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3화
“앵콜! 앵콜!”
이제까지 있던 모든 경연을 통틀어 앵콜 사인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모든 힘을 쥐어짜 내 무대를 마친 우리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선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수백 명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울림을 고스란히 느꼈다.
이제 똑바로 서도 괜찮다는 신호를 받고 몸을 바로 하려는데 옆에 있는 카일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울어?”
“왜 울어. 울지 마.”
“잘해놓고 왜 울, 끄흡, 어.”
“흐윽, 흑… 너무 잘해서…. 좋아서.”
“너 우니까 나도, 흐어어어엉.”
나도 우리 진짜 잘했다고, 울고 싶으면 그냥 울라고, 뭐라도 말해주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카일을 달래다가 따라 우느라 말문이 막힌 데이처럼 울음기 때문에 목이 뜨겁게 막혔다기보다는, 단지 목에 힘이 잘 안 들어갔기 때문이다.
“……!”
뭐라 말을 하려고 해도 숨만 색색 몰아쉬느라 공기가 그대로 목을 스치는 소리만 났다.
목에 들어갈 힘도 없는데 다른 힘이라고 남아 있을 리가.
[단시간에 한계 이상의 기력을 소모해 ‘상태 이상: 탈진’에 빠집니다. 이 이상 무리하면 피로도가 자동으로 한계치에 도달하니 주의해 주세요.]과연 순간적으로 온몸에 힘이 풀리며 한쪽 무릎이 푹 꺾였다.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사람을 잡으려 뻗은 손 또한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이내 주르륵 미끄러졌다.
결국 그대로 무대에 털썩 주저앉아 버리니 울던 애들과 그 애들을 달래던 조원들이 깜짝 놀라 이번에는 내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왜 그래. 다쳤어?!”
“괜찮아?”
자기도 눈물 때문에 얼굴이 엉망이 됐으면서 나를 걱정하는 카일을 보니 이 와중에도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말이 소리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괜찮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거린 덕분에 조원들은 그럭저럭 내 답을 짐작한 것 같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운 호응을 보내준 방청객들은 우리가 무대 위에서 우왕좌왕할 때마다 “아아아아….” 또는 “어어어…….” 하고 우리를 안쓰러워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땀 좀 봐.”
“여기, 물 좀 마셔요. 천천히.”
나는 속으로 내 종잇장 같은 체력을 격하게 욕하면서도 이창연이 무대 위로 돌아오며 직접 스태프에게 받아온 생수를 얌전히 받아 입안에 조금씩 흘려 넣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때 마신 물이 살면서 마셔본 물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지금 온라온 연습생이 말 그대로 가진 에너지를 다 무대에 쏟아서 그런지 설 힘도 안 남은 것 같네요.”
이창연이 멘트를 하며 상황을 정리하는 사이, 나는 조원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
무대 하나 했다고 부축까지 필요하다니.
창피한 일이다.
나도 이런 내가 참 싫은데, 이게 다 소중한 매력을 챙기느라 바빠서 생긴 일이니 다들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괜찮아요? 어유, 땀이 그냥… 누가 보면 비라도 맞고 온 줄 알겠네. 정말 괜찮아요? 말할 수 있겠어요? 라온아, 진짜 힘들면 여기 잠깐 누워 있을래? 넌 오늘 그럴 자격 충분하다.”
7년 차 아이돌답게 여유롭게 상황을 정리하는 이창연의 다정하면서도 장난스러운 말에 방청객들이 즐겁게 웅성였다.
“…괜찮습니다.”
한순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잠깐 망설였는데, 그 잠깐의 고민을 눈치챈 듯 조원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어쨌든 말 정도는 이제 그럭저럭 나왔다.
‘탈진’은 여전해서 몸에는 아직 힘이 없었지만, 숨만 쉬어도 HP가 훅훅 떨어지던 코피처럼 치명적인 상태이상은 아니라 곧 회복될 것 같았다.
“그럼 멘토분들 말씀부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그러자 멘토석에 앉아 있던 한지희가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합숙 때 레슨을 봐준 멘토들이 우선적으로 코멘트를 하는 것 같았다.
“콘서트 온 줄 알았어요. 애들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한지희가 우아한 톤으로 꺼낸 첫마디에 나를 포함한 몇몇은 감사하다고 고개를 꾸벅이고, 겨우 진정한 카일과 데이는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고, 관객들은 환호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라온이는 랩을 원래 했었나? 사실 저는 라온이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랩 하는 목소리는 노래를 할 때랑은 느낌이 또 다르게 좋네요. 결이가 센터에서 중심을 딱 잡아줬다면, 라온이는 그걸 여기저기 팡 터뜨리는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그리고 아까 시작하면서 막 끼 부리고 할 때. 진짜 그냥 아이돌 같았어요. 저런 게 열심이구나, 할 만큼 열심히 하는 게 그냥 보여서 오늘 너무 예뻤고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계속 발전하는 연습생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도 엄격함을 캐릭터로 미는 게 아닐까 하는 묵혜성을 제외한 멘토들은 무대가 끝나고 나서는 심각하게 망한 게 아닌 한, 웬만해서는 평가보다는 감상에 가까운 말을 긍정적으로 해주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아, 우리가 진짜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칭찬 일색이었다.
