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4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45화
‘뭐?’
조금 전 다소 생뚱맞은 사과를 들었을 때보다 더 당황해 반사적으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려던 멤버들과 에어리들은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본 뒤 얻은 깨달음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 보니…….’
온라온은 팬들에게든 멤버에게든, 사랑한다는 말을 거의, 어쩌면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분위기상 다른 사람들을 따라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을 때는 전매특허 애교 ‘온랑해’로 은근슬쩍 정확한 표현을 피하고는 했다.
‘그렇네? 생각해 보니까 우리 애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들어봤네?’
‘왜… 왜 몰랐지? 나만 몰랐나?’
틈만 나면 에어리를 챙기며 팬사랑으로 유명한 온라온이 정작 팬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평소 온라온이 주변 사람들을 아끼는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다녀서 그런가.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본인은 이 사실을 이전부터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힘겹게 이야기를 꺼냈던 온라온은 눈물을 닦거나 고개를 숙일 생각도 못 하고 선 채로 그저 울먹이다가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여러분은 정말 항상,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저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그동안 표현을 잘 못 한 것 같아서어…. 제 마음이 여러분이랑 다른 게 아니라…….
안타까워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히죽히죽 웃던 에어리들은 뜨거운 숨을 자꾸 뱉느라 요동치는 목소리로 이어진 말에 억장이 와르르 무너졌다.
– 여러분이 주시는 사랑이 저한테는 너무 무겁고 소중해서…. 여러분한테 사랑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 말이, 저한테는 너무 어려워져서…….
온라온이 마이크를 쥔 손을 파르르 떨며 한 단어, 한 단어 힘겹게 골라낼 때마다 에어리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노력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데뷔하자마자 연예인으로 크게 성공해 주위에서 후한 대접을 받을 만큼 받아왔을 저 애는 지금, 언감생심 바라거나 기대하지도 않았던 만큼의 진심을 자신들에게 내어주고 있노라고.
앵콜 무대를 막 시작할 때만 해도 뽀송하던 온라온의 얼굴은 투명한 눈물로 흠뻑 젖었지만 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말간 눈은 물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반짝거려 왠지 사랑스러우면서도 애틋한 느낌을 더했고 이는 팬들의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
‘더 울어줬으면 좋겠…….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순간 뺨에 아롱지는 눈물에 말 그대로 홀려버렸던 티켓팅의 신 금규리는 자신은 웃는 얼굴보다 우는 얼굴을 더 좋아하는 이상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며 자책했다.
– 흐윽…… 그래서 죄송해요.
“아니야!”
“라온아! 너 표현 많이 했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극도로 흥분한 에어리들은 급기야 목이 갈라지도록 ‘사랑해’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사랑해! 사랑해!”
그건 감정을 채 추스르지 못한 온라온에게 또 다른 벅찬 자극이 되어 따뜻하고 밝은 색감의 눈에서는 다시 울컥 눈물이 솟아났다.
온라온이 마침 옆에 있던 서문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애끓는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는 동안 덩달아 마음이 짠해진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 여러분, 저희 막내가 이렇게나 진심으로 여러분과 저를 사랑합니다. 물론 말로 하지 않아도 다들 이미 잘 알고 계셨겠지만.
분위기를 적절히 환기하는 리더의 유머에 에어리들이 기꺼운 성원을 보냈다.
– 거기에 지우 형은 왜 은근슬쩍 껴요?
– 왜냐면 나는 우리 멤버 중에서 막내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해준 사람이기 때문이지.
자신이 그간 막냇동생을 가장 잘 챙겨주었다는 자부심이 있는 강지우가 무척 자랑스럽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 그래도 라온이가 제일 좋아하는 형은 난데.
하지만 은근히 지는 걸 싫어하는 서문결이 안겨 있는 온라온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 주다 말고 얌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 저거 봐. 얌전한 서문결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니까.
‘얌전한 서문결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일견 내성적으로 보이는 서문결이 최근 오르카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면 곧잘 보여주는 승부욕 있는 모습을 두고 팬들이 지어준 말이었다.
– 야, 그게 언제 얘긴데. 지금 다시 물어봐! 빨리 다시 물어봐! 막내야 나야 쟤야?
자신이 2위라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 강지우가 펄펄 뛰자 서문결의 품에서 나와 스태프가 가져다준 수건으로 얼굴을 꾹꾹 눌러 닦던 온라온도 피식 웃었다.
– 라온아,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 아, 제발. 요한이 형, 우리 그래도 꽤 감동적인 분위기 아니었냐고요.
그렇게 말하는 견성하도 슬쩍 웃고 있었다.
잠시 뒤, 한결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온라온이 입을 열자 약간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저희가 만들어낸 거기는 하지만, 오르카 효과라는 게 진짜 있는 것 같아요.
– 맞아요.
– 아까 결이 형 말도 그렇고 저도 여러분 앞에서 자꾸 너무 솔직해지는 것 같네요. 진짜 바보 같게…….
“바보야 그게 좋은 거야!!”
함성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날아온 한 에어리의 목소리에 모두가 와하하 웃었다.
– 제가 앞으로 더 잘할게요. 항상 감사하고…….
