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7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72화
“왜 이렇게 늦었어?”
“아직 늦은 건 아니다. 우리는 15분 전에 왔지만.”
아까 김준우와 옥도윤을 화나게 했던 원인들인 최태우와 하서준이 미묘한 간격을 두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안녕.”
그 옆에는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한 이승혁이 있었다.
순간 반요한과 눈이 마주쳤다.
‘이 팀은 안 된다.’
‘무조건 아까 그 팀에 남는다.’
세상에는 직접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여기 남아봤자 찍는 것은 조별 과제 절망편뿐이었다.
슬프게도 직감이 올랐다.
예감은 정확히 현실이 되었다.
일단 오현진은 나를 싫어한다.
그리고 최태우와 하서준은 싸우기라도 했는지 서로를 싫어한다.
마지막으로 이승혁은 오현진과 반요한과 나를 싫어한다.
호감도 알림에 따르면 이승혁은 조금이라도 곱상하게 잘생긴 사람은 다 싫어하고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다 싫어하기로 했다.
‘나도 사람 싫어할 줄 안다 이거야.’
이 조에 있다 보면 반요한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지경이었으니 말은 다 했다.
어떻게 조원 운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치우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내 생각에는 연습생들을 선발했다는 프로듀스팀 비비의 메인 프로듀서 방형민의 안목이 대단히 별로인 것 같았다.
어쨌든 팀 비비의 곡은 이런 경연에서 강세를 보이는 섹시 컨셉의 곡 ‘낮과 밤’이었다.
곡은 대기업의 자본이 들어가서 그런지 나쁘지 않았지만, 서문결과 정하늘의 리와인드 쪽이 모든 면에서 더 마음에 들었다.
트루가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당연히 맞다.
나는 사사로운 일에 지극히 연연하는 사람이니까.
“얘들아, 이제 파트 정해야지.”
잠시 뒤, 팔이 안쪽으로 굽은 작곡가의 강력한 추천으로 오현진이 손쉽게 메인 보컬을 차지했다.
‘이건 뭐… 숨길 생각도 없고.’
명백한 편애에 표정이 약간 굳어진 이승혁은 서브 보컬1을 가져갔다.
이 팀에 마음이 조금도 없는 나와 반요한은 서브 보컬2와 3을 조용히 가져갔다.
랩 파트를 나눌 때는 하서준과 최태우가 꽤 살벌하게 기 싸움을 벌였다.
정확히는 하서준이 메인 래퍼를 노리는 최태우를 찍어누르려고 했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메인 래퍼 감은 아닌 최태우는 꿋꿋하게 버텼다.
“일단 나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메인 래퍼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게 태우 너는 아니야. 차라리 라온이를 시키지.”
왜 가만히 있는 나를?
최태우의 시선을 받은 나는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표시로 고개를 저으며 팔을 엑스 자로 교차해 보였다.
“저 잘할 수 있어요. 원래 포지션도 랩이고…. 그리고 이번에는 꼭 잘하는 모습 대표님께 보여드려서 살아남아야 해요.”
“너만 간절한 거 아니야. 나한테도 이건 마지막 기횐데. 너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촬영 중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은 건 아닌지 하서준과 최태우의 목소리는 아직까지 일정한 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다고 말에 숨은 가시가 뭉툭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저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근데 형은 한 번 데뷔했었으니까 이번이 두 번째 기회잖아요. 저는, 저는 픽하트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 같아서 더 잘하고 싶은데…. 순위는 점점 떨어지고, 지난번에 노래도 자꾸 제 마음대로 안 돼서어… 흑…….”
“야, 네가 여기서 울면 내가 뭐가 되냐? 나도 순위 떨어졌어. 너만 위험한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건 솔직히 이기적인 거 아니야? 그만 짜… 울고.”
본격적인 감정싸움으로 돌입하며 두 사람의 언사가 한층 격해졌다.
이 둘은 자기들에게는 더 이상 챙길 이미지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 장면이 방송에 안 나갈 거라는 확신이라도 있는 게 아닌 한 나로서는 도통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이었다.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관망하던 작곡가가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우악스럽게 끊어낸 것은 그때였다.
“이건 뭐, 개판이네.”
그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치열한 탁구 랠리처럼 끼어들 틈 없던 감정싸움이 대번에 수그러들었다.
“나는 실력 없는 사람한테 비중 있는 파트는 주고 싶지 않아.”
다소 모질게 단언한 작곡가의 시선은 눈물을 닦을 생각도 없이 줄줄 흘리는 최태우를 정확히 향해 있었다.
“죄송, 흡… 합니다. 저… 세수 좀 하고 올게요.”
“그래. 너는 정신 좀 차리고 와야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작업실 문을 닫고 나간 최태우가 오열하는 소리가 방음벽을 뚫고 들려오는 듯했다.
그동안 촬영은 잠시 중단되고 카메라 감독이 우리에게 여기 가만히 있으라 엄히 지시하고는 최태우를 따라 나갔다.
대체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피곤하다….’
여기서 안무 연습까지 좀 하다가 지하철 타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더욱 피곤했다.
뭔가 말할 기운도 없었다. 육체적인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로도 한몫했을 것이다.
직원인지 스태프인지 모를 사람들이 부산하게 드나들며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최태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방향을 흘긋 본 반요한의 낯빛은 냉랭했다.
