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1화
단지 생각만 했을 뿐인데도 기분이 끔찍이 나빠졌다.
내가 게임 안에 있는 동안 트루가 그들을 데뷔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형기획사 신인이라고 승승장구하는 꼴을 보기라도 했다가는 화병 나서 죽을 것 같다.
만약에 그러면 로그아웃하기 전에 증언이랑 증거 수집해서 인성 폭로글 제대로 쓰고 가야지.
어차피 나는 내 현실로 돌아가면 되니까, 무서울 거 없다.
어쨌든 저 폭언에서 지금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객관적인 사실만을 뽑아보자면.
‘온라온’은 한국어를 못한다.
그러니 한국어 랩메이킹에는 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내 편견이기는 한데 이런 순하고 맹한 얼굴로 힙합을 했을 것 같지도 않다.
애초에 멘토 평가를 위해 준비한 것도 랩이 아니라 보컬 곡이었고.
따라서 남은 건 작곡이나 안무 창작.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한공예 실용무용과를 졸업했으니까 아무래도 후자 쪽이 아닐까.
허점도, 논리적으로 안 맞는 부분도 많은 추리라는 건 안다.
별수 있나. 정보가 없는데.
3년 동안 몸담았던 트루에 연락해 과거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까 하는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온라온’이 그곳에서 겪었던 일들로부터 오는 꺼림직함 때문인지 영 내키지 않았다.
조금 후회됐다.
온라온은 온라온이고, 나는 온하젠데.
요즘 그 사실을 자주 잊어서 문제였다.
잡념이 많고도 길었던 느낌이지만, 사실 이 모든 생각은 3초 만에 이루어진 것이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나는 퍼포먼스. 근데 잘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할 수 있다, 이 정도?”
연기력 스탯이 상승했다는 시스템 알림으로부터 내 말에 이상함을 느낀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다들 내가 멘토 평가 때 췄던 춤은 말끔히 잊었나 보다.
[그 특이한 춤 형이 만든 거 맞네! 징샤오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51]그래… 마음대로 생각해라.
“아하. 오케이. 결 형은?”
징샤오의 물음에 어쩐지 내 눈치를 보는 것처럼 잠시 망설이던 서문결이 이내 짧게 답했다.
“셋 다.”
와, 복수 응답도 있구나. 이럴 줄은 몰랐네.
“…….”
다들 서문결의 세상 혼자 사는 능력치에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사이에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나만 짝, 짝, 짝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진짜 완전 멋있어. 형이 최고야.”
내 안목도 멋있고 최고다.
아무래도 버스 잘 갈아탄 듯.
[당신의 반응에 서문결이 안도합니다. 서문결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52]뭐야. 이 형 지금 내 눈치 본 거야?
내가 질투할까 봐? 아니면 비교하고 주눅이라도 들까 봐?
어느 쪽이든 내가 그럴 일은 없다.
잘 모르는 남들 눈에는 서문결이 다 가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솔직히 이 형 밸런스는 속세를 초월한 현자 멘탈로 맞추고도 남았다.
“와우.”
어물쩍하니 있던 다른 조원들이 뒤늦게 잘됐다면서 호응했다.
“그럼 일단 프로듀싱 면에서 포지션 제한은 없는 거고.”
“그렇네!”
징샤오만큼이나 활달한 성격의 태국인 연습생 데이가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럼 너희는 포지션이 뭐야?”
“나는 댄스.”
“난 보컬.”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자면, 일단 랩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나는 다 잘하지만 포지션은 엄연한 래퍼인 서문결에게 물었다.
“형, 랩 안 해도 괜찮겠어?”
“응.”
“형….”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차피 괜찮다고 할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흔쾌할 건 없어….’
……라고 말하면서 서문결을 짤짤 흔들고 싶다.
