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Of the Unique Lineage RAW novel - Chapter 200
197. 광린탄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미쳤다.
미쳤으니까 ‘미친 과학자 집단’이라고 부르는 거다.
그런 미친놈들의 꼬리를 잡았다.
“혜민이 너.”
머리를 열 번 더 쓰다듬어 줬다.
혜민이는 고양이라도 된 양, 내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변신족이었어? 쟤 그런 냄새 없던데? 마법사라며?”
그런 우리를 보고 소진이 중얼거렸다.
“마법사 맞다.”
안결이 답했다.
숨는 거로는 프로메테우스나 불멸교보다 더 잘 숨는다는 두더지계의 최고 권위자, 매드 사이언티스트 집단이다.
그런 놈들이라도 실수는 한다.
“마법사를 잡으러 변신족 셋이 갔는데, 그 변신족 셋을 잡았다니.”
소진이 순수하게 감탄했다.
팬더 형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혜민이 잘했다.
“위치 추적하는 데 얼마나 걸려?”
쓰다듬던 머리를 톡톡 두드려 주며 물었다.
“마이너스 하루.”
혜민이 답했다.
응? 무슨 마이너스 하루?
“어제 이미 했다고.”
“너 이 자식.”
머리 쓰다듬기 열 번 추가.
“좋다. 음, 손길 좋아.”
혜민이 내 손길을 느꼈다.
“그럼 그룹 지원군 부를까요? 아무래도 그냥 침투하기에는 위험하기도 할 거고, 적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거기가 본거지가 아닐지도 모르니, 차라리 몰래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은데.”
팬더 형이 소진의 의견을 일축했다.
“맞는 말이다.”
안결이 답했다.
“점심 먹고 가죠.”
내가 말했다.
대규모 인원을 투입하는 게 아니면 소수 정예로 가야 할 거고, 그럼 굳이 여기서 말이 퍼질 틈을 주지 않고 치는 게 맞다.
나는 말하자마자 궁둥이를 뗐다.
뒤에서 따끔따끔한 눈빛이 느껴졌다.
밖으로 나오니, 팬더 형이 물었다.
“너, 저 변신족 남자애 팼어?”
“네? 누구요? 흉터요? 아니요.”
“그럼 걔 부모님 욕이라도 했냐?”
“제가 그럴 놈으로 보여요?”
“그래, 그건 아니지. 게임 하는데 왜 이렇게 패드립 치는 새끼들이 많은지.”
팬더 형은 롤을 즐겨 한다. 그건 부모님 안부를 묻기 좋은 게임이다.
경쟁을 모토로 하는 게임이 다 그렇지만.
“그 새끼 해킹해서 조져야 하는데.”
팬더 형이 중얼거리더니, 재차 물었다.
“그럼 돈은 아니겠고, 여자 문제야? 쟤랑 한 여자 두고 싸웠어?”
“여자 생겼어?”
그 물음에 혜민이 먼저 반응했다. 머리를 들이밀길래 손바닥으로 혜민이 이마를 밀고 답했다.
“아닙니다.”
“근데 눈빛이 왜 저러냐?”
나도 궁금하다. 저 새끼 처음에는 안 그러더니 갑자기 눈빛이 흉흉해졌어.
먹잇감을 앞에 둔 맹수 같기도 하고.
일주일쯤 굶은 짐승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아니면 바디 프로필 찍는다고 석 달 동안 식단 맞춰 먹은 불우한 영혼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갈망이 가득한 변신족의 눈이다.
“눈빛이 불량하더라고요.”
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 새끼들.”
난 서두를 꺼내고 팬더 형을 바라봤다.
형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둘 사이에 통하는 게 있었다.
내가 눈으로 물었다.
‘내가 예민한 거 아니죠?’
팬더 형이 슬쩍 고개를 끄덕이고 눈으로 말했다.
‘배운 거 있잖아.’
불멸특수대는 많은 상황을 대비해 훈련하고 변수를 익히며 배운다.
그 모든 게 회사원에게 지원되는 복지 정책의 일부다.
돈과 워라밸 맞춰 주는 건 별개로 이런 걸 포함해서 복지 팔만대장경이라고 한 거다.
