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화
여기저기에서 멍하게 있던 서른 명쯤 되는 열등생들이 갑자기 머릿속이 맑아졌다느니, 팔다리에 힘이 돌아온 것 같다느니 하면서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다른 반 애들이 갑자기 돌변한 이쪽을 이상한 눈으로 봤지만, 우리 중에 그런 사소한 문제를 신경 쓰는 놈은 없었다.
내놓고 있던 정신을 챙기고 나니 당장 열심히 연습하지 않으면 우리 반 선생님에게 탈탈 털릴 미래가 훤히 보였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혜성 반 연습생에게 안무의 벽은 높았다.
열심히 하려고 해도 머리와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이었다.
‘버프까지 받았는데도 저러는 거면 평균 스탯이 나랑 비슷하게 낮은가 보다.’
우리 존재 힘내자 파이팅.
그 와중에 안무를 숙지해서 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는 내가 그나마 잘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눈이 마주친 녀석들이 내가 유일한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안무를 물어왔다.
“라온 씨, 저 여기 잘 모르겠어요.”
“팍팍하게 라온 씨가 뭡니까?”
“라온아, 형 좀 살려줘라!”
“살려주기에는 제 능력이 좀 모자라고, 같이 죽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너랑 같이 죽기는 싫은데.”
“뭐야. 그럼 혼자 죽으세요.”
물론 나는 인격적으로 모자람 없는 참된 인간이라 저렇게 말하는 못된 놈들도 다 도와줬다.
사실 내가 외웠다고는 해도 아직 이해도가 채 10%가 안 되어 저기서 훨훨 날아다니는 지희 반 애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뭔가를 제대로 가르친다기보다는 안무 영상에서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작을 느리게 보여주는 것뿐이었지만, 그것조차 못 하는 연습생들이 혜성 반에는 수두룩 빽빽이었다.
그러니 나 같은 안무만 외운 돌팔이가 가르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라온. 헬프 미, 플리즈.”
이번 시즌에 출연한 외국인들 대다수가 기초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혜성 반에 속해 있었다.
대표적으로 스타 프로덕션 3인방과 스튜디오 들어오기 전에 봤던 징샤오가 있다.
촬영하는 동안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들을 쭉 읽어본 결과 적어도 4개국 연습생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한국, 일본, 중화권, 그리고 영미권.
그 비율이 낮지 않은 만큼 나중에 팀 나뉘어서 연습할 때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 때문에 골치깨나 썩이는 미래가 훤히 보였다.
그런데 한국인들 사이에서 쭈뼛쭈뼛 눈치를 보던 스타 프로덕션 연습생들이 내게 스윽 다가오더니 조심스럽게 도움을 청한 것이다.
“오케이, 오케이. 왓 파트?”
“[지금 저 부분….] 아, 디스 댄스.”
묘하게 발음이 좋은 영어와 만국 공용어 바디랭귀지를 해가면서 열심히 물어봤더니 나가세 리츠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로 무언가 빠르게 말하다가 나만큼이나 투박한 영어로 전환해 손동작을 해 보였다.
그런데.
[스킬 《초급 일본어》를 획득했습니다.] [캐릭터 정보를 일부 복원하여 스킬 《고급 영어》를 획득했습니다.]허어?
– 언어
┗ 고급 영어(43.75%), 고급 한국어(56.11%), 초급 일본어(0.01%)
허어어?
[Tip! 언어 스킬은 일정 횟수 이상 해당 언어에 노출되면 생성됩니다. 또한 언어 스킬의 숙련도 100%를 달성할 시 최대 고급까지 등급이 상승합니다.]아까 스타 프로덕션을 비롯한 일본 소속사 연습생들이 일본어로 말하고 통역사가 그를 통역해 주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몇 번 듣고 지금 잠깐 들어서 습득 조건이 충족됐나. 게다가 지금 한순간에 한국어만큼 영어도 잘하게 된 상황 아닌가?
‘근데 이걸 왜 지금 알려줘? 그럼 그때 한국어 말고 매력 골랐지.’
……잠시 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니 한국어를 고르는 게 옳은 선택이긴 했다.
혹시나 해서 나가세 리츠한테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해봤는데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스킬이 생겼다고 즉시 효과가 발휘되는 것은 아닌 듯했다.
