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8화
1년쯤 전.
데뷔를 위해 여러 소속사에서 모인 연습생들이 리프틴이라는 이름으로 준비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고경윤은 그룹 분위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눈에 안 차는 바인을 일단 묵인했다.
고경윤에게 바인이 어느 부분에서 마음에 안 드냐고 묻는다면 이런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전부 다.’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춤은 몸치 징샤오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고, 목을 억지로 긁는 랩은 들어주기 힘들었다.
좋게 말해 개성적인 매력이 있는 비주얼은 개성이 있어도 너무 있어서 리프틴 멤버들과 함께 서 있을 때 그 혼자만 다소 튀어 보일 정도였다.
본인이 노력하고 관리한 결과가 그거라면 정상 참작의 여지라도 있지만.
매니저가 사시사철 걱정할 정도로 비루한 인성을 가진 바인에게 연습을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 이상의 노력을 바랄 수는 없었다.
물론 고경윤은 기본 중의 기본인 팀 연습 참여를 노력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바인이 리프틴에 합류할 때 내세웠던 포지션 상 명분은 작곡과 영어 회화가 어느 정도 된다는 점이었다.
물론 바인의 작곡 능력이 리프틴의 라이벌 그룹으로 여겨지는 오르카의 서문결이나 온라온처럼 완성도 있는 곡을 통째로 뱉어낼 급은 아니고, 기껏해야 멜로디 정도나 부분부분 끼적이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는 고경윤이나 옥도윤도 할 수 있었다.
외국어는 같은 그룹에 한국어를 현지인 수준으로 익혀가는 홍콩인과 일본인이 있는 이상 큰 도움이라고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의미 없는 명분 말고, 어디 내놓아도 부끄러운 바인이 그룹에 합류할 수 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인이 리프틴의 기획 및 제작을 맡은 제이다 엔터 대표의 친구의 친척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고경윤은 탄식했다.
그렇게 된 이상 데뷔 전에 바인을 쫓아낼 방법은 없었다.
무리하게 바인을 내쫓으려 하다가는 안 그래도 미래가 불안정한 리프틴이라는 그룹의 데뷔 자체가 엎어질 판이었다.
같은 루이젠 엔터 출신인 옥도윤, 징샤오나 웨스 뮤직의 윤명수, 김준우, 나가세 리츠 등의 다른 멤버들은 꽤 괜찮은 자원이었으니 구멍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겠지.
그렇게 안이한 생각으로 데뷔 준비 과정을 버틴 고경윤은 바인이 구멍이 아니라 움직이는 폭탄이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더하다는 게 문제였다.
데뷔 후에는 그 모자란 머리로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이 자기 봉, 아니, 생명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그나마 팬서비스만은 질릴 정도로 잘해주며 개인 팬덤을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비싼 선물을 주냐 안 주냐, 외모가 마음에 드냐 안 드느냐로 은근히 팬을 차별하는 건 기본이고 SNS 비공개 계정으로는 홈마와 사적인 친목을 했으며 일터에서는 이성 아이돌 쪽을 경망스럽게 기웃거리기 일쑤였다.
일부라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날에는 행각을 벌인 그는 이런 망언을 했다.
– 어. 나 ×나 예쁜 아이돌 여친 만들려고 연예인 하는 건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코어력을 보여주는 바인의 팬들도 단번에 떨어져 나갈 소리였다.
이걸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보다 어린 동생들 앞에서 지껄이는 머저리와 내가 한 팀이라니…….
자타공인 근면성실하게 살아왔던 고경윤은 바인을 보다 보면 일종의 자괴감마저 들었다.
세상에는 안이한 정신머리로 누군가가 간절히 바라는 자리를 뻔뻔하게 차지하고 또 저버리는 자가 너무 많았다.
발견하기 쉬운 곳에 버려진 팬레터를 다시 주워 와 편지 주인 바인이 보는 앞에 내던진 고경윤이 예의상 써주던 존댓말까지 내버리며 너는 목 위에 달린 게 장식이냐는 주제로 대판 언쟁을 벌인 날.
고경윤은 바인이 차라리 그룹 이미지에는 심각한 타격이 가지 않으면서, 그룹에서 내쫓기에는 충분한 수위의 사고를 쳐주기를 바라는 자신이 이상한 건지 윤명수에게 상담했다.
진지하고 진솔한 상담 결과 고경윤은 정상이었다.
이 모든 게 데뷔한 지 1년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라는 게 가장 머리 아픈 지점이었다.
그리고 오늘 일.
선을 넘어도 과하게 넘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오르카와 리프틴의 두 팬덤인데.
당장 아이돌 커뮤니티를 슬쩍 둘러만 봐도 바인과 서문결이 충돌한 시점의 직캠을 두고 말이 많았다.
물론 대부분은 두 사람을 걱정하는 댓글이었지만, 일부는 저기서 가까이 붙은 바인의 잘못이라는 등의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번 일을 두고 두 팬덤의 관계는 보나 마나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혹시라도 바인이 일부러 그랬다는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다면…….
‘대체 왜 그런 짓을 벌였지?’
그의 멀쩡한 사고방식으로는 바인의 언행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저번에 연습 빠진 일로 크게 다툴 때, 이웃 그룹 멤버 서문결은 랩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얼굴 잘하고 인성 좋고 작곡까지 잘하는데, 너는 대체 그중에서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라도 있긴 하냐며 냉정하게 비교했던 게 원인인가?
‘설마 그렇게까지 못날 리가…….’
하지만 바인의 얼굴을 본 고경윤은 생각을 고쳤다.
‘못났군.’
그러는 동안 고경윤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들은 바인의 표정이 시시각각 사나워졌다.
