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1화
여기서 반요한의 자퇴 선언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게 분명했다.
나를 포함해서.
‘좀 쉬엄쉬엄하라고 일부러 쉬게 하고 밖으로 놀렸던 건 맞는데.’
그래도 성적 덜 챙기고 지금보다 쉬엄쉬엄 다니면서 졸업장 따는 정도로 타협할 줄 알았지.
설마 자퇴까지 곧장 직진할 줄이야…….
반요한답다.
오히려 이제까지 했던 미련한 짓들이 녀석답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반요한을 잘 아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소식 자체에 당황했을 뿐, 반요한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 자체에는 크게 놀란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콘서트 회의가 끝난 뒤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하고 멤버와 매니저만 남았을 때.
“요한아, 잠깐 따로 좀 볼래?”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은 반가을 대표가 반요한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반요한은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고모, 내가 생각을 좀 해봤어.”
“어떤 생각?”
“사람들이 대학을 왜 다닐까.”
반요한이 현학적인 태도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빛이 쓸데없이 아련해서 괜히 기분 나빴다.
“보통 둘 중 하난데. 첫째는 학문 자체에 뜻이 있기 때문이지. 깊게 파려면 대학원을 가는 건데 고모가 알다시피 나는 이 길에 전혀 뜻이 없어.”
“음… 그렇지.”
반가을 대표는 반요한의 무의지를 부정하지 않았다.
“둘째는 취업에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서. 즉, 돈을 위해.”
참고로 우리는 며칠 전에 지난 분기 수익 정산을 받았다.
오르카로서 받는 수익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음원 저작권료가 굉장히 쏠쏠했다.
아무튼 이 자리에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에 반요한은 그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두 가지 다 지금 나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으니 계속 다니라는 설득은 안 해도 돼.”
“아니. 애초에 널 설득할 생각도 안 했다.”
조카의 기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반가을 대표가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듯 당당히 대꾸했다.
“그래?”
반요한은 그거 잘됐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지금 널 말리려는 게 아니라.”
숨을 한 번 내쉰 반가을 대표가 물었다.
“너희 어머니 아버지는 이거 아셔?”
아이돌 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었던 부모님 이야기가 나온 뒤에도 반요한의 여유로운 낯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반요한은 그만큼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아니. 아직 몰라. 그래도 이왕 한 거 끝은 잘 매듭지어야 하니까 이번 학기까지는 성의 있게 마무리할 거라서.”
나중에 들어보니 기말고사를 조별 과제로 대체하는 바람에 이제 와서 혼자 빠지기는 어려운 수업이 몇 개 있는데, 그 김에 이번 학기까지는 완벽하게 마무리하겠다는 모양이었다.
‘저 자식 이틀 놀고 다시 시험공부에 복귀하기는 했지.’
“반대 심하게 하실 텐데 괜찮겠어?”
“응. 저번까지는 망설일 이유가 그래도 조금은 있었는데, 이제는 하나도 없어. 반대할 거면 반대하라지. 내가 한다는데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기껏해야 저번처럼 호적에서 파버린다는 말밖에 더 하겠어?”
반요한은 폐지된 지 십 년도 더 된 호적에서 파이는 게 뭐가 무섭겠냐면서 산뜻하게 웃었다.
“이만큼 노력했으면 할 만큼 한 거지. 내 인생인데 남의 뜻에 더 맞춰줄 이유 없어.”
녀석의 의지는 더할 나위 없이 확고했다.
* * *
반요한은 자신의 말대로 기말고사를 열심히 봤다.
그리고 좋은 의미로 탄식이 나오는 성적이 나오자마자 자퇴서를 내러 학교를 찾았다.
자퇴하려면 지도교수와 학과장 면담을 거쳐야 하는데 다들 자기 아버지랑 아는 사이라 그런지 한사코 붙잡아서 귀찮았다며,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느지막한 오후에 돌아온 반요한이 자신을 반겨주는 멤버들에게 푸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소식이 바로 전해졌는지 반요한은 해외에 나가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부모님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 했다.
– 제출한 자퇴서는 내가 따로 맡아놓으라고 연락해 뒀다. 지금이라도 철회할 수 있어.
“왜 그런 짓을 해. 난 다시 갈 생각 없어. 빨리 처리해 줘.”
– 넌… 아깝지도 않냐? 아이돌을 할 거면 해라. 대신 학업이라는 길도 놓지 말라는 거다.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포기하려 해.
“아깝지. 어떻게 간 대학인데 나라고 그게 안 아깝겠어.”
– 그럼…….
“근데 내가 이제 교복 입은 고등학생도 아니고, 도중에 휴학 안 하고 제대로 대학을 다녔으면 벌써 졸업 학년일 나이인데……. 아직도 수능 성적이나 대입 성적 같은 거에 연연하고 사는 건 좀 꼴불견 아닌가 싶네.”
조금 냉소적인 어조로 말한 반요한이 짧게 웃었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들로 연예인으로서의 내 이미지를 쌓은 걸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나라는 한 사람으로서는 입학한 순간에 또 데뷔한 순간에 그런 것들은 모두 지나간 일이 된 거 알잖아.”
