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9화
내가 스티커의 정체를 물어보기도 전에 스태프는 올 때와 같이 조급한 걸음으로 사라졌다.
정체불명의 스티커와 함께 황망히 남겨진 나는 일단 시키는 대로 스티커를 오른쪽 가슴에 붙이고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스태프한테 붙잡힌 사이 먼저 들어간 반요한이 김준우와 떠들다 말고 줄을 맞춰 서는 나를 보았다.
정확히는 내가 붙인 스티커를 흘긋 보더니 몹시 의외라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뭐야. 너도 받았어?”
그러니까 이게 대체 뭔데.
혹시 순위와 관련이 있나 해서 늘어선 연습생들을 쭉 살폈다.
서문결을 포함해 2위부터 58위까지 골고루 붙이고 있었다.
순위랑은 별 상관없나 보다.
제작진이 촬영 시작을 알리고 조금 뒤.
강당 문이 열리며 제나가 들어왔다.
“얘들아 안녕.”
“안녕하세요!”
이제는 마주 인사하는 모습이 꽤 익숙하고 살갑다.
마이크를 들고 연습생들 앞에 곧은 자세로 선 제나가 부드러우면서도 정돈된 톤으로 말했다.
“먼저 첫 번째 순위결정식에서 살아남아 두 번째 경연 무대를 치를 수 있게 된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살아남은 연습생들이 자축의 환호를 보냈다.
사실은 제작진 쪽에 설치된 모니터에 ‘환호’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떠올라 있었다.
사위가 다시 조용해지자 제나가 한결 정중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난 순위로 기뻐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순간까지입니다.”
조금 들떠 있던 분위기를 단숨에 환기하는 발언이었다.
연습생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제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새롭게 시작되는 투표는 지난 투표와는 완전히 무관합니다. 즉, 현재 1등인 나윤재 연습생이 다음 순위결정식에서는 방출될 수도 있다는 뜻이죠.”
가차 없는 대본의 희생양이 된 나윤재는 애써 웃으며 표정을 관리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죠?”
제나와 눈이 마주친 64등 연습생이 떨리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떤 놀라운 일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연습생 여러분들은 스스로를 믿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힘내주시길 바랍니다.”
냉정한 현실 자각으로 시작해서 희망찬 격려로 끝났다.
아까보다 더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음 순위결정식에서 살아남는 연습생은 36명입니다. 37등부터 64등까지는, 방출입니다.”
이번에는 절반이 좀 안 되는 연습생들이 탈락한다.
저번보다 더 힘들어질 수도 있겠네.
“그리고 살아남을 연습생을 가리기 위한 두 번째 경연은 바로….”
잠시 뜸을 들인 제나가 명료한 어조로 말했다.
“포지션 프로듀싱 평가입니다.”
짝짝짝. 연습생들이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착실하게 박수를 보내자 PD가 만족한 얼굴을 했다.
“여러분, 이번 시즌 픽 유어 하트의 목표를 기억하시나요? 글로벌, 그리고….”
“자체 프로듀싱!”
“네, 맞습니다. 이번 경연부터 본격적으로 여러분의 프로듀싱 능력을 평가합니다. 전문가 평가 또한 이번 경연부터 이루어집니다.”
그제야 한동안 잊고 있던 전문가 평가의 존재가 기억났다.
1회 방송 후에 인터넷에서 전문가 평가에 대해 엄청 말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뭐, 어차피 프로듀싱 능력이라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평가였다.
“포지션 프로듀싱 평가는 말 그대로 보컬, 퍼포먼스, 그리고 랩. 이 세 가지 분야의 프로듀싱 능력을 요구하는 평가입니다.”
이어진 설명을 들어보니.
보컬 포지션은 주어진 곡을 새로운 느낌으로 편곡하고 가사 일부를 개사해야 하고, 퍼포먼스 포지션은 안무를 창작하고 무대 연출을 일부 구상해야 한다.
