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9화
“요한 군은 재작년 수능 만점자에다가 S대 경영학과 수석 입학생이라고.”
수능 만점? S대요?
대체 쟤는 여길 왜 나온 거야.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연습생들이 “와….” 하면서 감탄사를 흘렸다.
“세상 진짜 불공평하다.”
“진짜…. 얼굴도 잘하는데 공부도 잘해.”
저건 방송 분량 따려고 하는 리액션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응이 분명하다.
“그런데 연습생 기간은 약 2개월…. 소속사에서 뭘 배우고 나오기에는 많이 짧은 시간이네요. 이제 21살인데 왜 갑자기 아이돌을 하려는 거예요?”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질문에도 반요한은 여유를 잃지 않고 답했다.
“꿈을 찾는 일에는 나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여유롭던지 면접관한테 욕 안 하면 합격하는 대학교 면접이라도 보러온 사람 같았다.
저 말을 아이돌을 하기에는 정말 늦었다고 할 수 있는 20대 후반의 그저 그런 놈이 했더라면 솔직히 떨떠름했을 테지만….
부드럽고 미려한 인상이면서도 훤칠하게 잘생긴 반요한의 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졌다.
꿈 좋지. 저 얼굴인데 21살에 처음 연습한 게 무슨 대수냐.
자기계발서에 나올 법한 말에 몇몇 멘토들이 흐뭇해하는 게 여기서도 보였다.
“그럼 준비한 퍼포먼스 보겠습니다.”
무대에서는 서문결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서문결은 무게감 있는 로우톤으로 가사를 씹어뱉는 듯한 랩을 선보였는데 랩은 잘 모르는 내가 듣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와중에 춤까지 파워풀하게 잘 췄다.
‘저런 놈 떨어뜨리면 진짜 누가 봐도 조작이지.’
반요한은 2개월짜리 연습생치고는 무척 잘했으나, 기초가 부족한 게 내 눈에도 확 보여서 아무래도 묵 선생님과 함께하게 될 것 같다.
위기감이 든다. 실력이든 뭐든 화제성이랑 외모에서 밀리면 답 없는데.
안 돼. 내 단독 성장 서사.
그러나 우려했던 대로 반요한은 기초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묵혜성 반에 들어왔다.
발표가 날 때 묵혜성 반에 뽑힌 애들이 흠칫거렸다. 나를 포함해서.
[상세하고 전문적인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지혜 +1]연습생들의 퍼포먼스를 보고 멘토들의 피드백을 듣는 사이 지혜가 쏠쏠하게 올라 15를 찍었다. 유감스럽게도 지능은 11에서 좀처럼 발전이 없었다.
그나마 지혜는 아이돌이 할 만한 활동과 유관한 걸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 오르는 것 같은데, 지능은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영 감이 안 온다.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도 먹어야 하나.
“자, 주목해 주세요.”
제나가 마이크를 들었다.
멘토들이 맨 처음에 했던 것처럼 무대 위에 일렬로 주르륵 서서 연습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멘토 평가가 모두 끝난 것이다. 아침에 시작했는데 밤이 다 됐다.
“멘토 평가가 모두 끝났습니다. 모두들 긴 시간 동안 평가받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여기서는 뭔 말만 하면 박수를 친다. 짝짝짝.
“평가 결과, 지희 반 9명, 수영 반 19명, 창연 반 21명, 주안 반 19명, 그리고 혜성 반이 32명입니다.”
우등반이라고 할 수 있는 지희 반이 가장 적고,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혜성 반이 가장 많다.
제나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멘토별로 반을 나눈 이유는 각 멘토에게 부족한 점을 집중적으로 배우기 위해서이니, 여러분은 합숙 동안 우리 선생님들을 최대한 괴롭혀 주세요.”
“네!”
다른 멘토들은 사람 좋게 웃어주는데 우리의 묵 선생님은 눈썹 하나 안 까딱이신다.
그렇다고 마음에 안 든다는 것처럼 우리를 노려보거나 찡그리거나 하지도 않고, 그냥 얼굴로 무덤덤함 그 자체를 표현하고 있었다.
연예인이 내내 저러면 인성 논란 안 나나? 괜찮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내 코가 석 잔데 게임 속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 NPC 걱정할 때냐.
“그러면 바로, 픽 유어 하트 시즌 3의 시그널 송을 발표하겠습니다. 시즌1에서는 ‘We are’, 시즌2에서는 ‘Your star’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이번 시즌 3의 시그널 송의 제목은, ‘Heart attack’입니다.”
