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3화
– 콘서트 이름부터가 프린데, 시작은 역시 ‘해방’ 아니겠습니까.
– 또 수록곡인 ‘January’나 ‘Beat-Beat’ 무대는 여러분께 처음으로 보여드린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 저희 오늘 의상 멋있죠~
콘서트 이름에 관해 설명한 뒤로도 에어리들이 관심 있을 만한 주제로 몇 분 동안 더 이야기를 나누던 멤버들은 스태프들의 신호를 받고 걸음을 옮겼다.
– 그럼 이제 다음 무대 보여드려야 할 시간인데 다시 본무대로 이동해 볼까요?
– 여러분, 오늘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수록곡 무대 많이 준비했으니까 많은 호응 부탁드려요!
견성하가 걸어가며 남긴 말에 기대로 가득 찬 에어리들의 함성이 콘서트장을 메웠다.
곧이어 시작된 ‘Tempest’ 무대 도중.
‘!’
폭풍이라는 의미를 가진 곡 제목대로 처음부터 쭉 내달리는 안무와 함께 둥둥거리던 음악이 돌연 뚝 끊겼다.
암전된 공연장.
새하얀 섬광이 어두운 공간을 크고 사납게 갈랐다.
‘깜짝이야.’
그뿐만 아니라 천둥이 위협적으로 그르렁거리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다가 기어이 버티지 못하고 기울어지는 배에서 황급히 뛰어내린 선원들이 깊은 바다에 풍덩 빠지는 것과 같이 긴박한 상황을 절로 상상하게 하는 실감 나는 소리들이 팬들을 흠뻑 적셨다.
바다 내음이 조금 더 강해졌다.
* * *
무대가 암전되자마자 멤버들이 급하게 뛰어 내려간 백스테이지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채우고 풀 때 손이 많이 가는 단추 대신 의상을 임시로 고정하던 벨크로가 스태프들의 일사불란한 손길에 찍찍 떨어졌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서문결처럼 무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자기 혼자 의상을 벗으려던 멤버도 있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이성 스태프도 많았지만, 내달리는 곡을 연달아 소화하느라 땀에 젖은 몸에서 1초라도 빨리 의상을 벗고 새로운 의상을 입어야 한다는 의무에 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였다.
* * *
“……와아아!”
멤버들이 사라진 뒤 잠시간 조용하던 공연장에 나지막한 환성이 번졌다.
멤버들이 수중에서 고생하며 촬영한 두 번째 VCR이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풍덩!
얇은 소재의 옷자락이 길게 드리우는 의상을 입은 서문결이 물에 빠지며 공기 방울이 알알이 일어났다.
한 번에 한 명씩 보여주는 영상 속 다른 멤버들도 같은 상황이었다.
위쪽에서 화하게 들어오는 빛이 멤버들의 얼굴에 일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간이 흘러 그 그윽한 빛조차 들지 않는 남청빛 바다의 깊은 곳으로 차츰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된 멤버들.
Lala la la la……
약간의 오싹함이 느껴질 만큼 컴컴한 수중에서 퍼지는 기묘한 노랫소리는 미니 앨범 2집 타이틀곡 ‘Dream’의 도입부였다.
뒤이어 전광판에 다섯 멤버의 모습이 나타나자 조금 전보다 더 큰 환호가 나왔다.
여전히 물속에 있는 것처럼 몽환적인 조명이 인상적인 댄스 스튜디오에서 미리 촬영했던 ‘Dream’ 무대 영상이 송출됐다.
멤버들이 입은 연보랏빛 상의는 VCR 때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조금 더 활동성 있게 제작되었다.
그래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이제 일어나 눈을 떠
So ridiculous
그리고 한창 무대를 펼치던 전광판 속 멤버들이 차례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린 알고 있죠
꿈은 단지 꿈이라
“와아아아아아!”
한 명씩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상황 속에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파트였다.
다음 순간.
공연장에 조명이 완전히 돌아오며 허상이 아닌 무대 위 멤버들의 진짜 모습이 나타났다.
잠시 멈추었던 곡은 온라온의 노랫소리로 유려하게 이어졌다.
세상의 끝을 봐도
나는 단지 제자리일 뿐
환상적인 곡과 마법 같은 무대 효과의 절묘한 만남에 어마어마한 함성이 일었다.
* * *
콘서트가 시작한 지 1시간 반.
공연은 지금까지 흥미로운 긴장감을 내내 유지하며 문제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긴 공연은 처음 해보는 멤버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지만, 두 달 동안 다져둔 체력과 팬들로 가득한 공연장에서 무대를 펼친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기쁨이 그들을 쉬지 않고 움직이게 했다.
그나마 처음으로 콘서트를 하는 오르카가 적응이 안 되어 있을 것을 고려해 사이사이 재생되는 VCR을 넉넉한 분량으로 촬영해 둔 것이 다행이었다.
VCR을 제외하고 멤버들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은 토크 타임이었다.
– 저희가 오늘 자랑할 게 있는데요.
– 짠.
무대 이후 잠시 쉬어가는 멘트 타임을 위해 모인 멤버들이 몸통 부분이 흰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으로 도색된 커스텀 마이크를 앞으로 내밀어 모았다.
