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5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50화
잠시 뒤, 나는 위에서 열어준 공용현관 문을 통과해 무더운 바깥과 달리 시원한 공기가 감도는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진짜 들어가도 되는 거 맞나?’
인터폰을 받았던 사람이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그냥 들어오라고만 말한 뒤 연결을 끊어버렸기 때문에 상대가 무슨 이유로 나를 들여보내 주는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였다.
추측해 보자면 온라온을 사적으로 아는 누군가가 아직 여기 살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연예인이라 일단 들여보내고 봤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요즘 세상이 얼마나 각박하고 험난한 세상인데, 아무리 연예인이라고는 해도 자세한 설명을 듣지도 않고 나를 턱 들여보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가족들이 전부 미국에 거주하는 상황에서 대체 누가 아직 여기 사는 건지.
그것 역시 의문이었다.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학생증에 적혀 있던 집을 찾았다.
‘진짜 와버렸다…….’
초인종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이 열렸다.
“안녕하세요.”
현관문을 열어준 것은 사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였다.
“어머….”
내 얼굴을 보고 반사적인 감탄사를 내뱉은 아주머니는 이내 내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주었다.
조금 전 1층에서 인터폰으로 연락했을 때 ‘헉’하고 놀라셨던 것과 달리 이제는 내가 온 것을 크게 이상히 여기지 않는 상대의 태도에 맞추어 나 역시 자연스러운 자세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여긴…….’
묘한 기시감에 주위를 둘러보다가 내 뒤에서 중문을 닫던 아주머니와 눈이 딱 마주쳤다.
“저,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나는 이 세계에 아무 정보도 없이 처음 내던져졌을 때의 조마조마한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미리 연락드리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예전에 폰이 망가졌을 때 연락처를 다 잃어버려서요.”
“아, 그러셨구나.”
“하하, 네. 이건 별거 아니지만 빈손으로 찾아오기 뭐해서 오는 길에 사 왔어요.”
나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위치한 빵집에서 사 온 롤케이크가 든 봉지를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만일을 대비한 뇌물이었다.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하하….”
“많이 컸네~”
아주머니의 눈빛이 대단히 잘생기기만 한 청년을 보는 것에서 어마어마하게 잘생겼는데 예의까지 바른 청년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어르신들은 아침에 출타하셔서 오늘 저녁 늦게나 오실 것 같은데…….”
나는 “어르신들이 누구신데요?” 같은 하수의 질문을 섣부르게 꺼내는 대신 이쯤에서 눈앞에 있는 아주머니의 정체를 침착하게 추리해 보았다.
이 아주머니는 틀림없이.
‘집주인이 아니라 가사 도우미이시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무엇보다도 나의 옛 단축번호 1번이었던 가정부 아주머니와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했다.
분위기뿐만이 아니라 생김새도 좀 닮으신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게 아니라 제가 예전에 잃어버린 물건이 있는데 혹시 여기 두고 갔나 해서 부산 온 김에 한번 와봤어요.”
“아, 그래요? 쓰던 방은 내가 가끔 들어가서 청소하기는 했는데 뭐 건드리거나 버린 건 없으니까 가서 찾아봐요.”
“네. 감사합니다.”
좋았어.
아주머니는 더운데 마실 거라도 가져오겠다며 내가 건넨 빵 봉지를 들고 주방이 있을 안쪽으로 사라지셨다.
* * *
내 예상대로 가사 도우미가 맞았던 아주머니는 내게 시원한 보리차를 한 잔 가져다주신 뒤 그 길로 장을 보러 가셔서 나는 집을 혼자 둘러볼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일단 어느 방에 들어가지는 않고 전체적으로 집을 둘러본 지금 약간의 사실과 많은 감정에 의존한 추리를 좀 해보자면.
여기는 그 녀석이 예전에 살던 집이 맞다.
그리고 집의 크기나 아까 아주머니한테서 들었던 ‘어르신은 아침에 출타하셨다’는 이야기를 보아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아마도 현재는 조부모가 이 집에 사는 게 아닐까 한다.
게다가 기묘한 점은 집의 전체적인 구조가 내가 이전 세계에서 살던 집과 거의 같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아까 내가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느꼈던 기시감의 원인이었다.
‘일단 내 방부터 찾아볼까…….’
발길은 망설임 없이 어느 방문 앞으로 닿았다.
이전 세계에서 살던 내 방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이 방은 정기적으로 청소한다는 아주머니의 말대로 깨끗하기는 하지만, 사용감이 전혀 없는 방이었다.
책장에는 영어 원서가 여러 권 꽂혀 있고 ‘Damian’이라는 내 영어 이름이 적힌 물건이 있는 걸로 보아 그 녀석이 쓰던 방이 확실했다.
그리고.
“와… 진짜 똑같네.”