9명의 안무가가 추는 안무 영상이 앞쪽 화면에 떠올라 재생됐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화면에 고정됐다.
너의 심장을 노려
Heart a-ttae-ttae-tack!
전체적으로 청량하면서도 열렬하다.
시원하게 질러대는 후렴구가 귀에 착착 달라붙는 것을 보니 유행하겠다.
문제가 있다면 하이라이트는 득음해야 할 것처럼 높았고, 안무는 욕 나오게 복잡했다는 것이다.
왠지 지능 부족해서 숙지 시도 안 될 것 같은데. 아니겠지?
나만 망했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닌지 연습생들 표정이 실시간으로 안 좋아졌다. 묵혜성 반이 특히 그랬다.
안무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숙지하겠냐는 안내창이 떴다.
[안무: Heart attack – 숙지하시겠습니까?] [Y/N]다른 연습생들처럼 한 번 춤을 연습해 보는 척 슬쩍 손을 움직여 자연스럽게 Y를 눌렀더니 혹시나가 역시나.
[안무 숙지에 필요한 지능ㆍ지혜가 부족합니다.]지능만 부족한 게 아니라 지혜도 부족하다니. 얼마나 어려운 거냐.
그보다 애초에 부족한 거면 왜 물어본 건데?
속으로 개스템을 욕하고 있을 때 안내창이 연달아 떴다.
[행운을 소모하여 불가능한 숙지 시도를 강행할 수 있습니다. 최초 1회에 한하여 강행 실패 페널티가 면제됩니다.] [안무: Heart attack – 숙지를 강행하시겠습니까?] [Y/N]페널티도 면제해 준다는데 안 하면 뭐다? 바보고 호구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Y를 눌렀다.
[안무 숙지 강행 실패! 행운 –1]그리고 순식간에 실패했다.
그럼 그렇지. 애초부터 이 망겜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별로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페널티를 면제해 준댔으면서 행운을 깎는다는 건… 원래 행운은 행운대로 깎고 페널티는 페널티대로 또 따로 주는 건가.
[안무: Heart attack – 숙지 강행이 앞으로 1회 가능합니다.] [안무: Heart attack – 숙지를 강행하시겠습니까?] [Y/N]잠시 고민하다가 일단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제나의 설명을 듣고 강행할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여러분은 이 곡으로 엠스테이지 무대에 서게 됩니다.”
“우와”, “와” 하면서 연습생들이 감탄했다.
앞선 시즌도 있고, 모르고 있던 사실도 아닐 텐데 반응들이 아주 그럴듯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실력조차 갖추지 못한 연습생이 무대에 설 수는 없겠죠.”
그 말에 긴장이 감돌았다.
“앞으로 사흘 동안, 여러분은 반별로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도받으며 이 곡을 연습한 다음 A, B, C, D, 그리고 F등급으로 추가 평가를 받게 됩니다. 당연히 높은 등급일수록 파트가 많습니다. 또한 F등급은 무대에 설 자격이 없다고 판단, 무대 아래에서 댄서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사실상 F등급은 무대에 오르지 못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력은 실력대로 키워 주고, 어그로는 어그로대로 끌겠다는 거군. 당장 실력 향상이 급한 초보자인 나야 좋다.
그러고 나서 전체적인 실력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딱 하나의 곡으로 평가하는 거면 시스템의 가호를 받는 나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
죽어라고 연습하면 F는 면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류해 두고 있던 선택지의 Y를 눌렀다.
딱 1회 더 가능하다는데 안 하면 두고두고 신경 쓰일 것 같았다.
페널티? 까짓 뭐 있겠어. 경험치 좀 깎기밖에 더하겠냐.
[크리티컬!]“!”
[안무 숙지 강행 성공!]희열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하게 퍼져나갔다.
크으, 망겜은 이런 맛에 하는 거지!
오백 번쯤 망겜짓하다가 한 번씩 갓겜처럼 굴어주는 맛에!
[안무 목록]– 춤추는 까탈레나: 91.65%
– Heart attack: 0.01%
안무 목록에도 올라갔다. 이해도는 반올림해서 0%였다.
그래도 안무가 통으로 머릿속에 들어왔으니 남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연습하면 그럭저럭 기간 안에 50%까지는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시스템이랑 밀고 당기는 동안 연습생들은 반별로 색색깔의 조끼를 받아 주섬주섬 입고 있었다.
