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9화
충분히 애를 태웠다고 생각했는지 마이크를 고쳐 쥔 오현진이 한 연습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런 식으로 오현진 팀 인원이 점점 채워졌다.
마치 미리 상의라도 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누가 봐도 보컬이든 춤이든 랩이든 한 가지는 잘한다 싶은 연습생들을 쏙쏙 뽑아가고 있었다.
“제가 뽑을 연습생은….”
저 조합에 내가 뽑힐 것 같지는 않아서 내 차례에 누굴 뽑으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B등급 온라온 연습생입니다.”
…진짜?
잠시 얼떨떨해하다가 연습생들이 보내는 의례적인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나가 나를 부른 배기 뮤직 지연우 옆에 섰다.
“이번에는 온라온 연습생이 팀원이 되고 싶은 연습생을 뽑으면 됩니다.”
누구 뽑지. 내가 이렇게 빨리 뽑힐 줄은 몰라서 약간 당황스럽다.
무난하게 성격 좋은 준우 형? 화제성은 먹고 들어갈 것 같은 징샤오? 얼굴 인성 실력 다 잘하는 서문결?
그때 한 연습생이 자기를 뽑아달라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누군지 확인한 내 눈이 커졌다.
놀랍게도 반요한이었다. 아까 내 간절한 눈빛을 자연스럽게 흘려넘겼던 그놈 맞다.
반요한의 돌발 행동에 연습생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이 터졌다.
제나 또한 가볍게 소리 내어 웃으며 내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건가요?”
어쩐지 데자뷔가 느껴진다. 분명 지난번에 나를 반장으로 추천할 때도 손을 저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여우 새끼, 양심 있냐?
“…반요한 연습생 뽑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 뽑는 건 굴러들어오는 분량과 서사의 밑밥을 걷어차는 것. 그리고 저 새끼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여우라는 별명 참 잘 지은 것 같았다.
반요한이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내 곁에 설 때 알림이 떴다.
[서문결이 당신을 걱정합니다.]반요한의 인성 상태가 어떻길래 같은 소속사인 서문결이 나를 걱정까지 하는지 궁금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팀원들의 표정 역시 순간적으로 미묘하게 경직된 것처럼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반요한을 끝으로 이렇게 첫 번째 팀이 완성되었다.
우리 팀 구성은 이렇다.
A등급 오현진·김세종·지연우, B등급 반요한·온라온, C등급 한다훈·송정환.
소위 말하는 어벤×스까지는 아니지만 눈에 띄는 구멍도 없는 듯하고, 이 정도면 제법 알차다고 할 수 있다.
이후로 40분쯤 더 걸려서 14팀이 모두 만들어졌다.
그 과정에서 나윤재, 옥도윤, 징샤오, 서문결이 모두 포함된 얼굴천재 조가 만들어져서 연습생들의 탄식을 샀다.
‘저 팀이랑 붙으면 무조건 진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저기 반요한까지 있어야 하는데, 이 새끼는 왜 여기 있어서.
“이렇게 14팀이 모두 정해졌네요. 그럼 어떤 멘토의 곡을 커버하면 좋을지 팀원들과 상의할 시간 지금부터 10분, 드리겠습니다.”
이윽고 팀별로 흩어져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팀마다 카메라가 한 대씩 붙어서 그 모습을 찍었다.
우리는 오현진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편이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좀 빨리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네.”
“일단 저는 걸그룹은 피하고 싶거든요.”
“나도.”
첫 번째 경연에서는 편곡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전반적인 음역대가 높은 걸그룹 곡을 까다롭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같은 남자편인 시즌1에서도 대부분 걸그룹 곡은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였다.
“저는 아무래도 유피테르 선배님들 곡을 노려보고 싶은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요?”
“유피테르 선배님들 노래 좋죠.”
오현진이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연습생들이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그 모습을 얼마간 지켜보던 내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까요?”
몇 년 전 1군에 진입했다가 지금은 연차가 쌓여 선배라는 인식이 생긴 유피테르의 곡은 그 자체로 충분히 메리트가 있었다.
제대로 못 살리면 팬들한테 욕이야 먹겠지만, 그건 뭐든 똑같았다.
게다가 여자 아이돌 곡을 피한다고 치면.
남은 남자 아이돌 멘토는 20세기 곡이 나올 수도 있는 대선배 크로니클.
경연곡으로 어울리는 곡이 없을 정도로 난해한 컨셉을 주로 하는 플루토.
그리고 10인조라는 다인원 그룹만이 할 수 있는 군무가 포인트인 어폰뿐이었다.
