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2화
“마지막 조,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이창연의 부름에 마지막 조 연습생들이 저마다 웃는 얼굴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특히 인기가 많은 연습생인 징샤오와 서문결의 등장에 그들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버티던 방청객 사이에서 격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팀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여러분, 흥부가 왜 부자인지 아세요?”
“흥이 많아서!”
서문결의 선창에 나머지 조원들이 미리 상의했던 멘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흥부자입니다!”
“인사부터 흥이 넘치는 게 보이네요. 조 이름은 누가 정했나요?”
“라온이요.”
“라온 형이 정했어요.”
“사실은 원래 팀 이름이 ‘흥부가왜부자인지아세요흥부자라서’였는데 작가님이 너무 길다고 하셔서… 흥부자로 줄였습니다.”
단체 인사가 끝나고 마이크를 들고 있던 온라온이 빠르게 덧붙인 말에 방청객들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만큼 흥겨운 무대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네!”
“좋습니다. 그럼 루이젠 엔터테인먼트의 징샤오 연습생.”
“네.”
징샤오가 답하자 그를 응원하는 슬로건을 든 방청객들이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모두를 쥐어짜 내 환호를 보냈다.
방청객들이 조금이라도 조용해지길 잠시 기다렸던 이창연이 말을 이었다.
“이 팀은 보컬에 퍼포먼스에 랩, 세 가지를 모두 다 준비한 팀이잖아요. 그리고 외국인 연습생들도 많아서 어떻게 보면 준비 과정이라든지, 소통적인 부분이라든지,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외국인 연습생으로서 중간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어… 당연히 힘들었어요. 안 힘든 사람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형들이 많이 도와줘서 잘 준비한 것 같아요. 중간에 생일 파티도 했는데 고마웠어요.”
“스타 스테이지의 나가세 리츠 연습생은 어땠나요?”
“[한국의 춤은 솔직히 아직 어려워요. 하지만 팀원들이 다 같이 힘내자는 분위기여서 즐거웠습니다. 특히 라온이 일본어를 놀라운 수준으로 배워와서 저를 많이 도와줬습니다.]”
“그렇다면 서문결 연습생, 리더로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너무 짧게 답했다는 것을 깨달은 서문결이 한 박자 뒤에 말을 이었다.
“물론 연습은 어느 무대를 준비할 때든 고되고 힘들지만, 그래도 믿고 따라와 준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하고 싶어요.”
“그럼 서문결 연습생은 본인이 리더로서 백 점 만점 중에 몇 점 정도라고 생각해요?”
“60점?”
“포카 엔터테인먼트의 데이 연습생은 이 평가에 동의하시나요?”
“아뇨! 백 점 리더라고 생각해요.”
조 분위기가 좋은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인터뷰가 쭉 이어졌다.
“그럼 마지막으로 온라온 연습생이 한 말씀 해주시죠.”
온라온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여러분! 더운 데 오래 서 계셔서 많이 힘드시죠! 저희가 그 피로를 다 날려버리겠다고 말씀드리면 그건 물리학적으로, 의학적으로, 현실적으로, 솔직히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저희가 마지막이니만큼 가진 에너지 모두 뿜뿜 빰빰 해서! 아주 신나게! 오늘 경연 마무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점점 빨라지는 말 속도와 그에 비례해 점점 커지는 목소리에 어제 일을 떠올린 서문결이 그만 진정하라는 듯 중간부터 온라온의 손을 쥐고 지그시 힘을 주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아니, 우리 온라온 연습생은 왜 이렇게 벌써부터 신이 났어요?”
“솔직히 말씀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그건…… 무대가 끝나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친구 밀당 솜씨가 장난 아닌데요. 좋습니다. 그럼 흥부자 팀의 무대, 바로 보시죠.”
* * *
조명이 어두워지고 연습생들이 시작하는 대형에 맞추어 섰다.
고요한 와중에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존재들의 스산한 웃음소리가 배경에 깔린다.
흥겨움과는 거리가 있는 기묘한 분위기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릴 때, 가운데에 위치한 서문결이 혼자 고개를 들더니 손가락을 경쾌하게 튕겼다.
그 한 동작에 분위기를 능히 반전시키는 힘이 실려 있었다.
으쌰 으쌰 으쌰 으쌰!
얼쑤 얼쑤 얼쑤 얼쑤!
우리 민족의 가락을 진하게 담은 전주가 흘러나오자 방청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 노래는…?’
‘이게 왜 여기서 나와…?’
흥부자 조가 첫 번째 곡으로 택한 것은 도술을 부리는 허구의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한 한국 영화의 OST였다.
무대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풍일 줄은 전혀 몰랐으나 이제 보니 연습생들이 춤을 출 때마다 펄럭이는 의상이 한복을 모티브로 따온 것 같았다.
그러나 피곤에 절어 있던 방청객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큼 흥겹게 흘러나오던 음악은 아쉬움마저 느끼게 할 만큼 찰나에 잦아들었다.
사위가 고요해질 때 둥근 직각으로 구부렸던 허리를 휘릭 예스럽게 들어 올린 연습생들이 입을 모아 호령하듯 외쳤다.
