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화
마인드 컨트롤의 효과는 굉장했다!
딸피 원딜 놓쳐서 승급전 역전패당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혈압이 올라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정도니.
아, 생각하니까 또 빡쳐!
나는 분개했다.
“……!”
나와 눈이 마주친 반요한이 순간 흠칫 놀랐다. 그 뒤에서 나를 지켜보던 팀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싹 다 무시하고 내 할 일에만 집중했다.
‘느낌, 느낌. 느낌을 살리자.’
유독 길게 느껴지는 반요한의 목을 감싸 쥐는 손길 자체는 억세지 않게, 그러나 한 번 중독되면 벗어나지 못하는 독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득하게.
“와, 사람이 달라지는데?”
그렇게 짧은 킬링파트를 끝마친 뒤에 누군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짧은 연기로 다수를 감탄시켰습니다. 연기력 +3] [반요한이 당신의 가능성을 주시합니다. 반요한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32] [김세종, 송정환, 한다훈이 당신에 대한 평가를 달리합니다. 김세종, 송정환, 한다훈 호감도 +2]그런데 김세종, 송정환, 한다훈의 개별 호감도를 따로 확인해 보니 셋 다 마이너스였다.
오현진을 비롯한 트루 연습생들만큼 처참한 건 아니었지만, 이쯤 되면 호감도가 원래 마이너스부터 시작되는 건지 의심스럽다.
일단 머리 한구석에 세 명의 호감도 상태를 새겨두고 어찌 됐든 6명한테 목을 졸리느라 고생한 반요한에게 말했다.
“형, 수고했어.”
“요한이 형 고마워요.”
“뭘요. 저도 많이 배웠는데요.”
[반요한이 이 상황을 다소 귀찮아합니다.]저 내숭은 이제 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아무튼 사람 좋게 웃은 반요한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이제 투표할까요? 하나 둘 셋 하면 손가락으로 센터 했으면 좋겠는 사람 가리키기.”
“좋아요.”
“만약에 동표 나오면 나온 사람들끼리 재투표할게요.”
“네.”
“하나, 둘, 셋!”
희비가 엇갈렸다.
오현진이 나와 송정환과 지연우의 표를 받아 3표, 내가 반요한과 김세종과 한다훈의 표를 받아 3표, 지연우가 오현진의 표를 받아 1표였다.
“그럼 현진이랑 라온이 둘이서 재투표합니다. 이번에 두 사람은 눈 감고 고개 숙여주세요.”
나와 오현진은 반요한의 말을 따라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하나, 둘, 셋.”
사이의 침묵.
“이제 고개 들어도 돼요.”
그렇게 말한 반요한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왠지 자기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서 즐거워하는 악당 같다.
“우리 팀의 센터는!”
쟤 진짜 재미있어 보인다.
“온라온 연습생이 되었습니다.”
“1표 차이였어.”
“라온아, 축하해.”
김세종이 내 옷에 센터를 의미하는 스티커를 달아주었다.
노란색으로 반짝거리는 효과가 들어간 분홍색 하트 모양 스티커였다.
팀원들이 의례적으로 쳐 주는 박수를 받으며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진짜 열심히 해야 한다.
센터 받아 놓고 연습 열심히 안 하면 아주 주옥 되는 거지.
* * *
메인보컬을 하려는 지연우와 오현진의 물밑 기 싸움을 제외하고는 파트 분배도 수월하게 끝났다.
참고로 메인보컬은 원래 보컬 포지션이라는 지연우가 강한 어필 끝에 가져갔다.
이어진 안무 연습은 안무를 알고 있다는 오현진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오현진은 지난번 1등 의자 사건의 복수를 하려는 것처럼, 혹은 센터가 되지 못한 한을 풀려는 것처럼 나를 씹고 뜯고 있었다.
“잠깐 멈춰봐. 라온아, 스텝이 그 순서가 아니라니까.”
……분명히 얘 나랑 상종하기 싫어한댔는데.
왜 그때의 마음가짐을 벌써 잊고 나한테 이런 부담스러운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한두 번 지적하는 것도 아니고, 자꾸 도중에 끊겨서 팀원들까지 자꾸 내 쪽을 흘깃대는 상황.