새삼 회사 관둔 게 아깝다는 생각……은 개뿔, 아깝긴 뭐가 아깝냐고.
사장이 그 지랄을 해대는데 거길 왜 있냐고 내가.
“갑시다. 잘했다. 혜민이.”
난 연신 혜민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근데 그 보조 주문이란 거, 누구나 다 쓸 수 있는 거냐?”
호기심에 물었다.
만약 그게 된다면 누구나 혼혈 변신족 급의 힘을 갖고 싸울 수 있으니.
내가 쓰면 어떻게 될까나.
“그게 되겠어? 전부 자가주문이지.”
혜민이는 좋은 학생도 아니었지만, 좋은 선생도 아니었다.
설명 더럽게 못 했다.
다만, 청자인 내가 영리했기에 대충 소화해서 이해했다.
자가주문, 자신이 마력을 컨트롤해서 자신에게만 걸 수 있는 주문의 한 종류.
즉, 마법을 익히지 않는 이상은 꿈도 못 꾸는 거란다.
거기에 주문만 익혀서 되는 것도 아니고, 보조 주문을 몸에 덧씌우려면 몸도 그 주문의 여파를 견뎌 내야 하기에 무슨 반작용도 견뎌야 하고.
쉽게 설명하자면 몸이 튼튼해야 주문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거다.
“네 똥이 무척 굵구나.”
설명 못 하는 혜민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니 도끼눈을 떴다.
“이 눈깔, 아까 그 흉터 변신족이랑 비슷하지 않아요?”
그걸 보며 팬더 형에게 물으니.
“아니, 아까 걔가 조금 더 강렬한 것 같다. 그 친구가 널 더 사랑하나 보다.”
곰이 개소리를 했다.
“점심 맛나게 먹고 일이나 하자고요.”
이번에는 장비 제대로 다 갖춰서 갈 작정이었다.
4번 타자, 아다만티움 정글도, 와이어 나이프, 코트랑 장갑, 기생저격 라이플이야 웨어러블 기어니까 언제나 함께하는 거고.
우리는 설렁탕을 먹었다.
단군 그룹에서 지원 나온 삼 남매 친구들은 뭘 먹었으려나.
그리고 지금 내가 가는 곳에 있는 애들은 점심으로 뭘 먹었을까, 가서 물어볼 참이었다.
스포츠카를 몰고 갈 수 없어서 마리 차를 빌렸다.
“마리도 같이 가면 좋을 텐데요.”
차 앞에서 마리가 말했다.
“괜찮아. 마리는 집에서 엄마랑 마늘 까.”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서 따로 말하진 않았다. 아버지도 걱정이 깊어질 것 같고.
안 그래도 보육원 이후 말없이 미친 과학자 친구들 기지 하나를 털어먹은 걸 보고, 어머니가 여러 차례 조심하라 말했다.
그렇다고 할 일은 안 할 수는 없었다.
마리의 차를 몰았다.
우리 목적지는 성수동이었다.
* * *
혜민의 추적 주문은 낙인처럼 봉고차 배기구 윗면에 찍혔다.
마력을 다루는 직종, 즉 마법사가 있거나 또는 순혈 불멸자가 집중해서 발동하는 극도의 예민한 육감이 아니라면 걸릴 턱이 없었다.
실제로 봉고차는 얌전히 제 목적지로 돌아왔다.
봉고차의 주인은 특수종으로 끗발 좀 날렸다는 범죄 조직 민두파의 조직원이었다.
입이 무척 더러워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친구기도 했다.
“씹어먹을 년, 개 같은 년.”
그가 비밀 연구실로 내려오며 입을 열었다.
“놓친 겁니까?”
“젠장할 년, 마법사라며? 너희 정보가 어설펐잖아.”
실험체 변신족 셋이나 데려가서 마법사 하나 잡아 오는 걸 실패한 주제에 큰 소리는.
틱틱 대는 놈을 보며 연구원은 끙하고 신음을 뱉고 외면했다.
더 상대해서 뭐 하겠나.
할 일이 많았다.
외장 하드 여덟 개에 연구 내용을 복사하고 정리한 뒤, 컴퓨터에 몇 가지 장치를 설치하고, 바빴다.
