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5화
“너 마음은 잘 알았으니까 일단 숨부터 쉬자.”
나는 일단 데이의 말을 따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쉬지 않고 말했더니 숨이 찼다.
원래 이러려던 게 아닌데.
말하다 보니 그동안 서문결이 해온 답답한 행동들이 생각나는 바람에 그만.
[스킬 《숨쉬기(초급)》의 숙련도가 50%에 도달했습니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제대로 호흡했다는 느낌이 들 때면 어김없이 숨쉬기 스킬 숙련도가 오르고는 했다.
‘금방 중급으로 오르겠네.’
할 게 없을 때 혼자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스킬창을 열어놓고 멍하니 숨만 쉬고 있던 적도 많았다.
스킬을 수련한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고, 단지 스킬 숙련도 수치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르는 속도도 꽤 빨랐다.
사람은 생각보다 사소한 것을 하며 즐거워하고 만족감을 느낀다.
다른 콘텐츠 하나 없이 터치만 툭툭 하면 되는 폰 게임이 많은 이유가 있다.
내가 그렇게 차분하게 숨을 쉬는 사이.
징샤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그런지 처음 봤을 때만큼이나 말을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를 두른 서문결에게 호기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형, 진짜 파트 달라 하면 줘?”
“잘하면.”
서문결의 담백한 답변에 조원들이 심각했던 분위기도 순간 잊고 눈을 번뜩였다.
센터이기도 하고, 내가 더 좋은 무대를 위해 은근슬쩍 챙겨준 덕분에 서문결은 여섯 명 중에서 파트가 제일 많았다.
제일 많다고는 해도 몰아줬다는 말이 나올 만큼은 아니고, 다들 기꺼이 받아들일 만큼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애초에 내가 안 챙겨줬으면 서문결은 그가 할 수밖에 없는 랩 파트만 짧게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물론 서문결을 챙겨준 건 내 파트를 만족할 만큼 확보한 다음이었다.
나는 호구가 아니니까.
그런데….
저 인간이 기껏 버스 요금으로 파트를 챙겨줘도?!
“저 봐. 이 형은 그냥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라고! 자기 일 제쳐두고 편곡 방향 잡아줘, 안무 짜줘, 안무 봐줘, 랩 봐줘! 형은 주긴 뭘 줘!”
“와. 방금 라임 대박.”
2차 폭발에 나가세 리츠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웃음을 참으려고 애썼다.
“워, 워. 라온아, 진정해.”
“그래.”
“……그렇다고 너무 갑자기 진정하지는 마.”
어쩌라는 거냐.
아무튼 할 필요 있는 말과 할 필요 없는 말을 가리지 않고 지껄인 내 주둥이 때문에 분위기는 조금 전 카일이 문을 닫고 나갔을 때보다 훨씬 괜찮아졌다.
도로 조용해진 연습실.
서문결은 조금 전 싸운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평온한 표정이었고, 나가세 리츠와 데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징샤오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만 데굴데굴 굴렸다.
다들 어느 정도 진정한 것 같아 나는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두 사람이 연습이 힘드니까 차분하게 대화를 할 만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이렇게 싸울 문제가 아닌 것 같거든.”
“그럼 라온이 네가 따라가서 얘기 좀 잘해볼래?”
카메라를 설치하러 들어왔다가 얼결에 자리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던 스태프가 넌지시 제안했다.
“제가요?”
“어. 이거 무단이탈이나 마찬가지라서 잘못하면 그림이 너무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당장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자리에서 재깍 일어난 나는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히 문을 닫고 나갔다.
마침 바깥에서 얼굴을 아는 스태프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누나, 혹시 카일 어디로 가는지 보셨어요?”
“카일? 저쪽 보컬 연습실 쪽으로 가던데?”
“감사합니다!”
스태프가 알려준 대로 가면서 카일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고민했다.
지난번에 카일 표정이 좀 안 좋기는 했지만,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싸울 만큼 신경 쓰고 있는 줄은 몰랐다.
