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7화
다음 날.
일어나서 가장 먼저 본 것은 난리가 났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흥부자조 단톡방이었다.
우리 조 무대가 잘 나왔다는 건 어제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면서도 알았다.
지겨운 갈등과 파탄만 고집하는 천편일률적이고 무성의한 편집 때문에 윗선에서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기라도 했나.
보고도 믿기 힘들 만큼 호의적인 연출이었다.
어쨌든 대박이 나기는 났나 본데, 대체 어느 정도로 대박이 났기에 이런 반응인지 궁금했다.
애초에 픽하트 촬영을 하는 동안 인터넷 반응은 아예 보지 말자고 정한 이유는, 안 좋은 글에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로 잘됐다면 한 번쯤은 인터넷 반응을 봐도 괜찮지 않을까.
그래서 보기로 했다.
픽하트를 검색했을 때 1페이지에 뜨는 픽삼게에 들어갔다가 누구누구더러 죽으라고 하는 글이 맨 위에 떠 있는 걸 보고 후다닥 뒤로 가기를 눌렀다.
‘여긴 아니다.’
조금 더 온건한 커뮤니티를 찾아 들어가 내용까지는 안 보고 제목만 훑어봤다.
[학교에서 얼쑤얼쑤 틀어주는데 흑발 셋 누구냐고 난리 남] +10 [같은 팀 되면 무대 걱정 안 되는 믿음직한 서씨들(주어 서문결 서찬빈)] +6 [얼쑤 하도 봐서 추임새랑 랩 그냥 따라 하고 있다;;;] +4 [온라온이 서문결 센터 미는 거 봐도봐도 웃기다 무대에 너무 진심] +8 [얼쑤 무조건 포지션 1위 해서 전체직캠 떠야 함 이거 견제했으면 개노답] +7그러다 어떤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얼쑤는 그때 퍼포랩 안 하고 보퍼랩 고른 게 신의 한 수] +5신의 한 수까지는 아니지만, 그때 굳이 서문결의 판단에 반해가며 [보컬×퍼포먼스×랩>을 고른 이유가 있기는 있었다.
그때 남아 있던 포지션은 조인수 피디 때문에 선택할 수 없었던 단일 포지션을 제외하고, [퍼포먼스×랩>과 [보컬×퍼포먼스×랩>이었다.
만약 그때 [퍼포먼스×랩>을 선택했다면 모든 조원들이 랩을 무조건 해야 했을 테지만.
그러지 않고 [보컬×퍼포먼스×랩>을 선택함으로써 몇은 랩을 하지 않고 노래만 하는 꼼수를 부릴 수 있었다.
나나 징샤오도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나가세 리츠나 데이, 카일의 랩은 정말 듣기 힘든 수준이었다.
아마 걔들까지 랩을 했다면 서문결이 멱살 잡고 끌고 가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다 깨져 버려서 지금 같은 완성도를 갖춘 무대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세 가지 포지션을 동시에 한다니까 제일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무대에는 원래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부담될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우리한테는 위대한 능력자 서문결이 있었으니까.
백번 생각해도 버스 참 잘 탔다.
다음 경연 때도 나랑 같은 팀 해줬으면 좋겠다.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보상이 있으니까 칭찬으로 듣기로 했다.
* * *
픽하트라는 기존 이름값에 레전드 무대가 더해지니 그 여파는 실로 대단했다.
[‘픽 유어 하트 시즌3’ 셀프 프로듀싱·글로벌 모두 챙겼다] [‘픽하트3’ 악편 없이 빛났다…외국인 연습생들의 재발견] [‘앵콜을 부르는 얼쑤얼쑤’ ♬궁중악+날아오르리(remix) #포지션 프로듀싱 평가 #픽하트3]위튜브와 네이버(neighbor)에 각각 업로드된 무대 클립 영상은 150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나중에 뜬 온라온과 서문결의 단독 직캠도 볼 맛이 난다는 평을 들으며 하루 만에 조회 수가 50만 회가 훌쩍 넘어갔다.
징샤오가 그다음으로 높았고 다른 세 연습생도 전체로 따지면 높은 축에 들었다.
특히 센터도 아니면서 조 1위를 차지할 만큼 좋은 무대를 보인 온라온에게는 ‘온뿜뿜’, ‘온빰빰’, ‘흥라온’, ‘터직사’ 같은 별명이 새로 생기기도 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존 상위권을 위협할 만큼 인기가 높아지면 다른 연습생을 지지하는 대표들의 견제도 심해지기 마련이다.
– 어떻게 서문결말고 온라온이 조1등임? 현장대표들 눈깔제정신?