쟤는 대체 어떻게 이제까지 살아남았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전적으로 외모지상주의 때문이었다. 최태우는 대중적인 기준에서 귀엽게 생긴 편에 속했으니까.
18살짜리가 저러는 게 조금은 불쌍해 보일 법도 한데. 저리 냉정한 것을 보니 최태우가 저번 조에서 피해를 많이 주기는 줬던 모양이었다.
그거랑 별개로 하서준의 태도는 개인적으로 더 아니꼬웠다.
“서준 형, 태우 돌아오면 두 사람끼리 얘기 잘해서 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형이 훨씬 형이잖아요. 걔는 아직 18살이고요.”
25살씩이나 되어 놓고 7살 어린 애랑 진심으로 싸워서 울리는 게 참 잘하는 짓이다.
하서준을 보고 있으면 꼭 저것과 비슷하게 행동했던 전 회사 연습생 형이 떠올랐다. 내가 최태우와 비슷한 나이에 연습생 생활을 해서 더 그랬다.
말했던가? 나는 사사로운 일에 굉장히 연연한다고.
내 말에 하서준이 호감도를 뚝 떨어뜨리며 하,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에서 18살이면 적은 나이 아니라는 거 온라온 너도 알면서 아마추어처럼 왜 그러냐?”
“이쪽이든 저쪽이든, 보편적인 기준에서 어린 나이 맞아요.”
내가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에 반요한이 끼어들었다.
“뭐? 이래서 뭘 모르는 갓반인은….”
반요한은 시비를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자기 할 말을 했다.
“그리고 형이 먼저 애 자극했잖아요. 훨씬 좋게 해결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 더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 같은데요.”
“말 다 했냐? 싸가지없는 새….”
“저는 예의 충분히 차리고 있는데? 그리고 아까 그게 방송에 안 나갈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뇨? 제가 피디님이라면 무조건 내보낼걸요? 형은 제가 인터뷰 어떻게 할지 걱정 하나도 안 되시나 봐요.”
마지막 말이 결정타였는지 하서준은 부러 눈을 반달처럼 휘어 웃는 반요한을 사나운 눈초리로 쏘아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하서준이 신경질적으로 이어폰을 끼는 것을 본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 아까 그게 방송에 나가는지 어떻게 알아?”
“뭐?”
상황이 일단락되자마자 미간을 찡그리고 소파에 몸을 푹 파묻었던 반요한이 되물었다.
“그게 방송에 나가는지 어떻게 알았냐고.”
“나갈지 안 나갈지 내가 어떻게 알아.”
“?”
“근데 나도 모르고 저 형도 모르지.”
“!”
티는 잘 안 났지만 이쪽도 누적된 피로, 체중 관리, 인터넷 반응, 사생, 노답 조별 과제 등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에 꽤 예민해진 상태였나 보다. 태도가 퍽 까칠했다.
그리고 피곤해서 예민해진 여우는 성격이 평소보다 배로 더럽고 악랄해진다.
‘건드리지 말아야지.’
얼마 뒤 눈이 빨개진 최태우가 돌아와 죄송하다 사과했다.
반요한과 나를 한번 노려본 하서준도 마지못해 최태우를 마주 보며 미안하다고 했다.
최종적으로는 하서준이 메인 래퍼, 최태우가 서브 래퍼가 되었다.
리더로 뽑힌 이승혁이 중간에 개입해 중재했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겠지만, 녀석은 어그로를 굳이 자기에게 끌고 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작곡가의 말대로 개판이었다.
“…….”
파트만 나눴는데도 진이 빠진다.
이제 지하 연습실로 이동해서 안무를 배울 차례였다.
팀 비비의 작곡가가 작별 인사차 말하길, 연습생 신분으로 자기 작업실에 온 건 우리가 처음이니 영광으로 알아도 좋단다.
표정이 제법 진지해서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렸다.
어느 쪽이든 뭔 신분제 출신 꼰대 같은 발언인가 싶었다.
여하튼 우리는 저번처럼 지하 연습실로 이동했다.
[플레이어의 과거와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는 장소에 입장하였습니다. 상태이상: 불안에 걸렸습니다.] [상태이상: 불안으로 인해 본 공간을 벗어나기 전까지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하며 피로도가 평소보다 빠르게 누적됩니다.]계단을 걸어 내려가는데 저번과 같은 알림이 떴다.
이번에는 미리 대비하고 있어서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져도 아무렇지 않은 척, 중간에 멈칫거리지 않고 계단을 내려갈 수 있었다.
“…….”
도착한 지하 2층은 여전히 기분 나쁠 만큼 새하얬다.
* * *
다행히 오늘은 시스템이 과거 체험을 시켜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거울이 갑자기 일렁이며 환상을 보여주는 일은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반 정도 안무 연습을 한 뒤에 나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갈 준비를 했다.
친절한 곽상현이 역까지 데려다준다고 해도 지금 나가야 막차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이 조에 막방까지 못 갈 만한 연습생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참 유감스러웠다.
그때, 오현진이 내 팔을 붙잡아 나가려는 나를 멈춰 세웠다.
얘는 왜 전부터 사람을 말로 부르지 않고 팔을 잡아당기는 거지?
나도 이 새끼 부를 때마다 머리카락이라도 잡아당겨야 그만두려나?
“못 한다고 해.”
“뭘?”
“뭐든. 허튼 생각하지 말고 너희 나라로 꺼져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