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4)
“죄송합니다. 못 하겠어요.”
그 말을 하자마자 사방에서 날 선 시선들이 창칼처럼 나를 찔러 죽이려는 듯 날아들었다.
지독한 알코올 향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지만, 말을 꺼낸 사장뿐만 아니라 같은 데뷔조 형과 동생들까지 나를 소리 없이 원망하는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소속사 사장은 내 어깨를 잡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듯 억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못 하겠다고?”
“네. 못 하겠습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탁한 눈알들이 내 움직임을 좇았다.
“…….”
아무래도 내 편은 아닌 적막 속에서, 이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쩐지 알 것 같았다.
돈에 미친 소속사 사장은 실로 가족 같은 개소리를 지껄이며 날 회유하려 들 것이다. 회유가 안 되면 협박으로 넘어가겠지.
“너 잘 생각해.”
“여기서 뭐를 더 생각해야 하는데요?”
“지금 고집 한 번만 꺾으면 앞으로는 네 마음대로 하고 살 수 있다.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게 사회생활이야. 내가, 어? 말했잖아.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라고. 가족을 위해 이런 것도 못 해? 하제야, 너 지금 이렇게 가면 다신 이쪽에는 발 못 붙일 줄 알아. 가수 하고 싶다며.”
‘이거 봐.’
다행인지,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뚫린 입이 알아서 움직여 할 말을 했다.
“네, 뭐. 하고 싶었는데요. 몸까지 팔아가면서 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이후로도 두 다리로 버티고 서서 헛소리들을 흘려넘겼다.
고역이었다.
“너…….”
“누가…….”
앞에 놓인 술병에 환멸이 깃든 얼굴이 희미하게 비쳤다.
이 엿 같은 상황에서도 기막히게 잘생겼군.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술 냄새가 이렇게까지 역했던가.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내 얼굴과는 반대로, 꿈에서도 보기 싫은 낯짝들을 이렇게나 오랫동안 마주 보고 있자니 먹은 것도 없는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저 인간들을 이렇게까지 싫어한 게 언제부터였더라.’
오늘? 어제? 아니면 그보다 더 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한 기분이다. 뭔가 중요한 걸 잊어버린 듯한…….
“온하제! 거기 서!”
어쨌든 거의 다 끝났다.
“그동안 같이 지낸 의리 때문에라도 진심으로 충고하는 건데, 다들 아이돌 할 거면 외모 관리 좀 해. 특히 형은 오징어도 씹다 뱉을 것처럼 빻은 주제에 열등감 쩔어서 악플에 멘탈 털릴 거 걱정되니까.”
“뭐….”
뭐긴 뭐야.
나랑 같이 데뷔하려면 적어도 내 옆에서 살아남을 정도로는 잘생겨야 한다는 소리다. 어지간해선 찾기 쉽지 않을 테지만 그걸 해낸 곳이 있다니까.
‘근데 그게 어디였지…….’
어쩐지 애틋해지려는 상상을 멈춘 것은 사장의 날카로운 고함이었다.
“저, 저 미친 새끼 당장 잡아 와!”
저렇게 나올 걸 알고 있었는데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심박 수가 가파르게 솟구쳤다. 꽉 쥔 주먹 속에서 펄떡이는 맥박이 느껴졌다.
쫄지 말자, 온하제.
이제 이 역겨운 공간을 빠져나가기만 하면 된다.
전 직장 동료 놈이 자기가 대신하면 안 되냐고 애걸하는 추한 소리를 망설임 없이 등졌다. 문을 열고 나간 뒤에는 무작정 복도를 걸었다.
‘…나가는 길이 어디였지?’
들어올 때는 얼마 걸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는 길이 영 보이지 않았다.
별수 있나. 좁은 복도를 계속 걸었다.
숨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아 가슴이 답답해졌다.
손바닥에 축축하게 밴 땀을 자각했을 때였다.
저벅저벅. 내 뒤를 쫓아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
착각이 아니다.
계속 걸어도 발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쫓기고 있다.’
아직도 코끝에 맴도는 술 냄새 때문일까. 토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스스로가 바짝 긴장한 게 느껴졌다. 출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 …제야!
정신없는 와중에 나를 부르는 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았다.
– 이 배은망덕한 ××× 어디 갔어!
순진한 아이를 어르듯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 무심코 뒤를 돌아보자마자 걸쭉한 욕설 섞인 질타가 날아들었다.