┗ 안방에 찌그러져있는 니가 뭘 알겠니…
– 서문결 표정태도논란 요약: 말도없이 쎄한 표정으로 있어서 조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거 ㄴㄱ? 니새끼 예민하고 싸가지없는거 분량없어도 다 티나니까 인수가 악편 안 하고 통편한걸 다행으로 여겨~ (사진)
┗ 실력이랑 와꾸가 존나 싸가지있는데요
┗ 말 많으면 성격 좋은거고 말없으면 인성 조진거임? 지랄말고 상암핫팩짤이나 보고 가 (사진)
– 기쁘다 환장게시판 열렸네. 환장하기 싫은 대표들은 대피ㄲ
– 대낮에 내 새끼 까이는 글도 올라오고.. 감격스럽다ㅅㅂ…
* * *
[온라온은 서바이벌에 별로 생각 없는 것 가틈(+반요한서문결)]무대 열심히 하고 잘하는 건 알겠는데 다른 연생들에 비해 별로 절박해 보이지도 않고 여기서 데뷔 못 해도 별로 상관없어 보임
자기들도 그닥 데뷔 욕심 없는 거 티나고 절박하거나 그런 게 안 느껴짐ㅇㅇ 대중이야 몰라도 코어 모으기는 힘들고 그래서 순위 낮은거임
그래도 마음 편하게 덕질하고 싶으면 얘네 파는 거 ㅊㅊ
– 지랄하지마라 마음편하게 덕질했으면 내인생이 지금 이모양이겠냐
– 어이랑 논리가 쌍으로 뒤진 글이네 걍 분량이 없으니 순위가 안나오는거지 미친ㄴ아
애들 능력도 되고 열심히도 하는데 분량은 없으니까 온프랑 농부들 더 환장하고 코어력 오르는거 안보임? 그리고 대중픽이 될 만큼 분량이 있었으면 애초에 순위가 높았겠지요 대중이야 몰라도ㅇㅈㄹ
– 시드애들은 둘이 합쳐서 1-6회 786분 중에 무대 포함 분량이 3분 7초(그중 1분이 조인수가 회개한 어제나온거;)인데 저순위 나오는것도 존나 머단한거
– ㅅㅂ도랐나 뭔 개소리야 방송뜰때마다 애들이랑 나랑 같이 개처말라가고 있는데
– 맞말인데? 얘네 셋이 대충한다는 뜻이 아니라 열심히는 하는데 피말려가면서 하는 게 안 느껴진다는 뜻 아님? 나도 그런 느낌 받았음
┗ 피말려가면서 하는게 뭔데?ㅋㅋㅋㅋ 애들 멘탈 멀쩡하고 건강한 게 죄임? 다른 연생들이 이상하고 불쌍한거지
┗ ㄹㄹ많아봤자 아직 20대인 어린애들이 사람 하나 죽어도 안 이상한 욕 들어먹으면서 멘탈 갈리는게 정상으로 보여?? 하는 짓 보면 조인수나 니네나 다를 거 없어ㅋㅋㅋㅋㅋㅋㅋ
┗ 급발진ㅋㅋ
– 농분데 이 글 ㅈ같은 거랑 별개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함
온은 그렇다 쳐도 요한문결은 성격을 알 만큼 뭐가 뜬 것도 아니라서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셋다 얼굴만 보면 그냥 캠프 같은 데 놀러 온 애들 같아
근데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적어도 난 그런 점 좋아서 파는 거ㅇㅇ 애들 분량 없어서 환장하는 것도 맞지만 그건 우리 사정이고 애들은 괜찮아 보이잖아. 그럼 된거지..
┗ 멘탈ㅅㅌㅊ 참대표참농부ㅇㅈ
┗ 근데 농부중에 의외로 이런애들 많음. 농기구 꼬나쥐고 뮤박 본사에 농민운동 하러 갈 농부들은 글케 안 많고 그냥 귀농한 농부들이 더 많아서 평화롭게 팬질하기 좋으니까 시드하세요^^~
┗ 여즘 귀농도 힘들다는 거 다 아는 사실인데 약을 팔아도 이딴 농약을 파네…
아무튼 이런 류의 열띤 반응 또한 이전까지와는 다른 기류를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 시각, 뮤직박스 본사.
조인수 피디는 밤샘 편집으로 폐인이 되어가는 와중에도 반응을 확인하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제대로 터졌다!’
* * *
며칠 뒤, 반요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리츠가 그러는데 피디가 너네한테 와서 막 복합 포지션 하라고 강요했다며.
“어엉. 그랬지.”
– 그런데 그렇게까지 잘해줄 필요가 있나? 그래 봤자 갑질하는 인간 배나 불려줄 뿐이라는 걸 모르지도 않으면서.
내가 ‘자체 프로듀싱’과 ‘글로벌’을 염두해 무대를 짰고, 그 무대 덕분에 픽하트의 화제성이 치솟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뉘앙스였다.
실제로 그랬다.
프로그램 홍보 면에서 이득이 될 경우 피디가 우리를 일부러 띄워줄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여 나온 것이 2차 경연 무대였다.
사실 나도 ‘과연 이게 될까’ 반신반의했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한번 가 보는 거지.
