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6화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온 나는 간단히 씻고 TV 앞에 앉았다.
이런 거 보면서는 얇게 부서지는 감자칩이라도 한 봉지 뜯어 먹어야 하는데.
없는 살림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니 아쉬운 대로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 가져온 복숭아 맛 사탕이라도 입에 넣고 도르륵 굴렸다.
‘우리 무대 오늘이었으면 좋겠다….’
2차 경연은 2주에 걸쳐서 방송되는데, 당연히 먼저 방송에 나오는 편이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
첫 방출 직전 방송이었던 1차 경연 때도 같은 이유로 희비가 교차했었다.
방송에서는 팀 구성 게임이 한창이었다.
방송을 보며 나는 몰랐던 다른 팀들의 상황들을 알 수 있었다.
순위가 낮은 연습생으로서는 서운할 상황도 꽤 벌어졌다. 등수가 깡패였다.
뒤이어 곡과 포지션을 선택했다.
제나가 순서를 정하는 기준을 발표한 이후, 상위권 연습생들의 표정이 어색하게 굳는 장면과 하위권 연습생들이 죄를 지은 것처럼 움츠러드는 장면이 연달아 나왔다.
우리 조원이었던 카일도 그중 한 명이었다.
방송도 이제 어언 6회째지만, 아는 사람의 단편이 이런 식으로 꼬집혀 조명받는 것을 볼 때면 여전히 미묘한 기분이 든다.
살면서 방송을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닌데 새삼 이런 감상이 드는 것은, 아마도 늘 보는 입장이던 내가 처음으로 보이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겠지.
이래서 역지사지가 중요하다.
어쨌거나 곡 선정은 대체로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포지션&곡 팻말을 들고 있는 연습생들의 모습을 세로 사분할 컷으로 한꺼번에 보여주는 식으로 지나치기도 했다.
나중으로 갈수록 선택지가 좁아진 연습생들이 난처해하며 고민하는 장면이 길게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조 차례가 되어 서문결이 앞으로 나왔다.
서문결의 이목구비가 저렇게 선명하게 다 나온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사실 팻말을 골라오기 위해 앞으로 나간 게 서문결이니만큼 우리 조는 자비 없이 편집될 줄 알았다.
‘왜지?’
이제 와서 조인수 피디가 갑자기 시드에 대한 사적 감정을 배제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이유는 곧 밝혀졌다.
[온라온: 형 그거 말고! 저거!]슬로우에 클로즈업에, 다른 연습생들이 놀라는 반응까지.
어쩐지 극적인 연출이었다.
[온라온: 형, 얘들아, 나 한 번만 믿고 가자.]“와. 저렇게 보니까 되게…….”
관종 같네.
괜스레 민망해 스스로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는 했지만, 상황 자체는 예능답게 실제보다 흥미롭게 편집되어 있었다.
픽하트 제작진은 죽이는 것만큼 살리는 것도 잘했다.
조인수 피디가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연습생은 편집만으로도 데뷔 안정권까지 올라올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도 물론 가능할 것이고.
[제나: 왠지 라온이는 이런 거 할 때 돌발적인 상황이 많이 생기는 것 같다.]자료화면으로 1차 경연 때 반요한이 손을 번쩍 들어 자기를 뽑아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왔다. 정작 그때는 잘렸던 컷이었다.
웬일이지? 마냥 좋다기보다는 의심이 먼저 들었다.
[제나: 자, 그러면 서문결 연습생은 온라온 연습생을 믿으시겠습니까?]또 한 번 ‘두둥’ 하는 효과음이 어울리는 순간이 지나가고, 이내 서문결이 믿겠다고 답하며 팻말을 떼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피디의 속내가 궁금해졌다.
* * *
온라온이 피디의 저의를 궁금해하는 사이.
인터넷에서는 감동의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 와 시드애들 분량 무슨일이에요
– 저 문결이 말하는 목소리 첨 들어봤어요^^
– 피디 바뀐 줄 알았어요ㅎㅎㅎ
– 저 방금 채널돌리다가 너무 잘생겨서 멈췄는데 혼혈처럼 생긴 애 누구예요? 지나가서 못 봤어요ㅠㅠ
┗ 시드엔터 서문결이요!
누가 보면 한 에피소드가 통째로 시드 연습생들의 이야기로 채워진 줄 알 만큼 격한 반응이었다.
온라온의 예능감 넘치는 모습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 온라온은 갈수록 매력 있어 보여요
– 뭔가 씬스틸러?처럼 방송 재밌게 잘해요ㅋㅋㅋㅋ
┗ 저라도 이건 아까워서 못 버렸을 것 같아요
실제로 조인수 피디의 지시 때문에 아깝지만 버려진 온라온의 분량이 꽤 됐다.
아주 적지도, 그렇다고 아주 많지도 않았던 초반 분량도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많은 것 중에서 추리고 추려서 내보낸 것이었다.
이건 살려야 하는데…! 아쉬워하면서도 버렸다.
그만큼 온라온의 분량은 알짜배기였다.
