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0화
콘서트.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딱 맞는 타이밍으로 가슴이 쿵, 하고 뛴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단독 콘서트란 우리, 아니, 모든 가수에게 의미 있고 커다란 이벤트였다.
나 말고도 다른 멤버들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식을 전해준 곽상현에게 아예 몸을 기울인 채 질문을 퍼부었다.
“콘서트요? 진짜요? 언제요?”
“어디서 하는데요?”
우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덜한 규모로 성장한 리프틴은 벌써 국내 콘서트는 물론이고 해외투어까지 돌고 있으니 우리도 콘서트를 할 타이밍이긴 했다.
이어진 곽상현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 첫 콘서트는 약 5천 석 규모의 핸드볼 경기장에서 금·토·일 사흘 동안 열릴 예정이었고, 시기는 약 2달 뒤였다.
“와, 덥겠다…….”
지금이 6월 초니까 2달 뒤인 콘서트는 8월이다.
“에어컨 빵빵하게 돌릴 거긴 한데 덥겠지. 어차피 실내에서 콘서트 하느라 뛰어다니다 보면 한겨울에도 더울 수밖에 없어.”
그건 그렇다.
“땀 뻘뻘 흘리면서 몇 시간 동안 노래하고 춤추는 걸 사흘 동안 쭉 한다는 게 너희 생각보다 엄청 힘든 일이야. 지금부터 체력 신경 써서 관리해 둬.”
“네!”
“아무튼 지금은 알아만 두라고 얘기해 준 거니까 아직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면 안 되고,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얘기할 건데……. 요한이 이번 주말에 시간 있니?”
모두가 눈을 반짝거리는 와중에도 마음 놓고 기뻐하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악명 높은 S대 시험 기간을 맞이한 반요한이었다.
요 며칠 일과 학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잠을 줄이느라 좀비와 다름없는 상태가 된 반요한이 탈진할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없어도 만들어야죠. 일정 알려주면 비워둘게요.”
* * *
그날 오후.
원래는 저녁때까지 회사에서 개인 연습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오늘따라 일찍 연습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간 온라온은 땀에 젖은 연습복을 빠르게 갈아입은 뒤 반요한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간다.”
문을 여니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방에서 반요한이 스탠드 하나만 켜두고 시험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찍 왔네.”
온라온의 얼굴을 확인한 반요한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좀 쉬어.”
“이것만 하고.”
그다지 진지한 답변은 아니었다.
지금 하는 걸 다 하더라도 반요한에게 쉴 시간은 없을 것이다.
눈살을 얕게 찡그린 온라온이 손을 내밀었다.
“손.”
무슨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온이 찾아와 지압술의 도사가 된 것처럼 아플 정도로 손을 꾹꾹 눌러주고 가면 몸에 기력이 돌아온다는 것을 이제는 확실히 알아 순순히 빈손을 내미는 반요한이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저릿한 오른손으로는 노트에 무언가를 바쁘게 써 내려갔다.
그렇다고 해서 반요한이 온라온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서로가 알아 별말은 나오지 않았다.
“…….”
문제는 요즘은 그 은총마저도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스로에게는 잘만 써지니 은총의 효과 자체는 멀쩡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원인, 즉 반요한에게 은총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정신적인 피로가 심각하게 쌓였다는 쪽에 가능성의 무게 추가 놓였다.
‘미련하긴…….’
평소였다면 자기도 할 일 많고 피곤하다며 1분 만에 바로 자리를 떴을 온라온이 오늘따라 할 말 있어 보이는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그런 기색을 무시하지 않은 반요한이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쥐고 있던 펜을 마침내 내려놓고 온라온을 올려다보았다.
“왜?”
피곤함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반요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온라온이 입을 열었다.
“형, 공부하는 거 좋아해?”
“…….”
온라온은 반요한이 곧바로 대답 대신 지은 옅은 미소의 뜻을 손쉽게 해석했다.
대충 ‘내 몰골을 보고도 그런 헛소리가 나오니?’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 싫지?”
“당연…….”
반요한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온라온이 손을 뻗어 암막 커튼까지 쳐 어두컴컴한 방을 밝히는 유일한 광원이던 스탠드 불빛을 갑자기 꺼버렸기 때문이다.
직후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쓸어 담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스럭거리고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뭐 하는 거야?”
과로로 무뎌진 어조로 물은 반요한이 허공을 더듬어 스탠드를 다시 켰을 때.
이미 책상 위에 있던 프린트물이며 펜이며 노트북이며 하는 것들은 모두 온라온의 손에 들어간 뒤였다.
허술한 좀도둑처럼 반요한의 물건들을 품에 바리바리 싸 들고 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딱 걸린 온라온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답했다.
“아니, 형이 별로 하기 싫어하는 것 같길래. 하기 싫으면 때려치우고 잠이나 자라고.”
이제까지 자기 체력 갈아가면서 힐해 줬는데, 이 정도는 봐달라는 심리에서 나온 뻔뻔스럽고 맹랑한 말에도 반요한은 좀처럼 화를 내지 못했다.
“문밖에 둘 테니까 가져가려면 가져가든지.”
여지를 두는 말을 남기고 문이 닫혔다.
과연 그 말대로 잠시 뒤 온라온이 가져간 물건들을 문 앞에 내려놓는 소리도 들렸다.
