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1화
반요한에 의해 HP가 모두 닳기 전에 무사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나는 푹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수면 설정을 피로도 회복 모드로 설정하면 강제 수면 때문에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 못 일어날 수 있어서, 일반 설정으로 놓고 잤더니 피로도가 아직 40 정도 쌓여 있었다.
‘이 정도야 뭐.’
나는 게스트하우스 측에서 준비해 둔 식빵과 마트에서 사 온 잼으로 토스트를 해 먹은 다음 택시를 타고 스튜디오로 향했다.
사실 곽상현이 오늘도 데리러 오겠다고 했지만 반요한이나 서문결의 컨디션 문제도 있고 해서 그냥 거절했다.
어제 오고 오늘 또 오는 스튜디오는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연습생들은 차례대로 거울 앞에 앉아서 꽃단장하기 바빴다.
그래도 지난번에 비해 연습생이 거의 반이 줄어서 그런가.
저번 1차 경연 때에 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놀림에 확연히 여유가 생기고, 더 정성스러워진 기분이었다.
“다 끝났어요.”
[프로의 솜씨로 촬영이 끝날 때까지 매력 +45] [버닝 스탯 효과로 버프 효과가 2배로 적용됩니다.]그럼 무려 화장 하나로 90이나 오른 거다.
앞에 있는 거울을 보니 과연 좀 생긴 것 같은 얼굴이 있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자리에서 일어난 내 얼굴을 다시 보더니 어떻게 이렇게 화장이 잘 먹는 얼굴이 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확인해 보니 매력이 도합 250이 훌쩍 넘어 있었다.
그렇다고 매력이 10이었던 첫날에 비해 스물다섯 배로 잘생겨진 것은 아닌 걸 보니 실제 능력이 수치에 단순하게 비례하는 것은 아닌 듯했다.
‘뭔가 다른 규칙이 있나?’
어쨌거나 조금이나마 옛 얼굴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 나는 먼저 메이크업을 받고 나를 기다리던 조원들에게 돌아갔다.
“이렇게 의상까지 입고 모여 있으니까 우리 되게 한 팀 같다.”
“저기요. 데이 씨, 그 발언은 평소에는 한 팀이 아니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뭐라는 거야!”
뭐긴 뭐야. 지난번 복수다.
모두 팔 부분에 한국 전통 문양이 눈에 띄게 들어가고, 낙낙한 소매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오버핏이라는 것이 오늘 우리 조 의상의 특징이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와 데이가 받은 건 후드티였고, 징샤오와 서문결이 받은 것은 셔츠, 나가세 리츠와 카일이 받은 것은 얇은 자켓이었다.
빨간색과 흰색 톤 위주의 의상들은 우리 조원에게 활달한 인상을 더해주었다.
흔히들 말하는 남친룩 같은 스타일링을 한 김준우가 나를 보더니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야, 너 왜 이렇게 잘생겼냐? 갈수록 잘생겨지는데?”
“그래? 나인 거 못 알아볼 정도야?”
“아니. 너인 거 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봤는데.”
“그래…….”
사실, 내 얼굴을 볼 때면 자꾸 두고 온 얼굴이 생각나는 바람에 평가가 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남의 시선으로 볼 때는 더 낫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내 유감스러워하는 반응에 김준우가 당황하더니 횡설수설 말했다.
“아니, 왜 시무룩해지는데. 이거 좋은 말이야! 본판이 좋으니까! 눈 원래 예쁜데 화장까지 잘 먹어서 더 예쁘고, 생기 있어 보여. 이야, 완전 아이돌이다! 존잘들 사이에서 기죽지 마!”
“진짜?”
“어. ‘얘가 이렇게 잘생겼었나?’ 같은 느낌이니까 걱정하지 마. 너 오늘 완전 아이돌이야.”
“알았어. 고마워.”
어쨌든 매력이 250을 넘으니 반응들이 좀 달라지는 것 같다.
메이크업을 위튜브라도 보고 배워서 하고 다녀야 하나.
안타깝게도 인터넷으로 동영상 몇 개 찾아본다고 내가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 수준으로 화장을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화장품을 살 돈도 없어서 곧 포기했지만.
‘그래도 다음 촬영 때부터는 지난번에 일일 퀘스트 하면서 샀던 틴트라도 준우 형처럼 바르고 다녀야겠다.’
