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5화
“살리자.”
버리기 아깝다는 장아현 작가의 말이 옳았다.
방송국 안팎에서 나도는 뒷말은 셀 수 없이 많지만, 방송에 대한 감 하나만큼은 확실한 조인수 피디는 이후로도 이것저것 지시를 내렸다.
“샤오는 이번에 잘했으니까 멘토들 코멘트 적당히 넣어서 성장 캐릭터로 밀고, 라온이도 이번에 시험 삼아 같이 살려보자고. 잘하면 이샛별이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네.”
“개개인한테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되도록 무대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조연출은 징샤오와 온라온을 살리면서 무대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라는 앞뒤 안 맞는 개떡 같은 지시를 찰떡같이 이해했다.
“네. 서문결 연습생은 어떻게 할까요?”
“……분량은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자르고, 무대랑 직캠만 괜찮게 해서 내보내.”
서문결을 아예 배제하는 것보다는 그를 이용한 대중성 확보가 먼저라고 판단한 것이다.
‘순위야 오르겠지만 최종적으로 데뷔권 안으로만 어떻게 해서든 안 들어오게 하면 되니까.’
다른 세 연습생 또한 이제까지 보였던 능력치 이상으로 활약하기는 했으나, 상위권까지 치고 올라올 만큼은 아니었다.
“잠깐 담배 좀.”
어떤 이유에서건 자신이 한발 굽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퍽 상했는지 인상을 팍 쓴 조인수 피디는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그의 뒤로 장아현 작가와 조연출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에 인터뷰 때 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 있다면서 기대하라는 거 보고 얘는 뭔가, 싶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요. 그래도 대형에서 좀 굴러서 그런가, 순진해 보여도 머리가 은근히 좋아.”
“장 작가님은 이게 다 온라온 연습생이 계획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까지 생각했다고 보세요?”
“그거야 나는 모르죠. 생각을 했어도 이렇게까지 잘 풀린 건 그냥 우연히 얻어걸린 걸 수도 있고. 그런데 이게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면 뭐가 있다는 거 아닌가? 내 생각에는…….”
달칵.
“후우….”
테라스로 나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던 조인수 피디는 문득 경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부터 알고 지내던 음악 감독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건 누굴 밀어주고 안 밀어주고를 떠나서 살려야 한다고 했던가.’
뒤이어 조금 전에 들은 장아현 작가의 말도.
‘에이, 설마.’
스무 살이 안 된, 방송도 처음인 연습생이 설마 거기까지 생각했겠어?
조인수 피디의 상념은 이내 담배 연기와 함께 스르르 흩어졌다.
그는 자신이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의 의도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지나치게 완고하고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 * *
2차 경연 다음 날은 1차 경연 때 그랬던 것처럼 앓아누운 채 꼼짝도 못 했다.
곽상현이 숙소 앞에 데려다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눈을 뜨니 현관 쪽에 쓰러지다시피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체력 수준에 맞지 않는 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한 페널티로 상태이상: 심각한 감기몸살에 걸렸습니다. 잘 먹고 잘 자며 휴식을 취하세요.] [상태이상: 심각한 감기몸살로 인해 모든 능력치 50% 감소]그냥 감기몸살도 아니고 심각한 감기몸살이란다.
1차 경연 때보다 에너지를 곱절은 더 쓴 것 같았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다.
사실 무슨 힘으로 경연 무대를 마친 뒤 전체 순위를 확인하고, 인터뷰를 하고, 개별 직캠 촬영까지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전체 직캠과 내 개인 직캠은 본무대를 할 때 찍었다.
세트가 복잡한 몇몇 조는 리허설 때 미리 찍었다는데, 우리 조는 그런 거 없고 늦은 새벽까지 남아야 했다.
특히 내 개인 직캠을 본무대 때 찍을 수 있던 건 한 피디의 배려 덕분이었다.
지난 1차 경연 때 내가 보였던 놀라운 저질 체력을 기억하고 따로 체크해 둔 것이다.
픽하트 연습생들에게 그나마 평판이 좋은 피디이기도 했다.
‘알고 있다 해도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건 어려운 일인데. 나중에 음료수라도 사다 드려야지.’
그래도 뒤에 촬영한 다른 조원들 직캠 사이사이에는 힘이 쭉 빠진 모습으로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니 아쉽다.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이런 거지 같은 체력으로 본무대처럼 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 골 아파….”
윙윙거리고 웅웅거리는 이명도 좀 들리는 것 같고.
촬영장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힘을 짜낸 대가로 끙끙 앓고 있자니, 아플 때 혼자 있으면 더 서럽지 않냐던 강지우의 말이 괜히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시체처럼 늘어져 있기만 하다니.
‘그때 죽 맛있었는데. 위에 짭조름한 장조림까지 올려서….’
아니. 애초에 강지우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맛있고 따뜻한 죽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낯선 서러움도 몰랐을 거 아닌가?
‘이게 다 걔들 때문이다.’
나한테 대체 왜 그랬냐고 따져 묻기 위해 강지우에게 전화를 걸기 직전에, 나는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다시 누웠다.
‘술을 퍼마신 것도 아니고…. 체력 딸린다고 염치까지 버린 놈은 되지 말자…….’
시스템도 열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내가 불쌍했는지 오늘 하루는 일일 퀘스트를 면제해 주었다.