순간 속에 쌓여 있던 게 욱,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이, ×× 같은 새끼들.”
너네만 욕할 줄 아냐?
“할 짓이 없어서 미자한테 × 같은 짓 시키려는 개×× 또라이 ××× 놈들! ××, ××× ××××! (중략) ××, 너네 때깔 좋게 살아 있는 소식 들리기만 해. 부산 앞바다에 퐁당퐁당 담가버릴 거야, ×××들아!”
시꺼먼 녀석이 내 입에 1년쯤 욕설 필터링을 걸어놓아도 할 말 없을 욕설을 한참 퍼부어주었다.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지껄인 덕분에 속은 후련해졌다만….
안타깝게도 약이 바짝 올랐는지 나를 뒤쫓는 발소리가 한층 빨라졌다.
내 걸음도 빨라지다 못해 달음박질이 된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추격자와의 거리는 점점 더 좁혀지는 듯했다.
“헉, 헉…….”
폐가 아플 정도로 뛰었다. 입에서 단내가 났다. 다리에 힘이 풀려, 혹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술병에 발이 걸려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
그보다 난 어떻게 아직까지 뛰고 있는 거지? 평소 내 체력이면 진작에 나자빠졌을 텐데.
혼란스러웠지만 분명한 것도 하나 있었다.
‘잡히면 ×된다.’
발소리는 이제 바로 뒤에서 들렸다.
* * *
그렇게 꿈속에서 수 시간 동안 잡힐락 말락 한 추격전을 벌였다.
‘젠장.’
갓 태어난 새끼 오리처럼 온순하게 살아가고 싶은 날 거칠게 만드는 자식들 같으니라고.
“컷!”
불행하게도 엿 같은 꿈의 여파는 중요한 뮤비 촬영 때까지 이어졌다.
“라온아. 여기 봐봐. 지금 화면에 약간 무섭게 나오거든?”
조금 전 촬영한 걸 띄워 놓은 모니터를 보니 정말 상대방을 망망대해에 담가버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꿈자리가 사나웠기로서니 내가 이렇게 프로답지 못한 짓을 하다니…….
“힘 좀 빼고 좀 더 산뜻하고 경쾌하게 가보자.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윌 파인드 유 앤 아윌 킬 유가 아니라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같은 바이브란 말씀이시죠.“
“아윌…? 그게 뭐야?”
“아, 이 명작들을 모르시네.”
어쨌든 찰떡같은 디렉팅을 꿀떡같이 알아들은 덕분에 뮤비 촬영은 쭉쭉 진행됐다.
“감사합니다!”
“수고했어.”
내 개인컷 촬영이 한차례 끝나자 대기하던 강지우가 다가와 물었다.
“막내 괜찮아?”
“나? 왜? 촬영 그렇게 별로였어?”
“아니. 늘 그랬듯이 최고로 완벽했는데 성하가 아까 너 자면서 욕했다길래. 안 좋은 꿈이라도 꿨나 하고.”
“음…….”
나는 꿈에서 구사했던 어휘를 잠시 반추하곤 어색하게 웃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견성하가 나랑 눈을 못 마주치더라.
별일 없다고 강지우를 안심시킨 나는 포토카드용 셀카를 찍는 견성하에게 다가갔다.
“야.”
“으왓!”
툭 건드리자마자 톡 터지는 봉숭아처럼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여러모로 대단하다.
얼마 전 스탯 천을 찍은 민첩성으로 바닥에 떨어질 뻔한 핸드폰을 멋있게 구해 녀석에게 건넸다.
“왜 그렇게 놀라?”
“넌 셀카 찍을 때 갑자기 말 걸어도 안 놀라는지 두고 보자.”
다시 핸드폰을 들더니 내게 손짓해서 투샷 셀카를 하나 찍은 견성하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넌 욕을 그렇게 잘하면서 평소엔 안 하는 게 신기하다.”
깨 있을 땐 욕설 필터링 걸려 있거든.
“하, 넌 이런 거 배우지 마라.”
“평소보다 상태가 이상한 거 보니 진짜 안 좋은 꿈 꿨나 보네.”
“아니거든?”
어디서 그 얘기를 듣고 왔는지 무슨 꿈을 꾼 거냐, 자기한테 털어놓으라며 집요하게 물어보던 반요한은 내가 트루 놈들이랑 어깨동무하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보다 더 거지 같은 꿈이라고 답하자 얌전히 물러났다.
