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2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20화
온라온이 가장 먼저 촬영한 것은 시작 부분에 삽입될, 어린 최무원이 소음으로 가득 찬 등굣길을 걷는 장면이었다.
대사 없이 표정이나 몸짓으로만 최무원이라는 인물의 심상을 표현해야 해서 연기 초심자가 바로 들어가기에는 다소 난도가 있는 장면이었는데.
제대로 나오기만 한다면 이후 장면에도 몰입이 쉬울 거라며 황기영 감독이 이를 첫 촬영 장면으로 선택했다.
“감정 잡히면 바로 들어갈게.”
“네.”
교복 입은 최무원으로 분장한 온라온이 호흡을 조절하며 역할에 몰입했다.
“부담 갖지 말고. 라온이 너는 이미 무원이만의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니까 편하게 해.”
황기영 감독은 자신의 안목에 확신이 있었다.
온라온이라는 사람 안에는 날아드는 모든 소리에 상처받는 최무원과 비슷한 흉터가 존재한다.
그 흉터가 온라온이 최무원이라는 인물에 순식간에 몰입하게 하는 어떤 포인트가 되는 게 틀림없었다.
잠시 뒤 눈빛이 변한 온라온을 본 황기영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자 온라온과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포함한 단역 배우들이 제 위치로 가며 카메라가 돌아갔다.
“…….”
거리 저편에서 흰 헤드셋을 쓴 온라온이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왔다.
그 걸음이 조용해 지상에 가하는 무게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하기 짝이 없던 거리가 그의 존재로 인해 미지의 공간이 되었다.
흡입력.
세상의 갖은 소리가 그가 모르는 소년에게로 남김없이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저쯤 되면 아름다운 소리도 폭력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촬영장 어딘가에 있던 반요한은 그 모습을 숨죽인 채 지켜봤다.
소리로 가득한 현실과의 유리로 인해 고통 받는 최무원의 심정을 드라마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반요한도 직감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와….”
그걸 비단 반요한만 느낀 것이 아닌 듯 누군가의 나직한 탄성이 들려왔다.
“……컷!”
이윽고 황기영 감독으로부터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온라온의 첫 연기에 까탈스러운 황기영 감독이 어떤 평을 내릴지 긴장해 있던 다른 배우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연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자신들과 같은 단역들이 고생할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
황기영 감독의 신호를 한 박자 늦게 받아들인 온라온의 갈색 눈이 살짝 커지더니 햇빛을 받아 은은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꾸밈없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워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
좋은 연기력에 저 특출 난 외모가 더해지니 파괴력이 배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방금 너무 좋았고, 클로즈업 샷 바로 들어갈게.”
첫 단추를 잘 끼워 기분이 좋아진 황기영 감독의 표정을 본 반요한이 미소했다.
‘더 안 봐도 되겠다.’
뒤늦게 자신을 발견하고 입을 떡 벌린 온라온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 반요한은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와 함께 회사로 돌아갔다.
“나 왔다.”
먼저 회사 연습실로 돌아간 반요한이 한창 연습에 매진하던 멤버들을 불러 모아 커피차 지원 후기를 전했다.
“어땠어? 막내가 좋아했어?”
“응. 커피차 보더니 거의 울 뻔하던데.”
“걘 뭘 울기까지 하고 그래요.”
당사자의 동의 없는 과장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사실을 정정할 사람은 없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괜찮았어?”
“온라온은 뭐… 어디 가서든 싹싹해서 어른들한테 예쁨 받지. 커피차도 확실히 효과 있는 것 같더라. 역시 친해지려면 먹을 거 주는 게 최고야.”
커피차에서 받은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들고 행복해하던 스태프들을 떠올린 반요한이 피식 웃었다.
“맞지. 먹는 게 최고지. 그리고 우리 막내 미워하는 사람 있으면 그놈이 천하에 몹쓸 놈인 거야.”
강지우가 진심으로 맞장구쳤고 그 옆에서 서문결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고민하던 반요한이 입을 열었다.
“근데 온라온 연기 천재야.”
“아, 잘하죠.”
이미 대본 리딩 때 온라온의 연기 실력을 확인한 견성하가 선뜻 동의했다.
“어. 첫 연기인데 이 정도면 나중에 아이돌 안 하고 배우 한다고 해도 못 말릴 것 같아.”
그 말에 멤버 중에서도 특히나 음악 외길을 걷는 서문결이 음울한 눈으로 반요한을 보았다.
흠칫 놀란 반요한이 말을 늘어놓았다.
“아니, 걔가 정말 그런다는 건 아니고. 어딘가의 평행세계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응….”
“결이 형.”
“응?”
“춤을 추지 않는 온라온이랑 작곡을 하지 않는 온라온 중에 어느 쪽이 나아요?”
충격적인 선택지를 받아 든 서문결의 표정이 대번에 심각해졌다.
