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6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68화
오늘부터는 다시 촬영이 시작된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합숙은 아니고, 촬영지에 출퇴근하는 식으로.
3차 경연, 오리지널 프로듀싱 평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오리지널 프로듀싱 평가, 줄여서 오리평이란 말 그대로 오리지널 곡으로 경연을 펼치는 것이다.
시즌2까지는 장르 평가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장르의 기존 곡을 편곡해 커버하는 식으로 했었지만, 자체 프로듀싱 시스템이 도입된 이번 시즌에는 작곡 능력을 가진 몇몇 연습생들이 사전에 자작곡을 제출했다.
하이라이트 부분만 나와 있든, 1절만 나와 있든, 완성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고 제작진이 섭외한 프로 작곡가들이 협업이라는 명목하에 그를 재창조 수준으로 다듬어 하나의 곡으로 완성했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아직은 아마추어에 불과한 연습생들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퀄리티가 너무 떨어지니까.
‘……라고 오늘 새벽 2시 반에 메일이 왔지.’
불쌍한 직장인들….
참고로 촬영 일정은 전날에 알려줬다.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해도 방송이 굴러간다는 게 신기하다.
아니, 어떻게든 잘 굴러갔으니까 아직도 이런 식으로 하는 거겠지.
“덥다….”
이제 나도 얼굴이 어느 정도 알려졌기도 하고, 다른 연습생들도 다 쓰는 것 같아서 모자 대신 마스크를 쓰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마스크만 착용한 이유는 둘 다 쓰면 더 눈에 띄고 수상해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 목적지는 작곡가 정하늘의 작업실이었다. 저번에 하트 어택 녹음할 때 갔던 곳이 맞다.
참고로 반요한과 서문결도 같은 곳으로 올 예정이었다.
징샤오나 나가세 리츠는 각각 다른 작곡가에게 간 걸로 봐서 무언가 기준을 가지고 조를 나누었을 텐데.
무슨 기준일지 궁금하다.
‘금방 알 수 있겠지?’
운 좋게 빈자리에 앉아 지하철을 타고 서울까지 가는 동안 귀에 이어폰을 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자는 척을 했다.
얼굴이 안 보일 만큼 고개를 숙이고 인파에 파묻힌 상태였는데도 어떻게 알아봤는지 중간에 한두 명 정도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은 것 같았다.
이게 스킬 때문에 기척이 느껴지니까 은근히 더 신경 쓰였다.
‘차라리 스킬을 끌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켜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지하철에서 내린 나는 미리 약속했던 출구로 나가 주위를 둘러봤다.
빵빵! 이제는 눈에 익은 검은색 소형차의 창문이 내려가며 곽상현의 얼굴이 드러났다.
나는 후다닥 뒷좌석 문을 열고 탔다. 여기서부터는 목적지가 같은 시드 연습생들이랑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다.
이런 받기만 하는 호의에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내가 뒷자리에 타자 조금 찡그린 얼굴로 핸드폰을 만지작대던 반요한이 고개를 들었다.
“슈스 왔냐?”
“이게 누구야. 왕댜님 아니세요?”
지난 방송 이후 반요한에게는 ‘발렌타인 왕자님’, 혹은 같은 의미이나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조금 더 민망한 ‘왕댜님’이라는 별명이 새로 생겼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듣는 사람을 낯부끄럽게 만들기 충분하다는 뜻이다.
직접 얼굴 보며 제대로 놀리려고 그동안 전화나 문자로는 한 번도 놀리지 않는 치밀함까지 보였건만.
“왕자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니. 교양과 예의를 갖추렴.”
반요한은 확실히 난 놈이었다.
존버한 보람도 없게 질색하기는커녕 눈살 하나 안 찌푸리고 상냥히 답한다. 자기가 진짜 왕자라도 된 것처럼.
“이 형이 실성했나?”
경악해서 생각을 그대로 내뱉은 나에게 서문결이 놀라지 않고 설명했다.
“며칠 동안 지우 형이랑 성하가 계속 놀려서 그래.”
곽상현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덧붙였다.
“그거 보고 대표님이랑 직원들도 다 같이 놀렸더니… 쟤도 이제는 회사 들어오면서 왕자 왔다, 이러더라.”
너무 놀려대서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칠 만큼 면역이 됐다 이거로군.
젠장. 반응이 올 때 나도 같이 놀렸어야 했는데.
존버는 때때로 패배하기도 한다.
낙심한 나는 더 장난을 걸 기운도 잃고 조용해졌다.
어쩐지 안도한 표정으로 차를 출발시킨 곽상현이 말했다.
“너희 조 진짜 인기 많더라. 이번에 순위 기대해 봐도 좋겠던데?”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르는 일이기는. 정말 모르는 사람도 너 이번에 잘된 건 다 알아. 네 덕분에 결이 분량도 많이 챙겼고. 대표님이 고맙다고 전해달라 하셨어.”
“아니에요. 제 덕이라기보다는 그냥 결이 형이 잘한 거예요.”
“아니야. 네가 잘한 거야.”
“형도 참.”
하하 웃으며 오가는 덕담으로 인해 훈훈해진 내 가슴을 식힌 것은 하나의 호감도 알림이었다.
[둘 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반요한이 당신의 탈락을 바랍니다. 반요한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55]놀랍지도 않다.
이쯤 되면 반요한은 나를 보는 모든 순간에 내 탈락을 바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에, 갖다 붙일 수 있는 모든 이유로 내 탈락을 바라고 있다.
‘이쯤 되면 같은 남주 카테고리에서도 왕자님이 아니라 도깨비 아니냐?’
하도 보다 보니 이제는 일일이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그냥 시스템 오류겠거니 여길 정도였다.
