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0화
아이돌 체육대회 녹화 다음 날인 화요일은 원래 음악방송이 없는 날이라, 다음다음 날인 수요일은 자체 불매 중인 뮤직 박스 음악방송 날이라.
그리고 오늘은 저번 주에 이번 주 분량까지 미리 녹화를 해둬서 어떻게 잘 넘어갔지만.
만약 은총이 제대로 발동되지 않는다면 내일부터 서문결은 마지막 방송까지 계속 앉아서만 무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되지.
‘무조건 고쳐놓는다.’
각오를 단단히 다지며 서문결 방으로 향하는데 거실에서 멸치를 손질하며 TV 보던 강지우가 나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푸념했다.
“우리 막내는 위튜브에서 열심히 배운 안마를 결이한테만 해주네.”
“?”
“늙고 병든 맏형은 겨우 2등밖에 못 하고 이거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아이고, 내가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 주고 다 했는데. 아이고, 아이고오오!”
“…….”
저건 자기도 해달라는 뜻 맞지.
멸치 똥을 빼다 말고 바닥을 치며 한탄하는 강지우의 모습에서 중년인의 구수함과 외모에서 나오는 애교스러움이 동시에 보여서 당황스럽긴 한데, 못 해줄 게 뭐가 있나 싶었다.
“근데 밥이랑 청소랑 빨래 요즘 이모님이 다 하시잖아.”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지.
우리는 아직 서문결 부모님이 내준 집에 살고 있었고, 그분들이 제공하는 부담스러운 호의에는 크고 작은 집안일을 봐주는 사람까지 포함되었다.
원래 숙소에서도 회사에서 고용한 분이 며칠에 한 번씩 들러 활동기면 피곤해서 밀리기 쉬운 빨래나 청소 등을 해시기는 했지만.
여기는 정말이지 날이면 날마다 누가 와서 이 넓은 집을 쓸고 닦고 때 빼고 광내는 것까지 다 해주고 있어 강지우는 취미로 음식을 하는 것 이외의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참고로 저 멸치 손질은 강지우 부모님이 먹으라고 한 박스를 보내주셔서 시간 때우기로 하는 거다.
“막내야, 사람은 돈 보고 만나는 게 아니다!”
“뭐?”
“결이는 집 주인이지만 나는 강아지 주인이다! 네 앞에서 배를 보여주던 우리 소박이와 대박이를 기억해!”
저 인간이 갑자기 왜 저렇게 이상한 걸 어필하나 싶었는데.
“무슨 소리야! 집주인한테 잘 보이려고 이러는 거 아니거든?”
나를 왜 그렇게 속물적인 사람으로 만드냐고 대꾸할 때, 견성하가 쓰는 방문이 벌컥 열렸다.
‘나 지금 기분 안 좋아요’ 하는 얼굴이라 우리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지금 몇 시죠?”
“11시 반입니다.”
“11시 반에 그렇게 소리 지르면 돼요, 안 돼요?”
“안 됩니다.”
“그리고 지우 형은 왜 이 시간에 멸치 똥을 빼는…….”
거실에 멸치를 거하게 벌여 놓은 강지우를 보고 어이없어하던 견성하는 말을 말자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바쁜 시간 틈틈이 짬을 내서 수능 공부를 하고 있던 견성하였기에 우리는 순순히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견성하는 그런 우리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었다.
아무튼 나중에 안마해 주겠다고 강지우를 달래놓고 겨우 서문결 방으로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 곤히 자는 서문결이 보였다.
잘됐다.
치료 과정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깨어있는 것보다는 자는 게 낫다.
도중에 깨면…….
‘뭐, 어쩔 수 없지.’
푹 자는 게 맞나 확실히 하기 위해 아예 몇 시간 더 버티며 기다렸다.
새벽 1시.
다른 멤버들도 다 자는 게 확실한 시간.
나는 부러 마음을 편하게 먹으며 한 번도 깨지 않고 고르게 호흡하는 서문결의 발목에 손을 가볍게 얹었다.
방문이 잘 닫힌 걸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평소 내 몸을 치료하던 것처럼 서문결의 안녕을 바라는 생각을 하니.
[경고!] [자신 외의 대상에게 해당 스킬을 사용하기에는 ■■의 ■■ 및 사용자의 코어가 완전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은 최소한 스킬 사용자가 완전한 코어를 갖춘 뒤 스킬을 사용하기를 권고합니다.] [정말 클래스 스킬 《은총》을 서문결에게 사용하시겠습니까? (이후 사용에는 별도의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Y/N]저번과 같은 경고창이 떠올랐다.
여전히 필터링 된 게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나로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
코어 불완전도 지금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고.
인생 뭐 있냐.
질러 보자.
심호흡을 하고 스킬 사용을 선택했다.
그러자 막혀 있던 어떤 힘이 외부로 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된다!’
상처에 새살이 돋을 때와 같이 간질간질하면서도 햇살처럼 온화한 기운이 내 손끝에서부터 서문결의 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뿐만 아니라 서문결의 몸에 잠재한 이상들이 눈에 선연히 보였다.