– …….
“확실히 말해두건대 병행 못 해. 나도 올해 초까지는 솔직히 둘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번 학기 다녀보고 확실히 알았어. 두 번은 못 할 짓이야. 내 개인적인 일로 다른 멤버들한테도 피해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다들 착해빠져서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반요한은 지난 몇 달 동안 멤버들에게 받은 배려를 떠올리며 미소했다.
“만약 나한테 조금이라도 학문에 뜻이 있었다면, 학교에서 무언가 이루고 싶은 일이 있었다면 몰라도. 전혀 없어.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야.”
– 요한아.
“그만둬야 할 때가 있다면 시도해볼 만큼 하고 노력할 만큼 한 지금이라고 생각해. 더 늦으면 그거야말로 후회가 될 것 같다고.”
반요한은 정리될 만큼 정리된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냥 잘되라고 응원해주면 안 돼?”
– …….
말없이 통화가 끊기고 한참 뒤.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오르카라는 그룹이 어느 정도 성과가 나서 그런가, 겨우 떨어진 허락이었다.
반요한은 이번에는 자신 쪽에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
– 또 왜…….
“아빠, 우리 곧 콘서트 하는데, 티켓 줄 테니까 누나들이랑 엄마랑 같이 보러 와. 출장도 잘 다녀오고. 사랑해. 엄마도.”
– ……됐다. 후회하지나 마.
“안 해. 절대로.”
* * *
방학 중에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S대 커뮤니티에 반요한이 자퇴했다는 소문은 빠르게 전해졌다.
– [속보> 관악사슴 탈출함
┗ ?
┗ 자퇴했대
┗ 헐
┗ 안돼가지마
– 그래서 담축제때 오르카 안옴?ㅠ
– 반요한 끝까지 학점 4점대 찍고 갔다는데 지독하다
┗ ㄷㄷㄷ 걘 그냥 뭘해도 되겠다
┗ ㄹㅇ지독하다
– 요즘 신입생들 입학하자마자 메디컬쪽으로 빠지려고 반수자퇴 엄청하는데 그건 머라고 안 하잖아 이미 아이돌로 성공했으면 학교에 더 남아있을 의미도 없지 응원함
– 오르카 정도면 동학번 최고 아웃풋 아니냐 여즘 아이돌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던데 웬만한 스타트업이랑 비벼도 압승임
– 나도 방학때 뭐 제출하러 갔다가 경영ㅂㅇㅎ님 봄… ㄷㅈㅇ교수님 사무실에 교수님들 여러분 계셨는데 진짜 교수님들이 자퇴를 저렇게 열심히 말리는거 첨봤음……
┗ 나라도 말림 솔직히
┗ 누가봐도 될놈이었잖아
상황이 그렇게 되자 이미 지난 종강날 동기들에게 거하게 한턱내뒀던 반요한은 2학기 과 대표에게 그렇게 됐다는 말 한마디를 개인적으로 남기고 과 단톡방을 유유히 나올 수 있었다.
* * *
학교 문제를 해결한 반요한은 콘서트 연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동안은 반요한 상태가 워낙 피폐해 보여서 따로 말은 못 했는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실력은 제일 부족하면서 연습 시간은 제일 적단 말이지.
물론 나는 원만한 관계 유지를 위해 반요한에게 너 못한다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다.
단지 예전처럼 녀석을 어디 못 가게 붙잡고 연습실에서 주야장천 굴렸을 뿐이다.
“고맙다. 네 덕분이야.”
꿀맛 같은 쉬는 시간을 맞이해 연습실에 아무렇게나 누워있던 반요한이 갑자기 한 말이었다.
예상치 못한 인사에 나는 약간 난감한 기분이 되어 사양했다.
“아니. 다 형이 한 일이지.”
이 자식 어디 가서 내가 자퇴하라고 등 떠밀었다고 말하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그랬다가 당장 반요한 부모님이 내 멱살을 잡으러 올지도 모른다.
내 말에 반요한은 그저 뜻모르게 웃을 뿐이었다.
* * *
다른 때보다 몇 배로 큰 집중력이 필요했던 콘서트 연습과 함께한 여름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다.
마침내 8월의 어느 금요일.
오르카의 첫 콘서트 날이 되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에 등이 젖을 정도로 더운 날이었지만 지옥의 티켓팅에 성공한 에어리들은 MD 상품을 사기 위해 콘서트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핸드볼 경기장을 찾았다.
시드가 넉넉하게 준비했던 굿즈 물량은 대부분 빠르게 소진되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나누어 주던 피켓을 받아든 에어리들이 하나둘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개인 SNS에 콘서트를 보기 위해 공연장 근처에 와 있다는 글을 올렸다가 오르카 공식 계정을 쓰는 멤버들로부터 답장을 받은 몇몇 에어리들은 특히 어마어마하게 흥분한 상태였다.
드디어 공연 시작 시간.
공연장이 어두워졌다.
‘한다!’
잠시 뒤, 커다란 전광판에 오프닝 VCR이 재생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