랩 포지션의 일은 랩 메이킹뿐이라 그나마 할 일이 적었지만, 그걸 내가 할 수 있느냐 하면… 글쎄.
그렇다고 보컬이나 퍼포먼스 프로듀싱을 할 줄 아느냐 하면 그것 역시 아니었다.
애초에 저런 걸 시켜서 객관적으로 괜찮은 결과물을 내려면 연습생들 수준이 어지간히 높아서는 안 될 텐데.
이런 프로그램에 소속사가 내보내는 건 보통,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은 2군 연습생이라는 걸 고려해 보면 죄 현실성 없는 말처럼 들릴 뿐이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프로듀싱 능력을 동시에 평가하기 위한 복합 포지션 또한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건 더더욱 안 될 텐데?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연습생들의 얼굴에도 대체로 걱정이 가득했다.
대체 픽하트 제작진이 이런 풋내나는 조무래기들의 뭘 믿고 저런 말도 안 되는 과제를 내준 건지 모르겠다.
“그럼 곡을 선택하기에 앞서, 이번에도 팀을 먼저 구성하겠습니다. 재미있는 팀 구성 게임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제나가 규칙을 설명했다.
총 3라운드에 걸쳐 진행되는 게임의 규칙은 다음과 같았다.
다 같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가, 음악이 멈추면 30초 안에 팀원을 찾는다.
팀원들끼리 30초 카운트다운이 끝날 때 손에 손을 잡고 있어야 한 팀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라운드마다 팀원을 구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랐다.
1라운드에서는 64명이 2명씩 짝을 지어 32페어를 만든다.
2라운드에서는 1라운드에서 만든 페어끼리 모여 4인 팀을 만들거나, 페어를 그대로 유지한다.
3라운드에서는 4인 팀끼리 결합해서 8인 팀을 만들거나, 4인 팀과 2라운드까지 남아 있던 페어가 결합해 6인 팀이 되거나, 페어끼리 모여서 4인 팀을 만든다.
만약 끝까지 페어가 남아 있을 경우에는 남은 페어끼리 모여서 팀이 되는 모양이었다.
설명이 조금 복잡한가?
요약하자면, 결과적으로 4인 팀, 6인 팀, 8인 팀이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최소 8팀에서 최대 16팀까지 나올 수 있었다.
2차 경연 현장 투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시즌1, 2에서는 팀원 수의 많고 적음에 따른 유불리가 특별히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여덟 명은 좀 많고. 넷은 잘못하면 무대가 비어 보일 수 있으니 중간인 여섯 명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다들 이해하셨나요?”
“네!”
“팀 구성 게임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알려드릴 사실이 있습니다. 몇몇 연습생들은 가슴에 아주 특별한 알파벳 P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데요.”
연습생들의 시선이 나를 포함해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사람들을 향했다.
“이 P는 바로 프로듀싱(producing)의 P입니다.”
어쩐지 내 쪽을 바라보며 웃은 듯한 제나가 말을 이었다.
“이 스티커는 사전 인터뷰에서 보컬, 퍼포먼스, 랩 중 한 가지 이상을 프로듀싱할 수 있다고 응답하여 전문가 평가의 대상이 되는 연습생에게 주어졌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팀에 프로듀싱 능력자가 있으면 경연 준비가 한층 수월해지겠죠?”
프로듀싱 스티커를 받은 연습생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인지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때아닌 날벼락을 맞은 나만 당황했다.
예? 제가요?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 제대로 잘못되었다고 자각한 순간, 어김없이 퀘스트가 발생했다.
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딱 세 줄만 읽어도 개스템이 ‘도를 아십니까’급의 헛소리를 매끄럽게 늘어놓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자세한 설명은 넘겨두고 보상과 페널티부터 확인했다.
별로면 바로 거절해야지.
[▶ 확정 보상: 스킬 《???》▶ 실패 시 페널티: 랜덤 스탯 초기화] [Y/N]
이제 스킬 준다는 말에 안 속는다. 스킬이라 해봤자 《눈싸움(초급)》 아니면 《직립 보행(초급)》처럼 무용한 것일 게 분명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나?
