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9화
평소에는 스케줄 도중이 아니면 신호음이 3번 지나가기 전에 얌전 떠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하던 놈이 전화를 통 받지 않았다.
초대형 스케줄인 아이돌 체육대회가 끝나자마자 뭐가 또 있는 것도 아닐 텐데.
이렇게 받지 않는다는 건 나를 피한다는 뜻밖에 되지 않았다.
“왜?”
“아니야.”
옆에 있던 견성하에게 고개를 저을 때 고경윤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
고어웨이지오 [죄송합니다. 아직 각오가 안 돼서 미처 받지 못했어요.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하고 다시 연락드릴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무슨 업무 연락처럼 저렇게 정중하고도 비장하게 각오를 운운하니 할 말이 없었다.
그래.
아까 보니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의 과오에 꽤 충격받은 모양이었으니 시간을 좀 주자.
고어웨이지오 [다친 멤버분은 괜찮으신가요?]
고어웨이지오 [참고로 저희 멤버는 지나치게 멀쩡하니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바인을 걱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굳이 저렇게 덧붙이는 고경윤의 어조를 보니 이 자식도 뭔가 눈치챘나 보다.
나한테 완전히 숨길 생각은 없다 이거지.
자기 멤버라고 싸고돌면 답답해졌을 텐데 잘됐다.
그리고 서문결이 괜찮은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우리가 늘 그랬듯 생각보다 길어진 미니 팬미팅을 마치고 숙소로 복귀할 때까지도 서문결은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네…….”
“지금 오는 중이랬어.”
온종일 카메라 앞에서 버티느라 몸과 마음이 고루 피곤할 텐데도 다들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거실에 모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문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서문결을 은총으로 치료할 마음을 어느 정도 굳힌 상태였다.
이전에 래리는 은총으로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반면.
타인을 치료하는 데에는 훨씬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고 경고 비슷한 설명을 했었다.
그렇게 경고까지 할 정도면 다른 사람을 치료했을 때 심상찮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건 분명한데…….
“형.”
나는 단순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정도의 치유력을 발휘하려면 어느 정도의 힘이 드는지 확인해 볼 생각으로 나를 제외한 멤버 중에 제일 허약한 반요한을 불렀다.
“……왜?”
소파에 기대 꾸벅꾸벅 졸던 반요한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아니. 자나 해서.”
내 싱거운 답을 들은 반요한은 다시 눈에 힘을 풀었다.
생각해 보니 굳이 잘 자는 사람 깨울 것까지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이거 대체 어떻게 쓰는 거지.’
남한테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 잠시 헤매던 나는 느낌이 오는 대로 반요한의 맨손을 가볍게 쥐었다.
손을 건드릴 때 한 번 더 내 쪽을 향해 눈을 게슴츠레 떴던 반요한은 내가 별다른 짓을 하지 않자 곧 마저 졸았다.
이전에 래리가 내 등에 손을 얹고 자기 능력을 행사했을 때처럼 몸 안에서 손을 타고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됐…….’
그러나 흘러나가던 것은 무언가에 턱 걸린 것처럼 멈췄다.
시스템창 여러 개가 눈앞에 연달아 떠올랐다.
[경고!] [자신 외의 대상에게 해당 스킬을 사용하기에는 ■■의 ■■ 및 사용자의 코어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최소한 스킬 사용자가 완전한 코어를 갖춘 뒤 스킬을 사용하기를 권고합니다.] [정말 클래스 스킬 《은총》을 반요한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이후 사용에는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Y/N]처음 보는 종류의 경고창이었다.
그리고 어쩐지 이 시스템 메시지를 보낸 건 래리가 아닌 것 같았고.
중간에 ‘■■의 ■■’라는 별 의미심장한 필터링까지 걸려 있어서 괜히더 뭐가 더 있는 것처럼 신경 쓰였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손을 뗐다.
그러자 선택지를 띄우던 시스템창도 자동으로 사라졌다.
지금 중요한 건 서문결의 치료였다.
굳이 미리 확인해 본답시고 리스크를 두 번씩이나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뭐 하려던 거야?”
반요한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물었다.
녀석이 혼곤한 정신으로나마 깨어있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놀라지 않고 둘러댔다.
“손 지압.”
“왜 안 하고.”
“잠 깨울까 봐.”
“다 깼으니까 해.”
“하기 싫어졌는데.”
“난 잠이 깼고 그걸 받아야겠어.”
어휴. 이 동생 부려먹기 좋아하는 놈.
나는 잠이 달아난 반요한이 기겁하며 손을 빼려고 할 때까지 인터넷에서 찾은 손의 지압점을 그야말로 꾹꾹 눌러주었다.
삑삑삑.
“아, 왔나 보다.”
중문을 열어두어 현관문 바깥쪽이 어수선해지는 소리, 그리고 도어락 잠금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녹초가 된 곽상현과 함께 그만큼은 아니어도 꽤 피로해 보이는 서문결이 안으로 들어왔다.
언뜻 보니 서문결은 한쪽 발목에 보호대를 하고 있었다.
“왜 안 자고 있었어.”
우리를 발견한 곽상현이 잠긴 목소리로 가볍게 타박했다.
“형들 기다렸지.”
“결이 형 어떻대요?”
곽상현이 이끌어준 대로 소파에 대충 앉은 서문결은 말없이 시선을 피했다.
한숨을 한 번 내쉰 곽상현이 입을 열었다.
“인대 늘어났고, 적어도 이삼 주는 더 안정 취해야 한대. 경과를 봐야겠지만 정상적으로 활동 참여하는 건 어렵겠지…….”
곽상현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문결의 상태를 알렸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공교롭게도 길게 잡아두었던 어게인 활동이 모두 끝나려면 아직 2주 정도가 더 남았기도 했다.
