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7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74화
“안녕하세요.”
“어, 안녕하세요.”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오던 우리와 리허설을 하러 가던 리프틴은 사뭇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쟤네랑은 반가웠다가, 어색해졌다가, 풀어졌다가, 어색해지는 걸 반복하는 기분이군.
연차가 좀 쌓이면 괜찮아지려나 싶다가도 그때까지 과연 리프틴이라는 그룹이 남아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바로 뒤따라와 약간 심란해졌다.
‘나도 이런데 쟤들은 속이 어떨지 모르겠네.’
간단한 인사 뒤 그대로 스쳐 지나갈 때 흘긋 본 바인은 이제 보니 보통 메이크업보다 진한 무대 메이크업으로도 완전히 감추기 어려울 만큼 안색이 안 좋았다.
뭐랄까. 사람이 퀭하다고 해야 하나.
‘저쪽도 컴백 앞두고 부담이 심했나.’
그 와중에 고경윤은 요령껏 내게 눈인사를 건넸다.
김준우나 징샤오처럼 안면 있는 애들도 외부 요인은 일단 제쳐두고 편하게 웃으면서 얘기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동행한 매니저 눈치가 상당히 보이는 듯했다.
‘데뷔한 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 빡빡하게 잡네.’
인사 정도는 좀 편하게 하게 해 주지.
한결같이 우리를 경계하는 저쪽 매니저를 보고 있자면 우리가 남몰래 조금씩 갖는 경쟁의식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견성하는 저기서 데뷔했으면 숨도 제대로 못 쉬었겠다.’
대기실에 들어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옆에 서 있던 견성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뭐 이상한 생각 했지?”
“……아니?”
이 자식 눈치 왜 이렇게 빨라?
“백 퍼센트 이상한 생각한 표정인데.”
“이래서 눈치 빠른 겁쟁이는…….”
한 대 맞았다. 아야.
“얘들아, 조금만 쉬었다가 날 밝아지면 연습하자.”
“네에.”
대기실에서 편하게 쉬기는 어려웠다.
줄줄이 이어지는 연말 무대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말 시상식이 하나둘씩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 스케줄을 극악으로 몰고 간 원인 중 하나였다.
인지도 괜찮고 연차는 낮은 아이돌은 데려가서 여기저기 써먹기 참 좋아서, 멤버들은 각종 콜라보며 커버 무대에 부지런히 얼굴을 비출 예정이었다.
‘팬들도 좋아하고, 나도 무대 많이 하면 좋긴 한데.’
하필 컴백을 연말에 하는 바람에 시상식이나 연말 음악 방송에서 우리 몫으로 부여된 특별 무대들을 따로 연습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한가롭게 시간을 흘려보낼 여유 같은 건 없었다.
대기실 크기도 옛날보다 훨씬 넓어졌겠다, 뜨는 시간에 연습이라도 해야지.
“연습, 연습.”
“성하 좀 누가 깨워라.”
해가 뜨고 조금 큰 소리가 나도 민폐가 되지 않을 시간이 되자 소파나 바닥에 깐 매트 위에 구겨져 있던 멤버들이 꾸물꾸물 일어났다.
“이거 맞아?”
“어. 맞는데 여기서 힘을 살짝만 더 줘 봐.”
안무 동작의 섬세한 적용을 아직 어려워하는 반요한을 가르치는 건 내 몫이었다.
지금 시점에서 이 안무를 숙지한 사람은 나와 서문결뿐이었는데, 아무래도 태어났을 때부터 쭉 천재였던 서문결보다는 미숙한 병아리 시절을 거친 내가 더 설명을 잘하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반요한은 몸이 본능적으로 최적의 동작을 찾아가기보다는 머리로 이해하고 나서야 몸으로 출력하는 타입이라,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 주는 게 특히 중요했다.
“이렇게?”
“훨씬 낫다.”
반요한의 춤을 봐준 뒤 내가 커버하기로 한 노래를 한참 연습하다 보니 목이 말랐다.
물론 대기실에 생수는 얼마든지 있지만 지금은 차가운 탄산이 마시고 싶다.
“나 음료수 좀 뽑아올게.”
“내 것도.”
“라온아, 나 좋아하는 거 뭔지 알지?”
“맡겨 뒀냐? 뭐 마실지 정해서 일 분 안에 톡으로 보내 놔. 형, 누나들 것도 같이.”
지갑을 챙겨서 나가려는데 이영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다른 매니저나 직원보다는 저 녀석이 따라오는 게 그나마 편하기는 한데, 슬슬 자판기 정도는 혼자 가게 해 주지 않으려나.
‘……라고 하면 잔소리 쏟아지겠지.’
한숨을 참으며 이젠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방송국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 자판기로 향했다.
이따 음료수 많이 뽑아가야 하니까 짐꾼으로나 써먹자.
혹시 잊은 사람 있을까 말하는 건데, 저 자식 사람 아닙니다. 개자식입니다.
“방금 제 욕 하셨죠?”
“사실적시밖에 안 했는데?”
……요새 내 주변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다 내 표정을 너무 잘 읽어서 고민이다.
“어.”
“아, 라온아.”
“도윤이 형.”
