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8화
오늘은 픽하트 촬영을 위한 2차 합숙을 시작하는 날이다.
즉, 내가 고수종 할아버지 댁을 떠나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어제 짐을 싸며 내일 아침에 아예 떠난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러냐. 언제 내쫓을까 고민이 컸는데 알아서 나간다니 좋다.”
…라는 답이 돌아왔었다. 영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래도 조금은 섭섭해하시는 것 같다.
“뭘 그렇게 징그럽게 봐?”
섭섭…….
“갈 거면 뜸 들이지 말고 썩 가 버려라, 뺀질한 놈.”
관두자.
‘그래도 여기서 지내는 거 나름 좋았는데.’
집안일 거들다가 남는 시간에는 처음 보는 폰 게임 좀 하고, 할아버지랑 장기도 좀 두고. 그러다 어두워지면 뜨끈한 바닥에 재깍 이불 깔고 자고.
현실에서 하던 것과 비슷하면서도 훨씬 건전하고 규칙적인 생활이었다.
마지막으로 빠뜨린 게 없나 짐을 점검하는데, 거실에 서서 나를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냉장고에서 보따리 하나를 꺼내 오셨다.
받아 드니 꽤 묵직하다.
“이게 뭐예요?”
“곶감이랑, 귤이랑 이것저것 넣었다. 가면서 먹어.”
“괜찮은데 뭘 이런 걸 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고. 도로 가져가기 전에 얼른 챙겨.”
“감사히 먹겠습니다.”
지난 합숙 때, 한밤중까지 쉬지 않고 연습하다 보면 저녁이 다 소화돼서 속이 허해지고는 했다.
연습생들은 낮에 매점에서 사둔 먹거리를 까먹으며 허기를 견뎠고.
합숙 끝자락에 가서는 매점 물량마저 아예 동났던 걸 기억한 나는 되지도 않는 내숭을 관두고 보따리를 생존 식량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중히 끌어안았다.
어젯밤 마중은 안 나갈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할아버지는 현관문 앞까지 나와 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을 지켜보셨다.
“그럼 가 볼게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알면 됐어.”
“할아버지, 저 보고 싶다고 전화하셔도 당분간은 못 받아요.”
“누가 한다냐? 아침부터 김칫국을 한 사발로 들이켜고 있어.”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슴푸레한 데다가 현관 등도 꺼져서 할아버지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어쩐지 할아버지가 아주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뒤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어둑한 공간에 엘리베이터의 전등 빛이 환하게 번진다.
나는 적당한 힘을 주어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포옹을 선물했다. 약간보다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할아버지로부터 징그럽다는 말이 나오기 전에 후다닥 떨어져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 호감도 알림창이 떴다.
[고수종이 당신을 눈에 넣으면 아프기야 하겠지만 넣으라면 넣겠는 손주 같은 놈이라고 인식합니다. 고수종 호감도 +15 현재 호감도 +90]그제야 엘리베이터 문에 난 작은 창으로 확인한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주름진 미소가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 * *
버스를 타고 합숙소로 가는 동안 하늘은 점점 환해졌지만, 비라도 올 모양인지 구름이 잔뜩 껴서 왠지 기분이 우중충하다.
기분이 나쁜 것은 신경을 적잖게 갉아 먹을 합숙이 다시 시작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 합숙은 닷새 동안 진행된다. 자세한 것은 아직 듣지 못했으나 방청객 앞에서 처음으로 보일 평가 무대를 준비하는 기간일 것이다.
나는 합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 합숙소까지 걸어 올라갔다.
“헉… 헉…….”
힘들어. 남들은 차 타고 올라가는 오르막길을 나는 묵직한 캐리어를 끌고 걸어 올라가고 있다.
등에 땀이 나기 시작할 때쯤 ‘픽 유어 하트 촬영 장소’라는 안내판이 설치된 건물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스태프가 연습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고수종 할아버지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남기고 저번에 했던 것처럼 핸드폰을 제출했다.
캐리어를 한쪽에 놓아두자 다른 스태프가 그에 ‘온라온’이라고 적은 종이를 붙였다.
“이 옆에서 옷 갈아입고, 이름표 잘 붙이고 저쪽으로 들어가시면 돼요.”
“네.”
이번에 받은 옷은 가슴에 픽하트 로고가 들어간 민트색 맨투맨과 검은색 트레이닝 바지였다. 목 부분에 브랜드 로고가 작게 보였다.
등 부분에는 ‘B’가 큼지막하게 박힌 걸 보면 멘토 평가 등급별로 색이 다른 듯했다.
히터가 적당히 돌아가 훈훈한 기운이 도는 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색색의 맨투맨을 입은 연습생들이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떠들고 있었다.
누구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할 만큼 얼어붙어 있던 지난번 대기실 상황을 떠올려 보면 꽤 큰 변화다.
같은 웨스 뮤직 연습생 윤명수와 함께 있던 김준우가 나를 발견하고 자기들 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
참고로 C등급인 김준우와 윤명수의 맨투맨은 연보라색이었다.
선명한 원색이었던 반별 티셔츠와는 달리 이번 등급별 맨투맨은 전체적으로 연한 파스텔톤이라 눈이 편안했다.
“왔냐? 4분 59초 아련남.”
“그래. 왔다.”
인사 대신 저 말부터 꺼낸 김준우가 나를 놀리고 싶어 하는 게 빤히 보여서 오히려 뻔뻔하게 나갔다.
“……얼른 방송 시작했으면 좋겠다. 온라온이 아련남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정정되게.”
“안녕하세요, 명수 형.”
김준우를 적당히 무시하며 윤명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어, 안녕. 준우한테 네 얘기 많이 들었어. 말 편하게 해.”
“아 정말? 알았어, 명수 형.”