물론 그걸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그 대신 감동한 척 머리로 서문결의 어깨를 툭툭, 사실 그것보다는 좀 세게, 둔탁한 충격이 있을 만큼 밀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제비가 자기 머리를 갖다 박아서 종을 치는 것처럼.
촬영 도중이 아니었다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내 가슴을 퍽퍽 두드렸을 것이다. 앓느니 죽지, 죽어.
다른 연습생들도 서문결의 희생에 감동해서 한두 마디씩 했다.
괜찮다고 답한 서문결이 손바닥으로 내 이마를 밀어내며 말했다.
“하지 마. 너 머리 아파.”
“그래….”
어깨뼈랑 두개골이 부딪히면 보통 후자가 더 아프기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보통은 남이 자기 어깨를 머리로 제법 세게 들이받는 상황에서 자기 어깨를 보호한단 말이다.
남의 머리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고, 좋은 사람의 아이콘 강지우였어도 말씨는 부드러울지언정 아프다면서 자기 어깨를 보호했을 것이다.
근데 서문결 이건, 사람이 좋은 게 아니고 그냥 바보다.
전에 회상 장면에서 보기는 보고 같이 살면서 겪기도 겪었지만, 이런 서바이벌에서도 저러니 새삼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그때, 곰곰이 생각하던 데이가 말했다.
“그러면 두 사람이 같이할 수 있는 퍼포먼스 할까?”
내 정신도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샤오 괜찮겠어?”
“어… 괜찮아. 도전.”
댄스에 제일 취약한 징샤오가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
뒤이어 나가세 리츠에게도 물어봤더니 오케이 사인이 돌아왔다.
“그럼 퍼포먼스 곡이 [True love>, [Road>, [Whisper>…… 이렇게 맞지?”
“맞아.”
그동안 계절에 맞는 옷을 사기에도 빠듯한 돈으로 음악 스트리밍 이용권을 결제해 가며 게임 속 가요계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나름 하기는 했다.
그래도 여전히 내게는 낯선 곡이 많았다.
함께 쓰여 있는 가수 이름을 보니 퍼포먼스 지정곡은 다 팝송인 듯했다.
망할. 기껏 크로니클이 데뷔할 때인 2000년도 전후의 1세대부터 바로 저번 달에 데뷔한 3세대까지 아이돌들 이름 족보처럼 쭉 외워놨더니만.
아직 해외까지는 못 봤다고!
“형들, 느낌 팍 오는 거 없어?”
징샤오가 나와 서문결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뭐를요?”
“세 곡 중에서 아는 노래 하나도 없어요. [리츠 형, 나 아는 노래 없어.]”
“What?”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일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데이도 호들갑을 떨며 나를 추궁했다.
“아니, 저 명곡들을 모른다고?”
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나는 차분하게 반박했다.
“물론 명곡이고 유명한 노래니 어디서 들어는 봤겠지만, 제목을 봤을 때 생각나는 게 없으면 나는 모르는 거 아닐까?”
“너 지금 말투만 말 되게 차분해지면 내용까지 말 된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그거 맞는데?”
“말 안 돼! 어떻게 몰라? 간첩 아냐?”
“나는 네 한국어 구사력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징샤오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얘 진짜 한국인인가 봐.
시켜주자, 명예 한국인.
“그런 의미에서 결이 형, 저 셋 중에서 뭐가 좋을 것 같아?”
대놓고 대화의 방향을 돌린 내 질문에 서문결은 드물게 오랫동안 고민했다.
서문결이 나처럼 빈 수레일 리도 없고, 워낙 뛰어나신 천상계 사람이라 우리 수준에 맞을 만한 게 잘 떠오르지 않아서 저러는 게 분명하다.
“셋 중에서는 그나마 [True love>.”
“오오.”
서문결이 마침내 결단을 내린 그때, 조인수 PD가 우리 쪽으로 왔다.
우리를 찍고 있던 카메라 감독님이 카메라를 아래로 내리며 잠시 쉴 태세를 취했다.