지희 반이 빨강, 수영 반이 파랑, 창연 반이 초록, 주안 반이 검정, 그리고 혜성 반이 노랑이었다.
나도 샛노란 색 조끼 하나를 받아 입고 있던 티셔츠 위에 겹쳐 입었다.
그다음에는 좁은 세트장 여기저기서 연습판이 벌어졌다.
여기서 연습생들끼리 먼저 1절 부분을 자유롭게 연습하고, 어느 정도 안무가 머리에 들어온 다음에 멘토들이 반별로 춤을 봐주는 모양이었다.
‘쉬는 시간이라도 주고 시키지.’
와중에 특히 눈에 확 띄게 잘하는 애들이 한쪽에 모여 있었는데 보니까 이름표에 ‘한지희’의 ‘H’가 붙어 있었다.
나 역시 어설프게라도 발을 놀리고 팔을 휘두르며 연습하고 있는 연습생이 반, 아예 넋을 놓고 안무 영상을 반복 재생해 주는 전광판을 바라보는 연습생이 반인 혜성 반 사이에 끼어 들어갔다.
한 번 숙지한 덕분에 비록 동작은 엉성할지라도 타이밍은 놓치지 않고 출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생각하는 건데 진짜 어렵다.
내 초라한 체힘민으로는 끝까지 추기 전에 탈진할 것 같다.
“춤은 다 외우셨나 봐요?”
몇 번쯤 춰봤을까, 피곤한 기색이 다소 느껴지는 반요한이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다 외웠다고요?”
그 말을 듣고 바로 옆에 있던 김준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네. 아까부터 음악은 안 놓치고 추시는 것 같더라고요. 다 외우신 거 맞죠?”
“그렇기는 한데 어려워서 잘 안 되네요.”
“와, 대박. 그래도 천재 아니에요, 천재? 어떻게 벌써 다 외우지?”
김준우가 호들갑을 떨었다. 천재는 아니고 그냥 평범한 지능 11짜리 플레이어입니다. 여러분은 NPC고요. 여긴 게임 속이죠.
아무것도 모르는 반요한이 천진하게 말했다.
“이따 반장 뽑을 텐데 그때 지원하시면 되겠다.”
“저한테 반의 미래를 맡겨도 괜찮으시겠어요?”
“음, 어, 아… 으음…….”
“하하하….”
“이 사람들이 왜 그렇다고 말을 못 해.”
말을 꺼낸 주제에 반요한은 말끝을 한도 끝도 없이 흐렸고 김준우도 화면을 보는 척하며 공허하게 웃었다.
너네 이 형이 못 미덥냐. 내가 어? 보기에는 덜생기고 팔에 근육 하나 없어도 현실에서는 군대도 다녀온 놈이야. 알아?
잠깐. 군대…?
‘설마 여기서 못 나가면 군대 또 가나?’
미, 미친. 소름이 쫙 끼쳤다.
게임 이름부터가 ‘Pick your HEART!’인 이상 여기서 데뷔하는 게 클리어거나, 적어도 클리어 조건 중 하나일 테니까 무조건 데뷔한다.
자작나무 태우며 나는 연기를 다 들이마시더라도, 날아오르는 주작에 대롱대롱 매달려서라도 데뷔한다!
[이 자리의 누구보다도 굳센 의지를 품었습니다. 의지 +5]“열심히 하죠!”
“갑자기?”
“데뷔합시다!”
“미안해요. 그렇게 상처받았을 줄은….”
“묵 쌤 반 파이팅!!”
“…요한 씨, 이 친구 눈이 좀 이상한데.”
“파이팅!”
“파이팅!”
“요한 씨까지 왜 그래요?”
“할 수 있다!”
“있다!”
“……에라 모르겠다. 할 수 있다!”
[그룹 ‘혜성 반’이 생성됩니다. (임시 그룹 리더: 온라온)] [혜성 반이 당신의 의지에 감화됩니다. 그룹원에게 랜덤 버프가 적용됩니다.] [1시간 동안 체력 +10 지능 +10 의지 +20 (대상: 혜성 반)]혜성 반 연습생들이 불끈 주먹을 쥐었다.
“갑자기 힘이 나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까까지는 아무것도 모르겠었는데 이제는 묵혜성 선생님이 지은 미소만큼은 알 것 같다!”
야, 그건 그냥 모르는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