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2화
온세하와 함께 온라온이 온 것을 안 부모는 가슴이 두려울 만큼 쿵쿵거리는 것을 느꼈다.
며칠 사이 상한 부모의 얼굴을 보고 “안녕하세요.” 하고 얌전히 인사한 뒤 복도를 걷는 내내 아무런 말이 없던 온라온의 수정처럼 투명하고 단단한 눈빛 아래에서 어떤 결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장해나는 이제 무서울 만큼 평온해 보이는 온라온이 품고 온 각오가 의절만은 아니기를 바랐다.
“저녁은… 먹었어?”
“네. 멤버들이랑 매니저 형이랑 같이 먹었어요.”
“…….”
경직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는 온현우의 질문이 무색하게 사위가 조용해졌다.
“시간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두 분에게 드릴 이야기가 있어요. 잠시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
적막이 갑갑할 만큼 두꺼워지기 전에 온라온이 다시 입을 열어 오늘 방문한 이유를 간단히 알렸다.
마음 같아서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자고 일어나서 얘기하자고 하고 싶었으나 장해나는 남편과 눈짓을 한번 주고받고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감사해요.”
장해나는 그 정도는 감사할 만한 일이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과연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를 검토하느라 망설이는 사이 온라온은 이미 그들을 지나쳐 안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마침내 한 치 앞도 모를 만큼 위태로운 순간을 맞이한 가족들은 뜨거운 차 한 잔씩을 들고 아늑한 조명 빛을 밝힌 거실에 모였다.
기다란 3인용 소파에는 장해나와 온현우가, 그 맞은편쯤에 있는 1인용 소파에는 온라온이 앉았다.
그렇게 그들은 대화할 준비를 마쳤다.
“그때 제가.”
이전의 대화를 이어 한국어로 발화하던 온라온이 모퉁이 안쪽에서 뻗어 나온 흐린 그림자를 흘긋 보더니, 영어로 고쳐 말했다.
“[제가 누구냐고 물으셨죠.]”
이미 충분히 돌아왔으므로 더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래.]”
전후 사정을 모르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이상하게 들리는 질문이었지만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듣고 싶은 게 있어요.]”
온라온의 차분한 시선이 장해나와 온현우를 차례로 겨누었다.
정돈되었을 뿐인 눈길은 별달리 날카롭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은 뾰족한 것에 찔린 것처럼 작게 움찔했다.
“[제게 왜 그런 건 물어보신 건지 알고 싶어요.]”
“[왜…라면?]”
“[제가 과연 당신의 아들이 맞는지, 그런 의구심을 갖게 된 근거 같은 걸 묻는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그걸 물어보셨는지요.]”
온라온이 지극히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며칠 뒤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고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가끔 안부나 물으면서 지낼 거라면, 제가 누구인지는 어차피 두 분께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요.]”
듣는 이를 공격할 의도는 없었으나 지난날의 잘못을 상기시키기 충분한 말을 편안히 듣고 있을 만큼 낯짝이 두껍지 못했던 두 사람의 눈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어릴 때 모습 그대로 이렇게나 잘 자라준 네가 그 아이가 아니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말이지만.]”
떨리는 손으로 잔을 들어 뜨거운 차를 몇 모금 마신 장해나가 말을 이었다.
“[부모가 자식에 대해 가진 감은 무작정 무시하기에는 거북한 것이라 언제부터인가 그런 기이한 의문을 품고 말았어. 네가 우리가 아는 애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
“[그래서… 너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지. 만약 그게 너를 놀라고 곤란하게 했다면 그 또한 미안해.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말이었을 거야.]”
그간의 공백을 채우려는 듯 하릴없이 범람하는 감정 때문에 망쳐버린 지난 대면을 떠올린 온현우가 침중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우리는 그것 말고도 너에게 많은 걸 사과해야 한다.]”
사과라니.
“[지금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일부터 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에 있었던 일까지 낱낱이 사과해야만 해.]”
온라온이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것처럼 장해나와 온현우 사이 애매한 곳에 고정했던 초점을 천천히 돌렸다.
“[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 네가 사실 그 애가 아니라면 그것이 진정 우리가 해야 할 사과가 맞을까. 우리가 잘못된 사과를 통해 지난 잘못에 대해 속죄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너에게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
“…….”
이성에서 우러난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던 온라온이 다시 부모를 바라보았다.
“[두 분 뜻은 알겠어요.]”
지금은 없는 아이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든 다치게 하고자 나온 질문이 아니었음을 알았으니 아무래도 됐다는 생각이었다.
“[말씀드릴게요.]”
손을 간질간질 데우는 찻잔 온도를 무시하며 온라온이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청했다.
“[이야기 도중에 무슨 생각이 들더라도 제 말을 끊거나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약속하마.]”
“[약속해.]”
신중한 시선이 장해나와 온현우의 면면을 차례로 훑었다.
온라온은 숨을 길게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제 이름은 온하제였어요.]”
오래도록 감춰온 것을 허심히 고백했다.
누군가의 악의로 오래전 벌어졌던 영혼이 뒤바뀌는 사건, 그로 인해 우리가 겪어야 했던 지난한 괴로움들, 어느 겨울 ‘온라온’이 내린 선택, 그의 행방과 자신이 얼결에 이 세계에 온 뒤 겪었던 일들.
그 모든 것을.
* * *
“…….”
목이 까끌까끌 아플 정도로 어렵고 긴 이야기를 마친 온라온이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챙겨온 편지를 증거로써 내민 뒤 숨 막히는 정적이 찾아왔다.
충격이 역력한 얼굴을 한 두 사람이 먼 세계로 떠난 아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를 사락사락 넘겨보는 걸 기다리는 사이.