‘역시 리더 서문결, 센터 서문결, 메인 래퍼 서문결이라는 집중적인 포지션 분배가 문제였나?’
그래. 그것 때문에 불만이 생겼을 수도 있다.
사람인데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말이 센터지 섬나라 아이돌처럼 센터가 3분 내내 중앙에 버티고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서문결 파트가 불공평하게 많은 것도 아니고, 각자 능력껏 살릴 수 있는 파트도 확실히 받아 갔는데.
이제 와서 그 문제로 연습에 지장 갈 만큼 싸우면 그게 사람이냐?
“아니야…. 진정하자…….”
혼잣말을 하며 솟구치려는 화를 의식적으로 진정시켰다.
우리 조원들을 사람이라고 믿고 싶었던 나는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피로도 회복 모드의 부작용으로, 안개 낀 것처럼 흐린 머리는 하나의 가능성을 도출해 냈다.
‘이거 깜짝 카메라 아니야?’
스스로의 영민함에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선 내가 벌어진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맞네! 이거 깜짝 카메라네!
근데 망했네!
지나가던 합숙소 직원이 가다 말고 다채로운 표정 쇼를 펼치는 나를 구경하는 게 느껴졌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생각에 몰두했다.
이런 식으로 누구를 위해 하는 건지 모를 당혹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는 깜짝 카메라는 예능에서 흔한 편이다.
꾸며낸 사건이 실제 상황처럼 심각하게 진행될 경우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사람은 적잖게 당황하게 되고, 끝내는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도를 심하게 넘은 깜짝 카메라는 아무리 방송이라고 해도 이건 좀 심한 거 아니냐는 대중의 비난을 받지만, 자극적일수록 시청률과 조회 수는 오르는 게 현실이었다.
이번 싸움도 높은 확률로 깜짝 카메라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어쩐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문결이 싸우길래, 나처럼 누가 빙의라도 했나 했네.
아무래도 작가가 캐릭터 파악을 심각하게 잘못한 모양이었다.
나중에 피디한테 된통 깨지겠군.
조원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나와 징샤오의 모습을 피디가 기대했다…는 건 너무 나갔나.
그 상황에서 누가 됐든 유쾌한 반응을 하지는 않을 테니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피디가 짜놓은 판을 말끔하게 말아먹었다는 사실이지.
어쩐지 아까 애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 웃음을 참고 있던 게 분명하다.
망했다.
그 한마디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었다.
“죽자, 죽어…….”
나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당신보다 벽이 강합니다. HP –6]살다 살다 벽이랑 전투력 비교도 당해보고.
애초에 세상에 콘크리트 벽보다 센 인간이 있기는 하냐?
‘머리카락으로 트럭 끄는 인간도 있는데 머리로 벽 깨는 인간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
세상의 불가사의함을 포용적인 태도로 받아들인 나는 시원한 벽에 맞댄 이마를 그대로 주르르 미끄러뜨리며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갑자기 모든 의욕이 어디론가 증발하기라도 한 것처럼 몸에서 힘이 한꺼번에 쭉 빠져나갔다.
서로 예민해져서 싸우는 게 특별히 이상한 환경은 아니었다.
연습생들을 막 밟아도 괜찮은 잡초쯤으로 여기는 스태프는 드물지 않았고, 일정은 빠듯하다는 말도 부족하고, 맛없는 밥은 그 양도 적었고, 갈수록 다들 순위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져서.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야 안 받을 수가 없는, 내가 그딴 허접한 깜짝 카메라에 속았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뭐 하냐?”
불쑥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 상념을 끊어낸 것은 반요한이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나는 힘없이 대꾸하며 벽에서 이마를 뗐다.
내 옆에 무릎을 구부려 앉았던 반요한도 자세를 바로 했다.
옆에 있는 정수기로 물통에 물을 받으며 반요한이 물었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결이 형이랑 카일이 싸웠어.”