요즘에야 덜하지만, 시스템적인 원인으로 인해 빙의 극초기의 온라온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공기처럼 존재감이 옅었다.
그런 온라온에게서 이따금 반짝거리는 기운이 별 가루가 튀듯이 펑펑 뿜어져 나왔다. 그게 다 분량이었고.
조인수 피디의 지시에 따라 초반 방송분을 편집했던 보조 피디가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만약 그때 눈길이 가던 순간들을 다 내보냈다면 온라온은 15위가 뭐냐, 데뷔권 중에서도 상위권에 어렵지 않게 안착했을 것 같았다.
1차 경연 땐 잠깐 얌전한가 싶었는데, 죽이 잘 맞는 팀원들을 만난 최근에는 분량을 쭉쭉 뽑아대고 있었다.
시청자들 말마따나 연습 중간중간 사이좋게 노는 장면만 내보내도 사실 흥부자 조의 재미는 충분했다.
안타깝게도 그런 분량은 대부분 잘려 나갔다.
조인수 피디가 원하는 것은 화목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인수 피디는 미리 각오하고 봤는데도 속까지 아파서 두고두고 생각날 만큼 짜릿한 자극을 추구하는 인물이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 인간.
직장 동료에게도 그런 평가를 심심찮게 받을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런 조인수 피디가 너그러워지는 것은 역시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높으신 분들 앞에서였다.
새벽 1시.
오늘 방송도 슬슬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처음에 비해 전체적으로 연습생들이 예민해진 것 같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왔다.
등수와 커뮤니티 반응으로 연습생들이 스스로의 위치를 어느 정도 파악한 뒤에 했던 촬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악플이 무서워 일단 사렸다면, 프로그램 중반에 이른 이제는 욕심도 나고 절박하기도 해서 마냥 이성적일 수가 없었다.
[석수영: 최태우 연습생은 조원들한테 많이 고마워해야겠어요.]최태우의 부진한 실력에 초점을 둔 연습 과정을 보여줄 때부터 시청자들에게 불안한 예감을 들게 했던 다섯 번째 조의 무대가 끝났다.
연습할 때도 음정이 불안했던 최태우는 무대가 끝난 뒤 멘토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오늘의 제물은 너라고 말하는 듯한 편집이었지만, 못한 것도 사실이라 실시간 반응은 정확히 피디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 아무리 그래도.. 저실력으로 아이돌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예요ㅠ?
– 제말이요. 저 태우한테 몇 번 투표한 적도 있는데,,, 이건 너무 민폐 같아요
┗ 심지어 본인이 보컬 도전해 보고 싶다고 해서 조원들 직접 고르고 포지션 정한 거잖아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 준우 진짜 몸에서 사리 나오는 소리 들려요. 다른 것도 아니고 여기서 보컬을 하나하나 다 가르치고 있는 게 말이야 방구야…
– 준우야 고생했어ㅠㅠㅠㅠㅠ
비록 춤 실력이 눈에 띄게 부족해 일찍이 혜성 반에 배정된 바가 있었으나, 보컬 실력만큼은 메인 보컬 감인 김준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 그와중에 6명 있는 조에서 2명만 보여준 거 욕나오네요. 4명은 무슨 들러리예요?
– 심지어 요한이가 분량 받은 태우보다 더 잘해요ㅋ
– 요하니 목소리 맑으면서도 달콤씁쓸해서 완전 mark발렌타인 왕댜님mark
┗ 잘하는 게 아니라 걍 음색빨 아니에요? 파트도 별로 없어서 실력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ㅋㅋ..
┗ 음색빨이든 뭐든 파트 많은 태우보다 파트 없는 요한이가 더 듣기 좋았다는 건 팩트죠
┗ 비교하면서 다른 연생 까지 마세요ㅠㅠㅠ..
그나마 서로 존댓말도 쓰고 분위기도 유한 카페라 이 정도 수준인 거지, 픽삼게를 비롯한 여타 커뮤니티에서는 벌써 과격한 어휘로 쓰인 글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비단 최태우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분량이 없어서 존재 자체가 묻힌 게 아닌 한, 까이거나 후려쳐지지 않는 연습생은 없었다.
나이가 어리면 너무 어리다고 까이고, 많으면 아이돌 할 나이가 아니라고 까이고, 한 번 데뷔한 이력이 있으면 돌아갈 그룹도 있으면서 왜 애먼 연습생들한테 피해 주냐고 까이고, 배우나 모델, 일반인 출신이라고 까이고, 외국인이라고 까이고, 파트 욕심내면 욕심이 많다고 까이고, 분량이 많으면 피디픽이라고 까이고.
깔 이유야 만들어내면 그만이었다.
악플은 연습생들 또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그들을 철저하게 대상화된 상품으로 취급할 때 더욱 잔혹해졌다.
그러지 않는 사람 또한 많겠지만, 그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연습생들에게 닿고도 남을 만큼 커서 문제였다.
대부분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연습생들이 감내하기는 버거운 일이었다. 감내해서도 안 되는 일이고.