그렇기에 유피테르는 상대적으로 무난한 선택지로 느껴졌을 테고, 노리는 팀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거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고수종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는 동안 여러 가지를 알아보며 픽하트 시즌1, 2를 모두 찾아 정주행한 덕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멘토 곡 커버 평가’라는 게 있다는 사실도 자연히 알게 되어 멘토들이 속한 그룹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내가 아직 이 게임 세계를 NPC들만큼 잘 아는 건 아니더라도, 이 대화에 어느 정도는 끼어들 수 있는 이유였다.
“맞아요. 옆에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까 샤오랑 결이 있는 팀도 그거 노리고 있고.”
조금 방관하는 태도로 가만히 듣고 있던 반요한이 내 말에 동조했다.
얼굴천재 조가 노리고 있다는 말에 비주얼이 좀 약한 한다훈과 송정환이 순간 움찔했다.
설득에 들어가기 좋은 타이밍이다.
“그래서 말인데 제안할 게 있어요.”
“…뭐죠?”
“크로니클 선배님들 곡 합시다.”
“내가 너 그 말 할 줄 알았다.”
반요한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무시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제가 크로니클 선배님 곡을 해야 하는 이유 다섯 가지만 빠르게 말해볼게요.”
하나, 크로니클이 작년에 컴백한 곡이 아주 좋다. 음방 1위를 몇 번이나 할 만큼 반응도 좋았다.
둘, 제작진이 망한 무대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그 곡이 경연곡으로 주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의상이 이런 경연에서는 필승의 사기템인 수트다.
셋, 안무 난도가 너무 높지 않으면서도 크로니클답게 고급스러운 멋이 있다.
넷, 브릿지 뒤에 이어지는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보컬적인 측면도 확실히 잡고 가는 곡이다.
다섯, (이해도를 퍼주는) 킹갓제너럴크로니클의 묵 쌤이 레슨을 봐주실 텐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지?
두 번째 이유에서 한다훈과 김세종이 넘어왔고, 세 번째 이유에서 송정환이 넘어왔으며 네 번째 이유에서 지연우까지 넘어왔다.
반요한은 원래부터 내 말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므로 남은 것은 표정 관리를 한다고는 하지만 상황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떠름한 기색을 완전히는 감추지 못하는 오현진뿐이었다.
“1분 남았습니다!”
때마침 제나가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을 알렸다.
결정을 내릴 시간이다.
* * *
“다들 결정은 내리셨나요?”
연습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스태프들은 한쪽 벽면에 멘토 그룹 이름이 적힌 팻말들을 바쁘게 가져다 놓았다.
달리기라도 시키려나 싶을 때 제나가 규칙을 설명했다.
“팀마다 대표로 한 명씩 나와서 두 발을 붙이고 콩콩, 이렇게 뛰어서 원하는 가수의 팻말 앞까지 가시면 됩니다.”
넘어지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다칠 일도 없고, 나쁘지 않다.
보기 좀 웃기기야 하겠지만 시청자들은 애들 안 다친다고 좋아하겠지.
우리 팀에서는 자기 이런 거 잘한다며 한다훈이 자신 있게 나섰다.
“그럼 준비하시고…… 출발!”
출전하지 않는 연습생들은 자신의 팀 대표가 원하는 멘토의 곡을 성공적으로 선점하기를 바라며 열심히 응원을 보냈다.
“와아아아!”
“징샤오! 징샤오!”
강시처럼 콩콩콩 잘도 뛰어간 징샤오가 가장 먼저 유피테르 팻말 앞에 섰다.
역시 닭싸움 MVP 어디 안 간다.
왠지 움직이는 성을 열심히 쫓아다니던 허수아비도 생각나는 몸짓이었다.
다른 연습생이 뒤이어 골인하며 역시 유피테르가 가장 먼저 마감되었다.
한다훈이 전체 중 세 번째로 크로니클 팻말 앞에 서서 우리 팀의 환호를 받았다.
조금 뒤 방황하던 마지막 연습생이 로제타 팻말 쪽으로 힘없이 콩콩 뛰어가는 것으로 멘토 선정이 마무리되었다.
상황이 정돈된 것을 확인한 제나가 큐 카드를 흘긋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경연곡을 발표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하면 첫 번째로 도착한 대표 주자들은 팻말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떼어주세요.”
이 방송 스티커 떼는 거 참 좋아한다.
“하나, 둘, 셋!”
7개의 스티커가 한꺼번에 떨어졌다.
“뭐야? 어느 거야?”
“TOXIC!”
스티커를 떼어낸 크로니클 팻말에는 내가 노리던 곡 ‘TOXIC’이 적혀 있었다.