게다가 페널티도 근래 본 것 중에서는 가장 끔찍하다.
재수 없으면 진땀 흘리며 올린 매력이 말짱 도루묵으로 1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
나는 눈에 띄지 않도록 손가락을 꼼지락거려 단호히 ‘N’을 눌렀다.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 그래도 사람이 희망 정도는 품어볼 수 있는 거잖아요.
퀘스트가 강제 수락되며 설명창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 날 때 자세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할 듯싶었다.
나는 제나의 설명에 마저 귀를 기울였다.
“한 가지 더, 여러분은 자기보다 순위가 높은 연습생의 팀 제안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 바야흐로 순위만능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때,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요한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내게 여우처럼 가늘게 웃어 보였다.
그 능글맞은 모습에 욕이 절로 나왔다.
‘미친…….’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저 녀석보다 순위가 높은 연습생한테 달라붙는다.
더 이상 내 탈락을 바라는 놈과는 한배를 탈 수 없다.
그런 결심을 할 때, 스태프가 연습생들에게 강당 전체에 넓게 퍼져 간격을 두고 서라고 지시했다.
나는 일단 반요한과 최대한 거리를 두어 섰다.
그쯤 되니 녀석도 내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그럼 지금부터 1라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제나의 선언과 함께 귀에 익은 하트 어택 1절이 흘러나왔다.
너와 눈을 맞추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몸이 기억하는 춤을 추는 사이 내 눈길은 목표로 삼은 연습생을 끈질기게 좇고 있었다.
난 너의 심장을 노려
Heart a-ttae-ttae-tack!
돌연, 음악이 뚝 끊기고 앞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3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게 보였다.
제자리에서 춤을 추던 연습생들이 제각각 튀어 나갔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나 역시 27짜리 민첩으로 최선을 다해 뛰어갔다.
내 목표는 서문결이다.
프로듀싱 스티커를 가졌으면서, 반요한보다 순위가 높고, 성격이 좀 특이하기는 해도 사람은 참 괜찮은 것 같은…
‘최고의 버스 기사!’
이 형 성격상 어느 팀에 가도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면서 제 이득은 하나도 못 챙기는 집요정처럼 이용만 당할 게 뻔하다.
남들한테 아낌없이 퍼주는 걸 지켜보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형! 나랑 같이하자! 내가 잘해줄게!”
내가 인도적으로, 낭비 없이, 철저하게 이용해 주겠다!
다행히 서문결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급하게 달려온 게 무색해질 정도로 간단하고 흔쾌하게 답한 서문결이 내 손을 잡음으로써 우리는 1라운드를 통과했다.
내가 서문결에게 달려가는 걸 본 반요한은 날 쫓아오는 대신 잘생긴 애 싫다고 울부짖는 김준우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30초 안에 미처 짝을 찾지 못한 연습생이 몇몇 있어 진행이 잠시 지연됐지만, 이윽고 2라운드가 시작됐다.
나를 포기한 게 아니었는지, 음악이 멈추자마자 반요한이 필요 이상으로 잘생긴 서문결을 보고 경악, 이어 절망하는 김준우를 끌고 우리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결아, 나랑 팀 하자.”
서문결은 바로 대답하는 대신 어떻게 할 거냐는 듯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기서 순위가 제일 높은 서문결을 방패로 삼듯이 선 나는 그의 어깨 너머로 반요한을 가리키며 냉큼 지시했다.
“싫다고 해.”
“싫어.”
그렇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나온 서문결의 답에 반요한이 배신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서문결 너…….”
서문결은 담백하게 대꾸했다.
“애가 싫다잖아.”
왠지 내 말을 들어줄 것 같아서 시킨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즉답일 줄은 몰라서 나도 조금 당황했다.
혹시 내가 지금 그간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를 내부 분열이라는 원수로 갚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