뮤직비디오 촬영 뒤에도 여러 스케줄이 워낙 바쁘게 이어져 더 캐물을 틈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춥다.”
“졸려.”
“배고….”
“슬퍼지니까 거기까지.”
“네.”
벌써 연말이었다.
각종 시상식과 연말 방송 무대 준비 및 컴백 준비가 겹쳐 우리는 대단히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컴백이 아니다.
대망의 정규 1집 컴백이었다.
* * *
“떴다!”
석 달 전 냈던 정규 앨범 컴백 예고 기사 이후, 오르카의 명물과도 같은 로고가 가장 먼저 공개되었다.
예의 고래는 조준선 한가운데에 놓였다.
다채로운 효과와 연출로 눈을 즐겁게 했던 기존 로고와 달리 정규 1집 로고는 오로지 정적인 흑백으로만 구성되어 성숙하고 강인한 분위기를 풍겼다.
단조로운 색조 때문인지 평소보다 날렵하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범고래 모양 로고 아래에 이번 앨범 이름인 ‘Realistic’이 정갈한 글씨체로 나타난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오르카 로고](정규 1집 로고 사진)
(역대 로고 사진)
익들 취향은?
난 이번 로고랑 해방 로고가 젤 좋음 깔끔해서
– 프롬
– 말모 어게인 아직도 숨소리 들으면 설렘
┗ 22 갓게인 질리지 않음
┗ 333
– 드림 몽환적인 분위기 ㄹㅈㄷ
– 이번 로고 개좋음 진짜ㅠㅠ 보자마자 빠졌어
– ㅁㅊ이런 느낌은 또 처음인데 좋다
– 컨셉 벌써 기대됨
– 프롬 거치면서 어린 티 벗은 듯
– 블랙앤화이트면 역시 수트 아닐까?
┗ 주썸머씨 믿습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지는 않았다.
[오르카도 남돌 망테크 그대로 타네](사진)
대중성 있는 곡으로 떠 놓고 다크한 컨셉으로 인지도 나락가는 거ㅇㅇ
– 다크섹시퇴폐만 넘쳐나는 남돌 생태계에서 오르카 줏대있게 청량 컨셉 해줘서 좋았는데ㅠㅠ
– 로고 갑자기 왤케 구려짐? 특색 있게 예뻤던 거 버리고 단순해지기만 한 명품브랜드 로고 같음
┗ 공감함 비유 찰떡이다
– 수트 다크 섹시.. 남돌 이런 컨셉 너무 흔하고 식상
– 너네돌 그런 식으로 망한 거 안 알려줘도 되는데?
– 뭔.. 이 전까지는 똑같은 주어에 청량 컨셉 질린다는 글 존많이었음 ㅋㅋㅋ
– 마니악한 컨셉으로 컴백해서 망하는 게 아니라 안 그래도 대중성 없는 그룹이 마니악한 컨셉을 하니까 폭망하는거겠지ㅋㅋㅠ
┗ 억까들 뼈 부러지는 소리 여기까지 들림ㅋㅋㅋㅋㅋ
[오르카 이번 컨셉 대중성 없어서 망했다고 하는 애들은]갓게인 오기 전 해방-드림을 벌써 잊은거냐
물론 둘다 노래는 좋았음ㅇㅇ
– 그동안 노래가 좋아서 대중한테 먹힌 거지 오르카라는 그룹이 내세우는 노선 자체가 대중성 외길로 보이지는 않음
– ㄹㅇ쟤들은 캐럴(작사작곡:온라온)마저 요들송이었는데…
– 항상 예뻤고 이번에도 예쁜데 구리다고 하는 애들은 뭐임.. 컨셉 맞춰서 만들었겠지
– 이번 로고 옛날 거 비해서 단순한 건 맞는데 아무 의미 없이 그런 게 아니라 그 단순함으로 오르카가 이번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는 건지 잘 보여서 좋음
┗ 공감. 알기 쉽게 세련됨
[오르카가 뜨긴 떴나 보다]이제 로고 하나 나왔는데 아까부터 미친듯이 플타는 거 보면ㅋㅋㅋㅋㅋ
– 이번에 유난히 심하긴 해
– 조용히 올라가는 조회수
– 억까들 여기선 할말 없나봐ㅋㅋㅋ
뒤이어 컨셉 포토가 공개되었다.
사진을 확인한 에어리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앞으로 쭉 뺐다.
– ㅁㅊ테크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