– 태우맘 일주일 동안 커뮤 끊어야겠어요
커뮤니티 반응을 착잡하게 지켜보던 한 사람은 이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어쨌거나 조에서 1등을 차지한 김준우의 인터뷰를 끝으로, 다음 조의 순서로 넘어갔다.
시간상 오늘의 마지막 조가 될 터였다.
그리고 MC를 본 이창연의 부름에 무대 위로 올라온 것은.
[서문결: 여러분, 흥부가 왜 부자인지 아세요?] [연습생들: 흥이 많아서!]바로 흥부자 조였다.
실제 경연 때는 가장 마지막 차례였지만 순서 정도야 편집으로 간단하게 뒤바꿀 수 있었다.
– 헐 대박났다는 그 얼쑤얼쑤!!!
– 비누 진심 존잘ㅠㅠㅠㅠㅠㅠ
– 문결이랑 샤오야 항상 대존잘이었지만 라온이 오늘 미모 미쳤는데요?
인터넷에 올라온 여러 후기글 덕분에 애청자들은 경연 내용과 반응을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있었다.
앵콜까지 나왔다는 흥부자 조의 무대에 대한 순수한 기대치는 열한 팀 중에서 제일 높았다.
기대주의 등장에 사나웠던 시청자들이 조금 누그러졌다.
연습 과정은 징샤오의 성장 과정처럼 그려졌다. 온라온의 비중이 그다음으로 높았다.
[제작진: 왜 그 포지션(보컬×퍼포먼스×랩)을 고른 거예요? 다들 피하고 싶어 하던데.] [온라온: 제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 있어요.]화면 속 온라온이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기대하라 선언했다.
마치 비장의 한 수가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안 그래도 높은 기대감을 극대화하는 편집이었다.
다시 무대로 화면이 전환됐다.
곡명과 연습생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표시됐다.
졸음을 참고 방송을 모니터링하던 온라온은 이쯤에서 자신의 도박이 성공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예감했다.
이윽고 예감은 확신이 된다.
도박은 그냥 성공도 아닌 대성공이었다.
무대를 망치는 게 아니라 살려놓는 준수한 카메라 워크는 픽하트에서 연습생들 친목만큼이나 보기 힘든 것이었다.
킬링파트에서 쓸데없이 관객을 비추어 원성을 사는 ‘발카’도 없었다.
중간중간 연습생이나 멘토들의 리액션도 무대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맛깔나게 섞어가며 편집해 놓았다.
이왕 굽힌 거, 망해가는 대중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조인수 피디가 날린 회심의 일격이었다.
앞 조와 극명한 대비를 보이는 무대에 반응도 실시간으로 터져 나갔다.
사실 그러한 대비 효과를 애초에 의도했던 냉정한 순서 배치이기도 했다.
– 이 노래에 이런 춤을…? 비누 천재 아니에요???
– 편곡도 잘했어요 진짜 팀원들 서문결한테 절해야 돼요
– 전체 그림이랑 의상이나 마지막에 꽃잎 뿌리는 거 생각한 사람은 온라온이라는데 센스 대박이에요
– 앵콜 나올 만하네요. 저거 현장에서 본 사람들 그냥 미쳤을 것 같아요 부럽다,,,
┗ 22 진짜 콘서트 끝난 기분이었을 듯
┗ 방청갔는데 이거 못 본 사람 평생 후회해야돼요… 진짜 오졌어요
– 샤오나 리츠처럼 실력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닌 연습생들 데리고 이만큼 했다는 게 진심 대단한 것 같아요
┗ 글구 저기 서문결 빼고 다 열등반 출신이잖아요
┗ 묵쌤: (흐뭇)
– 다른 애들 연습 과정도 궁금한데 안 보여주네요. 데이랑 샤오는 어쩌다 저렇게 친해졌는가,,
┗ 무대라도 잘 살려놓은 게 어디에요
┗ 222 다른 무대도 이렇게만 해줬으면 좋겠어요
– 문결이 센터에서 단독샷 받는 거 처음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에요ㅠㅠ
– 이거 살린 조인수 오늘 까방권 하나 줄게여 인정
무대를 마친 뒤 더욱 큰 여운을 위해 넣은, 연습생들이 감격하고 울먹이고 쓰러지는 장면까지 전파를 탔다.
자체 프로듀싱과 글로벌이라는 프로그램 컨셉과 딱 들어맞는 무대였다는 평, 그리고 전 시즌을 통틀어 레전드라는 평이 넘쳐났다.
그렇게 레전드를 찍은 흥부자조의 무대 덕분에 조인수 피디, 연습생, 대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삼위일체가 되어 만족할 수 있었다.
방송이 종료되기 전에는 오현진을 1위로 하는 중간 순위가 발표되었다.
그동안 굳건한 1위였던 나윤재가 3위로 밀려나고 4위였던 하서준도 11위로 밀려나고, 19위였던 윤명수는 11계단 올라와 8위에 안착하는 등 변동이 컸다.
그리고 다음 주 순위 또한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
파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