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6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65화
오르카는 영화 속에 등장할 법한 특수요원을 연상시키는 테크웨어풍 코디로 에어리들을 뒤집어 놓았다.
– ㅇㅇ 죽을게
– 수트핏 미쳤다 흔한 컨셉인데 안 흔한 느낌으로 기깔나게 잘입힌듯
– 냉라온+테크웨어=극락
– 테크웨어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환장해서 죽어버릴 것 같음
지난 콘서트 이후 첫 컴백인 데다, 기념비적인 정규 1집이라고 시드에서 돈을 팍팍 쓴 티가 각종 프로모션에서부터 폴폴 났다.
– 오르카 처음으로 명품 코디 한 것 같은데 찰떡이다
– 이렇게 보니까 애들 비율 새삼 미쳤네 수트 입힐 맛 날 듯
– 브랜드 컬렉션 싹 쓸어오기만 하면 단줄 아는 코디들은 오르카 코디 좀 보고 배워라 제발
┗ 진심진심진심 이게 명품임?? 싶게 입히는 코디들 존많임
– 와 저기 다리 짧음/머리 큼/어깨 좁음 셋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개처참하게망하는 브랜든데 견성하 찰떡같이 소화했다
– 이거 협찬인가?
┗ 싹다 리폼해 놓은 거 보면 협찬 아닌 것 같음
┗ ㄷㄷ 저게 다 얼마야 내가 알던 시드맞냐
┗ 실시간으로 기둥뽑고 있을지도
– 멤버들 다 다른 브랜드로 어울리게 스타일링해준게 골고루 신경 쓴 것처럼 보여서 좋음
┗ 이게 ㅈㅉ 개좋음 코디님 평생 함께해요
오래간만에 넘쳐나는 본업 떡밥에 에어리들은 매일 행복에 겨운 비명을 질렀다.
수개월의 공백기 동안에도 예능, 커버, 자체 제작 컨텐츠 등 각종 떡밥은 풍족한 편이었지만, 완전체 앨범 활동만큼 좋은 게 또 없었다.
– 주열음님 사는 동안 돈 많이 버시고 하고 싶은 거 모쪼록 다 하세요…
– 타이틀곡 제목 뭘까ㅠㅠㅠ 이번에도 섬온 작사작곡편곡이겠지?? 컨포 보니까 더 기대돼ㅠㅠ
– 주말에 공개되는 모멘트가 뭔지 너무 궁금하다 수록곡 같은데.. 내 인생 2배속 좀 시켜줘ㅠㅠㅠ
그 주 주말.
오르카 공식 계정에 새 글이 올라왔다.
[ORCA OFFICIAL](위튜브 링크)
ORCA ‘Shooting Star’
#Realistic_Moment
#ORCA #Realistic
‘이건…….’
썸네일로 뜬 최애 온라온의 얼굴을 본 에어리는 홀린 듯이 링크를 눌렀다.
1분 정도 되는 길이의 영상을 재생하자 나타난 것은….
‘우주?’
칠흑 같은 무한의 공간 속에서 새하얀 우주복을 입은 소년이 홀로 선명했다.
이렇게 보니 인간이란 터무니없이 작은 존재다.
형언할 수 없는 광막함이 보는 이를 한순간 압도했다.
‘미친. 수록곡 뮤비에 대체 얼마를 쓴 거야?’
에어리는 여러 의미로 소름이 돋은 팔을 쓸어내렸다.
쓸쓸하면서도 묘하게 산뜻한 목소리가 잔잔히 흘렀다.
영원한 게 좋은 거라고 마냥 생각했어
영원할 거라고 믿은 적도 있었지
보이지 않는 카메라가 우주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멈춰, 자연스럽게 정면 클로즈업 샷으로 이어졌다.
헬멧 안쪽의 얼굴은 컷마다 바뀌었는데, 멤버들의 미세하게 다른 표정이 오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했다.
한계를 모르는 마음
알아도 모르겠는 너
어느 것도 끝이 없어
마지막으로 스르르 감기는 서문결의 눈.
위대한 광경은 평범한 학교 풍경으로 바뀌고 누군가를 바라보는 반요한의 옆얼굴이 드러났다.