다행히 지금 나오는 기사들이나 반응들을 보니 일이 이렇게 술술 풀려도 되나 싶을 만큼 잘 먹혀든 것 같았다.
우리 앞에서 온갖 똥폼을 잡던 조인수 피디도 뒤로는 똥줄이 탔나 보다.
– 잘해주는 것도 이번만일지도 모르고. 너흰 그냥 이용당한 걸 수도 있어.
어쩐지 말투가 나를 생각해 주는 척, 은은하게 불만스러운 것이 우리 조가 잘된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것 같았다. 역시 내 탈락을 바라는 놈답다.
“그래도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 …….
“내가 무슨 대단한 인맥이 있어서 그 인간을 탈탈 털어버려서 보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한다고 버티면 우리만 잘못되는 건데. 싫어도 해야지.”
– 으으음….
“그러니까 이왕 하는 거 완전 잘해버려서 당신이 틀렸다! 당신이 그렇게 깽판을 쳐도 우리는 이만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걸 증명하면 내가 이기는 거 아니겠냐고.”
– 대체 무슨 논리야?
반요한이 어이없어했고,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몰라. 그냥 내 기분 좋으면 내가 이기는 거지. 원래 이런 건 존심 싸움이야.”
잠시 뒤 반요한의 답이 돌아왔다.
– 성하가 네 멘탈 너무 부럽다고 전해달래.
이 자식 이런 예민한 얘기를 스피커폰으로 했단 말이야?
반요한이 전에 대기실에서 조작 얘기를 했던 연습생들처럼 생각이 없는 놈도 아니고, 자기가 판단하기에 괜찮으니까 했겠지만 어이가 없다.
“걔는 왜 직접 안 말하는데.”
– 죽어 있거든. 참고로 여기 우리밖에 없… 아, 이제 새봄 형 왔다.
“그럼 됐고.”
나는 대강 이해한다는 투로 답하고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저 너머에서 적당히 노닥거리고 빨리 오라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아마 조금 전에 왔다는 정새봄일 것이다.
요사이 시드 연습생들은 나와 함께 지낼 때보다 몇 배는 힘들고 강도 높은 일과를 보내고 있는 듯했다.
그때는 정해진 레슨 시간 외에는 대부분 자율 연습이라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은 회사 차원에서 더 타이트해졌달까.
아마도 픽하트에 출연한 서문결의 인기 덕분에 강지우와 견성하의 데뷔 또한 어떤 식으로든 현실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애초에 시드가 그룹을 전원 에이스급으로 채우겠다는 욕심만 버렸어도 다들 진작 데뷔했을 것 같지만….
어쨌든 잘된 일이다.
지금 나와 시시한 농담 따먹기나 하는 반요한도 의외로 회사 트레이닝에 성실하게 참여하고 있는 듯했다.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다이어트도 본격적으로 병행하고 있어서 요즘은 처음 봤을 때보다 한층 마른 모습이었다.
반요한은 원래도 뼈대 자체가 가는 편이라, 다른 연습생들과 나란히 서 있어도 일반인 출신이라는 게 티 나지 않는 체형이었는데 거기서 더 다이어트를 하다니.
‘몸 괜찮나?’
아무리 반요한이 픽하트에서 인기가 많고 아이돌에 재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강지우의 대타로 잠깐 나온 것뿐이었다.
전에 기억을 엿봤을 때 알아낸 거지만, 본인부터가 시드와 뮤직박스가 극적으로 화해하지 않는 한에는 데뷔 가능성이 썩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든 끝난 뒤에는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갈 텐데.
“형, 그런데 아이돌 할 거야?”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해서 조금 돌려 물어봤더니.
– 방송에 한 번 나온 모습은 어떤 식으로든 평생 남게 되잖아.
이내 녀석답게 태연한 답이 돌아왔다.
– 몇 명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부족한 모습만 보고 나를 그 정도에 불과한 사람이라고 여긴다고 생각하면 되게 싫지 않아?
“처음에 하트 어택 연습할 때는 빈둥거렸으면서.”
– 아, 그때는 금세 탈락할 줄 알았어. 그런데….
빈둥거리기는 했다는 거군.
“그런데 뭐?”
– 음, 아니다.
사람을 제일 화나게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왜 말을 하다 말아. 사람 궁금하게.”
– 왜겠냐?
이 여우 새끼가?
남은 뒷골이 당기는데 전화기 너머에서는 열 받게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하하. 어쨌든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거지.
뭔가 에두르는 느낌은 있었지만, 대답은 충분히 됐다.
요컨대 체면, 속된 말로 가오의 문제라는 거 아닌가.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저렇게까지 하는 사람이 세상에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걸 성실하다고 해야 하나, 독하다고 해야 하나.’
어느 쪽이든 철저함과 집념 사이에 있는 자기 관리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저런 인간이 수능 만점 맞고 서울대 수석으로 들어가는 거겠지?
– 야, 이제 끊는다. 내일 봐.
그렇게 통보한 반요한은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
인간미 없는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