그동안 터무니없이 혹사당한 반요한의 잘난 뇌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평소보다 더 실패했다.
‘미친 거 아니야? 너무 좋아.’
……이런 식으로.
물론 온라온은 좋은 머리를 가졌으면서 책상 앞에 앉는 것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반요한이 이렇게 반응할 것을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올 때마다 굉장히 때려치우고 싶다는 얼굴이길래, 하지만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겠다는 고집 때문에 스스로는 영 못 그만둘 것 같은 눈치길래.
온라온은 요즘 들어 꽤 불쌍해진 반요한이 제 욕망을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살짝 거들어줬을 뿐이다.
조금 뒤, 손바닥으로 뻣뻣한 눈가를 꾹꾹 누른 반요한은 자기 손으로 스탠드를 다시 꺼버렸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푹신한 침대에 풀썩 누웠다.
‘하루 정도는…….’
자기 마음을 잘 알아주는 동생이 문 앞에 내놓은 것들을 손수 가져와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하기에는 너무 지쳤다.
* * *
그렇게 열몇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일어나니 반요한은 말짱……해지기는커녕.
그동안 못 잤던 잠을 더 내놓으라는 듯 몸은 더 늘어졌다.
잠이란 게 원래 그랬다.
하지만 잠시나마 시험공부에서 해방된 마음만은 상쾌했다.
몇 주 전부터 이유 없이 지끈거리던 머리도 덜 아파진 느낌이고.
반요한은 거실에서 음악방송 재방송을 보며 배달시킨 도시락을 까먹던 온라온에게 기꺼운 어조로 물을 수 있었다.
“애들은?”
“지우 형이랑 견성하는 스케줄, 결이 형은 연습하러.”
“넌 스케줄 없어?”
“아침에 갔다 왔어.”
“그래?”
그 옆에 앉아 도시락 포장을 뜯으며 반요한은 오늘 할 일을 생각했다.
‘일단 어제 못 한 만큼 오늘 더 하고…….’
어제 자버린 건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
그렇게 다시 스스로에 대한 고삐를 조일 때.
“형, 시험 기간에 놀아본 적 있어?”
온라온은 거기서 한술 더 떴다.
“아…니?”
시험 기간에 놀아? 논다고?
반요한은 순간 가슴이 크게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온라온과 다른 멤버들이 콘서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반응의 종류와 세기가 비슷했다.
복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대놓고 주위 사람들에게 한량 취급을 받았던 반요한이었지만, 사실 초중고 12년을 포함해도 시험 기간에만큼은 대놓고 놀아본 적이 없는 모범생 출신이었다.
“갈래?”
훌쩍 오르는 호감도에서 반요한이 낚였음을 확신한 온라온의 물음은 비슷한 사고방식의 학생들 틈에서 살아온 반요한으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과도 같았다.
“너 스케줄…….”
“오늘은 더 없어.”
“…….”
공식적으로 휴가가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스케줄이 넉넉하게 비는 날이 있다.
마침 온라온과 반요한 모두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
무심코 운명을 느낀 반요한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비라도 오면 망설이기라도 했을 텐데 날씨까지 기막히게 좋았다.
후.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뱉은 반요한이 앞머리를 쓸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라온아, 나는 정말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응. 헛소리 말고 빨리 가자.”
온라온이 안쓰러운 것과는 별개로 들어줄 필요 없는 반요한의 헛소리를 칼같이 차단했다.
* * *
잠시 뒤.
숙소 근처에서 기다리던 나는 챙길 게 있다며 회사에 다녀온 반요한이 가져온 것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야, 타.”
삼류 코믹 영화의 등장인물처럼 요란한 선글라스를 낀 반요한은 이왕 노는 거 제대로 놀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아예 차를 끌고 왔다.
“형 면허 있어?”
“응.”
“언제 땄는데?”
“수능 끝나자마자.”
처음 알았다.
혹시 저번 ‘From’ 뮤직비디오에서 반요한이 운전하는 역할을 맡았던 이유가 이 녀석만 면허가 있어서는 아니겠지…….
“이거 누구 찬데? 형 차는 아니지?”
반요한은 생글생글 웃었다.
“고모 차.”
“…….”
나는 조용히 사죄했다.
“대표님 죄송해요.”
뭐가 그렇게 웃기고 즐거운지 반요한은 간만에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이고 누나 차야.”
“휴…….”
그제야 안심하고 조수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었는데.
이 자식 묘하게 자세가 어색하다.
“……형.”
“응?”
“혹시 면허 따고 운전 처음 하는 건 아니지?”
반요한은 말없이 차 문을 잠갔다.
“아니지……?”
“하하, 형 믿지?”
“이 또라이야!”
* * *
온라온과 반요한이 아찔하면서도 성공적인 일탈을 벌인 그 주 주말.
콘서트 준비를 의논하기 위해 오르카 멤버들을 비롯한 관련인들이 한데 모였다.
“콘서트 연습 스케줄은…….”
“이 일정이면 요한 씨가 괜찮을까 싶은데요.”
“아, 그 문제라면 이제 괜찮아요.”
최근 반요한에게 차를 탈취당했던 반가을 대표는 묘하게 산뜻함을 되찾은 조카를 불안한 눈초리로 보았다.
“아, 종강하나 이제?”
아무것도 모르는 직원이 순진하게 물었고.
“아뇨. 자퇴할 거거든요.”
반요한은 폭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