네가 싫어진 건 아니야
그렇지만
뒷자리에서 손글씨로 무언가를 적은 종이를 반듯하게 두 번 접은 견성하가 고개를 들어 교실에 설치된 TV를 보았다.
아나운서로 분장한 강지우가 지구를 향해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안녕 shooting star
나 이제 돌아보지 않고
뉴스 자료 화면 속에서, 우주인은 순식간에 대기권을 돌파하며 묵직한 우주복 대신 가벼운 셔츠와 청바지 차림이 되었다.
이만
순간 속으로
노랫말이 끝나는 찰나.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지던 온라온이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상큼한 레몬향이 날 것만 같은 그 눈짓이 작별 인사를 선뜻 대신했다.
음악이 멎고, 고요 속에서 지상에 내려앉는 흰 운동화 신은 발을 보여주며 짧은 영상이 끝났다.
“아니, 왜 벌써 끝나는데…!”
어두워진 화면을 마주하자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어 한탄한 에어리가 얼른 영상을 처음으로 돌리고 핸드폰으로는 SNS 앱을 켰다.
그녀와 같은 에어리들이 미친 듯이 감상을 쏟아내고 있었다.
– (움짤) 랑구 윙크짤 실시간 레전드 갱신
– 테크웨어 냉라온에 처참히 패배했던 온라온파 거짓말같이 부활
– 저 뮤비 이해가 안 되는데 견성하씨 짝사랑을 대체 왜 포기하신 거죠?
– 햐; 누구 아들인지 음색 미쳤네
– 심야에 이어폰 꽂고 산책할 때 들으면 딱이겠다
– 근데 영상 보는 동안 라온이 목소리밖에 안 들렸던 것 같은데 이거 저만 그렇게 들은 거 아니죠???
┗ 저도 저희애 목소리밖에 안 들려서 뭐지 했어요
┗ ㄸ 설마 솔로곡임??
상식적으로 솔로곡이 아니라면 멤버 한 명이 1분 동안 파트를 독차지할 리가 없었다.
에어리들은 정규 앨범이라고 솔로곡을 하나씩 넣어줬나 보다, 하고 단순히 즐거워했다.
다른 멤버를 최애로 둔 에어리들도 왜 온라온만 이렇게 챙겨주냐고 성급히 욕하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음 영상을 기다렸다. 그동안 시드는 적어도 멤버를 차별하는 문제는 일으키지 않았다.
역시나. 온라온의 뒤를 이어 다른 멤버들의 목소리만 녹음된 영상도 30분씩 간격을 두고 차례로 공개되었다.
– 영상때깔 무슨 일
– 시드 이번에 작정했네
– 정규는.. 좋은 거군아…
– 영상들이 약간 드라마 티저 재질임ㅁ
┗ 나도 보면서 그생각함
– 성하 아역출신이라 그런가 역시 잘한다
– 액션씬 0:34 몰입 미쳤음 이갈고한 게 다 느껴져
– 연기 처음인 멤버들도 보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몰입할 수 있는 역할이랑 디렉팅 잘 준 듯 ㄹㅇ >진짜 같음[
– 이런 거 잘못하면 평생 흑역사되는데 흑역사는 무슨 그냥 리즈시절 영상 아카이브됨
– 지우 입모양 해석: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 내내 사극풍이다가 영상 마지막에 현대 배경인 거 결이가 환생해서 님 다시 만나러 왔다는 스토리 ㅇㄸ
┗ ㅅㅂ이 남자 진짜 덤덤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그럴 것 같아서 내 억장 무너짐
ㄴ ㅠㅠ퓨ㅠㅠㅠㅜㅠㅠ
한편에서는 이번 앨범 컨셉에 대한 예상들도 슬슬 나왔다.
– 모먼트 영상 보면
청춘멜로/스포츠물/재난물/퓨전사극/범죄미스테리고
여기에 타이틀곡이 액션이라는 거까지 생각해 보면
앨범 자체가 연기나 연출이 들어가는 드라마나 영화 장르를 의도한 것 같음
그래서 앨범 이름이 진짜 같지만 진짜는 아닌 Realistic인거고
물론 다 내 뇌피셜임ㅇㅇ
┗ 천재
– 아나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드영 붙잡고 우는 사람됨
– 아니 sibal 진짜처럼 포스터까지 같이 올려주는거 시드 정성 미쳣네
– 영상 하나하나 스케일 미쳤는데 대체 얼마를 쓴거임
기대 이상의 콘텐츠에 흥분한 에어리들은 잠자는 것도 잊고 새벽을 불태웠다.
