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4화
온라온이 더없이 뜨겁게 달궈놓은 분위기 속에서 서문결까지 일렉 기타에 스탠드 마이크를 활용한 락 밴드 곡 무대를 보여주었다.
– 여러분! 즐기고 계신가요!
“네에에!”
– 여기까지 정말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요. 저희가 탄 이 배, 고래호가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아아아아아…….”
벌써 끝이 다가온다는 말에 에어리들이 아쉬워하는 소리를 길게 내었다.
– 마지막 힘을 쏟아붓기 전에 우리 여기 잠깐 앉아서 얘기 좀 해볼까요?
멤버들이 기다란 고래 모양 구조물 위에 앉았다.
– 그런데 저희 배 이름이 언제부터 고래호였어요?
– 조금 전부터요!
강지우의 명랑한 답변에 할 말을 잃는 멤버들의 모습을 본 팬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우리, 결이부터 차례로 소감 한 번씩 말해볼까요?
지목받은 서문결이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댄 채 말을 골랐다.
– 시작할 때 저희 콘서트 이름인 ‘ORCA EFFECT: FREE’의 뜻을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앞부분을 지은 건 라온이지만, 뒷부분은 사실 제가 지었어요.
서문결을 바라보던 멤버들이 그렇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저는 저희 멤버들과 있을 때, 또 지금처럼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모든 힘든 일들을 잊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느낍니다. 그게 오르카 이펙트의 첫 번째 효과예요.
솔직하고 담백한 말에 감동한 에어리들이 서문결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었다.
– 자유롭게 하자. On and on!
미미하게 웃던 서문결이 가장 자주 내뱉던 구호를 불쑥 외쳤다.
“ORCA!”
눈치 빠른 멤버들과 에어리들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쩌렁쩌렁하게 화답하자 서문결이 조금 더 선명하게 웃었다.
– 감사합니다.
다음은 견성하였다.
– 일단……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아직 고맙다는 인사만 했을 뿐인데, 오르카 공식 울보답게 견성하의 목소리는 벌써 눅눅하게 잠겨 있었다.
– 이 무대에 서기까지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어요. 특히 이렇게 소중한 시간 내서 와주신 에어리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이런 멋진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을 걸 압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견성하가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 성하 진짜 많이 컸어요. 데뷔할 때만 해도 무대 올라가기 전에 마이크 안 나오면 어떡하냐고 떨었는데.
– 조용히 해.
강지우에게 순서를 넘긴 뒤 온라온과 티격태격하면서 맺힌 눈물을 손끝으로 훔치는 견성하였다.
– 에어리이이…….
강지우는 한술 더 떠서 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요즘 많아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 첫 콘서트, 제가 정말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인데요… 흡…….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오……. 멤버들이랑… 회사 사람들도 너무너무…… 감사…….
울음소리 때문에 반쯤은 알아듣지 못하고 넘겨야 했던 강지우의 소감 다음 온라온이 마이크를 들었다.
온라온 역시 다른 멤버들처럼 감사 인사로 소감을 시작했다.
– 오늘 제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처럼…….
아까 전 ‘Galatea’ 무대가 주었던 흥분을 잊지 못한 에어리들이 내는 비명 때문에 온라온은 잠시 말을 멈춰야 했다.
– 저희 모두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이 남았으니까 오래오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반요한이 나섰다.
– 모두가 예상했던 것처럼 지우랑 성하가 먼저 우니까 저도 조금 감격해서 울고,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걸 잘 못 하거든요. 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른 멤버들에 비해 아이돌이 되기 위한 고생을 덜 한 것도 사실이고요. 솔직히 운이 좋았죠.
‘건조하다!’
‘그래도 좋아! 이런 점이 좋다!’
앞선 멤버들이 우는 것을 보고 반요한도 한 번쯤 울어주지 않을까, 아주 살짝 기대했으나.
자기 최애의 성격이 보면 볼수록 담백하다 못해 건조한 걸 잘 알게 된 반요한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다른 사람보다 조금 늦게라도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거예요. 그리고 그걸 포기하지 않고 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이유 중 하나는 여러분이 보내주셨던 사랑 덕분이고요.
깔끔한 감동이 있는 반요한의 소감이었다.
– 어떻게 보면 저는 이제 막, 멤버들이 몇 년 전부터 가던 길을 걷기 시작한 거니까요. 다른 멤버들이 그랬던 것처럼 조금 더 고생하고 그러다 보면 몇 년 뒤 콘서트에서는 저도 모르게 울게 될지도 모르죠. 안 그럴 것 같다고요? 하하, 그래도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그럼 마지막 곡, ‘From’ 들려드리겠습니다. 즐겨주세요!
* * *
마지막 곡 ‘From’을 신나게 부른 멤버들이 리프트를 타고 에어리들에게 손을 휙휙 흔들며 무대 아래로 사라진 뒤.
넓은 공연장에 앵콜 사인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어게인! 어게인!”
언제부터인가 에어리들 사이에서는 ‘어게인’이 ‘앵콜’을 대신하는 말이 되었다.
“어게인! 어게인!”
잠시 뒤, 맑고 잔잔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전광판에는 다섯 멤버의 예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교차 편집되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19살 강지우입니다. 노래하는 걸 좋아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천상의 목소리 시즌 2에 출연해 당시 지금보다 훨씬 어린 얼굴로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강지우.