물론 그 2주 정도야 서문결에게 영구적으로 남을지도 모르는 부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속상한 건 속상한 거다.
“그 자식 때문에…!”
분을 참지 못한 견성하가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뛰는 일 많은 농구나 배구 하는 애들이 뛰다가 발 밟고 다쳐서 오는 일 많다더라.”
“…….”
“수비할 때 상대 쪽으로 발 넣으면 안 된다는 것쯤은 기초 훈련하면서 다 배웠을 텐데 굳이 거기서 그렇게까지 붙는 건 정말 승리에 눈이 먼 더티 플레이라고밖에는…….”
견성하를 나무라지 않고 분노를 쏘아내던 곽상현이 눈을 동그랗게 뜬 우리 눈치를 보고 말을 참았다.
이건 처음 알았다.
바인이 일부러 발을 들이밀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조건 발을 밟은 사람인 서문결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애초에 수비하는 쪽이 지나치게 붙은 게 잘못된 거구나.
그렇다면 나중에 관련 일로 서문결에게 안 좋은 말이 나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중이고.
지금 우리 눈앞에는 당장 크게 다친 환자 한 명이 있었다.
더군다나 발목 인대는 한 번 늘어나면 계속 늘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약한 부위다.
문제가 잠재한 무릎과 발목이라니.
최악의 조합이었다.
“미안.”
내 시선을 받은 서문결이 사과했다.
이 인간은 은총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전반전을 끝까지 뛰었던 거지?
“그래도 전반전 끝날 때까지는 진짜 괜찮았어.”
서문결이 조용한 목소리로 드물게 스스로를 변호해 보았지만.
“바보같이 다친 사람은 말 못 해. 조용히 해.”
서문결이 발목에 착용한 보호대를 발견했을 때부터 속상해서 죽을 것 같은 눈을 한 강지우가 내 말을 받았다.
“그래 결아. 너 다치면 속상할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설교를 남은 세 사람에게 맡겨둔 나는 오늘 밤은 숙소에서 지낼 생각인지 짐을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곽상현을 쫓아가 물었다.
“저기, 형. 상현이 형.”
“어, 라온아 왜? 너도 어디 아프냐?”
“아뇨. 저는 멀쩡한데요. 결이 형 무릎 쪽은요?”
한숨을 푹 내쉰 곽상현이 말했다.
“안 그래도 결이가 같은 쪽 무릎을 신경 쓰여 하는 것 같기는 했는데,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 검사까지는 못 했어. 저번에 갔던 병원으로 나중에 가려고.”
내 표정이 어땠는지 곽상현이 그나마 유지하던 힘까지 쭉 빠진 얼굴로 한탄하듯 말을 늘어놓았다.
“시합 뛸 때까지는 멀쩡했다는 말이 진짜라고 쳐도, 다 끝나고 병원 갈 때는 한 발 떼기도 힘들 만큼 발목이 퉁퉁 부어서 아팠을 텐데 차에서 내려서 진료실까지 걸어갈 때까지 아프단 소리를 한마디도 안 하더라. 미련하기는…….”
곽상현은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다.
“괜찮아요. 금방 나을 거예요.”
내 말을 형식적인 위로라고 생각했는지 곽상현이 “그래.”하며 말없이 웃었다.
* * *
나는 서문결을 치료하기로 마음을 완전히 굳혔다.
물론 대뜸 그의 다리를 붙잡고 스킬을 써서 뿅 하고 치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허술하지만,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 밑밥을 깔았다.
“마사지?”
“어. 위튜브에서 배웠어. 이거 하면 발목 접질렸을 때 빨리 낫는대.”
“어디서 이상한 거 배워와서 하면 괜히 더 악화하는 거 아니냐?”
까다로운 눈으로 나를 살피던 견성하가 타당한 이의를 제기했지만, 나는 무적의 논리를 내세웠다.
“아니야. 미국 물리치료사가 알려준 건데 내 얼굴 걸고 거긴 믿을 만한 채널이야.”
“근데 결이 발목은 지금 마사지할 만한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날 어떻게 보고. 그 정도야 다 대비했지. 우리 몸은 다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도 못 들어 봤어? 여길 마사지하면 혈 자리가 자극돼서 발목 쪽 붓기도 빨리 빠지고 인대도 튼튼해진대.”
“아무리 봐도 사이빈데. 미국 물리치료에도 혈 자리가 있…….”
“어. 있어. 동양의 신비를 믿는 사람이거든.”
“들으면 들을수록 믿음이 안 가는데…….”
“아, 내가 설마 결이 형한테 나쁜 짓 하겠어? 이 형 한번 믿어 보라고.”
“누가 형이야?!”
그 정도로 뻔뻔하게 밀어붙이니 견성하는 더 할 말이 없었는지 입을 다물고 내가 하는 걸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의학적 효과는 몰라도 내게 마사지를 받는 서문결의 몸이 노곤히 풀리는 게 보였는지 머쓱해져서 흥, 하고 방을 나가 버렸다.
물론 내가 하는 건 그냥 시원해지라고 손에 적당한 힘을 주고 주물주물 할 뿐인 평범한 안마였다.
하지만 (유사) 의학적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왕 시간 내서 하는 거 위튜브에서 조회수 높은 마사지 영상 하나 붙잡고 열심히 배웠더니 무려 피로회복 효과가 달린 마사지 스킬을 획득할 수 있었다.
힐러 적성이 폼은 아니었던 모양이지.
남에게만 쓸 수 있고, 대신 내 피로가 쌓인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알아둬서 나쁠 건 없다.
그렇게 내가 봐도 허술한 밑밥을 깐 나는 며칠 뒤.
진짜 치료 작전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