* * *
오전 8시.
새벽부터 샵에 들러 메이크업을 받은 나와 강지우는 차에 몸을 실었다.
다름 아니라 위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해서였다.
알고 있겠지만 요즘은 위튜브가 TV 프로그램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매체라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위튜브 콘텐츠를 촬영했거나 촬영할 예정이었다.
“막내랑만 촬영하러 나온 건 처음이라 떨린다.”
“오늘 형만 믿으면 되지?”
“아니? 형은 너만 믿을 건데?”
“얘들아, 도균 씨는 먼저 와 계시대.”
한도무제한 PD와 친분이 있어 촬영장까지는 모처럼 따라온 곽상현이 말했다.
오늘 함께하는 것은 크로니클의 한도균이었다.
한도균은 전에 들었던 ‘한도무제한’이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에 세상에 존재하는 백 가지 직업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시작하며 평균 조회 수가 몇십만 단위까지 늘었다고 들었다. 오늘 우리가 촬영하는 것도 그거고.
한도균과는 어젯밤에 나름 연락을 주고받긴 했는데 현장에선 어떨지 모르겠군.
“차에서 내려서 인사하는 장면부터 찍을 거니까 정신 잘 차려. 무슨 일이 있어도 방긋방긋 웃는 거 잊지 말고. 피곤한 거 알지만 하품이나 졸린 눈 절대 금지.”
“넵.”
“네!”
“그럼 가자.”
차에서 내리자 과연 ‘한도무제한’ 제작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카메라 두 대가 나와 강지우에게 각각 따라붙었다.
좀 떨어진 곳에 서 있다가 우리를 발견한 한도균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아, 우리 조카들 저기 왔네.”
좋아. 일단 호의적이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대선배를 향해 꾸벅꾸벅 인사했다.
“선배님은 무슨. 형이라고 해, 얘들아.”
“네, 형.”
– 에이, 어떻게 형이 오르카한테 형이에요. 혜성 씨도 형이라고 못 불리는데.
한도무제한의 메인 PD, 줄여서 한 PD가 카메라 뒤편에서 딴지를 걸었다.
솔직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맞는 게 아니게 될 수도 있는 법이지.
“아니야. 걔 요즘 라온이한테 형이라고 불린다던데? 맞지?”
한도균이 동의를 구하듯 나를 쳐다봤다.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 아니, 혜성 씨 그렇게 안 봤는데…….
“근데 아직 형이라고 부르기는 좀 어색해서 요즘은 그분 성함 최대한 안 부르기 작전으로 나가고 있어요.”
내 말에 한도균과 강지우, 그리고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조금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요즘 깨달은 게 있는데, 방송 나가서 뭘 말해야 하는지 고민될 때는 묵혜성 이름을 들먹이는 게 효과가 좋다. 특히 상대방이 묵혜성과 안면이 있을 경우 이 기술은 효과가 2배가 된다.
묵혜성도 예능 나가서 할 말 없을 때는 내 얘기를 제일 먼저 파니까 이건 피장파장, 아니, 상부상조다.
“라온아, 오늘 나 형이라고 몇 번 부르는지 지켜볼게.”
“에이, 도균이 형은 당연히 형이죠. 맞지?”
“아, 원래 저희 막내가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 저밖에 없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도균이 형이니까 특별히 넘어갑니다.”
이 인간은 뭔 헛소리야.
“혜성아, 보고 있냐?”
만면에 웃음을 띄운 한도균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묵혜성을 약 올렸다.
마음속으로 묵혜성에게 심심한 사과를 전했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게 다 사회생활입니다.
“그런데 저희 자기소개 안 해도 되나요?”
“아. 해야지, 해야지.”
“인사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 지우.”
“라온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통해 와글와글했던 분위기가 정돈되자 한 PD가 입을 열었다.
– 오늘 체험할 곳은…….
목적지는 사전에 들어서 알고 있지만, 우리는 긴장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 대형 키즈 카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