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2화
화면 속 멤버들은 진지한 얼굴로 출항을 준비하는 선원의 모습을 했다.
다 같이 모여 바다 한가운데에 해골 표시가 되어 있는 해도를 살핀 다음 흩어져서 항해에 필요한 것들을 바삐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전반적으로 밝고 청량한 느낌을 주는 VCR이었다.
영상에 나오는 것은 멤버들뿐이었지만 갑판을 뛰어다니는 선원들의 발소리, 갈매기 우는 소리, 해안가 시장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현장감을 더했다.
그리고.
‘향이…….’
‘뭐 뿌렸나?’
언제부터인가.
산뜻하고 가벼운 바다향이 공연장에 은은하게 감돌았다.
소금물의 짭조름함보다는 레몬이나 자몽의 상큼함이 더욱 다가오는 향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게 백사장이 펼쳐진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는 동안 에어리들이 손에 하나씩 들고 흔드는 고래봉은 원격으로 조정되어 색색으로 반짝였다.
조금 떨어져서 보면 너른 영역을 물결치듯 바꾸어가며 청색부터 흰색까지 완만한 그러데이션이 만들어져, 마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파도가 하얗게 밀려왔다가 돌아가는 듯했다.
‘예쁘다…….’
2층에서 그 광경을 후다닥 영상으로 남기는 에어리도 있었다.
시작부터 기분 좋은 자극들이 에어리들을 산들바람처럼 에워싼 가운데 견성하가 닻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영상이 꺼졌다.
커다란 배의 ‘부’ 하는 뱃고동 소리가 이제까지 들렸던 그 어느 것보다 가까이에서 길게 울렸다.
그리고.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통으로 차지한 전광판 속 유유히 헤엄치는 범고래 한 마리만 남기고 도로 어두워진 공연장에서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첫 콘서트의 첫 곡 ‘해방’의 한 소절.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반주가 더해지며 사전에 녹음된 목소리가 대항해의 개시를 두 번째로 알리는 이 순간.
여느 때보다 큰 긴장감을 너나 할 것 없이 안고 어둠 속에서 대기하는 멤버들은 주먹을 쥐었다 펴거나 마른침을 삼키는 등 긴장이 드러나는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자제했다.
곧 오천 명이 넘는 팬들이 그들을 눈에 담을 것이므로.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잔잔했던 반주에 웅장함이 더해지며.
마침내 세 번째.
– ORCA─!
리더 강지우의 흩어진 멤버들을 향한 부름이자 만인을 향한 위풍당당한 선포.
짧은 간격으로 조명이 팟 팟 들어오며 강지우를 시작으로 무대 곳곳에서 멤버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빛 아래에서 한 명 한 명 나타날 때마다, 애써 떨림 없이 지탱하고 선 소년들의 몸을 어쩔 수 없이 작게 전율케 하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빠르게 각자의 최애를 찾아낸 에어리들은 십중팔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제복.’
‘미쳤다….’
흰 바탕에 군데군데 섬세한 금장이 들어가 해군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지나치게 중후한 느낌은 없이, 필요한 만큼 늠름하고 20대 초반의 멤버들에게 딱 어울릴 정도로 풋풋한 제복은 오르카가 여태 거의 입지 않았던 스타일의 의상이라 에어리들은 이르게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것은 온라온이었다.
– 그리고, 에어리이이이!!
조금 전부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 심장이 그대로 부풀어 터져 버릴 것 같은 정도의 떨림을 그대로 내질러 버리는 온라온의 목소리에 에어리들이 반사적으로 소리 질러 응답했다.
강지우가 공연장 천장을 뚫을 듯 시원스레 뻗어 나가는 애드리브를 뽑아내며 콘서트장이 완전히 달아올랐다.
어제와 같은 곳
있는 그대로
널 바라보는 순간
바다에 빠진 것처럼 푸른빛 조명 속에서 서문결의 목소리로 본격적으로 곡이 시작되었다.
여태까지 들어본 것 중 가장 쩌렁쩌렁한 응원이 멤버들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지난 두 달 동안 뼈 빠지게 연습한 대로 무대를 소화하다 보니 긴장은 조금씩 풀렸다.
폭풍우가 기다렸다는 듯
우릴 덮쳐오지만
‘어!’
‘가사 바꿨네?’
콘서트까지 올 에어리라면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외우고 있는 데뷔곡 가사였기에 팬들은 단어가 달라진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내 심장은 푸르고
데일 듯 뜨거워
차가운 물에 잠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기존 가사를 바다와 항해라는 콘서트 컨셉에 맞게 개사한 센스에 에어리들은 한층 유쾌해졌다.
후각을 연하게 간질이는 향기처럼, 정성을 기울인 티는 작은 것에서부터 나게 마련이다.
* * *
그렇게 지난 연말 무대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견성하와 온라온의 댄스 브레이크 파트가 들어간 ‘해방’을 시작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내달리는 수록곡 무대 여러 개를 연달아 한 뒤.
땀에 흠뻑 젖어 숨을 몰아쉬는 멤버들이 중앙 무대에 모였다.
– 그러면 저희 다 같이 인사 먼저 드릴까요?
– 네!
– On and on ORCA!
–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오르카입니다!
활기찬 인사에 오천여 명의 관객이 다시금 그들을 환영했다.
– 저희가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일단은 참고! 지우 형 쪽부터 개인 인사를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좋아요.
앞으로 한 발짝 나왔을 뿐인데 튀어나오는 에어리들의 뜨거운 환호에 순간 작게 놀라 멈칫했던 강지우가 이내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오르카 리더 지우입니다!