“라온, 나도 여기, 못 해.”
스타 프로덕션 애들이 하는 걸 본 우리 반 외국인 연습생들이 와글와글 몰려왔다.
한국처럼 제 박자에 들어맞는 춤이 아이돌에게 썩 중요한 요소가 아닌 문화권에서 온 연습생들이 이런 식의 안무를 특히 어려워했다.
너희 내가 그렇게 경쟁자들 하나하나 돌봐줄 만큼 한가하고 쉬워 보이냐.
“땡큐!”
“노노. 나야말로 땡큐.”
쉬운 거 맞다. 젠장. 이런 호구 새끼….
변명하자면 남의 집 동생 같은 애들이 혼자 끙끙대다가 용기 내서 물어보는 걸 외면하는 건 보기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완전히 손해는 아닌 게 가르치는 동안에도 이해도가 찔끔찔끔 올랐다.
그 왜, 가르치는 게 제일 효과적인 공부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도와주다 보니 같은 반에 연습생들이랑 거의 한 번씩 짧게라도 얘기해 볼 수 있었다.
방구석 게임 폐인 겸 누구나 알아주는 사회 부적응자였던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의 관계 진전이었지만 ‘이건 게임이다.’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버텨냈다.
오랑우탄만큼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자부할 수 있는 스스로가 대견할 지경이다.
“라온아, 네 연습은 거의 못 해서 어떡하냐.”
“괜찮괜찮. 연습할 날이 오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어때.”
“대박. 천사다, 천사.”
“오늘부터 라온이는 혜성 반의 수호천사다.”
“오오 수호천사 오오.”
“이 형들 미쳤나 봐! 징그러!”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비속어 필터링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남은 시간 02:29:59)]이 개스템 자식 이딴 걸로 필터링 걸지 마.
미쳤다 정도는 일상 용어 아니냐고. 성가신 필터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오르라는 지능은 안 오르고 호감도만 왕창 오르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장님한테 미연시로 달라고 했지.
진심으로 게임 장르 한 번만 고르고 다시 시작하게 해주면 안 되냐.
* * *
“다들 열심히 연습하셨나요? 반별로 한 번씩 나와서 해보겠습니다.”
어느새 연습 시간이 끝났다.
지희 반 애들이 먼저 무대에 섰고 나머지 연습생들은 가장자리로 빠졌다.
‘잘해서 내 지혜 좀 올려줬으면 좋겠다.’
자기들이 잘하기 때문에 한지희에게 뽑혔고, 가장 먼저 불려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지희 반 연습생들의 표정에 미묘한 긴장이 감돌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견제받고 주목받는 그룹이 저 녀석들인 것이다.
중압감 속에서도 지희 반 연습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잘했다.
“와…. 진짜 잘한다.”
“A등급 받을 분들만 다 모여 있네.”
그래도 지혜는 안 올려주더라.
대신 안무 이해도가 손톱만큼 올랐다. 노래는 또 언제 숙지하고 언제 이해할지 막막하다.
뒤이어 한 수영 반, 창연 반, 주안 반 연습생들의 실력은 들쑥날쑥했다. 못하는 연습생과 잘하는 연습생, 무난한 연습생이 고루 섞여 있었다.
그중에서 실력이든 외모로든 다른 무언가로든 눈에 띄는 연습생을 반별로 한 명씩 뽑아보자면, 수영 반의 옥도윤, 창연 반의 카시마 소라, 주안 반의 서문결이 있었다.
“다음, 혜성 반 친구들 해볼게요.”
나를 포함해 30명이 넘는 연습생들이 우르르 무대 가운데로 향했다.
워낙 수가 많아서 춤에 필요한 최소한의 간격을 확보하는 것도 일이었다.
나는 대강 오른쪽 중간쯤에 섰는데, 반요한과 김준우가 내 팔을 한쪽씩 잡아 가장 앞쪽, 그것도 중앙으로 끌어다 놨다.
말하자면 센터?
웃긴 건 다른 연습생들이 선선히 비켜주면서 무언가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봤다는 거다.
이 자식들 약빨 안 떨어졌어.
그렇게 간절히 봐준다면 응답하는 게 인지상정.