자판기 앞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던 옥도윤이 나를 발견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뒤에 선 이영민을 보고 한순간 흠칫하기는 했지만, 금세 표정 관리에 성공하는 녀석은 확실히 프로 아이돌이다.
“아까는 바빠서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잘 지냈어?”
“나야 뭐 잘 지냈지. 먼저 고를래?”
“아니. 형들이 뭐 먹을지 아직 안 보내서. 천천히 해.”
“멤버들끼리 사이좋네.”
“사이 좋기는. 맨날 싸우는데.”
당장 단체 메신저 방에서도 뭐 마실 거냐고, 좀 기다리라고 싸우고 있다.
나 [빨리 보내기나 하라고!!!!!!]
나 [(분노하는 고양이 캐릭터 이모티콘)]
그러는 동안 고민 끝에 사과 향 음료수를 고른 옥도윤이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 리프틴 신곡 좋더라. 멤버 작사, 작곡이라며.”
“어? 어. 고맙다.”
“참고로 형들도 헥사곤 스테이지 나온대서 미리 견제하는 거 맞아.”
가벼운 농담을 던지자 그답지 않게 약간 뻣뻣하던 옥도윤이 그제야 킥킥 웃었다.
참고로 헥사곤 스테이지는 예의 그 작곡 경연 프로그램 이름이었는데, 나는 상당히 구리다고 생각한다.
“너희한테도 섭외 갔다고 듣긴 들었는데. 수락했어?”
“응. 아마 결이 형이랑 나랑 같이 나갈 것 같아.”
“솔직히 둘이 그렇게 같이 나오면 사기 아니냐? 밸런스 패치 좀 해.”
“아니, 형들도 장난 아니면서 무슨 소리야 그게. 빈말 아니고 이번에 신곡 대중 반응 난리 났더구만.”
아직 우리 음원 순위가 더 높기는 해도, 리프틴 신곡 역시 10위권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하고 있으니 남자 아이돌치고는 상당히 선방한 게 맞다.
듣기로 바뀐 컨셉을 약간 낯설어하는 기색이던 리프틴 팬들도 그동안 애매하던 음원 성적이 잘 나오니 일단은 좋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정작 눈앞에 있는 당사자는 낯빛이 어두운 게, 마음 편히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형, 무슨 일 있어? 혹시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아니. 그건 아니고…….”
누가 듣고 있으면 옥도윤이 말을 꺼내기 불편해할 것 같기도 하고, 저 자식이 내 표정을 읽고 있는 게 맞는지 시험해 볼 겸 잠깐 다른 데 가 있어 보라고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말하며 이영민을 돌아봤는데, 정말 꺼졌다.
“사실 우리 팀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서 생각이 많아지네.”
들고 있던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신 옥도윤이 말을 이었다.
“데뷔하고 애들이랑 같이 활동하는 건 좋은데, 요즘 신경이 자꾸 곤두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팀 성적이 괜찮게 나와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게 좀처럼 사라지지 않더라고.”
“그랬구나….”
“어. 그렇다고 너희가 불편하거나 그런 건 아니야. 리츠나 샤오, 준우 형도 그럴 거고. 픽하트 의리가 있지.”
“진짜 잘 알지. 도윤이 형 의리 빼면 시체인 거. 우리 불편해하는 거 느껴지면 그냥 가서 대놓고 친한 척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하하. 그냥 매니저 형이 다른 그룹이랑 친하게 지내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아는 척하기가 힘들더라고. 지금도 빨리 가봐야 해. 늦으면 뭐라고 하거든.”
“힘들겠네.”
남은 음료수를 쭉 들이켠 옥도윤이 말했다.
“이 직업은 알면 알수록 안정성이라는 게 없는 것 같지 않냐.”
혹시 마신 게 술이냐고 물어봐야 할 것 같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닌 듯하니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뭐 하나 할 때마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아.”
“너도 그래?”
“당연하지. 크로니클 선배님들도 그럴걸.”
“네가 하는 말이라 그런가. 신빙성이 있는 듯 없는 듯하네.”
“아, 형!”
“이번 주 1위는 너네일 것 같은데, 미리 축하한다.”
가벼운 축하 인사를 남긴 옥도윤이 빈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멀어졌다.
어느샌가 돌아온 이영민과 함께 음료수를 바리바리 싸 들고 대기실로 돌아가자 반요한이 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냥 아는 얼굴 만나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만약 옥도윤의 말대로 오늘 1위를 하더라도 마음 편히 기뻐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그런 기만적인 생각을 멤버들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 * *
그로부터 몇 시간 뒤.
신곡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번 주 1위 후보에 오른 오르카와 리프틴이 스태프들의 안내에 따라 엔딩 무대 중앙에 나란히 섰다.
무대 앞쪽에 포진한 양측 팬들이 내뿜는 열기가 한층 뜨거워진 듯했다.
온라온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방송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자, 이번 주 엠스테이지 1위는 과연 누구일지, 결과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MC의 기계적인 진행에 따라 음원 점수, 음반 점수 등 각종 점수가 차례차례 더해질 때마다 한쪽 팬들의 함성이 커졌다.
“이번 주 1위는…!”
“축하합니다. 오르카!”
폭죽이 팡 터지고 눈을 동그랗게 뜬 오르카 멤버들을 카메라가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