온라온은 내내 고요하고 암암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반응을 각오하고 한 말이었다.
덕분에 온라온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용케 떨지 않을 수 있었다.
믿으면 좋고.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자신을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저들이 사적인 일을 어딘가에 떠벌리고 다닐 경망스러운 성격도 아니었고, 저를 광인으로 취급하는 이들이라면 두 번 다시 보지 않으면 되니까.
그럴 각오까지 마치고 이 자리에 있었다.
온라온은 후련함과 피로감을 동시에 느끼며 그들이 편지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읽은 것을 확인하고 오래지 않아 막막한 침묵을 깨뜨렸다.
“[저에게는 두 분을 용서할 자격도 이유도 없어요. 마찬가지로 잘못된 행동을 비난하거나 그에 대한 사과를 바라지도 않을 거고요. 원인이 두 분께 있는 게 아닌데 어떻게 그러겠어요.]”
비꼬거나 빈정거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오히려 어딘가에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지경이 되어서도 더는 누구도 지질하게 원망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에 기반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틀리지 않고 내리려는 것을 보니.
온라온 자신 역시도.
진실한 사과를 위해 아이의 정체부터 분명히 가리려던 이들의 자식이 맞긴 맞는구나 싶어 자조하는 웃음이 때를 가리지 않고 조금 새어 나오려다가 단조롭게 내뱉는 말에 스스로 멈추었다.
“[그러니까 제가 제 부모님을 사랑하고 원망하던 것과는 상관없이, 또 두 분이 지금 제게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과도 별개로, 두 분이 제게 미안해하실 필요와 의무는 애초부터 없다는 뜻이에요. 그때 두 분은 그러실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흡사 면죄부와도 같은 말에 장해나가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였으나 숨이 형편없이 떨려 소리로 나오지는 못했다.
“[물론… 이건 다 제가 방금 한 말을 모두 믿으실 때나 의미 있는 얘기고, 못 믿으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일이 아니었으면 좀처럼 못 믿었을 거예요.]”
“[아니야. 네 말을 믿어.]”
당신들에게 대단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투로 흘러나온 말에 장해나가 황급히 답했다.
귀를 기울이면 낭랑한 작별과 기원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편지에 오래도록 시선이 박혀 있던 온현우도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네가 거짓말을 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 이 편지는 그 애가 쓴 게 분명해.]”
그 말은 진심처럼 들렸다.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만약 믿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래도 그 녀석의 존재를 이렇게 묻어버리는 게 맞나,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을 텐데.
편지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화가 났을 것 같고.
그러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네 이야기를 믿지만, 솔직히 혼란스럽다. 음….]”
한때 온하제였던 아이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를 두고 온현우가 난감해하는 기색을 쉬이 읽은 온라온이 말했다.
“[그냥 라온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이곳에서 저를 아는 모두가 그 이름을 부르고 저 또한 이제는 그게 제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이 불편하시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그래. 라온아….]”
온라온이 온현우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네 말은 정말로 그 애는, 떠났다는 거지. 그러니까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조차 못 하게 되었구나…….]”
온라온은 사과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었고 이 자리에 다른 쪽의 ‘온라온’이 있었더라도 같은 마음일 것을 알았으므로 딱히 대답하지 않았다.
장해나와 온현우는 그 침묵을 긍정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다른 무엇보다 눈앞의 아이를 우선하기 위해 참담한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
잠시 기다린 뒤 먼저 말한 것은 온라온이었다.
“[제 존재가 불편하실 거 알아요. 아무리 몸은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살다가 갑자기 나타난 제가 대뜸 두 분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겠죠.]”
온라온이 이상하게 여기는 것을 넘어, 심지어는 소름 끼쳐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아니야.]”
“[아니야. 그렇지 않아.]”
선선한 말에 담긴 함의를 곧바로 알아차린 두 사람이 조금 잠긴 목소리를 끌어내 서둘러 부정했다.
“[반대로 우리는 네가, 이제라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찻물보다 뜨거운 기운이 울컥울컥 치밀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온현우 대신 장해나가 마찬가지로 억누르는 기색 역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치없는 말인 거 알아. 우리가 그동안 좋은 부모가 아니었다는 것도 알아. 너는 이미 나와 네 아빠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잘 자라주었다는 것도, 그렇게 올곧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크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수없이 받았을 상처도, 그중에 있을 네 기억 속 내가 준 쓰라린 고통도, 제 한 몸 챙기기 급급해 널 돌아보지 않았던 부모에 대한 원망도 알아…….]”
온라온에게 자신의 말이 가소롭게 들릴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붙잡지 않을 수 없었다.
되찾은 아이를 비로소 온전히 인식한 그들의 마음에서는 이미 부정한 것에 밀려나야만 했던 다채로운 감정들이 고통스럽게 아우성치고 있었다.
기실 이 마음이 고통스럽기만 하지는 않아서 문제였다.
오히려 자식을 사랑한다는 것은 이렇게나 가슴 벅차고 행복한 일이었을진대.
누군가의 악의 때문에, 우리가 이 모든 다사로운 마음을 미처 몰라 그렇게 잔인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을 참작해 줄 수는 없을까.
그리 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애걸하고픈 이기심을 지워내며 장해나가 말을 이었다.
“[그랬던 날들을 평생 반성하며 이번에야말로 온 마음을 다해 너를 아끼고 사랑하며 살 테니…….]”
자리에서 일어난 장해나가 온라온을 향해 한발 다가섰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줄 수는 없겠니……?”
“…….”
온라온은 익숙한 언어로 흘러나온 부모의 간곡한 애원을 고요한 눈으로 바라볼 따름이었고.
거실에는 장해나와 온현우가 살면서 겪어본 것 중 가장 길고 괴로운 정적이 오래도록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