“혜성 반! 준비됐습니까!”
“준비됐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얘네 뭐야?’라고 생각하는 듯한 얼굴들을 보며 할 수 있다고 함께 외친 묵혜성 반 연습생 몇몇도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럽냐? 어? 부끄러워?
당당해져라. 너흰 지금 분량을 뽑은 거야.
[이 자리의 모두가 혜성 반을 주목합니다.] [이 자리의 모두가 당신을 특히 이상한 놈이라고 여깁니다.]피식피식 웃은 멘토들이 말했다.
“좋아. 이런 거 좋지.”
“얘네가 뭐를 좀 아네.”
웃기지 마.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했으면서.
“한번 해봐.”
연습시간 동안 계속 들어 멜로디만은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왔다.
너와 눈을 맞추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난 너의 심장을 노려
Heart a-ttae-ttae-tack!
까놓고 말하자면 우리는 누가 봐도 앞선 네 개의 반보다 훨씬 못했다.
가뜩이나 좁은 간격에서 턴을 하다가 서로 뒤엉키거나 손등으로 옆사람을 치는 일도 빈번했다.
그러나 아무도 중간에 손과 발을 놓아 버리지 않고 음악이 멈출 때까지 옆사람 또는 앞사람 또는 뒷사람을 보면서 뭐든지 해보려고 했다.
그 절박함이 느껴져서인지 전체적으로 어디부터 고쳐야 할지 막막할 만큼 엉망이었는데도 멘토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대견하다는 듯 바라보는 멘토도 있었다.
“얘네 에너지 좋다. 이게 진짜 어려운 건데.”
“얘들아, 너희 사흘 동안 이 텐션 유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을 해낼 수도 있어. 열심히 해.”
“오, 혜성 선배 웃는다.”
인간적으로 저게 웃는 거냐?
2D 그래픽이었으면 입꼬리가 1픽셀쯤 올라간 거로 처리됐을 만큼 옅디옅게 웃고 있는 묵혜성의 호감도가 1 올라서 2가 됐다.
겉촉속촉까지 갈 길이 멀었다.
“라온아, 너는 진짜 그 위에서 몇 시간을 혼자 앉아 있었는데도 몸에 힘이 넘친다. 춤추는데 눈동자가 말똥말똥하네. 안 힘들어?”
이 사람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저 지금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요.
거의 석고대죄하는 것처럼 무릎 꿇고 숨 몰아쉬는 거 안 보이십니까.
그럼에도 피곤해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1등 의자 앉아 있으면서 피로도를 20까지 떨어뜨리고 간식으로 나온 도넛을 먹어서 닳아 있던 피까지 채운 덕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신인조차 안 된 연습생의 도리로 벌떡 일어나서 싹싹하게 대답했다.
“네! 아직 멀쩡합니다!”
“젊은 게 좋긴 좋구나.”
[나도 한땐 저랬지……. 제나가 추억을 회상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호감도 +2 현재 호감도 +14]누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길래.
많게 치면 2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데 보기보다 짬이 있나.
그냥 멘토도 아니고 이사로 앉은 걸 보면 어지간한 경력은 아닐 것 같기는 한데.
“라온이는 춤추는 게 좀 목각인형 같기는 해도 안무는 거의 다 외운 것 같은데 맞아?”
“맞아요. 라온이가 안무 거의 시작하자마자 따서 저희 도와줬어요.”
이창연의 말에 김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겨 묻은 개가 똥 묻은 개 가르치는 수준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치면 쟤네가 대단한 거다. 이딴 허접한 예시를 보고 뭐라도 받아먹어서 이해했으니까.
“아무튼 너희 반을 제일 걱정했는데 잘할 것 같아서 안심된다.”
이창연이 훈훈하게 웃으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1시간이 지나 그룹 버프가 꺼진 묵혜성 반 애들도 한숨 돌린 얼굴로 물러났다.
이제 각 멘토에게 개별 레슨을 받을 시간이었다.
근데 여기 제대로 레슨할 공간이 나오나?
100명이 한꺼번에 연습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데. 다 같이 점프라도 하면 세트 무너질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바로 이곳에서 연습을 또 시켰다.
점심도 안 주고 저녁도 안 주고 쉴 시간도 안 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