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3화
서러운 일이었다.
이렇게나 작아 보일 수 있는 분들이었나.
부모의 모습을 한 이들이 애절히 호소하는 것을 지켜보는 온라온의 가슴도 속절없이 꽉 멨다.
“[……가족이, 그리웠어요.]”
대화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정에 요동친 온라온의 목소리에 온현우가 약간의 희망을 품고 고개를 들었다.
“[두 분을 사랑했어요.]”
그 무정한 세계에서 그를 사랑하려 한 번이라도 노력한 사람은 오직 부모뿐이었기에, 이미 스쳐 지나간 애정의 파편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을 돌아볼 일 더는 없다고 인정한 뒤에도 멈출 줄 모르고 바보처럼 자라나던 마음을 마침내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던 날들을 떠올렸다.
온라온의 속눈썹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알겠어요.]”
이내 조심스럽고도 단연히 사실을 알리는 음성.
“[저는 더 이상 두 분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 냉정한 말을 들은 이들의 눈이 너나 할 것 없이 크게 요동쳤다.
“[라온…….]”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제 눈앞의 두 분을 사랑한 적조차 없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두 분을…… 제 부모님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잔잔히 흘러나와 듣는 이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냉정한 말에 장해나가 그럴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병원에서 두 분을 처음 뵈었을 때 제가 흘린 눈물조차 제 감정이 아니라 그 애가 남기고 간 마지막 마음이었어요. 저는 두 분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보다, 제대로 말 한 번 나눠보지 못한 그 애에 대한 마음이 더 커요.]”
온라온의 시선이 소파 앞 탁상에 놓인 편지에 몇 초간 머물다 떨어졌다.
“[아직 저와 두 분에게 남은 상처가 채 낫지도 않았는데 이제 와서 지난 일은 다 덮어두고 가족처럼 살자니……. 그만큼 희극적인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자조적인 말.
기어이 장해나와 온현우가 절망했다.
“라온아… 온라온…….”
문장마다 묻어나는 온라온의 의사가 워낙 선명해 애끓게 이름 부르는 것 외에는 함부로 말을 붙이거나 더 설득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수려한 얼굴에 오만 감정이 뭉개진 채 뒤섞인 표정을 띤 채 잠시 숨을 고른 온라온이 입에 담은 결정은 두 사람의 예상과 사뭇 달랐다.
“[저는 그러고 싶진 않아요.]”
온현우는 분기가 스민 목소리로 들려온 말을 믿을 수 없어 눈을 부릅떴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루아침에 없던 걸로 치자는 말은 아니지만, 그 자식이 원하는 대로 제 삶의 일부를 영영 파괴당하고 박탈당한 채로는 살고 싶지 않아요.]”
만약 자신과 가족의 불화가 제로에게 가소로운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혈관에서 불길이 일었다.
온라온은 제로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불행을 원한다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 보일 것이고, 공허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해서든 충만한 삶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길을 택한 이유가 정말 제로에 대한 반발심과 저항심뿐인가.
온라온이 스스로 고민하는 와중에도 그의 입은 마음의 지시를 받고 조곤조곤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 이번만큼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이 좋아질지 모르겠고 애초에 그러는 게 맞는지부터 잘, 모르겠지만….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건 제가 그동안 비참한 순간들을 견디고 자라난 방법과는 거리가 머니까.]”
온라온이 지금껏 살아온 삶의 원동력은 긍정과 애정이었다.
할 수 있다.
더 나아질 것이다.
스스로 끝이라고 생각해 단념하지만 않는다면.
그러므로.
“[노력하고 싶어요.]”
온라온이 고개를 들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장해나와 눈을 맞추었다.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올곧은 사람됨을 그대로 드러내는 결단에 눈시울이 또다시 붉어진 온현우와도 굳은 다짐을 받아내듯 시선을 겹쳤다.
“[익숙해져요.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목울대가 너무나 뜨거워진 두 사람은 변변한 대답도 못 하고 고개만 연신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면 길에서 마주쳤을 때 저는 어색하게 굳는 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을 하고, 부탁하는 걸 대가 없이 들어주고, 특별한 용건 없이 시간을 공유하고, 그러면서 이번에야말로 서로에게 정이 들고, 그렇게 포기하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이 순간에 이르러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온라온이 울 듯한 웃음을 옅게 퍼뜨리며 말을 맺었다.
“[언젠가는, 모든 게 단지 한때의 일이 되어 제가 세 사람을 정말 가족이라고 여기게 될 수도 있잖아요…….]”
끝에 가서는 이제까지의 소신이 한풀 꺾인 온라온의 자신 없는 목소리에서 장해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제 온라온의 견고한 마음이 바뀌기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은 자신들이었다.
* * *
갑작스러운 사실을 접하느라 극도로 혼란스러울 이들을 배려해, 또 그 자신을 위해 온라온은 대화를 중단하고 가족들이 생각하고 받아들일 시간을 주었다.
온라온이 자기 방으로 돌아간 뒤에도 장해나와 온현우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대화가 이루어진 거실에 남아 마음을 추슬렀다.
간신히 과거를 만회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흑….”
기뻐하기에 앞서 감내해야 하는 비감이 너무나 많았다.
“아파…. 너무 아파. 저 애를 낳았을 때만큼……. 이 애가 세상에 나오려 발버둥 칠 때만큼, 그때보다 더 아픈 것 같아…….”
장해나가 저미는 가슴의 고통을 절절히 느끼며 더운 눈물을 쉼 없이 떨구었다.