‘여기 적당한 디코이도 좀 두고.’
속으로 읊조리며 작업도 했다.
세상 쓸데없는 일로 느껴졌다. 그는 이 일을 왜 하는지도 몰랐다.
시키니까 할 뿐이었다.
저녁나절부터 시작했는데 동트기 직전에야 끝났다.
연구원은 옷을 갈아입고 자료실에서 나왔다.
오래된 종이와 가죽 냄새가 코를 찌르는 창고를 가로질러 밖으로 나오니, 동이 트며 거리를 노랗게 비추기 시작했다.
큰 창고가 우측으로 작은 가게가 즐비했다.
그사이에 낀 미친 과학자 집단의 위장 창고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함 그 자체였다.
퇴근한 연구원은 후드를 뒤집어썼다.
어느새 쌀쌀한 공기가 들이닥치는 계절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바람이 차가웠다.
* * *
“뭐야, 이 시발 것들은.”
일이 쉬웠다.
성수동 외곽, 골목길 안쪽.
애매한 자리에 있는 창고 안이었고, 문이 잠겨 있지도 않았다.
창고 안에는 퀴퀴한 가죽 냄새가 물씬 풍겼고.
들어서자마자 욕설이 나를 반겼다.
그리고 그걸 듣고 혜민이 기뻐했다.
“저 새끼는 내 거.”
“응?”
“저 새끼는 내 거라고.”
“그래, 너 해라.”
여기 찾은 것도 네가 잘한 건데, 저거 하나쯤이야.
“뭐? 너, 씹, 이런 개 같은 주문쟁이?”
남자가 혜민이를 알아봤다.
봉고차의 주인이었다. 혜민이에게 들었던 입 더러운 인신매매범.
납치하려다가 실패한 새끼.
혜민이 품에서 포스트잇 뭉치를 꺼내더니 몇 개를 허공에 날려 태웠다.
저게 부적 대용이자, 스크롤이라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
화르륵- 변한 포스트잇 사이로 혜민이 눈을 빛냈다.
“덤벼, 새끼야, 평생 죽만 먹고 다니게 해 주마.”
혜민이 외치며 달려들었다.
빠르다. 변신족 대쉬에 버금가는 속도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정련된 자세, 밸런스, 일류 타격가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상단 차기 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쟤 마법사 안 했으면 일반인 이종격투기 대회 우승 후보감이었다.
저런 운동 능력은 타고나는 것도 있어야 하니까.
상대방 입에 걸레를 문 새끼는 초능 특수종이었다.
“겁 대가리 없는 년.”
놈이 콧김을 훅 뿜더니 능력을 발동했다.
전신이 돌덩이처럼 변한다.
바위 인간으로 변하는 초능이다.
곁가지로 힘도 세지고 피부도 단단해지는 그런 능력인데.
혜민이가 이긴다. 그냥 이기는 수준도 아니다. 그러니 걱정 끝.
외면했다.
사람 잡아서 인체 실험하고, 아더 사이드에서 가져온 신소재 따위 잘못 놀려서 폭발 일으키고.
그로 인해 생기는 갖가지 문제를 만들어 내는 미친 집단.
그게 내가 아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집단이다.
그런 놈들이다.
가운 따위를 입지는 않았다. 야구 점퍼와 제각각 패션 센스를 뽐내는 남자와 여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책임자로 보이기에 물었다.
“점심에 뭐 먹었냐, 너희?”
“네?”
“점심?”
당황한 눈치였다.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 너희도 인간이라고 밥은 처먹고 다니는지.”
내 곁에는 실험체 출신이 둘이나 있다.
하나는 팬더 형.
다른 하나는 마리.
마리는 기억을 거의 잃었다고 하지만, 팬더 형한테는 이 미친 과학자 집단이 하는 일을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이 새끼들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물었다. 이 새끼들 밥은 처먹고 다니는 걸까.
“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으니, 둘은 눈을 마주쳤다가 날 바라봤다.
그리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창고 관리만 하는데요.”
“음?”
“내가 하지 말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여자가 남자를 보고 짜증을 냈다.