벌써 이 세계로 온 지 수 년이 지났지만, 내가 오랜 시간 박혀 있던 내 방의 구조는 아직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쪽에 책상이랑 컴퓨터 있었고, 저쪽에 옷장, 구석에는 숨 막혀 죽을까 봐 왕창 샀던 공기 청정 식물들, 벽에는 에어컨…… 저기가 화장실.’
이렇게까지 비슷할 수가 있나.
쿠션감이 좋은 의자에 풀썩 앉으니 오랜만에 옛 세계에 대한 향수가 일었다.
“에취!”
그런 감상에 잠길 시간은 없다는 듯 내가 의자에 앉자마자 푹석 일어난 먼지 때문에 기침이 나왔다.
뭐, 그 세계에서 살아온 시간이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이루고 가진 모든 것을 두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이 방에 별다른 것이 없는 걸 확인한 뒤 미련 없이 방을 나갔다.
그대로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면 좋았을걸.
* * *
온라온은 자신의 방을 살핀 뒤에도 넓은 집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전망이 좋은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이전 세계에서 살던 집과 유사한 점을 찾아보기도 하고.
화장실이나 부엌의 위치뿐만 아니라 배치된 가구들의 분위기나 키우는 식물의 종류 등 알면 알수록 이전 세계에서 살던 집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어쩐지 그리운 느낌을 주는 이 집에 오는 일이 두 번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에 최초의 목적이었던 자신의 방을 둘러보고 나서도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
집을 느긋하게 배회하던 걸음이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에 안방과 마주 보고 있는 어느 방 앞에 멈췄다.
들어가 보지도 않은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들어가 보자’, 혹은 ‘그러지 말자’의 생각이 마음속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다.
그러나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전 손은 이미 어떤 방의 문고리를 잡아 돌리고 있었다.
차라리 잠겨 있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문은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묵은 공기가 훅 끼쳐왔다.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을 들어왔다는 사실이 주는 불안함에 가슴이 술렁거렸다.
“!”
네모난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새까만 몸체를 가진 고급스러운 그랜드 피아노였다.
못 알아볼 수 없다.
그 사람의 악기다.
피아노 앞에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옆에는 악보 더미가, 그 아래에는 다소 생뚱맞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
온라온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던 자신의 방과 달리 케케묵은 먼지 속에서 고요히 잠들어 있는 악기에 홀린 듯이 다가가 커버를 열었다.
건반을 누르자 비정상적으로 듣기 싫게 튀는 소리로부터 이 피아노가 사람의 정성스러운 손을 탄 지 무척이나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누군가의 추억이 가득한 공간에 발을 들이면 구태여 알려고 하지 않아도 감정이 한발 먼저 속삭여 절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
자신에게 아름다운 눈을 물려준 누군가는 저 의자에 앉아 페달을 간간이 눌러가며 낭랑한 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을 것이다.
단지 그것뿐이라면 피아노를 애틋하게 바라보는 온라온의 가슴에 서글픈 통증이 찌르르 일지는 않았을 텐데.
뒤이어 거대한 피아노의 그림자 아래에서 자기 몸만 한 동물 캐릭터 인형을 껴안고 부드러운 선율을 자장가 삼아 잠든 어린아이의 모습이 망막에 비쳐들었다.
아이가 그곳에서 잠들 수 있었던 건 어른이 그 일을 용인해 준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온하제의 장해나가 그랬던 것처럼 온라온을 받아들이지 못한 장해나에 의해 굳게 닫히고야 마는 방문이 보였다.
그러므로 이것은 두 사람의 힘겨운 노력과 비참한 실패의 증거로서 그대로 버려진 피아노였다.
쾅! 온라온은 손바닥으로 건반 여러 개를 동시에 짚으며 힘을 잃고 비틀거리던 몸을 지탱했다.
듣기 싫은 불협화음이 멍하게 가라앉으려던 정신을 제때 일깨웠다.
잠시 뒤 피아노 뚜껑을 다시 아무렇게나 닫아놓은 온라온은 언제 느긋했냐는 듯 달리 황망하게 방을 나갔다.
* * *
나는 누군가 돌아오기 전에 집을 나섰다.
안 그래도 심란한데 거기서 더 미적거리다가 조부모까지 마주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피아노 방에서 지체하느라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다시 택시를 타고 돌아와야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안전 운전하는 택시 운전사를 만나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근처에서 일을 보고 온 래리와 합류해 곽상현과 멤버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왔어?”
“표정 안 좋은데 어디 아파?”
“아뇨. 택시가 운전을 좀 야성적으로 해서.”
“아, 원래 부산 운전 스타일이 좀 거칠다고 듣기는 했어. 따뜻한 물 좀 마셔.”
저녁, 케이팝 콘서트 무대에 올라 부산 에어리들을 만나고, 곧바로 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무슨 일 있었어?”
서문결이 물었다.
“아니? 왜?”
“아까 혼자 집 다녀온 이후로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