[안녕하세요. 시드 엔터테인먼트 반요한……꿈을 찾는 일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앙숙처럼 지내는 뮤직박스 측에 먼저 연락해 반요한과 서문결, 그리고 온라온의 미방송분 영상을 일부 확보한 시드였다.
[안녕하세요. 시드 엔터테인먼트 서문결입니다.]픽하트 출연 당시 1분 PR 영상에서 60초 동안 침착한 얼굴로 비누만 조각하는 바람에 ‘비누’라는 별명까지 얻어버린 서문결의 모습에 몇몇 에어리들이 촉촉해진 얼굴로 피식피식 웃었다.
지금보다 훨씬 자그마한 견성하와 차분한 얼굴을 한 온라온까지.
에어리들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늘이 파란 날마다
그날에 두고 온 너를 떠올리겠지만
촉촉한 감성을 더욱 살려 발라드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된 서문결의 ‘Rewind’였다
아날로그 녹음기의 테이프나 필름 등을 되감는다는 뜻을 가진 제목의 노래는 앵콜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곡으로는 너무나도 적합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Rewind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네게 뛰어들 거야
콘서트 굿즈로 파는 옷을 센스 있게 착용한 멤버들이 밝게 웃는 얼굴로 한 명씩 무대 곳곳으로 돌아왔다.
눈이 마주친 순간
네게로 반드시 뛰어들겠지
내 발버둥은 의미 없는 것
Rewind to the beginning
– 저희 다시 왔어요!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는 틈틈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본무대로 모였다.
환한 조명이 그들을 쫓아갔다.
내 세상에 흘러넘치는 마음이
도무지 그칠 줄 몰라서
에어리들은 행복하게 전광판에 떠오르는 가사를 따라 불렀다.
‘와, 근데 저게 저렇게 예쁜 옷들이었구나…….’
처음 굿즈 정보가 떴을 때만 해도 저런 옷을 누가 돈 주고 사 입냐고 했던 에어리들은 막상 같은 옷을 입은 온라온을 보니 명품 매장에 걸려 있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아 강한 구매욕을 느꼈다.
– 여러분! 아직 안 끝났어요!
– 진짜 한참 남았어요!
어느샌가 돌아와 버린
starting line
다시 선을 넘기엔
나는 조금 무서워
감성적인 ‘Rewind’ 다음의 앵콜곡은 역시나 ‘Again’이었다.
넌
빠져들어
깊이를 가진 것들보다 더 깊이
곡의 하이라이트.
– 그리고 외쳐!
멤버들이 늘 그랬던 것처럼 뒷부분을 함께 외쳐주길 바라며 에어리들에게 마이크를 쭉 내밀었다.
그리고…….
“사랑해!”
‘Again’ 대신 평소와는 다른 고백이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알잖아 우린 결국 사랑해]그와 동시에 수많은 에어리들이 펼쳐 든 슬로건을 본 멤버들은 순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 어.
– 와…….
팬들이 준비한 슬로건 이벤트였다.
공연이 거의 끝나가는 타이밍이었기에 이런 이벤트를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던 멤버는 더더욱 없었다.
한 번 터졌던 강지우와 견성하의 눈물은 두 번 세 번 터졌고, 서문결 역시도 눈이 그렁그렁했다.
반요한도 다른 멤버들처럼 눈물을 펑펑 쏟지는 않아도 평소보다 눈이 촉촉해졌다.
그리고…….
무대 한쪽에 가만히 선 온라온은 팬들의 슬로건을 하나하나 보다 말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헉, 라온이 울어?”
“애 울어. 어떡해…….”
“라온아! 라온아아아악!”
가까이 있던 에어리들이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눈치채 마음이 기쁘게 찢어지고, 온라온이 소리 없이 우는 모습이 커다란 전광판을 통해 그대로 송출된 뒤로는 다른 이들도 모두 온라온의 눈물을 알아차렸다.
– 라온이 울어?
– 울어요?
팬들은 물론이고 같이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온라온이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멤버들도 신기해했다.
잠시 뒤 음악이 노래 없는 반주로 전환된 사이 흩어져 있던 멤버들이 온라온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눈물을 닦지도 않고 흐느끼기던 온라온이 겨우 입을 열었다.
– 미안, 미안해요…….
이번에는 에어리들이 놀랄 차례였다.
고맙다, 나도 사랑한다.
이벤트에 대한 반응으로 예상했던 말은 그런 거였다.
하지만 갑자기 미안하다니?
대체 뭐가?
미안하다는 말에 놀란 것은 에어리만이 아니었다.
– 네?
멤버들도 이상한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놀란 반응을 보였다.
– 제가 평소에…….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한 온라온은 계속 서럽게 울기만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묵혜성의 환한 웃음만큼이나 보기 드물고 귀한 게 온라온의 눈물이었기에 가까이 있는 멤버들은 막내를 한껏 귀여워하는 얼굴로 어깨나 등을 토닥여주고 에어리들이 앓는 소리를 낼 때였다.
– 사실 제가, 저는……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여러분한테 거의, 어쩌면 한 번도 제대로 못 해본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