“깜카네.”
반요한이 고민하는 기색도 없이 단언했다.
“그렇지?”
내 말에 반요한은 더욱 이상하다는 표정을 했다.
“진짜 싸운 거 아닌 거 다 알면서 왜 그렇게 힘이 없냐.”
“집에 가고 싶어서.”
나는 아까 했던 말을 단조롭게 반복했다.
둘러대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 집이라도 가고 싶었다.
“지금 그 생각 안 하는 애 없을걸. 나도 여기 생활 진짜 안 맞아.”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반드러운 낯짝이었다.
내가 이 자식보다 속 편해 보이는 사람을 여태 본 적이 없다.
나는 기가 차서 말했다.
“얼굴에 아주 광이 나는데 어디서 거짓말을.”
“아, 이거? 아침에 준우 형이 쓰는 에센스랑 로션 좀 발랐거든. 잘 맞는 것 같아서 합숙 끝나면 하나 사려고.”
물통을 들지 않은 손으로 챱챱 제 뺨을 두드리는 게 정말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 새끼 같았다.
몹시 얄미웠다는 뜻이다.
물을 넘치기 직전까지 받은 물통의 뚜껑을 닫은 반요한이 “간다.” 하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사람처럼 몸을 휙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너 그걸 수도 있어.”
“그게 뭔데.”
“향수병.”
* * *
불 꺼진 보컬 연습실에서 스태프와 함께 부스럭거리며 징샤오의 생일 케이크를 준비하고 있던 카일을 찾아 연습실로 돌아가는 길에, 반요한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향수병? 내가? 왜?’
그것까지 내가 설명해 주어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반요한은 이내 내 기억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떠올렸는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 저번에 결이한테 물어보니까 너 한국 학교 다닌 시간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길다던데, 그쯤 되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고향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 그거 아니어도 고향 부산이라며. 어느 쪽이든 지금 이러고 있는 게 타지 생활이나 마찬가지인데, 향수병 생길 만도 하지. 너 지금 기분이 어떤데?
– 음, 집에 가고 싶고… 몸 늘어지고 다 그만두고 싶고 여기서 내가 지금 뭐 하나 싶고 또…….
내가 한참 주절주절 늘어놓은 말을 주의 깊게 들은 반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 맞네. 향수병.
[어린애가 향수병이나 걸리고…. 당신을 안쓰러워하는 반요한이 당신의 탈락을 바랍니다. 반요한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52]내 증세가 딱 향수병이라는 반요한의 진단은 그럴듯해서 나는 내 탈락을 운운하는 반요한의 호감도 변화 알림을 너그럽게 무시해 주었다.
– 이제까지 괜찮았는데?
– 어제까지 괜찮았어도 오늘 안 괜찮으면 안 괜찮은 거지. 사실 안 괜찮았는데 자기가 몰랐던 걸 수도 있고. 힘든 거 있으면 형한테 얘기해 봐.
내 사정을 말할 수 있을 리 없으니 괜찮다고 거절하기는 했지만, 향수병이라는 진단 자체는 말하는 사람이 반요한이라 그런지 상당히 그럴듯했다.
미국이든 부산이든 가까이 가본 적도 없지만 어쨌든 내가 타지… 아니, 타세계 생활을 하고 있는 건 맞잖아.
내 처지를 새삼 떠올리고 나니 그동안 머리를 비눗방울처럼 둥둥 떠다니던 간단한 욕구들이 한결 구체적으로 변했다.
‘불닭에 계란 올려 먹고 싶어… 롤×컵 보면서 뿌×클 먹고 싶어… 설×에서 초코 빙수랑 붕어빵 시켜서 혼자 다 먹고 싶어… 소×시대 노래 듣고 싶어… 게임 단톡방 사람들이랑 망겜 욕하면서 레이드 뛴 다음에 내 침대에서 14시간 동안 자고 싶어…….’
지나치게 구체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