강지우가 팬들의 환호를 만끽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작은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무대에 비치되어 있던 생수를 들이켰다.
강지우의 뒤를 이어 다른 멤버들도 차례로 자신을 소개했다.
네 번째로 온라온이 앞으로 나왔을 때는 앞선 멤버들에 비해 눈에 띄게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 I say 온! You say 라온! 온!
“라온!”
– 온!
“라온!”
– 라온!
“…온!”
– 와, 응용도 잘하네요. 역시 우리 에어리. 최고.
온라온이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하는 얼굴로 엄지를 척 들어 올리자 칭찬을 받은 에어리들이 격렬하게 응원봉을 흔들었다.
– 안녕하세요. 오르카 막내 온라온입니다!
“와아아아아아!”
– 아, 이제 뒷사람 부담감 커지죠.
강지우의 말대로 전광판에 온라온을 원망스럽게 일별하는 서문결의 얼굴이 나타났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잠시 뒤 큰 결심을 한 듯한 서문결이 앞으로 나오자 온라온 때만큼이나 열띤 환호가 그를 향해 쏟아졌다.
사실 요즘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오르카는 누가 인기 멤버야?’ 같은 내용의 어그로성 글에 가장 자주 거론되는 게 온라온과 서문결, 이 두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서문결은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 ……I say 문결 아니고 You say 결.
– 푸핫!
옆에 있는 온라온을 포함해 멤버들이 모두 웃겨 죽으려 했지만, 서문결은 꿋꿋하게 선창했다.
– 문결 아니고.
“결!”
– 문결 아니고!
“결!!”
서문결이 귓가를 부끄러움으로 붉혀가며 팬들과 의미 있는 교감을 나누는 사이 옆에 있던 멤버들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거나 옆 사람을 치며 폭소했다.
– 내가 졌다.
겨우 웃음기를 가라앉힌 온라온이 자신의 패배를 깔끔히 인정했다.
– 여러분, 서문결도?
“오르카다!”
얄미울 정도로 장단이 잘 맞는 멤버들과 에어리들을 원망스레 보던 서문결이 이내 뒤로 물러나 멤버들과 열을 맞췄는데.
– 형, 인사하셔야죠.
– 아.
– 진짜 웃겨. 이 형 에어리들 웃기느라 정작 하려던 인사를 까먹었어.
– 결이 은근 개그캐라니까.
– 솔직히 대놓고 개그캐 아닌가.
– 부끄러워하면서도 할 건 다 해.
서문결은 마이크에 대고 소곤거리는 멤버들을 무시했다.
– 안녕하세요. 오르카 결입니다.
큰 웃음 끝에 서문결까지 개인 인사를 마쳤다.
웃는 동안 긴장이 어느 정도 풀린 멤버들은 준비했던 멘트들을 침착하게 풀어냈다.
– 저희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ORCA EFFECT: FREE’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와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 저희 콘서트 이름이 어떤 의미인지, 에어리 여러분이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 궁금하신가요!
“네!”
“궁금해요!”
– 그럼 이거는 라온이가 설명하는 게 좋겠다.
– 왜 막내가 설명하냐면, 편애가 아니라, 사실 대표님이랑 이사님이 저희가 한 번 의미 있는 콘서트 이름을 정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희끼리 치킨 5마리를 걸고 각자 하나씩 생각해서 투표했거든요.
– 그런데 지난번 에어리테일에 이어, 이번에도 라온이가 낸 안이 뽑힌 거예요.
두 팔을 활짝 벌린 온라온이 승리의 미소를 머금었다.
– 여러분, 저를 작명 천재라고 불러주세요.
팬들만 모인 자리였기에 순도 100%짜리 환호가 온라온을 붕 띄워주었다.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그러고 보니까 오르카라는 이름도 막내가 생각한 거네.
– 우리를 지오스와 크라켄, 그리고 씨펄에서 구해준 이름이죠.
– 쉿. 여기 대표님 계셔.
– 앗.
의미 있으면서도 작은 실수가 생길 수도 있는 콘서트 첫날이니만큼 사적인 지인은 초대하지 않고 반가을 대표와 주열음 이사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만 초대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 대표님 죄송합니다.
– 대표님 사랑해요.
– 다시 본론으로 돌아갈까요?
흠흠, 목을 가다듬은 온라온이 설명을 시작했다.
– 여러분, 플라시보 효과나 피그말리온 효과 아시죠?
“네!”
– 그런 것처럼 저희 콘서트 이름인 오르카 이펙트도 말 그대로 오르카 효과라는 뜻인데요. 그러니까, 저희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면 나타나는 효과죠. 저희와 함께했을 때 생기는 효과라고 보시면 돼요.
– 그럼 오르카 이펙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인가요?
– 아, 좋은 질문이에요. 정말 여러 가지 좋은, 영험한 효과가 있는데요. 이거는 나중에 여러분이 잘 즐기고 계신 걸 확인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어리들이 아쉬워하는 소리를 냈지만 온라온은 끄떡하지 않았다.
– 아무튼 나중에 정말로 오르카 효과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뉴스 같은 데에 소개되면 재미있겠네요!
– 맞아요. 저희가 많은 사람에게 이만큼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이에요.
– 그러면 기쁠 것 같아요.
– 진짜 그럴 수 있도록 저희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실현 가능성은 낮은 바람 같은 말이라 다들 한차례 기분 좋게 웃었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팬들 입장에서 사려 깊게 생각해 주었구나 싶어서 에어리들은 은근한 감동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