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8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87화
헥사곤 스테이지 3차 경연 미션은 총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가 다른 그룹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는데, 우리는 제작진의 농간으로 리프틴과 하게 됐다.
콜라보레이션 미션의 전체 조 편성은 다음과 같았다.
A조. 다이나식스 – 마이아워
B조. 리프틴 – 오르카
C조. 체이서 – 플루토
경연 진행 방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전체 조끼리 경쟁해서 1위부터 3위까지 순위를 정하는데, 이때 두 그룹의 멤버 네 명이 한꺼번에 모여서 무대 하나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둘씩 나뉘어 서로 연결되는 무대 두 개를 준비한다.
짧은 상의 결과 나는 바인과, 서문결은 옥도윤과 무대를 준비하게 됐다.
물론 나도 바인과 같이 하기 싫었다.
하지만 사람이 된 도리로 저 양아치 같은 놈이랑 이 시대의 성자 서문결을 붙여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너른 마음으로 희생을 자처하는 수밖에.
그 과정에서 서문결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결과를 보자면 내가 이겼다.
‘이렇게 된 이상 철저하게 실력으로 박살 내 주겠어.’
무대에서 바인 놈의 존재감을 아주 지워 버릴 것이다.
[훌륭한 각오입니다! 의지 +3]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제작진과 함께 바인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리 조의 전체 컨셉은 어제 서문결, 옥도윤까지 다 같이 모여서 정했고, 오늘은 짝별로 세부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촬영할 예정이었다.
“실례합니다.”
사실 바인은 우리 회사나 자기 회사에서 촬영하고 싶어 했는데 제작진이 이왕이면 실제 작업실에서 촬영하길 원해서 내가 이쪽으로 오고 말았다.
그런데…….
‘건물에 무슨 탄내가 이렇게 심하냐.’
단순한 탄내라기보다는 어디서 맡아 본 냄새 같아서 코를 킁킁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때마침 작업실 주인이 나타났다.
“어서오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피곤해 보이는 바인이 풀 메이크업 상태로 나를 맞이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실이 너무 멋져요.”
“감사합니다.”
“벽난로까지 있고. 감성적이에요.”
“아, 네.”
빈말을 뱉으며 작업실을 찬찬히 둘러봤다.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제대로 꾸며놓으니 보기엔 멋있었다.
나도 나중에 작업실 따로 구해서 내 취향대로 꾸며야지.
“…….”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그렇게 불편한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 *
한 시간 뒤.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최소한의 방송 분량이 나오자, 우리가 마음대로 끄고 켤 수 있는 관찰 카메라 한 대만 남겨두고 제작진이 퇴근했다.
솔직히 지난 한 시간 동안 대단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니다.
곡은 바인이 무조건 자기가 작업해 온대서 전체적인 느낌만 정한 뒤 일단 넘어갔고.
아직 곡이 안 나왔으니 안무나 가사 얘기를 할 수도 없고.
바인이 보여주는 게 협조적인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서 내가 여기 계속 있어 봤자 그다지 생산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결이 형 쪽은 잘하고 있으려나. 잘하고 있겠지…. 도윤이 형은 성격 좋고 실력 좋으니까…….’
부럽다.
고경윤도 작곡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걸로 아는데.
왜 하필이면 이 자식이 나온 거지.
‘회사에서 바인을 밀어주나?’
비슷한 소문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그럼 바인 먼저 출연이 확정된 뒤, 남은 자리를 고경윤이 피한 건가.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훌륭한 추리! 직감 +5]진짜였냐고.
“…….”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찌감치 퇴근하고 돌아가서 다른 무대나 준비하는 게 현명해 보인다.
대체 뭐를 이렇게 태운 건지. 작업실에 매캐하게 깔린 진하고 비린 탄내가 몹시 불쾌해서 더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저도 이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인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별말 없이 관찰 카메라를 껐다.
‘끝났으니까 데리러 오라고 해야지.’
그때였다.
“저기요.”
촬영이 끝나면 데리러 오기로 약속이 된 이영민에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낸 나를 바인이 불렀다.
“왜요?”
“이제까지 경연에서 나온 곡들 진짜 본인이 작곡한 거예요?”
뭐지.
“그런 건 왜 물어보시는데요?”
“솔직히…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이 새끼가?
“뭐가 말이 안 돼요?”
“아니… 상식적으로 며칠 만에 그런 곡 써서 나오는 건 불가능하잖아. 그쪽이 진짜 천재도 아니고.”
왜 갑자기 반말이냐.
“그쪽은 그렇게 못 한다는 말로 들어도 되나?”
“에이. 뭘 또 그렇게까지.”
뭐가 그렇게 웃긴 건지, 때와 상대를 못 가리고 실실거리는 바인을 빤히 보았다.
이제 보니 이 자식 눈이 맛이 갔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나마 자제하고 있던 것 같은데 관찰 카메라까지 끈 지금은 아예 거리낄 게 없다는 태도였다.
“그래서 진짜 본인이 작곡한 거 맞냐고요. 왜 대답이 없으세요?”
“어이가 없어서요.”
“…….”