그러고 보니 곧 일일 퀘스트가 갱신되는 시간이다.
어제처럼 경연과 관련된 달성 조건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는 제발 쉬운 것이 나오길 두 손 모아 빌었다.
핸드폰 시간이 7:59에서 8:00로 바뀜과 동시에 퀘스트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일일 퀘스트 [home my sweet home: DAY 8>이 갱신되었습니다.]‘어디, 조건이….’
[퀘스트 완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1) 무대에 올라간 순간부터 모든 망설임과 머뭇거림과 부끄러움 등등을 버리고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붓고 내려오기.
마음에 조금이라도 후회나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퀘스트 실패로 간주합니다.]
설명을 다 읽은 내 표정이 미묘해졌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 조건으로 내건 시스템의 심리가 뭘까….’
하지만 오래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애초에 시스템도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 지혜 +1]저 봐.
* * *
기나긴 대기 끝에 오후 6시경부터 방청객 입장이 시작되었다.
지난 경연 때 원성을 샀던 몸수색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철저해졌다.
입장하고 나서도 기다림은 끝나지 않았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소리는 들렸지만 천 명에 가까운 사람이 틈 없이 빽빽하게 모여 서 있다 보니 경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체감 온도는 걷잡을 수 없이 상승했다.
“미친 거 아니야. 벌써 더워.”
“어, 시작하나 보다.”
누군가 같이 온 친구에게 속삭인 대로 어두워진 스튜디오는 무언가 시작할 분위기가 물씬 났다.
오늘의 사회자는 이창연이었다.
“안녕하세요. 포지션 프로듀싱 평가 경연의 사회를 맡은 멘토, 유피테르의 창연입니다.”
깔끔한 세미 정장을 차려입은 이창연이 허리를 가볍게 숙였다가 폈다.
제나를 포함한 다른 멘토들은 이미 멘토 지정석에 앉아 있었다.
“오늘 경연은 연습생들의 두 번째 생존과 방출을 가를 아주 중요한 경연이죠.”
방출이라는 말에 방청객들 사이에서 야유가 흘러나왔다.
능청스럽게 웃은 이창연이 말을 이어갔다.
“2차 경연은 바로 포지션 프로듀싱 평가입니다. 이전 시즌과는 달리 연습생들이 직접 편곡하고, 안무를 창작하고, 랩 메이킹을 하는 등 각자의 프로듀싱 능력을 십분 발휘해 멋진 무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이창연은 ‘직접’이라는 말에 악센트를 주었고 처음 듣는 이야기에 방청석이 작게 술렁였다.
“연습생들이 무대를 마치면 대표님께서는 팀 내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연습생 한 명을 투표하시면 됩니다. 가장 득표수가 높은 연습생에게는 3만 표가 주어집니다.”
1차 경연 때와 비교해 확 늘어난 보상에 대기실에서 현장을 TV로 지켜보던 연습생들이 저마다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모든 무대가 끝난 뒤 포지션별로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팀을 투표하게 되는데요. 포지션별 1위 팀에게는 팀 전체 고화질 직캠과 팀원 모두에게 5만 표가 주어집니다. 보컬, 퍼포먼스, 랩 중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준비한 복합 포지션은 복합 포지션끼리 투표한다는 점,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연습생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리액션이 좋을수록 방송에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 팀 안에서 1등 하고 팀으로도 1등 하면 8만 표네.”
한 연습생이 작게 중얼거렸다.
하위권은 물론이고 상위권에서도 순위 변동이 가능한, 실로 막대한 표수였다.
이창연은 매끄러운 톤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또한 3차 경연에서는 프로 작곡가, 그리고 프로 안무가와 협력하여 오리지널 곡으로 무대를 펼치게 되는데요.”
데뷔곡으로 경연을 치르는 최종 생방송 무대를 제외하고 모두 기존 곡을 커버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던 앞선 두 시즌과는 다른 3차 경연을 예고하는 말에 장내에 다시 소란이 일었다.
연습생들의 반응 또한 그와 비슷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3차 경연에 함께할 프로 작곡가와 안무가분들이 함께하고 계십니다.”
카메라 한 대가 무대가 잘 보이는 위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작곡가들과 안무가들을 비추었다.
“3차 경연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아직 비밀이지만…….”
이창연이 짐짓 뜸을 들였다.