이 상황이 방송으로 나간다면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내가 형편없이 못하는 걸로 편집될 수도 있다.
보통은 안무를 따고 맞춰보는 첫날에 연습을 끊을 만큼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으나, 방송국한테 그런 게 뭐가 중요할까.
센터 주제에 연습에 집중 안 하는 죽일 놈 하나 만들고 좋아하겠지.
저 새끼는 그 결과까지 알고 이러나, 모르고 이러나.
‘내 알 바냐.’
알고 엿을 먹이든 모르고 물을 멕이든, 결과는 다르지 않다. 결과적으로 내게 개자식일 뿐.
그걸 아는데 계속 뜻대로 휘둘려 줄 수는 없는 노릇.
이왕 센터 먹은 김에 무대 위 오현진의 존재감…을 지워버리는 건 아직도 쪼렙이라 어렵겠지만.
뭐가 됐든 기막히게 잘해서 내 얼굴 볼 때마다 센터 놓친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퀘스트가 도착했다.
[돌발 퀘스트 발생! [센터의 존심을 지켜라 ①>] [▶ 퀘스트 설명: 당신은 까도 내가 깐다. 주제도 모르고 시스템의 권한을 침범하는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자. 먼저 제한 시간 안에 안무를 숙지하라. (제한 시간: 1시간)▶ 확정 보상: 소정의 경험치, 스탯 포인트 +5
▶ 실패 시 페널티: ???] [Y/N]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자동 수락 및 진행됩니다.]
어디서부터 어이가 사라져야 하는지 알기 힘든 퀘스트다. 넌 나를 왜 까는데 미친놈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게임 폐인의 감이 외쳤다.
‘이건 망겜에서 아주 드물게 나오는 꿀보상 퀘스트다!’
게다가 뒤에 ①이 붙어 있는 만큼 이번 퀘스트 다음에도 뽑아먹을 게 많을 테고.
퀘스트가 강제로 수락된 시점부터 내 시야 한쪽 구석에서 타이머 형상의 홀로그램이 돌아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내 운은 그리 좋지 못한 편이었고, 1시간이면 3분 30초짜리 영상을 많아 봐야 17번밖에 못 본다.
나는 오현진이 무어라 더 참견하기 전에 선수를 쳤다.
“나 그럼 영상 보면서 안무 숙지 좀 다시 할게.”
“보면 알겠어?”
그럼 봐도 모르는데 한다고 하겠냐? 이거 알고 보니 반요한보다 더 꼬인 새끼다.
“얘 하트 어택 연습할 때도 그런 식으로 했어. 일단 본인이 그렇다니까 잠깐 시간 주자.”
짧은 시간에 안무와 가사를 싹 외워 팀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반요한이 말을 얹었다.
오현진에게 은근히 리더 역할을 빼앗겼던 김세종도 고개를 얼른 끄덕였다.
“어려운 거 있으면 도와달라고 말하고.”
기분이 상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웃는 얼굴로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태블릿을 챙겨 벽에 붙어 앉자 저쪽에 있던 카메라 한 대가 내 쪽으로 따라붙었다.
우리 팀이 연습하는 것과 혼자 떨어져 있는 내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고, ‘연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안무 영상만 보는 온라온 연습생’ 따위의 자막이 뜨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므로 표정이 심드렁해지거나 느슨해지지 않게끔 주의를 기울이며 누가 봐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얼굴로 중간중간 작게 몸짓까지 해가며 무대 영상을 수차례 돌려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봐두면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테니 숙지만을 위해 건성으로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어쨌든 연습 시간을 빼서 영상을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이것도 연습의 일종이라고 여기는 게 맞다.
나는 영상 속 묵혜성의 시선 처리, 표정, 춤선, 호흡 등을 세세하게 눈에 담았다.
요즘 세상이 좋아서 방송국 위튜브 채널에서 개인 직캠까지 하나하나 다 올려준 덕분이었다.
“와…….”
보면 볼수록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영상 속 시점에서 전체적인 실력은 묵혜성이 멤버 중에서 제일인 것 같았다.