거기에 거짓이나, 기만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으음?
이건 뭐람.
“진짭니다.”
남자가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딱히 무기를 숨긴 것 같지도 않다.
여자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다가 물었다.
“저기요, 경찰이에요?”
“아닌데.”
“그럼 뭐, 항쟁?”
항쟁은 또 무슨 소리인지.
“저기 저 조폭 아저씨 때문에 온 거 아니에요?”
뭐지, 이 아마추어 냄새 폴폴 풍기는 둘은.
특수종 세상에 발을 걸쳤지만, 일반인의 세계에 몸을 맡기며 사는 것 같은 인간 둘이다.
난 무전기를 들었다.
“형.”
팬더 형을 부른 직후.
부르르.
땅이 흔들렸다. 정확히는 창고 건물이 흔들렸다.
안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고작 몇 초다.
주변 모든 게 눈에 들어왔다.
시각은 주변을 훑고 후각은 냄새를 맡았다.
화약 냄새.
탕탕거리며 아까부터 조폭 부하들이 권총을 쏴 재꼈다.
변신족 셋은 그놈들을 하나하나 때려눕혔다.
눈먼 총알에 피격당하는 머저리는 없었다.
저들은 단군 그룹의 화랑.
일류 변신족 전투 요원이다.
꽤 넓은 창고 안쪽에는 가벽을 세워 나눠 둔 공간이 보였다.
그 두 개 중 하나.
그곳이 창고 흔들림의 근원지다.
꾸릉.
벼락이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빛이 번쩍였고, 그 빛이 퍼지는 게 느린 화면처럼 보였다.
퍼진 빛이 가장 가까이 있던 쓰러진 조폭 부하를 삼켰다.
빛은 사람을 태우고 분해했다.
찢어지는 살결, 핏물은 기화했다.
곧 그 빛이 내 몸도 감쌌다.
코트와 장갑에 걸린 주문이 발동하며 빛을 밀어냈다.
주문이 만든 헥사곤 필드와 갤럭시 필드가 깨진다.
곧 눈앞에 새하얗게 물들며 화끈한 열기가 전신을 치달렸다.
* * *
출장 나온 유연호는 사뿐사뿐 걸으며 생각했다.
얘들은 자기가 만만한 걸까?
진짜 자기 아들만 잡아갈 수 있다면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자꾸 제 아내를 노리는데, 그걸 진짜 자신이 구경만 할 거로 생각하는 걸까?
알 수 없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국내에 자리 잡은 놈들은 정말 잘 숨었다.
찾기가 요원했다.
그래서 유연호는 눈을 돌렸다.
국내에서야 찾기 어렵지만, 세계로 눈을 돌리면 다르다.
제놈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올드 포스 정보망을 전부 피할 수는 없다.
그리 알려진 곳 중 하나다.
동남아의 대규모 연구단지.
다들 쉬쉬하지만, 불법 연구를 일삼는 곳.
“진짜 터트려요?”
팀원이 물었다.
“응.”
유연호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불법 연구라고 하지만, 인체 실험까지는 하지 않기에 알면서도 놔뒀던 곳.
“나도 모르겠다.”
자신을 형이라 부르는 팀원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꽈-앙.
곧 저 멀리서 폭음이 울리며 땅이 부르르 떨렸다.
보름 동안 연구단지 내에 설치한 폭탄이 터졌다.
노린 건, 불법 연구와 관련된 이들 전부다.
죽인 숫자가 두 자리에 달하고 폭발의 여파로 문 닫아야 할 연구소가 다섯 개가 넘는다.
제 아들을 노리고 아내를 노린 이들을 위한 출장이었다.
“아, 후련하네.”
그걸 보니 속이 좀 풀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는데.
“팀장님.”
본부에서 전화가 들어왔다.
“말해.”
부하가 자신을 바라봤다. 유연호는 답을 기다렸고 팀원이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말을 이었다.
“코드명 라이트윙이 광린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
유연호는 눈을 깜빡였다.
코드명 라이트윙은 광익, 자기 아들을 말하는 거고.
광린탄은 빛의 형태로 폭발하는 신소재로 만든 폭탄이었다.
이는 곧 아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