잠시 뒤 도착한 징샤오는 같은 루이젠 엔터 소속인 옥도윤과 함께 다른 쪽으로 가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잠깐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간 나가세 리츠 또한 같은 일본인 연습생들끼리 모여 있었다.
“와, 늦는 줄 알았네.”
집합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쯤에 도착한 반요한은 서문결과 함께 우리 쪽으로 왔다. A등급인 서문결의 맨투맨은 연분홍색이었다.
“안녕.”
서문결은 그렇게만 말하고 가까운 벽에 기대앉아 눈을 감았다. 아직 7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꽤 피곤해 보였다.
전부터 느낀 건데, 서문결은 말이 썩 없는 성격 같다. 저런 성격이면 이런 데서 분량 따기 힘들지 않나 싶을 만큼.
물론 같은 남자가 봐도 잘생긴 데다가 실력까지 A등급인 서문결은 내가 걱정할 군번이 아니다.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촬영 시작 시간이 다 되었다.
“촬영 곧 시작합니다. 저쪽 간이 계단 밑에 A등급부터 차례로 서주세요!”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연습생들이 강당 한쪽에 있는 가로로 긴 4단짜리 간이 계단에 늘어섰다.
연습생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얼마 뒤, 강당 문이 열리고 오늘도 아름다우신 빛제나님이 마이크를 들고 들어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연습생들이 배꼽 인사를 하며 제나를 맞이했다. 흐뭇하게 웃은 제나가 입을 열었다.
“다들 피곤하지는 않아요?”
“네!”
“정말?”
“네…!”
“아니요….”
‘네’와 ‘아니요’가 섞여서 ‘네니요’같은 소리가 나왔다.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제나가 짧게 웃더니 말했다.
“오늘부터 평가를 위한 픽 유어 하트 합숙이 다시 시작됩니다.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거죠. 다들, 각오는 됐나요?”
떨리는 얼굴을 한 연습생들이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그렇다면 미션이 끝나고 방출되지 않을 각오 또한, 되었다는 뜻이겠죠?”
예고 없이 나온 방출이라는 말에 연습생들의 표정이 관리할 새도 없이 경직됐다.
잠시 말을 멈췄던 제나가 선언했다.
“첫 번째 순위결정식에서 살아남는 연습생의 수는…… 64명입니다.”
첫 번째 투표로 1/3이 넘는 연습생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래도 64명이면 꽤 많이 살아남는 거 아닌가 싶었다.
연습생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긴장된 시선을 나누었다.
“생존과 방출을 결정할 여러분의 두 번째 평가 과제는, 멘토 곡 커버 평가입니다.”
그 말에 연습생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제나나 묵혜성을 비롯한 멘토들의 곡을 단체로 커버하라니. 몹시 부담스럽다.
제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저 제나, 세렌디피티, 플루토, 유피테르, 로제타, 크로니클, 그리고 시즌1을 통해 데뷔한 선배 그룹 어폰까지. 이렇게 한 명의 솔로 가수와 여섯 아이돌 그룹의 곡을 커버하는 것이 여러분의 미션입니다.”
머릿속에 커버를 제대로 못 했을 경우 원곡 가수의 팬들이 할 법한 욕이 마흔일곱 개 정도 스쳐 지나갔다.
“후에 자세한 규칙을 공개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두 팀이 하나의 곡으로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요. 어떤 멘토의 곡을 커버할 건지를 먼저 정하고, 그다음으로 곡이 공개됩니다.”
제나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럼 어떤 멘토의 곡을 커버할지 정하기에 앞서, 함께 무대를 준비할 팀을 먼저 정해야겠죠?”
“네!”
“한 연습생이 팀원이 될 연습생을 지명하면 지명을 받은 연습생이 다시 그 뒤를 이어 다음 팀원을 지명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일곱 명이 채워지면 다음 팀 선발로 넘어갑니다. 팀은 멘토별로 두 팀씩, 총 열네 팀이 만들어지고요.”
그럼 끝에 가서는 2명이 남는다. 그 2명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먹잇감을 찾듯 연습생들을 스캔하던 제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잘못 걸렸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짓궂게 웃은 제나가 말했다.
“온라온 연습생.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카메라 한 대가 내 쪽으로 돌아가고 연습생들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라 튀지 않는 목소리로 답했다.
“14팀이 7명씩 구성되면 다해서 98명인데… 저희는 100명이라 2명이 남는 것 같습니다.”
제나가 고개를 끄덕여 가볍게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7명씩 14팀이 꾸려지면 2명이 남게 되죠. 그래서 14팀 중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두 팀은 남은 연습생을 1명씩 데려와야 합니다.”
8인 팀은 7인 팀에 비해 파트 분배 같은 문제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있다.
마지막까지 아무도 나를 데려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나는 불안해져서 바로 옆에 있던 반요한을 툭 쳐서 부르고 눈으로 말했다.
‘내 차례에 형 뽑을 테니까 형도 나 뽑아!’
물론 얼굴만으로도 1인분을 하고도 남는 반요한은 나만큼 절박해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반요한은 겉보기로는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알기 어려운 얼굴로 말간 눈을 몇 번 깜빡이고는 정면을 향해 고개를 돌려버렸다.
‘모른 척하지 마, 여우 새끼야!’
저 머리 좋은 놈이 내 의도를 못 알아챘을 리가 없다.
그러는 사이 하트 어택의 전체 센터였던 오현진이 가장 먼저 팀원을 뽑기 위해 앞으로 나와서 나도 어쩔 수 없이 주의를 돌렸다.
“제가 뽑을 연습생은….”
오현진은 역시 대형 출신이라 방송을 좀 아는지 뜸을 들였다.
속 타는 연습생들이 작게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