‘TOXIC’을 예상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젊은 층이 다수일 방청객들이 아예 모르는 곡을 고르지는 않을 테니 2012년에 끝난 군백기 이후 활동 곡 중에 선곡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기간에 나온 타이틀곡 4곡 중 성적도 좋고, 경연에도 적합한 곡이 내 생각에는 ‘TOXIC’이었다.
나머지는 팬 송이거나, 안무가 거의 없는 노래거나 해서 제외했다.
이런 추리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자신을 갖고 나선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저게 나와줘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시작부터 팀 분위기 망할 뻔했다.
[약간의 정보를 바탕으로 감을 활용해 적절한 추리를 했습니다. 직감 +1]“이렇게 해서 멘토 곡 커버 평가를 치를 14팀과 곡이 모두 결정되었습니다!”
제나의 뒤편에서 스태프가 머리 위로 손뼉 치는 시늉을 했다.
연습생들이 그를 따라 적당한 환호를 보냈다.
* * *
여전히 맛없는 합숙소 아침밥을 먹고 다시 처음 있었던 강당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우리 팀 연습생들이 파트가 대략 구분된 가사지와 펜을 제작진에게 받아 손에 들고 둘러앉았다. 원 안에는 지급받은 태블릿PC도 하나 있었다.
“우선 리더부터 정해볼까요?”
“좋아요. 리더 하고 싶으신 분?”
가장 나이가 많은 김세종이 자원해 리더는 빠르게 정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역시 센터다. 이런 프로그램에서는 누구나 하고 싶어 할 만큼 영향력이 큰 포지션.
사실 방송은 A부터 Z까지 PD 마음대로라 센터여도 비중이 소멸하는 경우 또한 많았다.
어쨌든 다들 센터가 중요하다니 나도 한번 중요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무대 영상부터 좀 봐요.”
김세종이 태블릿을 작동시켜 무대 영상을 틀었다.
크로니클의 톡식은 어른의 여유로움이 은근한 섹시함을 자아내는 댄스곡이었다.
섹시라고 하니 ‘온라온’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잠깐 떠올랐다.
뭐… 언제 이 업계가 그런 걸 신경 쓰던가.
다행히 가사나 안무에 노골적인 어필이 들어간 건 아니니 내가 알아서 잘 해석하면 될 것 같았다.
무대 영상이 끝나고 안무와 노래를 숙지하겠냐는 창이 떠서 시도했고, 둘 다 실패했다.
내 지능 언제 오르냐고. 나 언제 숙지 프리패스 먼치킨 되냐고.
무대 영상이 끝나고, 지연우가 넌지시 말했다.
“미자들은 이거 센터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그건 모르는 거죠.”
부루퉁해 있던 오현진이 약간 발끈해서 대꾸했다. 나와 한다훈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비록 내가 겉보기로는 십 대지만 정신연령으로 따지면 내가 여기서 최연장자라 이거야, 어? 내 세계에서는 너희한테 형 소리 듣고 있었을 거라고.
“그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여기 킬링파트 노래랑 안무 같이 해볼까요? 느낌 정도만 살려서 하고 그다음에 투표로 센터 정하면 될 것 같은데.”
한 연습생이 무난한 제안을 하자 다들 괜찮다며 동의했다.
누구나 아는 킬링파트는 하필이라고 해야 할까, 묵혜성의 파트였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목을 두 손으로 조르듯이 감싸 쥐었다가 쓸면서 타고 내려가는 안무였다. 이때 상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눈빛이 특히 중요하다.
이렇듯 연습이라 해도 혼자 하면 어색한 안무라 상대가 필요했다.
오현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곡 회사 월말평가 때 연습해 본 적 있거든요. 그때 상대역 라온이가 해줬었는데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오케이하려는데 반요한이 생글생글 웃으면서 끼어들었다.
“제가 해도 될까요? 저는 아직 실력도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센터 지원은 안 할 건데 이거라도 해보고 싶어서요.”
“아, 네. 당연히 되죠.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반요한이 나를 흘긋 보았다. 뭘 보냐고 말해주고 싶은데 카메라가 있다.
하다 보니 내가 제일 마지막 순서로 시도하게 되었다.
역시 오현진이 가장 강력한 센터 후보였다.
고1인 한다훈은 아직 좀 앳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고, 송정환은 분위기가 안 어울리고, 지연우와 김세종은 지극히 무난하다.
그에 반해 오현진은 능숙하고 능란해서 감탄을 샀다.
사실 이미 소속사 월말평가에서 한 번 해봤다는 모양이니 특별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건 원래 숙련도보다는 필링, 느낌이죠.
차례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반요한을 마주 본 채로 눈을 감고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했다.
‘눈앞에 있는 건 완전 딸피로 튀는 딜러다…. 당장 잡아 조져버리지 않으면 내 혈압이 올라 죽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