만약 이대로 내쫓겼다면 오후 8시경에 지나가던 시민에게 구조돼 응급실을 새로운 숙소로 삼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속보로 ‘픽 유어 하트 시즌3, 연습생 혹사 의심’ 따위의 제목을 단 기사가 나왔겠지.
“…….”
생각이 산으로 술술 흘러가는 걸 보니 슬슬 다시 잠들 땐가 보다.
깨어 있을 때 먹은 건 퍼석해진 식빵 반쪽과 미지근한 물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다시 깼을 때는 몸이 말끔하게 나아 있기를 바라며 눈을 감았다.
* * *
그렇게 사흘을 꼬박 누워 있은 뒤에야 상태이상이 해제됐다.
하루만 봐주는 거라던 시스템은 사흘 내내 잠잠했다. 내가 아는 개스템이 그렇게 성격이 좋은 편이 아닌데. 수상하다.
그 수상함을 바탕으로 추리하자면, 왠지 이 지독한 몸살의 원인이 쟤한테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 직감 +1]개자식아…….
당장 따질 기운조차 없는 게 한이다.
“배고프다.”
사흘 동안 식빵 반쪽과 물로 연명했더니 극심한 허기가 몰려왔다
식비 절약이고 뭐고 일단은 살아야겠어서 나는 간단히 씻은 뒤 땀에 젖었던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햇빛 아래 나온 뱀파이어가 이런 기분인가….’
태양 빛이 과하게 눈부시다.
나는 누가 봐도 환자 같은 몰골로 근처 죽 체인점에 들어가 고민 없이 제일 비싸고 맛있는 죽을 시켜 먹었다.
많이 아파 보였는지 주인아주머니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귀한 국내산 소고기 장조림을 서비스로 더 가져다주기도 했다.
강지우가 장인의 솜씨로 손수 차렸던 진수성찬만큼은 아니었지만, 순식간에 한 그릇을 다 비운 죽에는 컨디션 회복과 관련된 특수효과가 소소하게나마 붙어 있었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빨리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게 우선일 것 같아서, 비싸기는 해도 죽을 몇 그릇 더 포장해 갔다.
돈을 쓴 보람이 있게 잘 먹으면서 잘 자니 컨디션은 곧 완전히 돌아왔다.
방전된 핸드폰을 며칠 만에 충전해 켜 보니 친분이 있는 연습생들에게 연락이 생각 이상으로 많이 와 있었다.
[준우형] 야! [준우형] 너네조 반응 대박 [새끼여우] 너 왜 전화 안받냐? [강쥬부] 이번에 저번보다 빡신거 했다매 [강쥬부] 또 아픈거 아니지??…….
내 번호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줬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나하나 해명하고 답장하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이게 다 몇 개야….”
‘그동안 받은 연락에 성실히 응하기’는 오늘 받은 일일 퀘스트의 첫 번째 조건이기도 했다.
그렇다. 굳이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일일 퀘스트도 건강과 함께 돌아온 것이다.
내 하루는 다시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으로 채워졌다.
내가 받은 퀘스트를 몇 가지 말해보자면….
쓰레기 주우면서 시민 공원 열 바퀴 돌기, 연예계 관계자가 자주 온다는 소문이 있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다가 캐스팅 받기, 걸그룹 히트곡 메들리 연습하기, 나가세 리츠랑 케이크 먹으면서 녀석이 걸린 향수병 상담해 주기 등등.
그간은 경연 준비와 엉망인 몸 상태 때문에 봐주었다는 것처럼 다채로운 미션들이 날 반겼다.
그래도 이제는 이 난처한 생활에 제법 적응한 것 같다.
또한 밖에 있을 때 누가 내 사진을 은근슬쩍 찍는 일에도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어떻게 알았냐면, 카메라 찾기 스킬 덕분에 때때로 나를 찍는 카메라를 알아챌 수 있었다.
방송국 카메라뿐만 아니라 핸드폰 카메라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촬영 도구에 스킬 효과가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한번은 묘한 느낌이 온 방향을 곧바로 돌아봤더니 핸드폰으로 나를 찍던 사람과 눈이 딱 마주친 적도 있었다.
나도 놀랐는데 그 사람은 더 놀란 것 같았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그대로 떨어뜨릴 정도였으니까. 안 깨졌을까.
내가 무슨 반응을 하기도 전에 그 사람은 핸드폰을 주워 쌩하니 사라졌다. 많이 민망했나 보다.
그런 소소한 해프닝을 겪으며 퀘스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스탯이 오르는 재미도 있었다.
일단 시민 공원 열 바퀴를 돌았는데 체력이 안 오르면 그건… 고소해야지.
간혹 남는 시간에는 답 없는 체력을 비롯한 신체 능력을 조금이라도 키우기 위해 애썼다.
오늘처럼 날이 충분히 어두워진 밤에 인적 드문 공원에 나가 여러 가지 운동기구를 하나씩 체험해 본다든가.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했습니다. 체력 +1 힘 +1]아, 올랐다.
체력과 힘이 오른 것을 확인한 나는 몸을 지탱하느라 부들부들 떨리던 다리에 천천히 힘을 풀었다.
‘유독 체력이랑 힘은 잘 안 오른단 말이지.’
운동기구에서 내려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 보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었다.
‘서둘러야겠네.’
오늘은 2차 경연이 방송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