 소리야?”
하지만 명분이 이쪽에 있는 한, 내가 더 셌다.
“형은 에어리들한테 얼굴만 비추고 바로 병원 가야지.”
약 1년 동안 그룹 생활을 해본 결과.
“우리 막내 말이 천 번 만 번 옳다.”
“그래. 라온이 말대로 해.”
“형, 얘 말대로 해요.”
우리 그룹은 연장자들의 권위가 없다 못해 어릴수록 발언권이 세지는 이상한 구조였다.
“응…….”
결국 서문결은 시무룩한 낯으로 고집을 꺾고 얼굴만 비추는 정도로 타협했다.
나는 오늘도 다짐했다.
‘내가 사실 23세… 아니, 이제 24세지. 24세 군필 남성이라는 사실은 평생 목숨 걸고 숨겨야지…….’
아무튼 2018 아이돌 체육대회 한정 응원봉 데코 파츠와 포토카드, 그리고 따뜻한 어묵탕과 컵 떡볶이를 받은 에어리들은 사르르 풀어진 표정으로 미니 팬미팅 장소에 쪼르륵 앉아 있었다.
“결이 형은 이제 갈 거예요.”
“아아아아…….”
에어리들이 아쉬워하는 소리를 내었다.
“형, 에어리들한테 안녕해, 안녕.”
“안녕…….”
서문결도 어쩐지 아련하게 손을 흔들자 에어리들이 웃음을 참는 얼굴로 마주 손을 흔들어 주었다.
“사실 이 형 여기 있고 싶다는 거 저희가 말려서 병원 빨리 보내는 건데 저희 잘했…죠?”
그래도 에어리들은 앉아 있는 서문결 보는 걸 더 좋아하려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갈 때.
“아니야. 잘했어!”
“결아, 빨리 병원 가!”
다행히도 에어리들이 소리 높여 우리를 칭찬했다.
서문결도 조금 안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네가 왜 죄송해!”
“넌 잘했어!”
서문결 기 세워주는 멘트들 틈에서 한 에어리가 내뱉은 아이돌 체육대회 PD 욕이 선명하게 들렸지만 우리 모두 못 들은 척했다.
* * *
아이돌 체육대회 녹화는 끝났지만, 그 터무니없는 방송이 낳은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와 바인을 따로 불러낸 고경윤이 피곤함 때문에 평소보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안 들려? 사람이 물어보잖아. 멍청하게 왜 그랬냐고.”
벌써 세 번째 반복되는 질문이었다.
“그러니까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니까.”
다 알면서도 딴청을 피우는 바인의 모습에, 고경윤이 튀어나오려는 욕을 집어삼키며 또박또박 대꾸했다.
“지능이 없으면 눈치랑 염치라도 챙기든가. 아, 너는 사람 새끼가 덜돼서 이 정도 말뜻도 못 알아듣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