평소보다 배로 진지한 그 표정을 본 반요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얘 고민한다.”
“……안 고르면 안 돼?”
“둘 중에 꼭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곰곰이 생각하던 강지우가 답을 내놓았다.
“나는 후자. 작곡은 안 해도 되는데 춤 안 추면 우리랑 같이 활동 못 하잖아.”
“같은 이유로 나도 후자.”
“그럼 나도…….”
“결이 진짜 괴로워 보인다.”
“그럼 바보가 된 요한이 형 vs 동생 바보짓을 그만둔 지우 형.”
“전자.”
반요한이 당당히 본인이 바보가 되는 것을 선택하자 견성하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바보가 될 일은 없을 테니까 이런 밸런스 게임에서라도 되어보고 싶어서.”
“아, 재수 없어.”
“진짜 재수 없네요.”
반요한이 하하 웃었다.
“성하야, 그럼 넌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결이랑 자기 몫 잘 챙기는 결이 중에 누가 더 좋아.”
“어떻게 그런 질문을.”
바보 같은 대화가 길어지자 위튜브 각을 예리하게 포착한 매니저가 어디선가 카메라를 가져와 세팅했고 후에 ‘상처밖에 안 남은 오르카 밸런스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15분 길이의 영상은 그들의 예능감을 새삼 증명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 * *
야외 촬영이었던지라 인터넷에도 ‘유어 컬러’ 촬영 목격담이 간간이 올라왔다.
[이 시각 드덕이랑 돌팬들 가슴 뛰게 한 드라마 목격짤들_jpg](사진)
(사진)
(사진)
온라온 지금 유어 컬러 촬영하는 듯
고등학생 역할이라 교복 입고 있는데 찐 고딩처럼 잘 어울림
– 와 교복 입은 랑구라니 벌써 행복하다ㅠㅠㅠ
– 난 아직도 라온이가 성인이라는 걸 못 믿겠어
– 아니 1짤 화질 미쳤네ㅋㅋㅋㅋㅋ 대체 어디서 줌을 땡긴 거야
┗ 이 정도면 사실 폰 바이럴 아님?
– 컴백 일정이랑 제대로 겹쳤네;; 시드 스케줄 조절 제대로 안 하냐
– 그룹 활동이랑 병행하려면 힘들겠다ㅠㅠ
– 와 근데 마지막 사진은 진짜 저화질인데도 ㅈㄴ예쁘다
– 왓투게더 작들은 보안 철저해서 이 글도 좀 있다가 칼삭 당할 듯
누군가의 예상대로 과연 그 글은 그날이 지나기도 전에 소리소문없이 삭제되었다.
대신 온라온이 제작진의 허락을 받고 멤버들이 보내준 커피차 옆에서 반요한과 함께 찍은 셀카를 SNS에 올렸다.
– (사진) 촬영하는데 형들이 보내준 커피차! 연습하느라 바쁠 텐데 직접 와준 요한이 형 고마워ㅎㅎ 요새 컴백 준비도 드라마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많이 기대해 주세요~!!
#오르카 #ORCA
#라온 #RAON
* * *
며칠 뒤.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충혈된 눈으로 숙소에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던 온라온이 기지개를 쭉 켰다.
책상에는 다 쓴 인공 눈물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목을 꺾어 뚝뚝 소리를 낸 온라온이 침대에 앉아서 랩을 연습하는 견성하를 돌아봤다.
“야, 유어 컬러 OST 얼추 완성했는데 한번 들어볼래?”
견성하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게 벌써 나왔어?”
“어. 원래 생각해 둔 소스도 있었고 외계인 친구 막힐 때마다 조금씩 깔짝였더니…….”
특히 촬영을 몇 번 나갔다 온 뒤로 OST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최무원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올랐다고 해야 하나.
아직 감독이 준 기한까지는 2달도 넘게 남아 있어 한도균이 쌈닭처럼 나서 줄 필요도 없었을 것 같았다.
“들어볼래.”
“튼다.”
온라온이 그동안 작업한 곡 중 가장 잔잔한 멜로디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전반적으로 쓸쓸하면서도 몰려든 음이 팍 터지는 구간이 있어 여러 장면에 다양하게 삽입되기 좋아 보였다.
“좋은데?”
“일단 저쪽에 이대로 보내 보게.”
“나였으면 바로 통과시켜.”
“고맙다.”
“근데 외계인 친구는 어떻게 하게.”
의외로 유어 컬러 OST가 빠르게 완성된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작업이 지지부진한 ‘Alien Friend’의 완성 기한까지는 이제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게…….”
“시간 없는데 그냥 다른 형들한테도 들려줘 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잖아. 우리 곡인데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
완벽하게 해낸 다음에 짠하고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이제는 물불 가릴 때가 아니었다.
견성하의 의견을 받아들인 온라온은 다음 날 멤버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때까지 작업한 ‘Alien Friend’를 공개했다.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