잠시 말을 멈춘 온라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에어리들과 일시에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온라온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 사랑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그래서 감히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웃는 얼굴로 온라온이 그동안 버거울 만큼 커진 자신의 사랑을 고백했다.
* * *
– 여러분! 근데 아직 안 끝났어요!
– 맞아요. 제가 주책맞게 우는 바람에 중간에 끊겼지만……. 저희 ‘Again’ 부르고 있었잖아요. 그쵸?
“네!”
– 오늘은 ‘그리고 외쳐’ 하면 ‘Again’ 말고 계속 ‘사랑해’로 하는 걸로 할까요? 라온이랑 성하 또 울게.
“네에에에!”
– 좋습니다!
– 좋긴 뭐가 좋아. 이제 안 울어!
– 저도요!
–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 그럼 계속 갑니다!
한동안 멈추었던 ‘Again’의 반주가 다시 흘러나왔다.
no pain no gain
알잖아 우린 할 수 있어
온라온이 우는 동안 본의 아니게 잠깐 쉬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멤버들은 안전 요원의 경호를 받으며 넓은 콘서트장을 활기차게 누볐다.
손끝에 스친 골을 느꼈다면
다신 오지 않을 찬스라면
멤버들은 펜스 너머로 손을 뻗는 에어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자그마한 기념품을 담은 공을 힘껏 던져주기도 했다.
young, free and nonstop
young, free and nonstop
아직은 운명에 질 때가 아냐
머릴 들고 Keep going
그리고 마지막 3절.
(three!) 우린 빛나
(two!) 빛을 가진 것들보다 더 밝게
(one!) 그리고 외쳐
“사랑해애애애애!!!”
– 저도요!
“꺄아아아아악!”
노래 중간부터 어디선가 자기 몸만 한 범고래 인형 굿즈를 들고 다니던 온라온의 애교 있는 응답에 에어리들이 뒤집어졌다.
‘이제 끝났…….’
한 에어리가 끝이라는 생각에 조금 아쉬워하며 섣부른 판단을 내리려 할 때.
– 아직 안 끝났다니까요!
강지우의 명랑한 선언과 함께 잦아드는 줄 알았던 음악이 도로 커졌다.
– 다시 한번 외쳐!
“사랑해!”
에어리들이 조건반사적으로 외쳤다.
‘더하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앵콜 오래 하면 좋다.’
팬들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은 오르카 멤버들이 흥이 난다는 듯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며 20대의 체력을 자랑했다.
no pain no gain
알잖아 우린 할 수 있어
– 에어리 우리 아직 더 할 수 있죠!
“네에에!”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 아, 모르겠고 외쳐!
“사랑해애액!”
– 아무튼 외쳐!
“사랑해!!!’
– 그러니까 외쳐!
“사랑해……!”
– 좋으니까 외쳐!
“사랑핵!!!”
세상에 ‘그리고’를 대신할 수 있는 말이 그렇게 많을 줄은…….
‘얘들아… 집에 좀 가자…!’
* * *
결국 무한반복 ‘Again’은 ‘마지막으로 외쳐’와 ‘진짜 마지막 외쳐’와 ‘진짜 최종 마지막 외쳐’, ‘아쉬우니까 딱 한 번만 더 외쳐’ 등등을 거친 끝에 그쳤다.
그리고 후일을 기약하며 콘서트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수록곡 ‘On and on’을 끝으로 첫째 날 콘서트를 문제없이 마치고 토요일에 열린 둘째 날 콘서트에는 멤버들의 가족을 초대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늦둥이 막냇동생 강해림까지 손에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강지우의 대가족은 손자·아들·형·오빠가 무대 위에서 외롭지 않게 노래하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다.
반요한의 학업 복귀에 미련이 남아있던 반요한의 부모는 아들이 큰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그의 선택을 최종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문결의 어머니, 견성하의 부모, 그리고 온라온의 부모 역시 무대 위에서 빛나는 자식의 모습을 지켜봤다.
셋째 날에는 김준우와 고경윤을 비롯한 몇몇 리프틴 멤버들과 강지우의 지인인 체이서 멤버들, 기타 연예계 지인 및 일반인 지인 등이 초대받아 자리했다.
온라온의 먼 친척으로 알려진 묵혜성 역시 가족들을 초대한 둘째 날이 아닌 셋째 날에 같은 크로니클의 멤버 이기준, 한도균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았다.
사실 자신이 가족 카테고리로 묶일 줄 알았던 묵혜성은 예로부터 은근히 작고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남자라 온라온은 한동안 입에 붙은 ‘묵쌤’ 대신 ‘묵혜성 선배님’이라는 딱딱한 호칭을 강요당해야 했다.
온라온은 ‘캐치 미!’에서 이기준을 ‘기준이 형’이라고 불렀던 것을 언짢아하며 은근히 자기도 그렇게 불러주길 바라던 자신의 오촌 친척을 마침내 형이라고 부르며 극적인 관계 회복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온 힘을 기울인 사흘간의 콘서트가 끝난 뒤, 오르카를 향한 에어리들의 팬심은 당연하게도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