내가 나름대로 저 끈질긴 호감도 설명에 이유를 붙여볼 때였다.
[[프로 정신승리러> – 업적 획득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업적 달성 조건: 생략)]업적 이름이 열 받고 조건 생략은 더 기분 나쁘다.
아니. 악법도 법이라는데 정신승리도 엄연히 승리 아닌가.
왠지 방금도 1 정신승리를 적립한 것 같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 무시하기로 했다. 이것조차 정신승리였다.
그런데 정신승리라고 하니까 사람이 참 없어 보인다. 자기합리화라고 하자. 자기합리화.
그러고 나니 자기합리화도 좀 비굴해 보이는 단어 같았다.
나는 최종적으로 정신승리를 자존감 상승을 위한 사고 과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줄여서 자상위사.
따지자면 이러한 단어 선택을 하는 것 또한 일종의 자상위사 같….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지?
젠장!
헤어나올 수 없는 자상위사의 늪에서 나를 구제한 것은 곽상현이었다.
“다 왔다. 끝날 때쯤 문자 하고. 가서는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항상 겸손하게, 인사 잘하고.”
회사 연습생인 반요한과 서문결에게만 하는 당부가 아니라 나도 같이 걱정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면 내 자의식 과잉일까.
눈치를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목격되기 전에 정하늘의 작업실이 있는 빌딩으로 우당탕 뛰어 들어갔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먼저 온 스태프들과 소파에 앉아 있는 연습생들이 보였다.
우리는 곽상현의 당부대로 들어가면서 꾸벅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작업실 여기저기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아직 촬영이 시작된 것 같지는 않았다.
김준우가 우리 조 경연 무대 반응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사이 머릿수를 센 스태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A-1그룹 전원 출석 확인했습니다.”
그럼 B그룹도 있다는 뜻이다.
자리에 있는 연습생은 김준우, 옥도윤, 그리고 카시마 소라였다.
카시마 소라 말고는 그래도 조금씩은 친분이 있는 연습생들이라 약간 마음이 놓였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기 모인 연습생들이 다 20등 안에 위치한 나름 상위권이라는 것이다.
한결같이 실종된 분량으로 인해 순위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한 반요한과 서문결이 각각 지난주 10위와 12위였고, 나는 11위였다.
지난주 18위였던 김준우는 최근 2차 경연 무대에서 메인 보컬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1년 정도 아이돌 활동을 하다가 픽하트에 참가한 나가세 리츠와는 달리, 원래부터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던 카시마 소라는 지난주 7위인가 8위였다.
그는 징샤오와 더불어 유이하게 데뷔권에 한 번이라도 든 외국인 연습생이기도 했다.
이제까지 데뷔권에 든 연습생이 둘밖에 없다니. 실컷 홍보에 써먹은 글로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같은 소속사 동생인 징샤오를 챙겨주는 다정+만능캐 포지션으로 5위 안쪽에서 안정적으로 버티고 있는 옥도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연습생 본인이나, 응원하는 팬들이나 환장하기 딱 좋은 등수들이었다.
그래도 나나 서문결, 김준우는 다음 주 순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순위가 매주 요동치고 있기 때문에 최상위권인 나윤재나 오현진, 서찬빈 정도가 아니면 피 말리는 건 똑같겠지만.
그때, 정하늘이 안쪽 문을 열고 나왔다. 한 손에는 아이스 커피를 들고 있었다.
“오, 다 왔네요. 아직 약속 시간 10분 전인데. 다들 성실하네.”
거의 2달 만에 만난 정하늘은 하루에 몇십 명의 녹음을 진행해야 했던 지난번에 비해 확실히 여유가 있어 보였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스태프 한 명이 슬레이트를 쳤다.
정하늘은 자신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연습생들의 면면을 쭉 훑었다.
“다들 앉고. 늦었지만 2차 경연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그때 설명 간단히 들었겠지만, 2차 경연을 포함해 이제까지 했던 것들을 보고 작곡가들이 자기 곡에 어울리겠다 싶은 연습생을 뽑는 건데. 마음에 드는 연습생 데려오려고 우리끼리 나름 또 경쟁이 있었거든요. 다들 보는 눈은 비슷해서 그런가, 원픽은 풀이 비슷하더라고. 따로 촬영도 했으니까 이것도 나중에 방송에 나갈 거예요.”
지금 여기서 경쟁이 붙을 만한 연습생이 과연 누굴까 생각해 봤다.
‘나 말고 다 그럴 만한데?’
내가 딱히 노래로 뭔가를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해서 춤으로 뭘 보여준 것도 아닌 것 같고.
요즘은 종종 잘생겼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덜생긴 건 여전해서 확실한 비주얼도 아니고.
‘……나 왜 11등이나 했지?’
[적당한 자기반성은 좋지만 과소평가는 하지 말자. 지혜 +1]웬일로 이런 기특한 말을 다 하고.
우리 시스템이 달라졌어요.
[왜냐하면 한심하고 멍청해 보이니까.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 지능 –1]나쁜 놈. 막말은 그렇다 쳐도 지능을 깎냐. 안 그래도 지능 올리기 힘든데.
내가 파르르 떨리는 뺨을 진정시키기 위해 톡톡 건드리는 사이 정하늘이 말을 이었다.
“또 여러분 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내 메일로 음색까지 분석해 가면서 이 조합이 좋다, 저 조합이 좋다, 추천을 해주기도 해서. 그것도 좀 참고를 했어요.”
그러고는 정하늘이 여유롭게 덧붙였다.
“이왕 하는 거 1등 해야지.”
느슨했던 분위기가 바짝 조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