“다른 것보다 제대로 놀아보자는 각오를 하고 나온 게 잘 느껴지는 무대여서 좋았어요. 특히 결이는 뭐 당장 데뷔해도 되겠던데.”
주안은 지난 레슨 때 이상한 말로 서문결을 몰아갔던 것을 제대로 갚겠다는 듯 작정하고 서문결에게 호의적인 말을 해주었다.
‘어차피 편집되겠지만.’
어쨌든 여기 온 서문결 팬들이 저 말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인터넷에 올려줄 테니 나쁜 일은 아니었다.
선곡과 파이팅이 좋았다는 묵혜성의 말을 끝으로 멘토들의 코멘트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럼 투표하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대표님께 어필할 수 있는 시간 드리겠습니다.”
가장 왼쪽에 있던 서문결부터 개인 어필을 시작했다.
나가세 리츠는 미리 쪽지에 적어온 한국어 소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우리 중에 순위가 제일 낮은 카일은 한국에서 하는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면서 했다며, 최고의 조원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해 듣는 우리를 울컥하게 했다.
부모님과 팬들, 그리고 조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데이와 춤을 잘 가르쳐 준 것에 대해 서문결에게 특히 고마움을 표한 징샤오까지 지나, 제일 끝에 서 있던 내 차례가 왔다.
“우선… 거의 하루를 꼬박 써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저희 무대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 기다리면서 대표님들이 너무 힘드셔서 반응이 없으면 어쩌지… 하고 저희끼리 걱정도 많이 했는데 같이 즐겨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저 사람들을 빨리 집에 보내야겠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최대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결이 형이 저희 많이 배려해서 안무 진짜 잘 짜줬고 랩도 많이 가르쳐 줬어요. 리츠도 연습 많이 힘들었을 텐데 힘들다는 말 하나 안 하고 너무 잘 따라와 줬고…….”
나는 미리 생각해 두었던 우리 조원들의 좋았던 모습들을 신속하고 침착하게 나열했다.
어차피 우리 조가 연습하며 보인 훈훈했던 모습 따위는 편집 과정 중에 모조리 잘려버릴 게 분명했으므로 이런 식으로라도 말해두자는 생각이었다.
방청객 중에 누군가 한 명쯤은 후기에 언급을 해주겠지.
“이 팀으로 이 무대를 관객분들 앞에서 하는 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쉽고 슬퍼서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대표님들 오늘 보러 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늦었는데 조심히 들어가시고 내일은 푹 쉬세요!”
이만하면 개인 멘트도 잘 끝냈다고 자찬할 때였다.
이창연이 과장해서 당황한 척을 하며 말했다.
“아니. 이렇게 끝내면 안 되죠. 아까 그 신난 이유 말해주신다면서요. 제가 봤을 때는 그 이유가 오늘 무대의 에너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거든요.”
“아, 맞다.”
너무 신나서 까먹고 있었네.
“아, 맞다라니요. 저는 그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아마 여기 대표님들도 계속 궁금해하신 분이 반, 무대가 너무 신나서 잊어버린 분이 반일 거예요. 대표님들, 제 말이 맞죠?”
이창연의 옆구리 찔러 절 받기 식 물음에 방청객들이 한목소리로 긍정했다.
저렇게까지 말하니까 오히려 더 말하기 그렇다.
“별 이유는 아니었는데….”
“밀당은 이미 충분히 했어요. 이제 시원하게 밝혀주세요.”
진짜 별 이유 아니어서 더 난처하다.
그렇다고 없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지어낼 만큼 머리가 쾌청하게 맑은 것도 아니라 차라리 얼른 이 순간을 끝내버리자, 하는 생각으로 솔직하게 말했다.
“다른 조도 그렇겠지만, 저희가 준비를 정말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그거를 진짜 빨리 멋있게 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좀 신이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터지기 직전인 사이다 같은! 상태였던 것 같아요.”
기껏 열심히 포장해서 설명했더니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본다.
대충 뭐 저런 애가 다 있냐는 뜻 아닐까.
“……정말 별거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렇게 보지 마세요.”
“아니, 왜? 이게 다 귀여워서 그러는 건데.”
앉아있던 제나가 내 무안함과 민망함을 덜어주려는 것처럼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할리우드 스타처럼 세련된 그녀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저 말을 할 때는 약간 주책맞은 중년인 같았다.
[이 자리에 모인 다수가 제나의 말에 공감합니다. 매력 +5]매력이야 언제나 감사하지만, 대중이 말하는 귀여움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곧이어 방청객 투표까지 모두 마무리되고 우리 조는 무대에서 내려왔다.
“끝났다….”
실수 하나 없이 무대를 마친 서로를 향한 가감 없는 칭찬과 격려가 오가는 가운데, 눈앞에 퀘스트 완료창이 떠올랐다.
[일일 퀘스트 [home my sweet home: DAY 8> 완료!] [퀘스트 확정 보상이 지급됩니다.]제대로 설 힘도 없을 만큼 쏟아붓고 나왔는데 후회 같은 게 남아 있을 리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성공이라고 인정 안 해줬으면 진짜 시스템이고 뭐고 다 엎었다.
“우리 오늘 직캠까지 찍고 가야 하는 거지?”
“응. 좀 이따가 이거 전체 투표 결과 듣고, 직캠 찍고.”
……그런데 오늘 해 뜨기 전에 숙소에 들어갈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