물론 다른 크로니클 멤버들의 실력이 두드러지게 부족한 것도 아니다.
멤버 다섯 명 중 세 명이 메인보컬급이고 두드러지는 춤 구멍도 없었다.
하지만 묵혜성은 뭐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이름값을 한다고 해야 할까.
‘저런 춤을 추면서 어떻게 음이 저렇게 깔끔하게 올라가지. 30살 넘었을 텐데 관절 괜찮나? 역시 게임 속 먼치킨 스승 캐릭터여서 그런가?’
나는 안무 숙지를 시도하겠냐는 시스템의 물음에 얼른 다시 처음부터 재생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Y를 꾹꾹 연타했다.
그때였다.
[안무: TOXIC – 안무 목록에 등록되었습니다.]머릿속에 막연히 흘러 다니던 모든 동선과 동작, 타이밍 같은 정보들이 한순간에 뚜렷이 정리되었다.
안무 목록의 춤추는 까탈레나와 하트 어택 밑으로 TOXIC이 새로 생겼다. 이해도는 15% 남짓이었다.
[돌발 퀘스트 [센터의 존심을 지켜라 ①> 완료!] [퀘스트 확정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 +5, 소정의 경험치가 지급됩니다.]레벨까지 올라서 잔여 스탯 포인트가 한 번에 10이 되었다.
이걸 죄다 매력에 투자하면…….
“표정 보니까 잘 해결됐나 보네.”
잠깐 쉬면서 바닥에 앉아 숨을 고르던 반요한이 매력 찍을 생각에 행복감이 넘치는 내 얼굴을 보더니 말을 걸었다.
그 바람에 허공에 있는 버튼을 눌러 스탯을 찍을 타이밍을 놓쳤다.
저 녀석은 여기 NPC 중에서도 머리가 비상하게 좋은 놈이므로 내 행동을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는 일단 정보창을 끄고 대답했다.
“엉. 볼래?”
“아니?”
“때로는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는 법이지.”
그러니 잔말 말고 봐라.
반요한이 또 뭐라고 속 긁는 말을 지껄이기 전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춤을 춰 보였다.
중간부터는 다른 팀원들도 어슬렁어슬렁 오더니 나를 지켜봤다.
“……어때?”
“와. 잘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너보다 정확하게 추는 사람은 여기 없을 거야.”
…얘가 이렇게 순순하게 칭찬해 줄 놈이 아닌데? 그래도 기분은 좋다.
아무튼 이걸로 내 안무는 적어도 ‘정확’해졌다.
오현진이 얼마나 잘난 놈인지는 모르겠다만 아까처럼 시답잖은 지적질은 이제 못 할 것이다.
“…….”
앞쪽에서 나를 지켜보던 오현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오현진은 나를 아주 낯선 사람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사실 녀석이 저런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숙지 전후 실력 차이가 그렇게 큰가?
아예 다른 사람 같아 보일 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훨씬… 나아졌네.”
“그렇지?”
“못 따라올 줄 알고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회사에서 배운 기본기가 있잖아. 이 정도는 하지.”
자신 있게 가슴을 펴며 그런 말을 하자마자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오현진이 당신을 의심합니다.]깜짝이야. 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트루에서 연습 3년이나 했다며.
알아보니까 그래도 트루라는 곳이 뼈대 있는 대형이던데,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내 전 회사와는 다르게 기본기 정도는 제대로 가르쳤겠지.
…사실 전부 ‘온라온’의 과거 설정을 모르는 내 추측에 불과할 뿐이니 조심해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조금 전 말에 정말 의심할 만한 구석이 있기는 한 거냐고.
이전에 반요한도 그렇고, NPC가 의심한다는 알림이 뜰 때마다 가슴이 괜히 철렁거린다.
만에 하나 내가 온라온이 아니라 온하제라는 사실을 NPC들한테 들킨다면 무슨 페널티가 주어질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니까.
진짜 사람 같은 NPC, 자아를 가지고 있는 듯한 게임 시스템, 나와 닮은 듯한 구석이 있는 것도 같은 ‘온라온’.
이 빌어먹을 게임은 뭐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건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