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0화
오늘도 어김없이 내 탈락을 기원한 반요한은 이내 몸을 휙 돌려 “어어” 하는 김준우를 끌고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녀석이라면 나와 서문결이 뜻을 번복하지 않을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을 것이다.
순위가 높은 서문결이 반대하는데 아무리 반요한이 머리가 좋다고 해도 별수 있나.
“두고 보자.”
가다 말고 뒤돌아 우리를 보며 이런 삼류악당 같은 대사를 남긴 걸로 봐서 진지하게 화가 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저 여우 새끼를 이렇게 쉽게 물리치다니.
이게 권력의 맛이구나. 달다.
내가 남의 권력에 한껏 취해 있을 때, 서문결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요한 형이 싫은 건 아니지?”
싫은데요.
저 새끼가 방금도 제 탈락 기원하고 간 거 못 보셨죠. 근데 저는 봤거든요. 저만 봤거든요. 젠장.
그러나 서문결이 나와 반요한의 관계를 제법 심각하게 걱정하는 모양새였으므로 나는 아닌 척 태연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저 형이랑 처음 하트 어택 연습할 때부터 같이 있었잖아. 그냥 이번에도 붙어 있으면 좀 뻔한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좀 떨어지고 싶었어.”
“그렇구나.”
내 답에 서문결은 눈에 띄게 안도한 얼굴을 했다.
어, 나 방금 되게 자연스럽게 말도 안 되는 생각 하지 않았나.
상식적으로 서문결의 표정에 눈에 띌 만큼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날 리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아까도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러나 흘긋 본 서문결의 낯은 무미건조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정돈되어 있었다.
단순히 내 착각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하는 순간.
스킬 획득 알림이 떴다.
[패시브 스킬 《표정 읽기: 서문결》을 획득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표정 읽기: 서문결》 – 일찍이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른 서문결은 특유의 무표정 때문에 건방지다, 재수가 없다, 예민해 보인다 등의 안타까운 오해를 사고는 합니다.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서문결이 안도했다고 판단했을까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지요. 놀랍게도 당신은 서문결의 미세한 표정을 읽는 재주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스킬을 활용해 서문결의 속마음 대변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게 뭔?’
갑자기 주어진 스킬 설명을 읽는 내내 카메라 앞에서 벌레 씹은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어차피 헛소리일 걸 뻔히 아는데 왜 끝까지 읽었지.
그래도 망겜 하루 이틀 하나.
설마 숨쉬기보다 쓸모없어 보이는 스킬을 얻는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서문결이랑 한 팀도 된 마당에 없는 것보다는 좋은 스킬…….
아니, 그런데 대체 왜 이딴 게 스킬인 건데?
좀 멋있거나 쓸모있는 거. 그런 스킬 좀 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라온아, 이제 3라운드 시작이야.”
약간의 염려가 담긴 서문결의 말에 나는 겨우 날아갈 뻔한 이성을 되찾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킬의 효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전보다 서문결의 무뚝뚝한 표정이나 어조 속에 숨은 속내 같은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만약 스킬 효과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됐다면 연예인 하기에 이만큼 사기적인 스킬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스킬 이름부터가 명백하게 《표정 읽기: 서문결》이었기 때문에 나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반요한과 실랑이를 하는 사이 2라운드가 허망하게 끝나고, 없느니만 못한 스킬 설명을 읽는 사이 3라운드가 시작되어 어느새 강당에는 시즌2의 시그널 송 ‘your star’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차 해서 주위를 살펴보니 의외로 많이들 4인 팀을 완성한 상태였다.
어떻게 30초 동안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딱 찾지. 미리 상의라도 했나 싶을 만큼 다들 잘 짰다.
우리도 이번 3라운드에 무조건 괜찮은 4인 팀이나 페어 하나를 잡아야 하는데….
그러나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없었다.
“라온 형, 나랑 팀 하자.”
음악이 멈추자마자, 무려 4등인 징샤오가 4인 팀을 쏜살같이 이끌고 와 생글생글 웃으며 내 손을 텁 잡은 것이다.
“와. 우리 팀이다!”
젠장.
이게 권력의 참맛. 쓰다….
[남의 권력으로 흥한 자, 남의 권력으로 망하리라. 지혜 +1]이렇게 해서 3라운드에 걸친 팀 구성 게임이 모두 끝났다.
게임이 끝난 뒤 팀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몇몇 4인 팀은 제작진에 의해 끝까지 팀을 찾지 못한 2인 페어들과 적당히 한 팀이 되어야 했다.
통합 대상이 된 연습생들은 억울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개 연습생이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방송에서는 높은 확률로 과정에 아무 문제도 없던 것처럼 말끔하게 편집되지 않을까.
방송국이 깡패지 뭐.
결과적으로 8인 팀 셋, 6인 팀 넷, 4인 팀 넷, 총 열한 팀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들어졌다.
연습생들은 제작진의 지시에 따라 팀별로 열을 맞추어 섰다.
“앞으로 이렇게 줄 설 일이 생기면 항상 순위가 높은 연습생부터 앞에 오게 서세요.”
이런 사소한 말들로 연습생들에게 순위에 대한 강박을 심는 게 목적이라면 성공한 것 같았다.
주춤거리며 뒤로 가서 서는 연습생들과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서는 연습생들은 그 태도부터 확연한 차이가 보였다.
“그럼 2차 경연곡을 공개하겠습니다.”
벽 앞에 선 제나가 얇은 끈을 당기자 벽면을 통째로 가리고 있던 큰 천이 스르르 흘러내렸다.
연습생들이 “우와” 혹은 “오오” 하며 감탄했다.
벽에는 곡명과 가수가 적힌 팻말들이 벽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붙어 있었다.