오프닝 때는 머리 쪽에 고정하는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했던 멤버들은 새로 의상을 갈아입으면서는 핸드 마이크를 들고나왔는데, 무대를 집중해서 보느라 마이크의 디자인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뒤늦게 탄성을 뱉었다.
– 예쁘죠!
“네!”
– 커스텀 마이크를 맞추고 싶다고는 예전부터 멤버들끼리 얘기했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엄두를 못냈거든요. 그래도 첫 콘서트에서 여러분께 최고로 좋은 무대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번에 맞추게 되었습니다.
– 와아아!
한 명이 고생하는 동안 다른 사람은 모처럼 쉴 수 있는 멤버들의 솔로 무대들도 세트리스트 사이사이 껴 있었다.
이제까지 발매했던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만 콘서트 세트리스트를 짜기에는 곡 수가 조금 부족했기에.
또 콘서트라는 무대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팬들도 많았기 때문에 다섯 멤버들은 다른 아티스트의 곡을 커버하는 식으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개인 무대를 하나씩 준비했다.
가장 먼저 개인 무대를 선보인 반요한은 여자 솔로 가수의 포크 발라드곡을 온라온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불러 자신의 음색과 중음역에서의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잘 보여주었다.
그 뒤로 탄탄한 몸에 잘 맞는 블랙 수트를 입은 견성하가 자신이 직접 창작한 춤만으로 꾸린 완성도 높은 솔로 댄스 무대를 보여주었다.
귀여운 멜빵 바지를 입고 빵모자를 쓰고 나온 강지우까지 유명한 뮤지컬 넘버를 역시나 훌륭한 솜씨로 소화하니 남은 멤버들의 솔로 무대를 향한 에어리들의 기대는 한없이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온라온의 차례였다.
팬들의 환호성과 함께 주위가 밝아지자 미동 없는 댄서들 사이에 마치 조각상 받침대 같은 네모난 조형물 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온라온의 모습이 드러났다.
‘미쳤냐고…….’
‘와… 극락이다.’
‘온라온 초커 뭐야. 죽을래…….’
온라온은 기장이 길고 품이 낙낙하며 허리 부분만을 끈으로 동여매 일견 튜닉처럼 보이기도 하는 흰 셔츠를 입었는데, 소매 단추는 모두 풀었고 목에는 고급스러운 소재의 리본 끈 같은 초커로 포인트를 주었다.
‘댄스 무대겠지?’
최근 ‘From’ 활동 무대나 위튜브 채널에 올라오는 여러 댄스 커버 영상들을 보았을 때 춤에 대해 잘 모르는 팬들도 알아차릴 만큼 춤 실력이 데뷔 당시에 비해 놀라울 만큼 늘어난, 정확히는 실력이 회복된 온라온이었다.
최근에는 춤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었기에 솔로 무대가 댄스 중심의 무대라는 것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이윽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에어리들이 깜짝 놀라 격한 비명을 내질렀다.
“꺄악! 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올해로 명실상부 성인이 된 온라온이 솔로 무대로 준비한 것은 솔로로 데뷔한 남자 아이돌이 작년에 발매한, ‘Galatea’라는 제목의 댄스곡이었다.
마니아적인 인기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남자 아이돌의 솔로 댄스곡치고는 대중적인 인기까지 끄는 데 성공했던 ‘Galatea’는 자칫 보는 이가 부담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섹시함을 어필하는 것은 삼가면서도 묘한 관능미를 탁월하게 살려내는 안무로 유명했다.
특히 나른하면서도 흔히 말하는 치명적인 분위기가 관건인 킬링 파트 안무가 여러 SNS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후 남녀를 가리지 않은 아이돌들이 ‘Galatea’를 커버했지만, 원곡의 매력을 제대로 살렸다는 평을 받은 이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커버 난도가 높았다.
그러나.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온라온은 보란 듯이 해냈다.
형들도 아니고 다른 누구도 아닌 온라온이 이런 무대를 준비했을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온라온은 ‘Galatea’를 원곡자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안무 중 하나로 옷소매가 흘러내려 드러난 자신의 손목에 입술을 지그시 누르자 오천 명이 정신없이 비명을 내질렀다.
‘해냈다.’
턱없이 짧은 무대가 끝난 뒤 숨을 헐떡이는 공연자와 자기도 모르게 참았던 숨을 내뱉은 관객들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온라온은 원곡자의 느낌을 잡아내면서도 본인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직캠을 촬영하는 것에 성공한 팬의 눈에 ‘그는 더 이상 귀여운 maknae가 아니다’ 같은 외국인의 댓글이 보이는 듯했다.
온라온이 ‘Galatea’를 선곡한 이유는 향상된 춤 실력을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데뷔 후부터 차곡차곡 쌓였던 미성숙한 막내 이미지에 변화구를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오래전 반요한이 자신의 이미지가 딱딱하게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순결 발언을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액면가부터 어려 보이기는 하니 평상시에 어리게 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무대만큼은 이제 자기 뜻대로 휘어잡을 수 있다고 온라온은 믿었고, 과연 의도했던 결과가 그대로 나왔다.
에어리들의 눈에 마냥 어리고 앳되게만 보였던 막내가 남자로 보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