“그러니까……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냐고? 위아래도 없이 사사건건 별것도 아닌 일로 시비 거는 건 문제도 아니냐?”
위아래를 지키라는 본인 주장의 논리를 갖춘답시고 평소 연장자인 윤명수에게는 비교적 고분고분하게 나가던 바인의 웃기지도 않은 태도를 떠올린 고경윤이 싸늘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꼭 있지. 인생에 자랑할 게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먹은 나이밖에 없는 놈이.”
그리고 바인의 성질을 긁는 데 가장 효과적인 모욕 하나를 이어 입에 담았다.
“그런데 너와 같은 나이인 오르카 결은 너와 비교하는 것조차 미안해질 만큼 다재다능한데, 이제는 운동까지 잘해서 널 불쌍할 정도로….”
“닥쳐.”
“가소롭게 만드니 열등감이 어지간했겠어.”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맺은 고경윤은 습관적으로 주위에 달리 듣는 귀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설마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잔뜩 긁어놓은 뒤 진정으로 가엾다는 듯 묻는 그 가증스러움에.
“×팔. 그래. 일부러 그랬다.”
바인이 폭발했다.
“인상도 안 좋은 새끼 나한테 환장하는 팬들한테 욕 좀 먹으라고. 근데 내가 그놈 발을 밟은 것도 아니고 네 발을 밟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시비시냐고요. 어?”
협박 조로 말한 바인이 고경윤의 발을 밟으려는 듯 제 발을 성큼 들어 올리며 지껄였다.
“너도 빽으로 들어온 건 똑같으면서 자기는 떳떳한 척 깨끗한 척 오지게 하는데 안 부끄럽냐?”
고경윤의 낯이 굳었다.
답할 말이 궁해서라기보다는, 대화가 안 통하는 이와 대거리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본질적인 허탈감이 몰려와 피로한 몸을 사정없이 짓누른 탓이다.
과분하게 논리적인 소리를 돌려주는 대신.
고경윤은 제 발을 허공에 있는 바인의 발아래에 들이밀었다.
오늘 오후 바인이 서문결에게 했던 것처럼.
“밟아보지 그래?”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는지 바인이 인상을 구겼다.
‘그런다고 내가 못 할 줄…….’
“대신, 이번에야말로 경솔한 걸음을 신중히 둬야 할 거다. 오늘 일로 난 네가 그룹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결심을 거의 다 세웠으니까.”
고저 없는 목소리로 흘러나온 경고에 몸이 절로 멈칫했다.
‘뱀 같은 새끼…….’
일개 멤버 하나가 실행하기에는 과한 일이었지만, 눈앞의 고경윤이라면 정말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경윤은 특별히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는데도 그가 원할 때면 유력한 인사처럼 노회한 분위기를 냈다.
냉소를 머금은 고경윤이 바인을 가볍게 툭 밀었다.
그대로 몸이 밀린 바인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들고 있던 발을 뒤에 놓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이야. 행동거지 조심해. 듣보여도 얼굴 한 번 팔린 연예인이 인성 논란 나서 연예계 퇴출당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지 잘 생각하면서.”
안색 하나 안 변하고 경고하는 고경윤 역시도 바인이 함부로 못 할 정도의 뒷배가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꼴 보기 싫게 설치는 놈 따위야 진작에 쳐냈을 텐데.
“×발…….”
하도 많이 들어 질릴 지경인 욕설에 고경윤은 더 말 섞고 싶지 않다는 태도로 먼저 자리를 떴다.
혼자 남게 된 고경윤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녹음을 종료했다.
‘앞으로는 이런 건수를 쉽게 잡기는 어렵겠지.’
워낙 조심성이 없고 귀찮아하는 게 많은 놈이라 그동안은 고경윤과 충돌할 때 증거를 수집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겠지만.
이제까지와는 달리 놈을 퇴출시키겠다는 엄포를 대놓고 놓은 이상, 앞으로는 바인도 조금쯤은 조심성을 갖추고, 고경윤의 뒤를 칠 수 있는 증거를 남기려 들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여러 이유로 그를 못마땅해하는 극성 바인 팬 무리의 주도로 예의 트루 엔터 왕따 가해자 누명까지 다시 쓸 뻔했던 고경윤이었다.
오늘 온라온과 사이좋은 모습을 원 없이 보여주었으니 그 문제는 이번에야말로 말끔히 해결될 듯하다만.
지이잉.
타이밍도 좋게 온라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옛날 일을 마주 볼 각오가 되면 찾아오라고 엄포를 놓은 사람이 이렇게나 빨리, 먼저 연락해 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확실히 아는 건가, 아니면 찔러보는 건가…….’
고경윤은 자신이 알아낸 것을 온라온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일단 제외했다.
하지만 지금 사실을 안다고 해서 온라온이 분노하는 것 말고, 실질적으로 뭘 할 수 있지?
직접 와서 바인을 몇 대 갈겨준다면야 속은 시원해지겠다만.
만약 저쪽에서 이번 일을 제대로 터뜨리고자 한다면…….
바인 따위가 아닌 팀을 먼저 생각해 당장은 온라온을 말려야 하는 게 리프틴의 지오인 고경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두고 보면 대형 사고를 한 번은 칠 게 분명한 바인을 마음먹고 내치고자 할 때에는 온라온의 손이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예감 또한 들었다.
“…….”
오염 물질 그 자체인 바인을 상대하는 동안 잠시 묻어두었던 죄의식이 그와 정확히 반대되는 인물인 온라온을 떠올리니 도로 신물처럼 올라왔다.
아무래도, 온라온이 일컬었던 각오를 다지기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할 듯싶었다.
* * *
한편.
–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이후 음성 사서…….
“이 자식이 씹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