팻말은 팀 개수만큼 딱 11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보컬, 퍼포먼스, 랩이라고 표시된 팻말이 각각 3개, 2개, 2개였고, [보컬×퍼포먼스>처럼 포지션이 둘씩 짝지어져 표시된 팻말이 하나씩, 그리고 [보컬×퍼포먼스×랩>이라고 적힌 팻말이 하나 있었다.
어우, 마지막 건 무슨 종합선물세트인 줄.
그런데 단일 포지션 팻말에는 정확한 곡명과 가수 이름이 적혀 있는 반면, 복합 포지션 팻말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제나가 설명했다.
“단일 포지션은 처음부터 정해진 곡으로 경연을 펼쳐야 하지만, 복합 포지션은 해당 포지션을 선택한 연습생들이 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좋은 걸까? 안 그래도 연습 기간이 빠듯한데 곡까지 직접 정하는 건 양날의 검처럼 느껴졌다.
선곡부터 이상한 게 되거나, 팀원들끼리 의견 통일이 안 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럼 지금부터 팀원들과 상의할 시간, 30분 드리겠습니다.”
어쩐지 시간을 넉넉하게 준다 했더니 이후 휴식 시간은 따로 주지 않는다는 조인수 PD의 말이 따라붙었다. 그럼 그렇지.
연습생들이 팀별로 지정해 준 자리로 넓게 흩어졌다.
“어째 얼굴들이 다 익숙하다.”
놀랍게도 주안 반이었던 서문결을 제외하고 6명 중 나를 포함한 5명이 혜성 반 출신이었다.
게다가 징샤오가 데려온 연습생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모두 외국인 연습생이었다.
홍콩인 징샤오, 일본인 나가세 리츠, 태국인 데이, 캐나다인 카일 마이어스.
1차 순위결정식에서 살아남은 외국인 연습생의 반 정도가 여기 모인 것 같았다.
달랑 6명 있는 팀에 국적이 이렇게 다양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반 출신으로서 저 연습생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아는데, 앞으로 있을 연습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프로듀싱 스티커를 붙인 연습생은 당연하달까, 저 중에는 없었다.
내 옷에 있는 것도 좀 떼버리고 싶다.
착잡한 내 속을 모르는 징샤오가 해맑게 말했다.
“나는 보자마자 느꼈어. 문결 형이랑 라온 형같이 있는 거 보고, 운명.”
징샤오가 진지하게 운명이라 말하자 한쪽에서 우리를 찍고 있던 카메라 감독이 슬쩍 웃었다.
그런데… 문결 형?
“샤오야, 서 문결이 아니라 서문 결이야. 결이 이름.”
내 말에 징샤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첫 합숙 때 반요한, 김준우와 같이 서문결의 이름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은데, 설마 이제까지 계속 문결이라고 불렀냐?
“아!”
징샤오는 그제야 그때 대화를 떠올렸는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가만히 앉아 있는 서문결에게 말 그대로 석고대죄를 했다.
“결 형! 미안해!”
주위의 시선을 받을 만큼 우렁찬 사과에 서문결은 약간 당황하며 징샤오를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그렇게 아는 사람이 많아서 익숙해.”
저 형이 일일이 “저 문결 아니고 결입니다.” 하고 고치고 다닐 만큼 섬세한 사람은 아니기는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이름을 틀리게 불리는 게 익숙하다니. 왠지 슬퍼지는 말이었다.
징샤오가 저러는 걸로 봐선 저번 경연 때도 팀에서 ‘결’이 아니라 ‘문결’이라 불린 듯한데 어쩌면 시청자들도 아직 서문결의 이름을 잘못 알고 있지 않을까.
“와우, 나 한국인 성 두 글자인 사람 처음 봐.”
날카로우리만치 시크한 인상의 서문결을 어려워하는 기색이던 카일이 신기해했다.
카일을 포함해 서문결을 잘 모르는 다른 연습생들도 조금 전 대화로 그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한 모양이었다.
오해와 함께 분위기도 풀렸겠다, 빠르게 나이를 정리하고 서로 말을 놓기로 한 우리는 본격적인 곡 선정에 돌입했다.
다행히 나가세 리츠를 제외하고 다들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어느 정도 해서,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데이나 카일 같은 경우에는 발음 자체는 오히려 징샤오보다 부드러웠다.
나가세 리츠를 위한 일본어 통역은 내가 맡았다.
지난 합숙 때 일본인 연습생들이랑 같은 방을 쓰고 비합숙 기간 동안 견성하의 일본어 교재와 일본 드라마를 열심히 봤더니 초급 일본어 스킬 숙련도가 꽤 올라 있었다.
그 덕에 영어와 몸짓을 섞으면 그럭저럭 뜻을 이해하고 전달 가능한 수준의 일본어를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원래 학교에 다닐 때도 언어 쪽 성적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곧잘 받아오는 편이었다.
국어나, 영어, 제2외국어 같은 것들 말이다.
뭐, 게임 들어오면서 다른 것도 아닌 한국어부터 시작해서 전부 초기화됐지만.
“라온 형은 포지션 뭐야?”
“어? 나?”
“프로듀싱 스티커 보컬, 퍼포먼스, 랩 중에서 어느 걸로 받았냐고.”
중요한 문제인 만큼 연습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괜히 따갑다.
물론 나는 ‘온라온’이 무엇을 잘했는지 모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현진한테 정보라도 좀 뜯어낼걸 그랬다.
그래도 부족한 정보 때문에 발생하는 해프닝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니고.
나는 겉으로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떠올렸다.
오현진… 트루….
뭔가 생각날 것 같기도 한데.
– 존나 재수 없어. 쌤들이 좀 챙겨준다고 나대. 시×, 이러다 같이 데뷔하는 거 아니야?
–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새끼가 어떻게 데뷔하냐?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