‘역시 무릎이…….’
전에 들었던 대로 당장 터질 문제는 아니지만, 계속 두면 나중에 가서는 발목보다 더 극심한 통증으로 서문결을 괴롭힐 게 분명했다.
막대한 연습량과 높은 안무 난이도 때문인지 무릎 말고도 전체적으로 관절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러고 있으니 정말 사이비 의사가 된 것 같군.
하지만 느긋했던 감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몸을 치료하는 거라면 금세 끝났을 일에 소모되는 힘이 심상치 않다는 걸 곧 느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코어라는 말 그대로 몸 안 깊숙한 곳에 있는 기관 내지는 부품을 쥐어짜며 서문결을 치료하는 기운을 뽑아내야 했다.
‘윽, 머리가…….’
머릿속에서 유리가 산산조각이 난 것처럼 심한 두통이 일었다.
윙윙거리는 이명까지 들리니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경고! 체력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체력?
아직 치료가 완료되지 않아 손을 떼지 않은 채 다급히 내 정보창을 켰다.
|■■|온라온
레벨: 41 경험치: 65.60%
HP: 1/10 피로도: 60
체력: 9 힘: 48 민첩: 908
(후략)
당황스러워서 욕이 절로 나왔다.
‘체력이 9라고?’
내가 허접하다, 허접하다 욕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 100은 넘지 않았나?
어쨌거나 한 자릿수는 절대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힘과 민첩도 약간이지만 줄어든 것 같고.
그때.
내가 보는 눈앞에서 체력이 9에서 8로 줄어들었다.
“!”
설마…….
고통스럽게 지끈거리는 머리로도 내 체력 스탯이 유난히 허접하던 이유를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은총을 쓸 때마다 내 체력 스텟이 소모됐던 것이다.
회복할 때마다 조금씩 야금야금 까이다 보니 아무리 스탯 포인트를 많이 투자해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었겠지.
그동안 나는 은총의 대가를 정신적인 무언가로 추정하고 있었다.
보통 게임 설정 보면, 힐러 스텟은 정신력이랑 관련 있잖아.
그뿐만 아니라 은총을 쓰고 나면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지거나, 머리가 살살 아프기도 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 이번에도 그러고 말겠지, 생각했는데.
은총이 사실은 내 체력을 잡아먹는 스킬이었다니.
‘정보창 좀 자주 확인할걸.’
이곳이 게임이라는 생각을 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 스탯 투자 같은 건 래리에게 맡겨놓고 언제부터인가 저런 시스템을 거의 없는 것처럼 취급하며 살았던 게 이런 엿 같은 결과로 돌아올 줄이야.
‘래리 놈은 이 사실 알고 있었나?’
내 스텟을 관리하는 게 녀석이었으니까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런데도 나한테 힐러 제안을 했다 이거지.
“윽…….”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자리에 없는 놈에게 분노할 힘도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체력 스탯은 점차 줄어들어 내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HP든 체력이든 0이 되면 좋은 꼴은 못 본다.
원래는 오늘 무릎까지 한꺼번에 치료할 계획이었지만, 체력 줄어드는 속도를 보아 그러다가는 내가 먼저 죽어 나갈 판이었다.
그러면 불쌍한 서문결은 자고 일어나서 시체와 눈 마주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오르카는 사르카가 되어 이 세상은 미인박명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겠지…….
잡생각 하지 말라는 듯 체력이 5까지 떨어지자 경고창이 한 번 더 뜨더니 목 안쪽에서 비릿한 무언가가 울컥 솟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뭔지 몰라도 삼키기 거북해 다급히 고개를 돌려 밭은 기침과 함께 뱉었다.
“!”
죽은 피가 깨끗한 바닥에 떨어졌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자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지는 피에 코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환장하겠네.’
이러다 죽겠다 싶었던 나는 발목이 거의 다 치료된 걸 확인하자마자 손을 뗐다.
완벽히 치료한 게 아니라 당분간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있겠지만, 적어도 평범하게 움직이는 데 무리는 없을 거다.
나는 휴지를 몇 장 뽑아 얼굴을 닦은 뒤 바닥을 치웠다.
그러는 동안에도 코를 틀어막은 채 죽은 피를 몇 번 더 휴지에 뱉어야 했다.
머리가 아픈 걸 넘어 산소가 부족할 때처럼 띵했다.
이 난리를 피우는 동안에도 서문결이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게 천만다행이었다.
깨어있는데 이렇게 됐으면 공포영화 실사판 찍었을 거 아니…….
“!”
나는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혀를 깨물어 겨우 참았다.
언제부터인지 서문결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왜 깨!
계속 자!
“…….”
눈빛이 흐리고 아무 말이 없는 걸로 보아 지금 이게 꿈인지 아닌지 몽롱한 정신으로 가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서문결이 이런 상황에서까지 둔한 걸 좋아해야 할지, 너무 둔한 걸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