“오늘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3차 경연 때 좋은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연습생 여러분은 더욱 최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 * *
경연 중간에 몰래 반입한 핸드폰으로 SNS에 후기를 올린 사람을 잡아낸다든지, 음향 문제로 한 팀의 무대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든지 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며 한 팀 한 팀 무대를 하다 보니 어느덧 한 시였다.
물론 낮 한 시가 아니라, 새벽 한 시.
내내 돌아가는 카메라 앞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더니 화장을 한 피부가 답답하고, 눈은 뻑뻑하고, 몸은 찌뿌둥하다.
“마지막 팀까지 이동해서 대기할게요.”
오랫동안 대기하는 사이 흐트러진 메이크업을 수정받은 우리는 안무를 살짝씩 하며 계속 앉아 있느라 굳은 몸을 풀었다.
마이크를 차고 멍하니 무대 쪽을 바라보던 데이가 문득 말을 꺼냈다.
“박수랑 소리 처음에 비해서 엄청 줄었어.”
나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는 바였지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지금 새벽 한 시니까 시작한 지 4시간 훨씬 넘었고, 대기는 낮부터였다고 하니까 거의 10시간째 서 있는 건데 다들 지치시겠지. 괜찮아. 마지막이니까 다들 호응 잘해주실 거야.”
“진짜?”
“원래 음악 방송에서도 마지막이 제일 하이라이트잖아. 우리가 피날레라고 생각하고 하자.”
그렇게 말해 조원들을 안심시키기는 했지만, 어두운 백스테이지에서 우리 앞 팀이 노래하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자니 이번에는 내 쪽에서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우리 팀 무대는 호응이 생명인데.
“형, 결이 형. 안 신나면 어떡하지?”
눈을 감고 있던 서문결이 내 쪽을 보더니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한다는 낯으로 침착히 답했다.
“어제 차에서 했던 대로만 해.”
“진짜 그거면 돼?”
“…그거보다 더하려고?”
서문결이 떠름히 반문했다.
어제를 기점으로 서문결이 내게 좀 차가워진 것 같다.
서문보살 서문결이 그럴 리 없으니, 이건 속 좁은 중생인 내 착각이겠지?
“근데 형, 지금도 많이 신나 보여.”
“그래?”
“응. 엄청. 표정이 그래.”
안 신나 보이는 것보다는 낫지.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앞 팀이 순서를 모두 마친 후 내려가 무대에 있던 세트가 해체되고 우리 팀이 사용할 세트가 새로 설치되는 사이, 스태프가 우리의 인이어와 마이크를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이제 올라갈 거예요.”
“우리 마지막으로 파이팅하고 가자.”
아무 말이나 해달라고 리더인 서문결을 바라봤다.
내 갑작스러운 요청에 잠시 말을 고르던 서문결이 특유의 침착한, 그러면서도 약간의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그동안 고생 많았어. 긴장하지 말고. 후회 같은 건 남지 않게. 자유롭게 하자.”
서문결은 조금쯤 서투른 문장으로 말하며 우리와 한 명 한 명 눈을 맞추었다.
달리 선택지가 없어 받아 든 리더로서의 서투름과는 별개로, 자유롭게 하자는 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명료했다.
자기 혼자라도 어떤 한계를 뛰어넘을 것처럼 분명히 말하는 서문결의 확고한 눈빛은 어딘지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인가.
비록 실력은 아직 서문결에 비해 부족하더라도 무대에서는 지고 싶지 않다는, 단순한 승부욕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룹 ‘흥부자’가 처음이자 마지막 그룹 무대를 앞두고 의지를 다집니다. 그룹원에게 버프가 적용됩니다.] [1시간 동안 의지 +15 힘 +15 (대상: 흥부자)]처음이자 마지막.
나는 속으로 그 말을 되뇌었다.
이 팀원들로 무대를 서는 일은 오늘이 지나면 다시 없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손을 한데 모은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
“…….”
그런데 아무도 파이팅을 먼저 안 외친다.
서로서로 흘긋대면서 괜히 낯간지럽다는 듯 웃을 뿐.
이제 진짜 무대 올라가야 하는데.
“토요일, 이젠 일요일인가? 아무튼 새벽 한 시면 놀기 딱 좋은 시간이죠.”
그래서 그냥 내가 했다.
“거침없이 갑시다! 하나, 둘, 셋!”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