“제가 너무 잘해서 의심스러우셨구나. 기대랑 다른 답변 죄송한데, 제가 좀 천재예요. 아이, 부끄러워. 원래 제 입으로 이렇게 자랑 안 하는 편인데. 바인 님 덕분에 제 자랑도 다 해 보네요. 넵. 제가 좀 천재 맞습니다. 저희 대표님이랑 이상 작곡가님과 수십만 대중이 인정한 천재. 순수 저작권료로 곧 건물 올릴 바로 그 역사적이고 위대한 천재!”
과장이 약간 들어가기는 했지만, 기반은 사실이었다.
건물은 이대로만 하면 언젠가 올리겠지.
“…….”
[바인이 당신을 혐오합니다. 바인 호감도 -10 현재 호감도 -49]바네글자 같은 바두글자 자식이 뭐래.
“뭐. 제 입으로 백날 말해도 못 믿으시겠죠. 방송 보시면 다 나와요.”
“아… 방송.”
바인이 비릿하게 웃었다.
“어차피 그거 그냥 미리 받아둔 곡 그대로 찍은 거 아니에요? 전에 보니까 카피는 확실히 잘하던데.”
“와, 진짜 미친놈인가?”
“뭐라고?”
바인이 한 대 치려는 듯 성큼 다가왔지만, 키부터가 내가 더 커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사실은 좀 가소롭기까지 했다.
“진짜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계속 그렇게 찌질하게 사는 건 제 알 바 아닌데, 다른 건 몰라도 본인 무대는 망치지 마세요. 저번에 저희가 음방 1위 했을 때 일부러 운 거 다 아니까.”
“뭐…!”
“그럼 수고.”
놈이 헛소리로 내 기분을 더 나쁘게 하기 전에 작업실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찝찝하고 열받는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신선한 바깥 공기를 크게 한 번 들이마셨을 때였다.
지잉.
전화가 걸려 왔다.
‘이영민인가.’
[고경윤]발신인은 의외로 고경윤이었다.
타이밍 귀신 같네.
일 끝난 거 어떻게 알았지.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가 연결된 후 간단한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고경윤은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어땠어요?
“뭐가?”
-오늘 바인이랑 작업했다길래.
바인은 고경윤이랑 얼마나 사이가 안 좋길래, 또 팀에서도 얼마나 문제를 일으켰길래 이런 것까지 신경 쓰는 거지?
“별일 없었어.”
-정말요?
“카메라 다 도는데 뭔 일 있는 게 이상하지.”
바로 직전에 막말 주고받은 건 일단 묻어두자.
-다행이네요. 바인 작업실은 어때요?
“너희 멤버 작업실을 왜 나한테 물어?”
-개인 작업실엔 우리도 절대 안 들여보내 주거든요. 얼마나 좋은 걸 숨겨놨길래 그러나 싶어서요.
“좋긴 좋던데. 좀 이상한 냄새 나는 거 빼면 장비 좋고 벽난로도 있고.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네. 한 번도.
고경윤의 목소리가 묘했다.
-아, 바쁘실 텐데 갑자기 연락해서 죄송합니다. 혹시 바인이 이상한 짓 하면 바로 알려주세요.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래. 말이라도 고마워.”
-사람 말 안 통하는 놈이랑 같이 일하려면 힘드시겠네요. 경연 준비 힘내세요.
“일단은 경쟁잔데, 나 응원해도 되는 거야?”
-그 새… 놈 응원하는 것보다는 선배 응원하는 게 백배 낫죠.
이 녀석 진심이군.
* * *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고 며칠 뒤.
다행히 바인에게도 최소한의 프로 정신은 있었는지 제시간에 곡을 보내왔다.
혹시나 무대도 못 하겠다고 뻗댈까 봐 바쁜 시간 쪼개 내 쪽에서도 곡을 준비해 뒀는데.
‘본인이 쓴 곡 맞는지 의심스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안무는 내 쪽에서, 가사는 반씩 쓰기로 했는데 각자 알아서 연습하고 경연 날 전에 한두 번 맞춰 보기로 합의를 봤다.
서로 얼굴 보기 껄끄러운 것도 있지만, 3차 경연 준비 기간에 내 개인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로르시 측에서 제안한 미국 일정이었다.
“형, 가서도 연습 틈날 때마다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너 무리하다가 쓰러질까 봐 걱정이야.”
“아하하, 안 그래.”
솔직히 컴백 두 개를 동시에 준비하는 느낌이라 딱 죽을 만큼 힘들기는 한데.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
“조심해. 외국은 위험하니까 어디 가든 매니저 형들이랑 같이 다녀.”
“누가 주는 거 함부로 받아먹지 마. 수상한 사람은 피하고.”
“그만 좀 해. 나 스물한 살이야.”
“스물한 살이면 진짜 애지.”
“술도 못 마시는 게.”
“아오.”
이 인간들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리고 나 거기서 나고 자란 사람이거든?”
“아, 맞네….”
“너무 한국인 같아서 몰랐네…….”
아무래도 한국인이니까…….
어쨌든 멤버들의 배웅과 에어리들의 호기심을 받으며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 * *
14시간의 장거리 비행 끝에 도착한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라온아.”
그곳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