아이돌이란 무엇인가!
소년 여섯이 발산하는 스튜디오를 흔들어버릴 듯한 기세에 방청객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얼쑤, 하는 흥겨운 추임새와 함께 대형이 바뀌고, 멈추었던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고, 여봐라는 듯 위풍당당한 표정을 지은 징샤오가 가장 앞으로 나온다.
아이돌이란
무대를 다스리고
더 나은 무대 위해 항상 노력하고
영화 대사를 패러디해 지은 직관적인 가사와 함께 징샤오가 한껏 떠는 잔망에 방청객들이 흐뭇하게 웃는다.
징샤오는 종일 이 순간만을 오래도록 기다려온 팬들이 지르는 함성을 만끽하며 랩을 이어갔다.
그동안 뒤쪽에 있는 연습생들은 발밑이 부드러운 잔디밭이라도 되는 것처럼 통통 튀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안무를 이어갔다. 이와 같은 디테일을 챙긴 것은 서문결이었다.
멋있는 표정 짓다가도
꽃처럼 웃을 줄 아니
중간중간 들어가는 “허잇”이나 “조오타!” 같은 경쾌한 추임새는 덤이었다.
팬들을 사랑하는 게
아이돌의 일이다
제 얼굴 밑에 가져다 대며 꽃받침을 했던 한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팬들의 행복한 비명을 유도한 것으로 제 몫을 다하고 뒤로 물러난 징샤오 대신, 이번에는 온라온이 대형에서 뛰쳐나왔다.
가진 것이라곤 오로지 흥
판을 벌이라면 우리의 승
의지 스탯의 효과를 받아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힘을 짜낸 온라온의 목소리는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그의 몸놀림처럼 사람들의 고막을 신나게 두드렸다.
지금은 순간을 즐기는 우리끼리
미친 듯이 뛰어
우리 가르는 담장 따위 (무너뜨려)
“무너뜨려!” 하고 내뱉는 것과 동시에 뒤쪽에 있던 연습생들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던 대형을 와르르 풀어버렸다가 둥글게 모였다.
담장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적어도 이 자리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이들만큼은 속뜻을 모를 수가 없었다.
이미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에서 TV로 무대를 지켜보던 다른 연습생들은 어쩐지 속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무대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연습생들은 정말 이 순간만큼은 순위고 뭐고 죄다 후련히 날려 버리고 무대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저기 제일 잘 노는 애가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브이 자를 만든 손을 눈가에 가져다 댄 온라온이 가까이 온 카메라 쪽으로 살짝 몸을 구부리고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까지 온라온이었습니다아.”
와아아아아아!
도저히 흥이 안 날 수가 없었다.
한껏 분위기를 달군 온라온의 뒤를 이어받아 서문결이 앞으로 치고 나왔다.
새벽 내리 즐길 잔치 열렸노라
즐기지 않으면 못 보내준단다
팬심으로 들어줄 만했던 징샤오와 의외로 잘했던 온라온과는 달리 서문결은 대놓고 잘했다.
순간마다 섬세하게 변화하는 춤선이나 목소리 톤과 같은 것들이 빼어나게 유려한 태가 났다.
온라온은 서문결의 무대를 바로 근처에서 보고 난 뒤에야 자유롭게 하자던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했다.
‘저렇게 잘하니 자유롭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온라온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어울려 즐기지 옳지 그대 이리온
서문결이 가볍게 손짓한 곳에는 온라온이 있었다.
“여보세요, 제 이름은 이리온 아니고 온라온인데요?”
눈을 동그랗게 뜬 온라온이 익살맞게 반문하더니.
일 초 뒤에 이리온이든 온라온이든 아무렴 어떠냐고 외침과 동시에 여섯 명이 함께 뒤섞여서 군무를 보였다.
안무 중에 어려운 동작은 거의 없었지만 가볍게 뛰어서 앞으로 발을 차는 것과 같은 큼지막한 동작이 때때로 완벽한 호흡으로 들어가 몇 배로 시너지를 냈다.
랩 파트로 구성된 1절이 끝나고 두 번째로 맞은 소강상태.
이번에 증폭되는 관객들의 기대감은 아까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컸다.
객석을 등진 채 중앙으로 고고히 걸어 들어가던 서문결, 문득 고개만 돌려 뒤를 일별하더니 은근하게 속삭였다.
“가락이 마음에 안 드는구나.”
관객들은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비명인지 함성인지 모를 것을 목 아프게 내질렀다.
곡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며 데이, 카일, 나가세 리츠의 보컬이 주축이 된 2절이 이어졌다.
모두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연습생이었지만, 자다가 일어나서도 부를 수 있을 만큼 한 연습으로부터 나온 높은 완성도가 돋보였다.
연습생들은 3분 남짓한 시간 동안 다 함께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쉼 없이 달렸다.
모든 기력을 소진한 채 미리 준비했던 한 줌의 붉은 꽃잎을 머리 위로 흩뿌리며 엔딩 포즈를 취한 연습생들에게 돌아온 것은…….
“앵콜! 앵콜! 앵콜!”
시즌 최초의 앵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