“안녕하세요!”
화들짝 놀라며 인사와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 조원들에게 앉아 있으라는 듯 손짓한 조인수 PD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얘기는 잘되고 있나?”
“네.”
“여기 프로듀싱 가능한 친구가 둘이지? 라온이랑 문결이.”
“결입니다, PD님.”
내가 슬쩍 정정하자 조인수 PD가 놀란 낯을 했다.
“아, 그래? 성이 서문이야?”
이로써 프로그램의 메인 연출마저 출연자 이름을 제대로 몰랐다는 게 밝혀졌다.
“네. 사전 인터뷰 때 따로 말씀드렸습니다.”
이 형이 그래도 말을 하기는 했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나는 그냥 문결로 살기로 한 건 줄 알았지 뭐야.
‘이젠 하다 하다 이런 걸 다행이라 생각하는 내가 싫다….’
조인수 PD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다행히 넌 그동안 분량이 별로 없어서 티는 안 났을 거야. 앞으로 나오는 대본에는 수정하라고 할게.”
“네.”
……이걸 말이라고 하나?
서문결이야 늘 그랬듯이 평온하게 답했지만, 조인수 PD의 도를 넘는 막말에 다른 연습생들은 바짝 얼어붙어 있었다.
순간 옛날에 사장을 비롯한 쓰레기들에게 했던 것처럼 막 나가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는데.
“5분 남았습니다!”
스태프 한 명이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다행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참자. 지금 그러면 진짜 나도 서문결도 이 팀도 다 망한다.
나는 최대한 착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용건이나 빨리 듣고 보내 버려야지.
“PD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렇지. 이 조가 복합 포지션을 하나 맡아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지?”
“복합 포지션이요?”
그거를요? 상의할 시간이 5분도 안 남은 지금 이 시점에서 말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하세요?
“어어. 프로듀싱 가능한 연습생이 여긴 둘이나 있으니까, 그걸 해낼 능력치가 있을 거 아니야.”
“…….”
“보니까 다들 복합 포지션은 꺼리는 분위기던데. 그러다 실력 없는 조가 걸리기라도 하면 우리도 너희도, 서로 곤란해지지 않겠냐. 분량이라든가, 그렇지?”
저희도 당장 서문결만 없으면 어디 가서 원 없이 지고 다닐 만한 애들만 모여 있는지라 지금 이러시면 몹시 곤란한데.
“네, 알겠습니다.”
엉덩이로 깔아뭉개고 앉은 손의 중지를 주섬주섬 쭉 편 나는 상냥하게 웃으며 조를 대표해 말을 받았다.
“그래. 이해 빨라서 좋네. 그럼 알아들은 걸로 알고, 조금 이따 곡 정할 때 부탁 좀 한다?”
조인수 PD는 대형 폭탄을 던져 놓고 유유히 떠났다.
“…….”
포지션 선정을 연습생들한테만 맡겨 놓으면 못해도 절반은 끔찍하게 망할 것이 누가 봐도 뻔했다.
그러면 제작진이 연습생들 실력 파악도 제대로 못 하고 무리했다는 말이 충분히 나올 테지.
안 그래도 전 시즌에 실력 논란도 적잖게 난 마당인데.
그래서 나는 말만 자체 프로듀싱이라고 하고 뒤에서 누가 도와주거나 아예 대신해 주는 식으로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연습생에게 부담을 120% 지우는 식으로 해결한다고?
대놓고 분량까지 언급해 가면서?
내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나가세 리츠에게 조금 순화해서 설명해 주는 동안 다른 조원들은 굳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녀석들도 방송국의 갑질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당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연예계에 발 들이지 말자고 일찍이 다짐한 이유가 있다.
이런 대우가 얼마든지 자연스럽게 벌어질 수 있는 세계에서 숨도 마음 놓고 못 쉬면서 사느니, 차라리 방구석에서 편안하게 뒹구는 게 백 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