미안해할 필요조차 없다던 아이의 말은 자비로운 면죄부 따위가 아니었다.
소년은 외려 재심의 기회조차 없는 종신형을 선고한 것이다.
“고작 내가 뭐라고 이렇게 아픈데, 그동안 그 애가 받아왔을 상처를 생각하면 나는 좀처럼…….”
온현우도 아내의 말을 받아주고 위로할 여유 없이, 온라온이 나중에 돌려달라며 놓고 간 편지 끝만을 힘주어 쥔 채 굵은 눈물을 흘렸다.
“…….”
묘하게 긴장되고 심상찮은 집안 분위기를 느끼고 거실 근처에 서서 다리가 저릴 때까지 이야기를 듣다가 위층으로 올라가려는 온라온과 딱 마주쳤던 온세하는 이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흐윽…….”
문틈으로 흘러나와 집 안 구석구석까지 치밀하게 스며들던 어머니의 구슬픈 울음소리를 듣는 것은 온세하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유도 모르고 멍하게 듣고 있을 수밖에 없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이번에는 그도 거대한 상실감으로부터 마냥 자유로울 수 없었다.
“…….”
그런데도 시간은 흐른다.
만사는 언젠가 지난 일이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히.
눈물과 회한으로 지새운 긴 밤이 어느덧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희망의 등불이 세상을 밝혀 왔다.
잠들지 못하고 침대에서 뒤척거리던 온라온은 귀를 간질이는 소리를 느끼고 천천히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
새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이었다.
* * *
며칠 뒤.
오르카의 미국 일정이 모두 끝났다.
그간 막내의 처진 기분을 눈치챈 멤버들이 끊임없이 유쾌하게 웃게 해준 덕분에 온라온도 가족들의 눈물을 본 이후 울적해지려던 심사를 거의 다 털어낼 수 있었다.
“재밌었다!”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양손에 바리바리 든 강지우가 간만의 긴 휴가를 보내며 잔뜩 고양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딱 일주일만 더 있다 가고 싶어….”
“안 돼요. 이제 컴백해야죠.”
그렇게 말하는 견성하도 표정에서 아쉬움이 철철 흘러넘쳤다.
“결이 형, 여기.”
“응. 고마워.”
면세점이나 백화점, 노점 등에서 쇼핑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외로 호탕한 씀씀이를 보이며 짐의 부피를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 서문결이 온라온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선뜻 받아들었다.
“너희 진짜 그러고 갈 거니…?”
공항에서 훤칠한 다섯 청년을 곁눈질한 곽상현이 한국을 떠날 때와 같은 질문을 했고.
“당연하죠.”
반요한은 똑같은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렇게 뉴욕의 한 빈티지 샵에서 구한 수수하고 궁상맞은 양복을 맞춰 입고 장기 출장에 낡고 지친 직장인으로 분장한 오르카가 웃음이 절로 나오는 해학미를 뽐내며 한국에 돌아온 다음 날.
온라온은 빡빡한 컴백 스케줄 사이 짬을 내어 묵혜성을 만났다.
첫 해외 스케줄에서 가족보다 더 가까이 여기는 당숙을 위해 사 들고 온 기념품은 커다란 인형과 미국에서 한정 출시된 브랜드 차량 방향제였다.
묵혜성은 취향에 꼭 맞는 향을 풍기는 차량 방향제에는 만족했고 들고 오기도 힘들었을 크기의 인형을 보았을 때는 속으로 난감해했다.
저런 걸 대체 어디서 사 온 건지, 자신의 침실을 인형으로 가득하게 채우고 싶은 건지, 그게 진심으로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지…….
여러 가지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올랐으나 묵혜성은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선물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호의를 받아 들었다.
매니저가 허락한 얼마 안 되는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때.
“저 이번에 미국 가서 부모님이랑 얘기했어요.”
온라온은 다소 충동적으로 말을 꺼냈다.
“그래.”
“알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동안은 그다지 가족답지 못한 가족이었는데….”
묵혜성은 눈을 맞추며 제대로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가족들이 저한테 많이 미안하고, 또.”
그날 아침의 장면을 상기한 온라온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 무엇보다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 만큼 붉게 짓무른 눈을 한 부모가 두 손 꼭 잡은 채 전하던 말.
“또…….”
“괜찮아. 말해.”
“제가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어요.”
온라온이 속삭였다.
– 살아줘서, 고맙다.
–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온라온이 알고 있되 실은 모르는 일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 네가 멀고 험난한 길 돌아 이렇게 우리 곁으로 무사히 돌아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사실 더 바랄 게 없어.
자신이야말로 정당히 들을 자격 있는 말이었다.
그토록 괴로운 나날을 견디고 살아서 돌아와 주어 고맙다는 말에 기어코 위안받은 온라온은 그 말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당장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
“그렇구나.”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건 알아도 자세한 내막까지는 모르는 묵혜성은 툭 치면 눈물방울을 주르르 흘릴 것 같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냐고 자세히 캐묻는 대신.
“고생했다.”
2년 전처럼 아무 말 없이 온라온을 한번 힘주어 안아주었다.
“……네.”
잠시 뒤 멋쩍은 얼굴로 떨어진 온라온의 눈가에는 발간빛이 돌았지만, 예전과 같은 애처로운 눈물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그 대신 소년의 얼굴에는 맑은 가을 햇살을 닮은 환한 미소가 가득 흘렀다.
“다음에 또 봐요.”
즐거운 내일을 기약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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